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1
“광주 수산시장의 대어들.”
“육질이 빨간 게 확실하네요.”
“거즈 덮어놓았습니다.”
“에미야, 홍어 좀 밖에 널어라.”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여러 시신들 사진과 함께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이다.
“우리 세월호 아이들인 하늘의 별이 된 게 아니라
진도 명물 꽃게밥이 되어 꽃게가 아주 탱글탱글
알도 꽉 차 있답니다~.”
요리 전의 통통한 꽃게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포스팅에 ‘좋아요’는 500여 개이고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댓글은 무려 1500개가 넘었다.
‘좋아요’보다 댓글이 더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환호한 사람들은
모두 한번쯤 내 옷깃을 스쳤을 우리 이웃이다.
문득 영화「살인의 추억」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범인을 찾은 듯 관객들을 꿰뚫어보는
송강호의 날카로운 눈빛이 떠오른다.
범인은 객석에도 숨어 있고 우리집에도 숨어 있지만
가장 보이지 않는 범인은 내 안의 또다른 나이다.
악의 평범성
이산하, 창비시선 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