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 갓 오브 워 | 발매일 | 2018년 4월 20일 |
제작사 | SIE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 장르 | 액션 어드밴처 |
기종 | PS4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Eclaire |
오래된 프렌차이즈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폐기하거나, 혹은 리부트하거나.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듯이, 무리하게 후속작을 내다가 과거의 추억마저 더럽히기보다는 아름답게 퇴장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바 있습니다. 허나 폭넓은 팬층을 보유한 인기 프렌차이즈를 그냥 버리는 것도 꽤나 아까운 일이기에 몇몇 작품들의 경우 과감한 리부트로 과거의 영광을 계승함과 동시에 새로운 세대에 걸맞은 면모를 갖추기도 합니다. 신선한 소재가 다 떨어져 버린 2000년대 할리우드 영화계가 다시 부흥할 수 있었던 것도 절반은 리부트의 힘이었고, 게임계에서도 ‘툼 레이더’나 ‘둠’ 등의 성공사례를 쉽사리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본 리뷰에서 다룰 ‘갓 오브 워’는 상술한 리부트의 사례들과 조금 다른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적으로는 전작에서 이어지는 후속작이지만, 게임의 성격과 방향성만 놓고 보면 리부트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달라진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갓 오브 워’가 택한 길은 다소 모험에 가까웠습니다. 시리즈의 주인공, 크레토스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모습을 잘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3부작 종결 이후 ‘그리스의 신들을 다 때려잡았으니 이젠 북유럽의 신을 상대하러 갈 차례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했습니다. 그것이 왜 농담이었냐면, 더 이상 죽일 신이 없으니 다른 세계의 신을 죽이러 간다는 발상 자체가 어떤 의미로는 유치하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전작인 ‘갓 오브 워 : 어센션’이 혹평을 면치 못하면서 프렌차이즈의 앞날이 한층 불투명해진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갓 오브 워’ 프렌차이즈 자체를 리부트 혹은 폐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농담처럼 떠돌았던 북유럽 신화로의 여정이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은 무리하게 시리즈를 연장하려는 시도처럼 보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이 태어난 ‘갓 오브 워’는 그 어려운 일을 모두 해냈습니다. 잘해낸 것을 넘어 기존 시리즈보다 한층 높은 성취를 이뤄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스토리적으로는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새로운 이야기의 재료로 효과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북유럽 신화라는 배경 속에 잘 녹여냈으며, 게임플레이적으로는 기존의 고정된 시점을 버리고 TPS 게임을 연상케 하는 백뷰 시점과 좀 더 넓어진 자유도를 채용함으로써 전작과 차별화되는 전투와 월드 탐색의 양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점이 달라지는 와중에도 ‘갓 오브 워’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장점들만큼은 계승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기존의 ‘갓 오브 워’ 3부작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그리스 신화를 다소 자극적인 방향으로 비틀어서 신선한 반향을 불러온 작품이었습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윤리 의식으로 막장적인 행각을 일삼는 고대 그리스 신들을 때려잡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현대적인 시각이 많이 가미된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관점으로 보면 지극히 그리스 신화다운 작품이기도 한데, 신들조차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실타래에 얽혀드는 인간군상과 서로 죽고 죽이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그리스 신화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패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크레토스라는 주인공은 아버지인 제우스를 향한 증오를 모든 행동의 동기로 삼음으로써 가장 파괴적이면서도 가장 그리스 신화적인 안티 히어로로 거듭났습니다.
반면 새로운 ‘갓 오브 워’는 아버지와 아들의 유대를 이야기의 핵심으로 내세움으로써 전작과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시작합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들, 그 사이를 이어주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부자 관계는 처음엔 크게 삐걱거리지만 수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조금씩 변화를 맞습니다. 아트레우스를 대하는 크레토스의 복잡미묘한 감정은 구 3부작에서 크레토스가 걸어왔던 길과 아주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여러 영화나 드라마 등의 대중매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상투적인 가족애와 달리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납득할 수 있는 개연성을 품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들에게마저 무뚝뚝한 크레토스의 입장에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되며, 엄청난 명성을 자랑했던 구 3부작의 그림자를 벗어나 이야기의 폭을 넓히면서도 기존 시리즈와의 연결고리는 유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옵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높은 수준에 도달한 내러티브는 이러한 작품의 주제를 한층 극대화합니다. 성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대사와 연출, 미장센, 이야기의 완급 조절 등 모든 면이 현존하는 비디오 게임 전체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라고 불릴 만합니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쌓여가는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 구조는 이야기에 지속성 높은 흥미를 부여하고 입체적인 캐릭터 묘사는 거기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불어넣습니다. 오늘날 만들어지는 비디오 게임의 대다수가 할리우드에 열등감을 품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적 연출에 집착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와중에도 정말 제대로 된 영상미와 함축적인 대사, 자연스러운 내러티브를 모두 갖춘 작품은 아주 극소수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갓 오브 워’가 이루어낸 성과는 단순히 ‘스토리가 좋다’라는 말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작의 주된 아이템이었던 소도구를 활용하여 긴 대사를 늘어놓지 않고도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스파르탄의 고통을 드러낸 한 장면은 전작의 팬들에겐 특히나 깊은 여운으로 남았을 겁니다.
게임의 배경인 신화를 다루는 방법도 전작들과 차이를 보입니다. 구 3부작의 배경이었던 그리스 신화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라 플레이어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반면 새로운 ‘갓 오브 워’의 배경인 북유럽 신화는 혹자에겐 생소한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크레토스는 게임의 주인공이기에 앞서 플레이어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전작의 크레토스가 신화 속에 편입된 인물이자 사건의 당사자였다면, 본작의 크레토스는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으로서 아홉 세계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 듣는 청자(聽者)의 역할을 겸합니다. 크레토스의 뒤에 서 있는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게임 내 수많은 화자(話者)들의 구술이나 텍스트를 통해 북유럽 신화의 배경 지식을 익히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수많은 사건을 거쳐 종국에는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 모두 이방인이라는 허물을 벗어 던지고 북유럽 신화의 일원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것은 ‘갓 오브 워’ 시리즈가 북유럽 신화라는 새로운 배경을 택한 이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와 같은 것입니다. 북유럽 신화에 생소한 대중들의 이해를 돕고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스토리를 위해서라도 미리 탄탄한 신화적 토대를 쌓아둘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처럼 신화를 구축하는 단계에서도 본작은 매우 세련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갓 오브 워’의 스토리라인은 상술한 부자 사이의 유대와 신화 구축이라는 두 개의 이야기가 함께 나아가는 평행노선과도 같습니다. 자칫하면 서로 이질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던 두 개의 스토리는 크레토스의 부인이자 아트레우스의 어머니인 페이의 유언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봉합됩니다. 불필요한 연출이나 쓸데없이 많은 대사를 부연하지 않고도 새로운 신화의 세계를 엮어내는 능수능란함이 돋보이고, 한편으로는 그리스 신화에서 북유럽 신화로 이야기의 배경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 있는 어색함이나 괴리를 유치하지 않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신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갓 오브 워’의 스토리는 1장 혹은 서장에 불과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뚜렷한 기승전결이 제시된 한 편의 완결된 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갓 오브 워’가 리부트 아닌 리부트작으로서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토대를 닦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플레이적으로는 전작의 고정시점과 외길진행 방식을 버리고 일정 부분 자유도를 취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게임계의 트렌드처럼 되어버린 무분별한 오픈 월드화를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데, ‘갓 오브 워’의 경우엔 폐쇄구조와 개방구조를 절묘하게 결합한 월드를 선보임으로써 전작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한층 신선한 게임감각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확장된 자유도만큼이나 시스템적인 요소도 풍부해졌고 캐릭터 운용과 월드 탐색, 아이템 제작 및 세팅 등의 부차적인 즐길 거리도 한층 늘어났습니다.
월드 전체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툼 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은 흔적이 눈에 띕니다. 디자인적으로 유적 탐사의 느낌이 많이 묻어나고 특정 섹터의 클리어 조건에 퍼즐이 많이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갓 오브 워’의 경우엔 세계관이 넓은 게임도 아니고 서브 퀘스트의 개수도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한정된 공간을 영리하게 활용함으로써 게임플레이의 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신화적인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여 월드 디자인 자체를 완전히 뒤바꿔놓는 방식은 게임의 콘셉트와도 잘 어울릴뿐더러 레벨 디자인의 관점에서도 상당히 돋보이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이러한 월드 구성은 플레이어의 레벨에 맞는 구간만을 탐험하도록 효율적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각 구간의 레벨 디자인은 ‘다크 소울’ 시리즈와 유사점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구간이 잠긴 문과 유기적인 레벨 디자인을 통해 입구와 출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이는 문어발식으로 구성된 전체 세계관의 구성과 결부되어 월드 탐색을 한층 용이하게 합니다. 스토리를 일정 부분 진행하기 전까지는 앞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갈 수 없고 특정한 구간을 통과하려면 퍼즐 혹은 전투를 클리어해야 하는 플레이 방식은 외길 진행 게임이었던 구작 ‘갓 오브 워’ 시리즈의 감각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나 퍼즐의 풀이 방법과 미시적인 레벨 디자인에는 여전히 과거 시리즈의 느낌이 많이 남아 있어서 게임 시스템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구작들과의 동질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투와 탐색의 반복에서 탈피한 내실 있는 미션 구성도 인상적입니다. 사실 구작 ‘갓 오브 워’ 시리즈는 외길진행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플레이 타임이 그다지 긴 편은 아니었는데, 신작의 경우엔 메인퀘스트만 중점적으로 플레이한다고 가정해도 전작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플레이 타임을 보장합니다. 그럼에도 반복적인 요소나 질질 끄는 구간이 많지 않아서 레벨 디자인적으로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상술한 스토리텔링의 장점이 더해져 높은 완성도와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심어줄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개발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죠.
이처럼 외길진행과 오픈 월드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결합한 ‘갓 오브 워’의 구성은 시리즈가 안고 있던 명확한 한계를 걷어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구작 시리즈의 경우 근본적으로 ‘데빌 메이 크라이’ 방식의 액션을 대중적으로 간소화한 게임이었습니다. 따라서 전투 시스템이 다소 부실하고 반복적인 면이 있어서 화려한 연출과 퍼즐, 신화적인 스토리텔링 등의 부차적인 요소로 결점을 극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오픈 월드적인 요소가 더해진 신작 ‘갓 오브 워’에서는 퍼즐이 단순히 특정 구간을 통과하기 위한 요소가 아니라 월드 탐색의 한 방식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좀 더 높은 우선순위를 갖게 되었고 유기적으로 만들어진 레벨 디자인 덕분에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가치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기존 시리즈가 외길진행 내에서 퍼즐-전투-보스전이 강제적으로 이어지는 단순하고 폐쇄적인 게임이었다면, 신작은 게임 내의 모든 요소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서로 간에 영향을 주는 좀 더 높은 수준의 완결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전투 시스템도 본작에 이르러 많은 변화를 맞았습니다. 악으로 깡으로 다 때려잡고 다니던 전작의 크레토스와 달리 본작의 크레토스는 상당히 노쇠한 느낌을 주는데, TPS 게임을 연상케 하는 좁은 백뷰 시점은 이러한 캐릭터성의 변화를 일부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르의 특성을 감안하면 백뷰 시점으로의 변화는 일부 부정적인 측면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원거리 전투를 주로 펼치는 TPS 게임과 달리 ‘갓 오브 워’는 근접전 위주의 액션 게임이기에 전작들에 비해 훨씬 좁아진 시야는 후방 혹은 측면에서 달려드는 적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작들과 달리 시점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지만, 좁은 시야각 때문에 편의성은 오히려 뒤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다만 ‘갓 오브 워’의 경우엔 이처럼 좁은 시야각에서 오는 페널티를 애초에 의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호러 게임에서 무기나 아이템 사용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것처럼, 본작 역시 뭔가 부수적인 효과를 노리고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백뷰 시점을 채택했다는 것이죠. 실제로도 ‘갓 오브 워’에는 좁은 시야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시스템적인 요소가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후방 또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적들을 알려주는 경보 시스템이 대표적이고 신화 속의 ‘묠니르’처럼 투척 후 되돌아오는 도끼인 ‘리바이어던’을 주무기로 활용하면서 마치 TPS 게임을 연상케 하는 전투를 펼칠 수도 있습니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게임 내내 줄곧 동행하는 아트레우스의 원호 공격 역시 전투에 편의성을 더하는 시스템적인 요소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의도적으로 게임을 답답하게 만들고 부차적인 시스템을 통해 시점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뭘까요? 아마도 상술한 것처럼 노쇠한 크레토스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간접적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갓 오브 워’의 전투는 많은 면에서 ‘다크 소울’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점이 느껴질 정도로 일 대 다수의 싸움이 불리하게 설정되어 있고 이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 방어와 회피의 중요성이 매우 두드러집니다. 이는 크레토스가 여전히 강하기는 하지만 더 이상 파괴적인 전사는 아니라는 뜻이며, 대신 나이에 새겨진 지혜를 드러내기라도 하듯 느리지만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투를 펼쳐가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에는 기존의 3인칭 액션 게임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개발진의 욕심도 어느 정도 들어간 듯한데, 일단 전투의 재미와 시스템적인 완성도만 놓고 보자면 그럭저럭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격 사거리와 회피 거리와 워낙 길어서 몇몇 상황을 제외하면 가드나 패링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전작들과 달리, ‘갓 오브 워’에서는 적의 패턴을 읽고 막거나 쳐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치고 빠지는 방식의 전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그만큼 전투의 긴장감도 늘어났습니다. 아트레우스의 원호 공격과 리바이어던을 활용한 원거리 공격은 적의 일부 패턴을 무효화할 수도 있어서 전투 도중의 빠른 판단과 적절한 스킬 사용이 요구됩니다. Quick time event와 긴 사거리를 이용한 치고 빠지기 전략은 기존 ‘갓 오브 워’ 시리즈의 정체성과도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게임을 너무 라이트하게 만든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신작 ‘갓 오브 워’의 전투는 콤보 액션 그 자체보다는 적의 패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한층 원숙한 시스템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처럼 많은 점이 변화하는 와중에도 기존 시리즈의 파괴적인 타격감과 거대 보스와의 화려한 전투 등의 장점만큼은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투 시스템의 만듦새가 아직 완벽하진 않습니다. ‘다크 소울’ 방식의 타겟 고정 시스템과 자동 타겟 추적 등 여러 보완책을 넣어두었음에도 백뷰 시점과 근접 액션 장르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 것입니다. 개발진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시점 및 타겟 시스템을 유저의 입맛대로 설정할 수 있도록 많은 옵션을 제공하고는 있으나 그래도 2% 부족한 느낌입니다. 적들의 종류나 패턴의 변화가 아닌 단순무식하게 많은 체력과 높은 대미지 등의 수치적인 요소로만 난이도를 조절한 부분도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어려움 및 전쟁의 신 난이도에서 초반부가 쓸데없이 어렵게 설정되어 있는 것도 아마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도 RPG에나 어울리는 것이지 ‘갓 오브 워’ 같은 액션 게임과는 별로 좋은 조합이 아니라고 봅니다. 적정 레벨을 맞춰가면서 플레이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세분화된 능력치로 성장요소를 구축해놓은 판국에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으로 또 한 번 능력치에 차등을 둘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입니다. 레벨이 높은 적을 상대할 땐 슈퍼아머 판정이 들어가서 띄우기도 안 되고 몇몇 공격은 가드 불가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적의 패턴에 맞춰 대응하는 액션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를 침해합니다. 아마도 준비된 몬스터의 종류가 너무 적다 보니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으로 몬스터의 능력을 세분화하려 한 것 같은데, 너무 RPG적인 요소에 밸런싱을 의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심지어 보유한 아이템의 레벨 수치에 따라 플레이어의 레벨이 정해지는 시스템 때문에 능력치보다는 레벨을 보고 방어구를 선택하게 되는 부차적인 문제점도 있습니다.
리뷰 전반에 걸쳐 수없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 것처럼, ‘갓 오브 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작들과의 차별화를 추구한 작품입니다. 비장미가 넘쳤던 전작의 유명한 테마곡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음울하지만 아름다운 선율의 멜로디는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의 여정에 감동과 여운을 심어줍니다. PS4의 성능을 극대화한 그래픽은 북유럽의 차가운 공기의 질감마저 효과적으로 묘사하면서 거칠고 황폐한 땅을 살아가는 가혹한 운명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어두운 암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래픽과 사운드 등의 표면적인 부분뿐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정말 많은 면에서 달라지고자, 혹은 발전하고자 노력한 부분이 돋보이고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도 공들여 만들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은 게임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작들과 달리 순수한 액션 게임이 아닌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이 더욱 강해졌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는 팬층도 분명 있겠지만, 적어도 개발진이 추구한 장르의 범주 내에서는 극한의 완성도를 이룩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합니다.
‘갓 오브 워’는 마치 한 편의 성장 드라마와도 같습니다. 사나운 전사였던 크레토스는 아버지가 되는 법을 배웠고 철없는 아이였던 아트레우스는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하면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웁니다. 한 편의 게임은 개발사가 낳은 자식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갓 오브 워’라는 프렌차이즈 역시도 길었던 지난 공백기 속에서 큰 성장을 이루어낸 셈입니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을 지니고 있음에도 4편이라는 넘버링 대신 ‘갓 오브 워’라는 제목으로 다시금 회귀한 것은 새로운 무대에서 근본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의도였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시리즈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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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보스전이 좀 작은게 아쉬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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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 색깔놀이로 재탕하는 거랑 마무리공격 모션이 한정된 것도 단점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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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게임에 걸맞는 명품 리뷰네요 ㅊㅊㅊ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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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Dimension
맞아요 거의 유일한 단점 | 18.05.03 16: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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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 색깔놀이로 재탕하는 거랑 마무리공격 모션이 한정된 것도 단점인듯... | 18.05.04 12: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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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게? 적은게? | 18.05.05 23: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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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거겠죠? | 18.05.07 00: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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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이 작다는 의미 아니었을까요? (사놓고 안해서 잘 모르는 1인) | 18.05.10 20: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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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트롤레인저... 다음작품들은 안그러길 바랍니다. ㅠㅠ | 18.05.11 00: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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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맵 열면 어디를 가야하는지 알 수 있지 않나요? 수집 요소가 어디에 얼마만큼 모였는지 뜨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18.05.03 16: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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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니콘
반대로 엔딩 안보면 수집하기 힘든것도 잇고 전체 워프게이트도 엔딩 근처에서 열려서.. 오히려 보고 수집하는게 낫드라구요 | 18.05.10 15: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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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c 는 제작사에서 안나온다고 애기했어요 | 18.05.13 22: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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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말도안돼 | 18.05.14 14: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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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C로 질질 안 끌고 후속작이 더 빨리나오면 좋지요ㅋ | 18.05.15 13: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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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멘오브 스틸 생각나드라구요 | 18.05.03 18: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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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마제[솔로군단 대장]
북유럽 3부작간다고 들었는데 2편이나 3편에서 쏟아내길 기대해야죠. | 18.05.04 09: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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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마제[솔로군단 대장]
쿠키 영상도 그렇구요ㅋㅋ 속편은 그 남자랑 싸우고 시작할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 18.05.04 11: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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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워... 하면 처음 시작하자마자 거대보스전이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이번작은 살짝 아쉽기는 하더라구요 그래도 낯선남자와의 전투는 박진감 넘치는 연출이 좋았습니다. 근데... 그 이후로는... ㅠㅠ | 18.05.10 15: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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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 3개 연달아 치기 진짜 극혐....머리쓰는 퍼즐도 아니고 걍 피지컬... 4. 공감 그래서 일부러 특정 무기로만 공격가능한 적을 넣은 느낌.... | 18.05.04 12: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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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맨손전투로만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을 때도 있더라구요 ㅎㅎ 근데 맨손은 쓸 수 있는 룬이 한정되어서 그게 문제 ㅠㅠ | 18.05.04 14: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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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의 팁을 드린다면 피지컬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종들은 종 뒤 벽에 도끼를 박을 수 있어요. 종 뒤에 도끼 박은 뒤에 두번째 종 타겟팅 하고 도끼 소환하면 매우 쉬워집니다. | 18.05.09 09: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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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습니다 다만 도끼가 직선으로 돌아오는게 아니라 곡선으로 돌아오기때문에 맞지 않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구요 애초에 머리를 쓰거나 풀었을때의 쾌감이 있는 퍼즐이 아닌 단순 순발력을 요하는 퍼즐 자체가 유쾌하지 않고 게임의 템포를 깬다는것을 말하는 겁니다 | 18.05.09 09: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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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연달아 치는거 진짜 극혐. 시간이라도 낭낭하게 주던가.. 한번 잘못 치면 그냥 실패하게끔 시간도 드럽게 해놓고. 중반 이후 생기는 무기도 참 문제인게, 이건 처형자체가 불가능해요. 룬도끼로만 처형이 가능하다보니, 중반무기는 꺼내지도 않게 됩니다. 마법 면역인애들한테 어쩔수 없이 쓰게 되고. 퍼즐 왜 요따구로 만들어서 사람 승질나게 해놨는지 몰겠어요. 시점으로 장난쳐놓고 말이죠. | 18.05.09 15: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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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는 전쟁의 신으로 플레이하면 자연스레 해소됩니다...발키리 일부 기술이 화살로 끊을 수가 없어서 뒤돌기로 회피해줘야하구요 적 속성에 따라 무기 스왑이 필수가 됩니다. 후반으로 가도 3~4대 맞으면 골로가는지라 반드시 필요함 | 18.05.17 12: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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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사람
나는 님말이 더 공감안됨 메인 스토리 하는 중에나 퍼즐 무난하지 전지역 100퍼 작업하다보면 그런 말 하기 힘들텐데.. 공략 안보고 모든 컨텐츠 100퍼 뚫으셨으면 인정해드립니다 유저들 사고 꽉 막힌 사람 취급해 버리는 수준에 감탄하고 갑니다 | 18.05.05 19: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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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제작진들도 따로 언급을 안했다고 알고있습니다. 북유럽 자체에 집중시키고 싶다고 해서 이유는 거론을 안하더군요. | 18.05.08 02: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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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토스가 딱 한번 '떠내려왔다' 하고 언급하는 거 말고는 게임 내에서 일체의 설명이 없습니다. | 18.05.08 08: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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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오히려 한정된 원 안에서만 죽여야 하는게 짜증나더라고요. 강력한 룬 공격들은 대부분 멀리 튕겨져 나가버리니 적들 피 조절이 관건인지라...딸피 만들고 안으로 유도하면 유도한 원 사라지고 새 원 생겨서리.. | 18.05.09 22: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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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것도 겁나 짱나죠 ㅋㅋ 꼭 아슬한 타이밍에 위치가 뿅~ | 18.05.10 13: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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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난이도 기준으로 딱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는데 본인 게임 실력이 심각할 정도로 평균 이하인거 아님? | 18.05.12 11: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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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보니 이게 같은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영상이 있더라구요 진짜 콤보 엄청나게 사용하시더라구요 | 18.05.10 15: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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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사실 난이도 올렸다고 해서 도끼만 던지고 아들 활질만 시키는건 본인 컨이 안좋다라고 말하는 것뿐이 안되죠. | 18.05.12 11: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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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언
몇몇 구간에서 전율이 전혀 안오실겁니다. 3편은 해보심을 추천드립니다. | 18.05.16 05: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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