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인기 있는 시리즈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힘을 잃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수순인가 봅니다. 한때는 혁신적이라 평가받았던 게임성이 나중엔 시리즈의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가 되는 경우도 있고, 내적인 발전 없이 그래픽 퀄리티에만 신경 쓰다가 팬들의 기대로부터 멀어져 버린 게임들도 있습니다. 상업주의의 폐해 또한 무시 못 할 요소입니다. 단단하게 구축된 팬보이의 장벽 뒤에 숨어 안정적인 매출을 뽑아내고 변화를 거부해 온 몇몇 게임들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지요.
헤일로 시리즈 역시 그러한 위험성에서 안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단적인 예로, 343 인더스트리로 개발사가 바뀐 이후 출시된 '헤일로 4'를 들 수 있습니다. 헤일로 4는 분명 잘 만들어진 FPS 게임이었지만, 헤일로라는 네임 벨류를 생각해보면 분명 아쉬운 측면이 공존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이 점은 현재도 팬보이들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격렬합니다.
제 의견을 덧붙이자면, 헤일로 4는 기존의 헤일로에 콜 오브 듀티의 게임성을 억지로 덧씌운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그러한 시도가 나쁜 결과만을 불러왔던 것은 아닙니다. 고전 헤일로 시리즈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신규 유저가 적응하기 쉽지 않은 올드한 감성이 많이 묻어나는 게임이었습니다. 게다가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출시 이후 FPS 게임계의 판도가 완전히 재편된 상황이었기에 개발사의 입장에선 고전 헤일로의 방식만을 계속 고수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릅니다.
343 인더스트리에서 만든 헤일로 4는 이전 시리즈에 비해 이질감이 드는 게임이었다. |
특히나 번지 소프트는 PC 게임을 개발하던 시절부터 독특한 테이스트를 지니고 있던 회사로 유명했습니다. 현재는 다른 회사로 옮겼지만, 번지의 전속 작곡가로 활동해왔던 마틴 오도넬의 존재감도 한몫했습니다. 고전 헤일로 특유의 절제를 중시하는 장엄한 연출 방식 역시 번지만의 스타일로 빚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개발사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헤일로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게임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헤일로도 마음에 든다는 팬층 역시 존재하였지만, 확고부동한 지지를 받아왔던 시리즈가 다소 심하게 호불호가 갈렸다는 사실만으로도 헤일로 4에서 보여준 343 인더스트리의 도전은 완전한 성공이라고 평가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출시된 '헤일로 5 : 가디언즈(이하 헤일로 5)'는 헤일로 시리즈의 존속과 팬보이의 믿음을 시험할 매우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출시 전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헤일로 : 마스터 치프 콜렉션'에 포함된 멀티플레이 베타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고, 헤일로 4에서 비판받은 점들을 모조리 수용했다는 점에서 유저의 피드백에 귀 기울인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베타뿐만 아니라 본편의 완성도 역시, 저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봅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 헤일로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현세대 게임다운 세련됨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엿보입니다.
기대와 실망, 만족과 불만족이 공존했던 '헤일로 : 더 마스터 치프 콜렉션'. |
343 인더스트리의 두 번째 넘버링 작품, '헤일로 5'. |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그래픽의 변화입니다. 사실 헤일로 5는 여타 독점작들과 비교해볼 때 최상급의 그래픽을 갖춘 게임은 아닙니다. 단편적인 순간을 캡처한 스크린 샷만으로 비교하면 본작보다 훨씬 좋은 그래픽을 갖춘 게임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헤일로 5의 그래픽이야말로 콘솔 게임들, 특히 FPS나 TPS 게임들이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라고 봅니다. 본래 30프레임 게임이었던 헤일로 시리즈는 Xbox One 세대에 이르러 60프레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거기에 콘솔 기기의 한계를 넘어 최대한 좋은 그래픽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가변 해상도를 채택했습니다.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경험'으로서의 게임의 가치를 극대화한 결과물인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콘솔 그래픽의 발전 과정은 '눈속임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세대의 경우, 10년을 넘게 이어온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었습니다. 눈여겨보지 않는 부분을 저화질 텍스쳐로 처리하고 상대적으로 폴리곤을 덜 활용한다든지, 광원과 색감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부족한 디테일을 감추는 등의 방법으로 전체적인 그래픽 퀄리티를 끌어올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헤일로 시리즈는 이러한 눈속임을 쓰더라도 좋은 그래픽을 보여주기 쉽지 않은 게임이었습니다. 샌드 박스형 전장과 수없이 많이 몰려나오는 적들은 하드웨어 사양을 많이 잡아먹는 주범이었고, 따라서 그래픽적인 디테일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기 어려웠습니다.
가변 해상도 때문에 스크린샷은 다소 자글자글하게 찍힌다. |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해상도 변화를 체험하기 어렵다. |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헤일로 4는 전장의 크기와 적들의 등장 빈도 자체를 줄여버렸습니다. 덕분에 뛰어난 그래픽을 구현할 수는 있었지만, 헤일로 본연의 재미를 포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반면 헤일로 5는 해상도보다는 프레임을 우선해서 시리즈의 전통적인 재미인 '슈팅'의 즐거움과 정확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하드웨어 자원을 많이 잡아먹는 구간에서는 순간적으로 해상도를 낮춰 고정 60에 가까운 프레임을 유지합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눈속임'도 많이 활용됩니다. 일정 거리 밖의 애니메이션은 30프레임으로 작동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닥 텍스쳐 등은 퀄리티가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워낙에 변화무쌍하고 빨라진 게임성 덕분에 이러한 눈속임이나 해상도 급락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헤일로 5의 싱글플레이 그래픽은 60프레임의 환경 속에서 여타 차세대 게임들과 비교해 봐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상헬리의 고향 행성인 '상헬리오스'와 선조 행성 '제너시스', 본작의 매우 중요한 구조물인 '가디언' 등 다채로운 배경을 무대로 뛰어난 미술적 완성도와 디테일까지 갖추었습니다. 전장의 넓이는 헤일로 1이나 3에 비하면 좁은 편이지만 4보다는 넓고 2와 비슷한 정도입니다. 쏟아져 나오는 물량도 어마어마하고 등장하는 적들 모두가 스크립트가 아닌 개별적인 A.I.로 동작합니다. A.I.의 머릿수와 등장 빈도 역시 하드웨어 사양을 잡아먹는 주범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놀라운 성과입니다.
그러나 싱글플레이 그래픽과 달리, 멀티플레이 그래픽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편은 아닙니다. 수개월 전에 진행한 멀티플레이 베타 때와 비교하면 해상도가 조금 올라간 정도입니다. 새로 추가된 '전장' 모드의 그래픽 역시 퀄리티가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방대한 맵 크기와 24인이라는 참여 인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신경 써서 디테일을 다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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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배경이 등장하는 싱글플레이 미션. |
한층 발전한 그래픽만큼이나 게임 플레이의 재미도 발전했습니다. 저는 FPS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슈팅감, 그러니까 총을 쏘는 행위 자체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패드의 진동이나 타격 사운드 등 부차적인 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격 컨트롤에서 우러나는 순수한 참맛을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번지에서 만든 구 헤일로 시리즈의 슈팅감은 꽤 독특한 편이었습니다. 헤일로 1을 제외하면 총기 사운드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진동이 별달리 강한 것도 아닌데 총질 그 자체에서 오묘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지요. 헤일로 4의 경우 타격감은 전작들보다 나아졌지만, 다소 강해진 에임 어시스트와 몇몇 변화된 시스템 때문에 슈팅의 재미는 전작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반면 헤일로 5의 슈팅감은 전작들의 장점만을 취합한 느낌입니다. 헤일로 4의 타격감에 고전 헤일로 시리즈의 오묘한 슈팅감이 더해져 역대 시리즈 중 '총질 하는 재미'는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대중적인 ADS 조준 시스템을 모든 무기에 적용함으로써 신규 유저들이 조금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근·중거리에서는 노줌샷의 명중률이 더 높습니다. 적에게 피격당할 경우 줌이 풀리는 시스템도 다시 돌아왔고, 덕분에 원거리 무기만 잘 골라 들면 전설 난이도도 어렵지 않았던 헤일로 4와 달리 유기적인 무기 선정과 근접전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던 고전 헤일로 시리즈의 게임성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여기에 스파르탄 돌격과 착지 격파, 추진 팩, 등반, 공중 자세 잡기 등의 다양한 동작이 추가되어서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역동적인 게임 플레이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기술들은 단순히 보기에만 멋진 것이 아니라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 양쪽 모두에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헤일로 4에서는 제한적이었던 전력질주도 무제한으로 바뀌었고, 대신 멀티플레이에서는 질주하는 동안엔 실드가 회복되지 않도록 만들어서 밸런스를 조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헤일로 5의 전투 시스템을 역대 시리즈뿐만 아니라 모든 FPS를 통틀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합니다. 단순히 쏘고 뛰고 달리고 회피하는 그 행위 자체에서 오는 손맛은 너무나도 중독적이며, 덕분에 멀티플레이는 물론이고 싱글플레이를 반복 플레이하더라도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모든 무기에 ADS 조준 방식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변화. |
새로운 기술들의 추가로 근접전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
그렇다면 싱글플레이 레벨 디자인은 어떨까요? 이 역시도 저는 상당히 높게 평가합니다. 레일 슈터 수준으로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헤일로 4와 달리, 고전 헤일로 시리즈처럼 샌드 박스형 맵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전투를 충실히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헤일로 5의 싱글플레이는 여타 FPS 게임들처럼 단순히 은·엄폐를 반복하면서 사격하는 것만으로는 진가를 체험하기 어렵습니다. 복층 구조로 디자인된 맵 도처에는 다양한 무기와 새로운 루트가 숨겨져 있으며, 역대급 물량으로 쏟아지는 적들을 새로이 추가된 무기와 기술들을 이용해 싸워야만 이 게임 본연의 재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다소 붕 뜨는 듯한 조작감을 갖고 있었던 전작들과 달리 헤일로 5의 스파르탄은 슈퍼솔저라는 명성에 걸맞은 임팩트를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서 싱글플레이의 볼륨 논란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사실 헤일로 팬들이라면 헤일로 5의 볼륨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애초에 헤일로 시리즈는 레일 슈터 게임이 아니었던 만큼 유저의 진행 방식에 따라 플레이 타임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본작의 볼륨은 엄밀히 말하면 '전작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보통 이하 난이도로 플레이할 경우 사망하더라도 끊임없이 부활시켜주는 A.I. 때문에 클리어 타임이 단축되다 보니 체감 볼륨이 적게 느껴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스크립트가 아닌 개별적인 A.I.로 작동하는 다채로운 적들의 성향과 협동 인원 및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 구성 등을 볼 때, 실제 콘텐츠의 분량은 역대 시리즈와 비교해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헤일로 5의 주역, 오시리스팀. |
아비터도 등장한다. |
복층 구조의 활용이 중요하다. |
헤일로의 마스코트 엉고이가 완벽 더빙과 함께 돌아왔다. |
여기에 시리즈 최초로 A.I.까지 동원된 4인 협동 플레이가 지원됩니다. 기존 헤일로 시리즈에도 협동 모드는 존재하였지만, 레벨 디자인 자체가 1인 플레이 위주로 만들어져 있었고 협동 모드는 일종의 덤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저 같이 플레이한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었을 뿐, 플레이어들끼리 연계한다는 개념은 미약했던 것입니다. 반면 본작의 협동은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와 비슷한 방식으로 변화했습니다. 싱글플레이를 할 땐 A.I.가 협동 플레이어의 역할을 맡고 분대 명령과 부활 등의 연계 요소도 강화되었습니다. 이처럼 체계화된 협동 시스템 덕분에 캠페인 플레이 역시 반복 플레이할 가치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협동 시스템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A.I.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고난이도로 갈수록 A.I.는 동료라기보다는 귀찮은 짐처럼 느껴집니다. 부활 명령을 내렸다가 앞뒤 안 가리고 뛰어오는 A.I.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현상은 아마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겪어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타 시리즈에는 없었던 일종의 '파티 플레이'를 유도하려 한 것인지 몇몇 몬스터들이 상당히 강화되었는데, 이 점이 고난이도 싱글플레이에서는 커다란 족쇄로 작용합니다. 특히 헌터의 경우 플레이어를 상대로 절대로 등을 내보이지 않고 날아오는 수류탄마저도 쳐내는 무지막지한 A.I.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전 시리즈들처럼 컨트롤만으로 헌터를 사냥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아군들과의 연계가 필요한데, 고난이도 싱글플레이에서는 A.I.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다 보니 상당한 짜증을 유발합니다.
상대하기 까다로워진 헌터 한 쌍. |
등짝……. 등짝을 보자! |
협동 모드에서는 원하는 캐릭터를 고를 수 있다. |
심심하면 엎어지는 A.I. |
다소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극 후반부 레벨 디자인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본작의 레벨 디자인은 전체적으로는 꽤 준수한 편이지만, 나중에는 한 자리에서 디펜스 싸움을 유도하거나 일정 지역을 죄다 훑게 만드는 헤일로 4의 레벨 디자인 문제를 답습합니다. 보스로 등장하는 '워든 이터널'이 지나치게 재활용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1마리만 등장하지만, 나중에는 한번에 3마리, 5마리까지 동시에 출현합니다. 단순히 머릿수만 늘릴 게 아니라 후반부로 갈수록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강화된 워든 이터널을 내보냈다면 보스전의 긴장감을 더욱 높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 비판점은 역시 뜬금없고 불친절한 스토리와 내러티브일 것입니다. 사실 제 경우엔 스토리의 흐름 그 자체엔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지만, 헤일로 4와 스파르탄 옵스에서 진행된 스토리 이후 뭔가 커다란 공백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이는 더 이상 헤일로 시리즈가 '게임'만으로 존재하는 콘텐츠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헤일로 5의 스토리는 소설과 만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갖가지 방식으로 전개되는 미디어믹스의 일부일 뿐입니다. 엔딩에서 대놓고 후속작을 암시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애초에 게임으로 시작한 시리즈인 만큼 게임 내 스토리만큼은 완결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작의 스토리에 쏟아지는 혹평은 정당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슈팅' 그 자체가 본질인 FPS 게임에서 게임 플레이보다는 스토리에 더 많은 무게를 싣고 비판하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집니다.
극 후반부의 레벨 디자인은 다소 아쉽다. |
치프의 비중이 적은 것이 가장 큰 불만. |
우리는 코타나를 잃었지만, 대신 이그주버런트를 얻었다. |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싱글플레이와는 달리 멀티플레이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본작에 새로이 추가된 여러 기술들과 무한으로 바뀐 질주 덕분에 한층 스피디하고 역동적인 대결이 가능해졌습니다. 외양만 보면 헤일로 4의 멀티플레이와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이지만, 게임의 흐름 자체는 헤일로 2나 3와 비슷해졌습니다.
우선 헤일로 4에 있었던 로드 아웃이나 어빌리티를 삭제해서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겨루는 헤일로 본연의 재미를 살렸습니다. 맵 디자인도 평면적이었던 헤일로 4와 달리 복층 구조 활용과 점프가 중시되는 2, 3편의 느낌에 가깝습니다. 무한 질주가 생겨난 관계로 맵을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플레이하는 게임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파워 웨폰 스폰 지점과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맵 구조를 잘 활용하여 시야를 확보하고 아군에게 지원사격을 잘하는 팀이 승기를 잡을 수 있기에 개인 기량을 뽐내기보다는 팀원들과 합을 잘 맞추는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이는 개발 단계부터 프로게이머들이 참여하여 끊임없는 피드백을 주고받은 결과입니다. 고전적인 맵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프로게이머의 조언을 얻어 세세한 부분까지 완전히 새로이 디자인하였고, 그 결과 역동적인 재미와 슈팅감, 거기에 팀플레이가 중시되는 전략성까지 담긴 멀티플레이 모드가 탄생하였습니다. 다소 적응하기 어려웠던 고전 헤일로 멀티플레이와 달리 초심자를 위한 배려도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고전 헤일로 시리즈는 복층 구조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점프 후 앉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아야 했는데, 본작에서는 난간에 자동으로 매달리는 '등반' 기능이 생겨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중요 파워웨폰은 스폰 지점과 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주며, 스파르탄들끼리 주고받는 대화만 잘 새겨들어도 적들의 위치를 대충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역동적인 무빙과 팀플레이가 중시되는 아레나. |
전작들과 달리 대부분의 총기가 쓸만해졌다. |
그럼에도 헤일로 멀티플레이는 여전히 여타 게임들에 비하면 다소 마니악한 축에 속합니다. 대중적인 ADS 조준 방식을 쓰지 않는 게임이고 무빙과 사격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FPS 초보자가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유저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전장' 모드입니다. 일반 전장은 배틀필드 시리즈의 '컨퀘스트' 모드에 AOS 게임의 느낌을 살짝 섞은 것과 비슷합니다.
총 3개의 거점이 존재하고 많은 거점을 확보한 팀이 더 빨리 점수를 얻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일정 시간마다 리젠되는 NPC 적군을 처치하면 추가 점수를 줍니다. 이 점수가 생각 외로 꽤 크기 때문에 거점을 더 많이 점령했다고 해서 손 놓고 있다가는 처치 점수를 빼앗기고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PvP 대결에 강한 유저보다는 전장의 룰을 잘 이해하고 청구 물품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아는 유저가 더욱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모드입니다.
다수 대 다수의 PvP 대결을 원하는 유저들을 위한 '전장 어설트' 모드도 있습니다. 전장 어설트는 약간 축소한 전장 맵을 무대로 공격팀과 방어팀으로 나뉘어 공방전을 벌입니다. 플레이 타임이 일반 전장에 비해 짧은 만큼 가볍게 즐기기 좋습니다. 일반 전장과는 달리 대인전에 능한 플레이어가 많이 참가한 팀이 이길 확률이 높고, 공격팀과 방어팀 사이의 밸런스도 잘 맞아 떨어지는 편입니다.
어마어마한 인원이 참여하는 전장. |
보스급 NPC를 먼저 처치하는 팀이 점수를 얻는다. |
전장에서는 개조 무기와 탈것을 사용할 수 있다. |
전장에서 사용하는 무기와 탈것 등은 '청구' 시스템을 통해 얻습니다. 아레나와 전장을 플레이하면서 쌓인 청구 점수로 무작위 언락 아이템이 동봉된 청구 팩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실버 팩 이상의 청구 팩을 구입하면 무조건 2개의 아이템이 언락되기 때문에 계속 게임을 즐기다보면 언젠가는 모든 아이템을 100% 언락할 수 있습니다. 그 개수가 무지막지하게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물론 엄청난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요. 어쨌든 청구 시스템 덕분에 본작의 멀티플레이는 생각지도 못한 중독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게임 자체의 재미는 차지하고라도 빨리 다음 청구 팩을 사고 싶은 마음에 계속 즐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청구 팩은 현금으로도 구입이 가능하다 보니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사실 굳이 현금을 쓰지 않더라도 충분한 개수의 청구 팩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현금은 한 푼도 쓰지 않았지만 전장에서 사용할 아이템을 차고 넘칠 만큼 얻을 수 있었고 일부는 되팔기까지 했습니다. 더구나 밸런스가 중시되는 아레나 모드에서는 청구 팩으로 얻은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으며, 청구 팩 구매로 생긴 수익은 헤일로 5 대회의 상금으로 사용됩니다. 청구 아이템이 주로 사용되는 전장에서도, 소액 결제의 여부보다는 유저들의 실력과 팀워크에 따라 승패가 결정됩니다. 청구 팩의 상업적인 이용을 비판하기에 앞서, 앞으로 나올 아레나 및 전장 맵팩은 전부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논란의 중심, 청구 시스템. |
청구 팩을 구매하여 외양을 꾸미고 개조 무기를 얻을 수 있다. |
언뜻 봐서는 이 게임에 대해 좋은 평가만을 늘어놓은 것 같지만, 사실 실망한 부분도 있습니다. 일례로 에임 버그 문제가 그렇습니다. 몇 가지 상황을 놓고 실험해 본 결과 에임을 대각선으로 움직이다가 횡이동으로 바꾸는 순간 갑작스럽게 에임 스피드가 느려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슈팅이 본질인 FPS 게임에서 에임 조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안 그래도 전작들보다 미약해진 에임 어시스트 때문에 헤드샷 조작이 어려워졌는데, 여기에 버그까지 겹치다 보니 더더욱 에임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멀티플레이 매칭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최근 들어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전장 매칭이 원활하지 않다는 여러 유저들의 호소는 발매 직후부터 있었습니다. 이는 아시아에 멀티플레이 인원이 적어서 생겨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헤일로 5의 멀티플레이 매칭은 다소 복불복이라 유저의 회선 상태와 시간대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로 나타납니다. 몇몇 유저들은 시간대와 상관없이 어떤 모드를 하더라도 10초 이내에 매칭이 가능하고 북미 유저들과도 팀을 맺어서 플레이한다고 합니다. 제 경우엔 팀 아레나와 슬레이어를 제외한 다른 모드들은 특정 시간대에만 플레이 가능할 정도로 매칭이 불안정합니다. 여타 게임들은 문제없이 돌리는 것을 보면 회선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닙니다.
에임 버그 픽스와 매칭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
그러나 이런 문제들만 조속히 해결된다면, 헤일로 5는 고전 헤일로 시리즈의 장점을 현세대적인 감각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한 수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싱글플레이에는 다소 보완할 부분이 필요하지만 멀티플레이는 분명 역대급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고전 헤일로 시리즈의 장점과 플레이 감각은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론 새로운 플레이 방식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후속작을 기대할 여지도 충분합니다. 343 인더스트리는 본작에서 추구한 다양한 변화를 통해 더 이상 번지에서 만든 구 헤일로 시리즈에 얽매여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올드팬들 사이에서 분명 논란거리를 불러오겠지만, 변혁을 추구하는 시리즈로서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스스로가 '올드 헤일로 팬'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헤일로 5를 즐기면서 연출 부분 만큼은 번지의 스타일이 더 좋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판단했을 때,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이라는 것이 제 평가입니다. 본작에 대한 대중적인 반응은 결국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 혹은 멀티플레이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갈릴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평가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수많은 팬들의 의견이 모여 후속작에 충실히 반영되길 기대합니다. 헤일로 5는 다소 평이 갈렸던 헤일로 4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을 충실히 반영하여 완성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한 번 더 거친다면, 차후 발매될 헤일로 6는 분명 더 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훌륭한 시리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앎. |
다음 작품에서는 흑형보다는 원사님과 더 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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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해결법이 난이도 조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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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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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는 진심 6로 가기위한 발판인 느낌;; 응가 싸려고 힘줬더니 방귀만나온 느낌? 먼가 터질려다가 끝나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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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리뷰 중에 가장 정확한 리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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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2편도 이 전쟁을 끝내러 왔습니다 하고 끝나는 데 시리즈 팬이면 스토리 중간에 끝난 느낌가지고는 뭐라할 거리는 아닌듯 분량도 사실 짧은 편도 아님. 역시 문제는 광고와 다른 스토리 흐름. 찾아 봐야만 알 수 있는 스토리 공백..... 게임 플레이 자체는 정말 쩔게 나와서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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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는 진심 6로 가기위한 발판인 느낌;; 응가 싸려고 힘줬더니 방귀만나온 느낌? 먼가 터질려다가 끝나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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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2편도 이 전쟁을 끝내러 왔습니다 하고 끝나는 데 시리즈 팬이면 스토리 중간에 끝난 느낌가지고는 뭐라할 거리는 아닌듯 분량도 사실 짧은 편도 아님. 역시 문제는 광고와 다른 스토리 흐름. 찾아 봐야만 알 수 있는 스토리 공백..... 게임 플레이 자체는 정말 쩔게 나와서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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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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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11.18 16: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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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해결법이 난이도 조정인가요...;;; | 15.11.18 21: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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