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기 블루스
비밀 번호를 아는 문 앞에서
마치 모르는 것처럼 아무 번혼나 눌러서
들어가지 못해야만 하잖아요
사랑하는데 사랑하지 못하겠다고
말해야만 하잖아요
내 이야기는 들려줄 수도 없고
당신 새 방의 향기는 맡아볼 수도 없게 됐잖아요
털썩
작곡을 한다는 고래의 노래를 들으러
그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요
낮에도 밤에도 밤일 그곳에 들어가
송장 같은 내 몸을 침대에 던질래요
침대 사준다고 해놓고
그 약속도 못 지키게 됐잖아요
그래도 드리고 싶은 마음 억누를 수 없어
드리긴 드려요 들어보세요, 당신이 좋아할
라디오헤드의 새 노래를
드리긴 드려요,라는 표현을 쓰게 됐잖아요
누구 잘못이 아니라
그렇게 됐다구요
앞으로의 시간이 붉은 날고깃덩이처럼
내 앞에 던져져요
그걸 나 혼자 어떻게 구워 먹으라고
어떻게 그걸 질겅질겅
혼자 씹으라고
(첨부 파일) radiohead_bodysnatcher.mp3
당신의 텍스트
성기완, 문학과지성 시인선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