제목 | 로스트 스피어 | 출시일 | 2021년 01월 28일 |
개발사 | 도쿄 RPG 팩토리 | 장르 | RPG |
기종 | PS4, 스위치 | 등급 | 12세 이용가 |
언어 | 한국어 지원 | 작성자 | DALs |
화려한 전투 이팩트나 서정적인 분위기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던 도쿄 RPG 팩토리의 ‘오니가 우는 나라’나 ‘제물과 눈의 세츠나’와 달리 최근 발매된 같은 개발사의 ‘로스트 스피어’는 이들처럼 강렬한 첫 인상을 주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공개된 PV나 캐릭터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등이 모두 저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고 막상 경험했던 도쿄 RPG 팩토리의 작품들 역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로스트 스피어’에게 거는 기대감은 높지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쿄 RPG 팩토리에서 내놓은 다른 JRPG 작품 '오니가 우는 나라'와 '제물과 눈의 세츠나', 세 작품 간 연결점은 없으니 개별 플레이하셔도 됩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시작한 일을 끝맺기 위함이었습니다. ‘오니가 우는 나라’와 ‘제물과 눈의 세츠나’, 그리고 ‘로스트 스피어’까지 국내 발매 시기로 인해 ‘도쿄 RPG 팩토리 트릴로지(?)’가 되어버린 이들의 보여줄 마지막 이야기가 어떨지도 내심 궁금했습니다.
모든 부분에서 레벨 업!
사람, 사물, 건물은 물론 공간까지 가리지 않고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사람들은 이를 ‘로스트’라고 불렀고 한 번 로스트된 대상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카나타가 살고 있던 월종의 마을 엘르 역시 자연재해인 로스트를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카나타가 기억으로 세계를 바꾸는 힘을 각성한 뒤 엘르를 복구하며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그의 힘을 목격한 제국 근위기사단장 갈드라는 카나타 일행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카나타는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조건으로 제국에 협력하기로 합니다.
전설의 시작!
‘로스트 스피어’는 국내에 소개된 도쿄 RPG 팩토리의 세 번째 작품이지만 실제 도쿄 RPG 팩토리의 세 번째 작품은 아닙니다. 아크시스템웍스에 의해 작년부터 올해까지 출시된 도쿄 RPG 팩토리의 세 작품은 해외에서는 몇 년 전 이미 출시된 작품들로 국내에서는 이들이 뒤늦게 출시되는 과정에서 해외 출시 순서와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참고로 해외 발매 순서는 국내와 다르게 ‘제물과 눈의 세츠나’, ‘로스트 스피어’, ‘오니가 우는 나라’ 순입니다.
세 작품은 시리즈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만큼 이들의 타임라인은 인지하는 것은 그리 중요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작품들은 전작의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고 기술적으로 진화하는 모습이 두드러지는 만큼 출시된 순서대로 즐긴다면 그 변화 과정을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실시간 전투를 바탕으로 가장 극명한 변화를 보여준 것은 ‘오니가 우는 나라’였지만 이전 작품들과 장르적으로 아예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같은 고전 JRPG 틀 내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로스트 스피어’ 변화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ATB 시스템에서 실시간 액션으로 변화한 모습이 과거 ‘파이널 판타지 7’에서 현재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로 변화한 것과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로스트 스피어’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제물과 눈의 세츠나’보다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은 보여줍니다. 그저 시스템적으로 추가 사항이 들어가며 시스템적 볼륨을 키운 게 아닙니다. ‘로스트 스피어’는 ‘제물과 눈의 세츠나’의 불편했던 내용들을 캐치하여 개선하는 전면적인 수정 작업을 거쳐서 탄생했습니다.
먼저 빠른 저장 기능이 도입되었습니다. 전작이었던 ‘제물과 눈의 세츠나’에서는 저장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만 저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서도 세이브를 위해서는 저장 포인트로 돌아가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스트 스피어’에서는 빠른 저장 기능이 도입되며 어떤 장소에서나 저장할 수 있게 되어 이런 문제점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습니다.
일부 상황에 따라 저장이 불가능한 지점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장 포인트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그 저장 포인트는 존재하며 저장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특정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강화 상황에 따라 특수 이펙트가 발생하는 등 부가적인 효과가 추가되며 잃어버릴 뻔했던 자신의 가치를 보강했습니다.
대사 되감기와 이벤트 빨리 넘기기 기능도 편의성을 높여주었습니다. 대사 되감기는 대사를 읽던 도중 실수로 버튼을 눌러 다 읽지 못한 대사를 지나갔을 때 유용한 기능이며 빨리 넘기기는 스토리 전개 중 비교적 더딘 캐릭터들의 행동을 빠르게 넘겨 답답함을 해소시켜주는 기능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린 전개 부분에서는 빨리 넘기기 기능을 자주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사를 놓치는 일이 발생했고 이때 대사 되감기 기능이 그 힘을 발휘했습니다.
경치 구경하는 맛이 있었던 환상적인 배경
목적지를 안내해주는 이정표는 파티 토크라는 기능 내에 녹아 들어 있었습니다. 파티 토크는 이름 그대로 주인공 일행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행위로 이 과정에서 다음 목적지에 대한 힌트나 목적에 대한 힌트가 부여됩니다. 이 기능의 도입으로 인해 게임을 띄엄띄엄 플레이하는 유저도 과거 플레이 기록을 따로 메모해 두고 찾아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게임을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스트 스피어’에는 월드 맵도 추가되었습니다. 전작 ‘제물과 눈의 세츠나’와 달리 ‘로스트 스피어’에서는 게임 초반부부터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월드 맵을 오픈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기본 탑재된 시스템이나 게임 진행 중 반드시 해금되는 요소가 아닌 만큼 유저에 따라 월드맵 오픈 시기나 오픈 여부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없는 것과 있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2% 부족했던…
지금까지 설명드린 내용들은 전작인 ‘제물과 눈의 세츠나’를 플레이해보지 않았거나 고전 JRPG를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께는 다소 의아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편의성이 중요시되는 현세대 게임들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탑재되는 기능들이 전작에는 제대로 없었고 이제서야 도입되게 되었습니다.
고전 JRPG라는 장르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함이었다는 전제 조건이 붙더라도 그때의 불편함에 너무 초점을 맞췄던 것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스트 스피어’의 발전된 시스템은 긍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스위치 기준 다른 도쿄 RPG 팩토리 작품에 비해 유독 버벅임 현상이 심했던 '로스트 스피어'
‘로스트 스피어’는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편의성 강화 상당히 공을 들였지만 그 내용이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는 편의성 개선이 현세대 게임에 맞춰져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고전 게임이나 전작에서 발전하는 형태를 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해 단점이라고 딱 잘라 지적하기는 어렵더라도 유저의 불편함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높은 저장 의존도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너무나 강한 적을 만났거나 전투 도중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게임 오버 상황을 맞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로스트 스피어’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로스트 스피어’는 게임 오버된 이후 마지막 저장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해당 전투 직전 상황으로 돌아가거나 재도전 기회가 있는 편의성 높은 게임에 익숙하시다면 이 과정은 다소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마지막 저장 지점이 아닌 지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지막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갑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마지막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는 게임은 적지 않습니다. RPG 게임에서는 흔히 보이는 유형이며 여전히 이 시스템을 채용하는 게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보스전처럼 예견된 위기 상황에서만 게임 오버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 부분을 신경 써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사 되감기와 빨리 넘기기 기능에도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빨리 넘기기 기능은 행동 진행 과정에서는 적절한 속도를 보여주지만 대사 진행 과정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감이 있습니다. 때문에 행동 부분을 빨리 감던 중 대사가 나오며 순식간에 대사 몇 개를 지나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게임 오버된 뒤 다시 도전하는 상황에서는 대사까지 빨리 넘기는 게 좋지만 평소에는 대사를 스킵 당할 위험이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대사 되감기가 완벽했다면 빨리 넘기기 기능의 속도는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사 되감기는 대화가 끊기기 전까지만 되돌릴 수 있다는 까다로운 제약 조건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인물들끼리 대사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계속 이어갈 때는 그 대화를 대사 되감기로 얼마든지 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이 들어가서 대화 사이에 잠시 공백이 발생한다면 행동 이후 시점에서는 행동 이전 시점의 대사들을 대사 되감기로 다시 살려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행동 도중 잠깐 대사를 치고 바로 행동으로 돌아가는 부분에서는 빨리 넘기기 기능이 독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그 대화가 중요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을 때 더더욱 치명적입니다. 다음 행선지는 파티 토크라는 매력적인 기능을 활용해 유추할 수 있지만 중요한 진실은 파티 토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던 도중 빨리 넘기기 도중 다음 목적지를 놓친 적이 있습니다. 결국 파티 토크로 놓친 목적지를 유추해낼 수 있었지만 영상 매체를 볼 때도 대사 하나라도 놓치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라 빨리 넘기기는 그 뒤로 잘 안 쓰게 되었습니다.
강화된 전투, 약화된 세팅
‘로스트 스피어’의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전작 ‘제물과 눈의 세츠나’와 비슷합니다. ATB 시스템, 타이밍을 맞춰 추가 이팩트를 발동시키는 찰나 시스템, 찰나 시스템을 쓸수록 법석에 스킬이 붙어 강화되는 승화 시스템까지 전작과 동일합니다. ‘제물과 눈의 세츠나’를 플레이해본 게이머라면 ‘로스트 스피어’에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전투 자체는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타겟팅 범위가 생기고 조절할 수 있어 더 디테일한 공격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로스트 스피어’는 ‘제물과 눈의 세츠나’의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오면서 이를 몇 단계 더 발전시켰습니다. 기장 시스템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장이란 탑승 로봇과 비슷한 개념으로 어린 시절 봤던 만화 ‘슈퍼 그랑죠’의 모습을 떠올리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기장마다 고유 스킬이 다른 만큼 파티 편성 과정에서 이 점을 적절히 고려한다면 더 전략적이며 원활한 전투를 펼칠 수 있습니다.
하나 주목해야할 점은 ‘제물과 눈의 세츠나’에서 캐릭터 조합에 따라 발동되던 합체기가 ‘로스트 스피어’에서는 카나타의 기장 파디르를 중심으로 하는 전용기 패러다임 드라이브로 대체되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전작에 비해 주인공이 전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들의 패러다임 드라이브가 막강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전투 참여 인원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제물과 눈의 세츠나’에서는 전체 주인공 일행 중 단 세 명만 전투에 참여할 수 있었던 만큼 각자의 스킬과 합체기를 모두 고려한다면 파티 구성이 일정한 방향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로스트 스피어’에서는 전투 참여 인원이 네 명이 되면서 자유도가 높아졌습니다.
여전히 광역 아이템 적용처럼 사기적인 스킬을 가진 캐릭터는 파티에 넣게 되었지만 한 자리가 늘어나며 조금 숨통이 텄습니다
새로 추가된 아티팩트 시스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아티팩트란 작게는 해당 지역, 넓게는 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물로 각각의 아티팩트가 특수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드린 월드맵 오픈과 세이브 포인트에서 회복이 대표적인 아티팩트의 효과입니다.
기본적으로 아티팩트는 유저에게 이점을 제공하는 버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게도 단순히 이점만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아티팩트들 중에는 기존 특징을 갉아먹고 다른 특징을 극대화하거나 상대방에게도 동시에 이점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아티팩트들은 양날의 검과 같아 그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제한된 숫자의 아티팩트만을 건설할 수 있는 만큼 개인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형성될 수 있는 전략적인 요소도 존재합니다.
아티팩트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아티팩트 지식도 게임을 플레이하며 늘어갑니다
이론적으로는 아티팩트를 우선 건설하여 경험해보고 변경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원인은 역시 아티팩트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재료, 즉 기억이겠지만 게임 후반부까지는 이동의 제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티팩트는 어쨌든 특정 지역에 건설되는 건축물이라 그 건축물을 파괴하고 그 위에 또 다른 아티팩트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해당 아티팩트가 건설된 위치로 돌아가야 합니다. 문제는 이 게임에는 워프 기능이 제대로 없어 이동이 그나마 원활한 비공정을 활용 가능한 게임 후반부까지 이 과정은 상당 부분 제한되게 됩니다.
비공정 획득 전에는 내가 더 피해를 보는 아티팩트라도 먼 곳에 건설하면 수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제한된 이동은 법석을 파는 상점 맞물리며 생각지도 못한 답답함을 발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게임을 후반부로 갈수록 모든 장소들을 방문해봤기 때문에 기존에 갔던 장소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장비 세팅은 그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상점에서 하게 되는데 ‘로스트 스피어’에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우선 각 상점마다 파는 장비의 종류가 다릅니다. 즉 해당 가게에 자신이 주력으로 쓰는 캐릭터의 최신 무기가 없을 수도 있으며 스토리가 진행된다고 해서 기존 가게에 팔지 않던 새로운 무기가 추가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해당 캐릭터의 최신 무기를 구매하려면 해당 무기를 파는 상점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시스템상 각 마을에서 판매되는 무기가 정리되어 있지 않으므로 기억하지 못한다면 비공정을 타고 여러 상점들을 둘러봐야 합니다.
전작에 이어서 이번에도 등장하는 상인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로스트 스피어’는 새로운 무기가 나올 때마다 매번 무기를 교체해주지 않아도 강화를 통해 일정 수준까지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후반부에 얻게 되는 무기들은 각각의 기본 성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만큼 강화만 잘해주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상점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부족한 정보 전달력입니다. 우선 상점에서 파는 장비류들은 강화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사용 중인 장비는 강화되어 있는 만큼 강화되지 않은 장비가 기본 성능을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는 강화를 했을 때도 자신이 장착하고 있는 장비가 더 강한데도 불구하고 굳이 더 약한 장비를 사서 강화까지 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강화 단계가 높은 게임 후반부에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라 더 큰 손실을 가져옵니다.
강화 전 성능 비교만 해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근본적인 해결법은 아니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후반부에는 장비류들 간의 격차가 작아지는 만큼 아예 장비류를 구매하지 않는 것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든 피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석에서 발생하는 정보 전달 문제는 안타깝게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상점에서 교환으로 판매 중인 카운터 법석은 실제로 구매해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효과를 알 수 없습니다. 상품 정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판매 중인 셈인데, 이게 어디까지나 의도된 것이 아니라 인터페이스로 인한 문제라는 게 놀랍습니다. 황당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유저는 법석의 이름을 통해 효과를 유추하거나 인터넷에 검색하여 해당 법석의 효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효과가 뭐냐고요;;;
흔들리더라도 꿋꿋하게 나아간다
‘로스트 스피어’의 초중반부는 연관성이 높지 않은 여러 에피소드들이 연달아 나오는 만큼 다소 중구난방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이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합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합류한 인물들이 ‘꼭 그들이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의문은 동료에 대한 부족한 설정 묘사와 맞춤형 임무의 부재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발로는 과거 멸망했던 기갑인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로스트 속 부활이라는 화려한 등장으로 기갑인과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지만 이후 본격적으로 다루는 설명과 개별 에피소드의 부재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합니다. 초중반부 에피소드들 중 큰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에피소드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와 관련된 심도 있는 이야기의 부재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뭔가 있는 것처럼 등장했지만 오래 전 인물이라는 이유로 그냥 설명하는 역할만 맡은 오발로…
단독 에피소드가 있다고 해서 그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몬스터 동료라는 기발한 설정을 가진 디안트는 단독 에피소드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동료로 합류한 이후 별다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며 공기화되는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디안트…
게임 전체의 큰 줄기를 이루는 메인 스토리는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지만 중구난방이었던 초기 에피소드들이 따로 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며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깊이 있는 복선 장치들은 많이 부족했지만 반전들은 적절한 수준의 충격을 전해주었고 가볍게 주고받는 농담들은 캐릭터들간의 케미를 살리며 적절하게 분위기를 환기시켰습니다.
이러한 요소들도 좋았지만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게임의 핵심을 잃지 않는 자세였습니다. ‘로스트 스피어’는 시종일관 게임의 소재인 ‘기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유저들의 뇌리에 ‘기억’을 각인시켰습니다. 일반적인 작품들이 개성을 살린 소재로 시작하여 최종적으로 소재를 잃어버린 채 단순 배틀물로 귀결되는 현상과 확실히 차이를 보여서 좋았습니다.
‘로스트 스피어’가 보여준 엔딩은 획기적이지는 않았지만 소소한 반전과 그 나름의 여운을 제공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플레이하는 분들에 따라 불필요한 과정으로 컨텐츠를 늘린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그 과정이 고전 JRPG의 레전드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모작품을 연상시켜 좋았습니다.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기억’이 함께 할 것입니다
내일도 레벨 업!
‘로스트 스피어’는 전작 ‘제물과 눈의 세츠나’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며 고전 JRPG의 부활을 다시 한번 시도한 작품이었습니다. 덕분에 전보다 더 따뜻한 고전 JRPG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 불길은 활활 타오르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또 한 번 불꽃을!
차기작을 통해 또 한 번 부활에 도전하기를 기대하고 싶지만 이미 최신작인 ‘오니가 우는 나라’가 다른 노선을 선택한 만큼 새로운 고전 JRPG 게임이 출시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로스트 스피어’를 마지막으로 도쿄 RPG 팩토리의 작품들이 모두 국내에도 출시되면서 우리도 이제 신작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 신작이 우리에게 어떠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도쿄 RPG 팩토리의 세 작품을 플레이하며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작품은 분명 전작보다 발전한, 즉 레벨 업한 작품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작성 DALs / 편집 :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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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발매될 정도면 일본에선 후속작 오니보다 더 평이 좋았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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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발매될 정도면 일본에선 후속작 오니보다 더 평이 좋았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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