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유저들이 '저니(JOURNEY)'를 처음 플레이하게 된다면, 꽤 당황스러울 겁니다. 지난 3월 13일 PSN 다운로드 전용 게임으로 출시된 저니는 게이머들에게 게임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전달하지 않습니다. 최근 게임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튜토리얼 모드나 장대한 세계관을 설명해주는 도입부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외우기도 벅찬 현란한 네이밍 센스의 캐릭터도, 그리고 그런 캐릭터들끼리의 대화도 없습니다. 뭐 이런 게임이 다 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여행의 끝에 다다른 후의 감상은, 정말 여러 의미로 말이 필요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모래와 바람, 그리고 여행자가 본 작품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
플레이를 시작하면 과연 이게 게임이 맞는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저니는 최근 게임의 제작 문법에서 어긋나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화면에는 제대로 된 유저 인터페이스도 없고, 황량한 사막에 기이한 생명체(인지도 의심스러운)가 덩그러니 있습니다. 그나마 제작사가 유저에게 보여주는 최소한의 친절함은 모션 센서 기능을 이용한 화면 전환, X/O 버튼을 누르면 가능한 기능 정도를 설명해주는 정도로 그칩니다. 본 게임을 통해 유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다만 흘러가는 상황을 보고 유추하게 만들어줄 뿐입니다.
실제 플레이 시에는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는 모션 센서 기능. |
처음에는 뭔가 싶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자막 한글화라는 형태로 정식 발매되었지만, 한글을 볼 수 있는 장면은 게임을 기동했을 때 뜨는 경고 화면이나 약간의 설명문 이외에는 없습니다. 솔직히 아랍어 버전으로 플레이하라고 해도 100% 문제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저니는 텍스트에 의존하는 게임이 아니며, 모든 것을 유저 스스로 유추해내는 방식으로 정보가 전달됩니다. 첫 플레이 시에는 뭔가 싶었던 부분도 두 번째 여행을 떠나게 되면 조금씩 이해가 갈 것입니다. 처음부터 저니에 대해, 그리고 스토리나 설정에 대해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부담 없이 여행을 떠나면 그만입니다.
어쨌든 한글이 나오긴 합니다. |
하지만 게임 안에서는 아무런 말이 필요 없지요. |
이유는 모르지만 저 멀리 보이는 산으로 가야 하나 봅니다. 그리고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러 돌이켜보면 결국 그것이 전부입니다. 다양한 색채의 배경이 등장하지만 유저들은 멀리 보이는 산을 향해 묵묵히 걸어나갈 뿐입니다. 그 과정에는 어떠한 대사도 없고, 충격적인 음모와 배신이 도사리지도 않고, 후속작을 위한 뻔히 보이는 떡밥과 다운로드 콘텐츠의 탈을 쓴 언락 콘텐츠도 유저들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담백하고 가공되지 않은 바람의 여행자 이야기는 다양한 첨가물에 익숙해진 게이머들에게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매체의 호평과 유저들의 절찬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쨌든 저기 저 산이 목표인 듯. |
주인공이자 플레이어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녀석. |
저니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고, 그러한 규칙은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빠르게 이해가 가도록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비주얼로 연출됩니다. 그리고 게이머들은 그러한 몇 가지 규칙을 가지고 걸어가거나, 혹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 됩니다. 게임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지만 알기 쉬우며, 단순한 구조지만 몰입도는 높습니다. 타이틀 그대로 유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목적지를 향해 걸어갑니다. 아날로그 스틱과 O/X 버튼으로 여행을 시작하고, 여행의 끝 역시 처음과 같은 시스템으로 끝납니다. 딱히 조작 체계를 리뷰에서 설명한다는 게 무의미함에 가까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금만 플레이해보면 금세 규칙을 파악할 수 있다. |
게임의 진행은 약간의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같은 곳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게 하거나 머리를 아프게 할 정도의 퍼즐이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몇 가지 규칙을 활용해서 길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입니다. 약간의 점프 액션과 길 찾기만 신경 쓰면 미니 맵이나 도우미 없이도 신기하게 각 챕터의 목적지까지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됩니다. 적이라 부를 수 있는 거대한 존재도 여행 도중에 만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전투는 발생하지 않습니다(일방적으로 맞을 뿐이죠). 전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미리미리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는 게 전부입니다.
가벼운 수준의 퍼즐이나 길 찾기가 준비되어 있다. |
적은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도망쳐야 하는 신세. |
마치 스노우보딩 게임을 하는 듯한 구간도 있다. |
플레이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두 시간 정도면 모래 공포증이 아닌 이상 모든 게이머들은 짧은 여정을 끝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플레이 시간이 수십 시간에 달하는 다른 게임들 못지않게 게임을 끝내고 난 뒤의 여운은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욱 많은 시간이 흘러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꾸준히 이야기할 게임 중 하나로 남을 것입니다. 뭐가 뭔지 잘 몰라 헤맸던 첫 여행이 끝나면, 다시 한 번 더 여행을 떠나 미처 눈을 돌리지 못했던 주위를 차근히 둘러보아도 좋습니다. 트로피 리스트를 보면서 소소한 달성감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입니다.
여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
온라인 기능은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게임 속에 녹아 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땐 NPC인가 싶었던, 생김새는 같지만 목에 두른 스카프의 길이만 달랐던 여행자들은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어딘가에서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다른 유저의 모습입니다. 약간의 하이라이트 연출과 O 버튼 하나로 의사소통 비슷한 것을 통해 함께 빛을 만들어가며 여행을 하게 됩니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제대로 된 의사소통도 할 수 없지만 저니에서는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약속 시각과 장소를 정해서 함께 협력 플레이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처음 플레이할 때 다른 사람이 옆으로 이동하길래 왜 그러나 싶었더니…. |
묵묵히 걸어나가는 와중 우연히 만나게 되는 여러 여행자들. |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제작자들이 영화와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했고,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저니를 플레이해보았을 때, 게임도 게임 그 이상의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게이머에 따라 취향이 다르며 리뷰에 주관적인 평가가 너무 짙어도 문제겠지만, 클라우드(Cloud), '플로우(flOw), '플라워(Flower)'에 이은 '댓게임컴퍼니(thatgamecompany)'의 네 번째 작품 저니는 그동안 무수한 게임 제작자들이 만들고 싶어했던 '영화 같은 게임'에 상당히 근접한 결과물이라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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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핸더가 생각나기도 하는 댓겜컴퍼니의 로고. |
PC로 제작된 클라우드. |
PS3로 플레이해볼 수 있는 플로우와 플라워. |
2시간 정도의 짧은 플레이 시간에 함축된, 단순하지만 흡입력 있는 여행 이야기는 회사가 기울 정도의 제작비나 엄청난 스케일의 화려한 영상, 사전 두께의 대사집, 게임 플레이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이벤트 영상과 예쁘고 늘씬한 캐릭터가 없어도 얼마든지 영화와 같은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줍니다. 다른 회사가 제작한 많은 타이틀을 비하하려는 것도 아니고 저니가 완벽한 게임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아무런 기대 없이 플레이를 시작한 유저들에게 저니는 깊은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멋진 작품입니다.
큰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니의 겉보기 등급이 기준 이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작자가 표현하려는 내용물을 충분히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는 비주얼과 귀를 편안하게 하는 사운드가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치 숨을 쉬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의 모래 세계는 제법 그럴싸한 화면을 만들어내고, 챕터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식상함을 줄여줍니다. 심연과도 같은 어두운 배경과 노을에 반사되어 마치 바다를 보는 듯한 배경, 그리고 여행자가 바스러질 듯한 폭설과 거센 강풍도 여행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패키지 게임은 아니지만, 눈과 귀가 즐거운 게임입니다.
물론 게이머들의 여행을 괴롭히는 문제는 있습니다. 게임이 멎어버리는 프리징 문제는 매우 거슬리는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저니는 게임의 흐름을 중시한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짧은 플레이 시간 동안 플레이의 흐름을 끊는 연출을 자제하고 기나긴 로딩 화면 또한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챕터를 끝내고 짤막한 영상이 흐르고 다시 다음 챕터로 빠르게 이어지는 형식인데,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프리징 현상은 흐름을 중시한 본 게임의 스타일을 망치곤 합니다. 후반부 잠시 어두운 화면이 길게 나오는 연출에서도 덜컥 프리징 현상이 발생했나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부드러운 모래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
마치 바다와도 같은 모습. |
많은 게이머들이 감탄했을 연출. |
감성이란 단어를 어디서도 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최첨단 기술이 결집된 스마트폰/태블릿은 물론, 정치란 뉴스에서도 감성이란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야구 FA 계약에서도 돈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가온 팀이라서 그 팀을 선택했다는 감성 돋는 기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감성의 홍수가 펼쳐진 세상이기에 반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니의 후반부 연출과 엔딩(이라 정의하기엔 모호하지만), 그리고 본 작품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BGM의 멋진 완급조절은 엄청난 카타르시스와 함께 많은 게이머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관을 새겨줄 것입니다.
하나의 여행이 끝을 보이고…. |
여행자는 마지막 걸음을 재촉합니다. |
XBLA로 등장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브레이드'와 마찬가지로 저니 역시 PSN이라는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게임입니다. 게임기와 게임만 사면 다른 건 굳이 생각할 필요 없던 비디오 게임 업계였지만, 이젠 그것만으로는 그치지 않고 복잡하게 이것저것 따지고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고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다소 관성적인 내용의 타이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저니를 통해 보여주는 댓게임컴퍼니 특유의 게임 작법은 분명 신선한 시도이고, 게임 업계 전체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게임이 저니와 같은 스타일로 나와도 곤란할 것입니다. 하지만 스태프 롤이 끝나고 난 뒤 조용히 여운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수만 있다면, 게임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즐거울 것입니다. 플레이 동영상도 사이트를 통해 올라가고 지금 이렇게 리뷰까지 쓰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가급적 아무런 정보 없이 저니를 플레이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짧은 플레이 시간의 게임이지만, 어쩌면 가장 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저니는 최근 들어 기운 빠지는 내용물로 채운 몇몇 게임 속에서 건질 수 있는 귀중한 타이틀입니다.
BGM의 적절한 완급 조절이 인상적이다. |
서두르자. 바람이 멎기 전에. |
묘비 같기도, 쉼터 같기도, 때로는 바람을 막아주는 대피소 같기도 한 수많은 구조물을 뒤로하고 걸어가는 여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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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란스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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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이 바람, 울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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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야키소바 빵 할인 판매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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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겜은 모르는 사람과 둘이서 한다는 점이 더욱 감동과 재미를 주는것 같더군요 경험자가 초보가 트로피를 딸수있게 이끌어주고 그초보가 숙력자가 돼서 다른 초보를 이끌어주고요 산에 오르기전 동영상에서 여지껏 지나온 챕터를 벽화로 보여주는데 거기에 두명이 그려져 있는걸 보면 아 이름도 모르는 이사람과 이렇게 여기까지 왔구나 하면서 폭풍같은 감동이 몰려오죠.. 정말 플3유저라면 필구 타이틀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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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타임이 약 1.5시간 정도에서 3시간(이것도 공략을 모르고 모든 벽화와 심볼을 수집한다는 가정하에)정도밖에 안되는 게임이고 18100원이라는 생각보다 비싼가격이 모든 단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게임입니다. 진짜 왠만해서는 그래픽이 '멋있다'에서 그친다면 이건 진짜 '환상적'이다 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그래픽에서도 멋지고 잔잔히, 혹은 빠르게 흐르는 BGM또한 너무 멋졌습니다. 특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행을 다니다가 우연히 모르는 사람(XMB메뉴에서 나오는 같이 플레이한 사람에도 목록이 안뜹니다. 스쳐갔던 사람이 누군지는 그 사람의 기호를 보고 스탭롤 맨 마지막에 나오는 기호 뒤에 나오는 PSN ID로만 알 수 있습니다.)과 같이 힘을 합쳐 고난과 역경을 해쳐나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찡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차티드3의 사막이나 언차2의 설원의 모습보다 저니의 사막과 설원의 모습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다들 저니하세요. 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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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타임이 약 1.5시간 정도에서 3시간(이것도 공략을 모르고 모든 벽화와 심볼을 수집한다는 가정하에)정도밖에 안되는 게임이고 18100원이라는 생각보다 비싼가격이 모든 단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게임입니다. 진짜 왠만해서는 그래픽이 '멋있다'에서 그친다면 이건 진짜 '환상적'이다 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그래픽에서도 멋지고 잔잔히, 혹은 빠르게 흐르는 BGM또한 너무 멋졌습니다. 특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행을 다니다가 우연히 모르는 사람(XMB메뉴에서 나오는 같이 플레이한 사람에도 목록이 안뜹니다. 스쳐갔던 사람이 누군지는 그 사람의 기호를 보고 스탭롤 맨 마지막에 나오는 기호 뒤에 나오는 PSN ID로만 알 수 있습니다.)과 같이 힘을 합쳐 고난과 역경을 해쳐나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찡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차티드3의 사막이나 언차2의 설원의 모습보다 저니의 사막과 설원의 모습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다들 저니하세요. 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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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야키소바 빵 할인 판매 한대! | 12.04.06 21: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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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이 바람, 울고 있어요. | 12.04.06 21: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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