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 가을 저녁 일곱시의 시
삼겹살 파티가 끝난 뒤
그들은 설산을 넘어 레로 갔고
홀로 남은 그는
캘커타로 갔다
로컬버스를 타고
야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방향은 각기 달랐지만
밤하늘의 별들은 고요히 빛났다
우리가 하루에도 서른번씩 마흔번씩
서로 헤어지는 이유는
덜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상의 시계판 위에 가을 저녁 일곱시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을 미워했고
우리는 우리를 미워했다
나무들의 몸을 떠난 낡은 잎들이
오랫동안 국경 마을을 떠돌고
흰 눈이 내리고
그해 태어난 강아지들이
눈 덮인 초등학교 운동장에 분주히 발자국을 찍는 동안
봄이 오고
새로 핀 꽃가지들과 함께
당신은 또 카트만두로 갈 것이다
하루에도 서른번씩 마흔번씩
서로 사랑하고 아파하며
물속의 빵을 나누다가
더욱 견고해지거나 부스러질 것이다
와온 바다
곽재구, 창비시선 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