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을 팔고, 어린이날에는 놀이동산
을 판다. 학원에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하고, 골프장에서는
비즈니스를 판다. 목사님은 천국을 파고, 무당은 액운을 판
다. 약장수는 능력을 팔고, 남자는 두 눈을 감기 전까지 한
눈을 판다. 남편은 종종 우정을 팔고, 건설업자와 결혼정보
회사는 행복한 가정을 판다. 치과는 환한 미소를 팔고, 성
형외과는 연예인을 판다. 주류회사는 더 순한 것을 팔고,
치킨 집은 깨끗한 기름을 판다. 과장은 차장을, 차장은 부
장을 판다. 우리는 연대를 팔고, 사장님은 마침내 회사를
팔아 치운다. 뉴스는 프레임을 팔고, 프레임은 언제나 사각
지대이다. 군수업자는 안보를 팔고, 경찰은 지팡이를 판다.
정치인은 생면부지의 국민을 팔고, 스스로를 국민으로 호
명한 사람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국가를 판다. 삶이 다른
죽음을 팔아 챙긴 것이라면, 죽음은 남은 삶을 팔아 쟁취
한 것. 때때로 시인은 자기를 팔지만, 팔자는 못 고친다.
써칭 포 캔디맨
송기영, 민음의 시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