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에 해악성에 대해서 모르시는 건 아니시겠죠?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담배에 들어간 타르 성분이 발암물질이라는 건 오메가 씨도 당연히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런 거 일일이 신경쓰고 사는 사람이 있던가요? 피우고 싶으면 피우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거기다가 바이오로이드는 암에 걸리지 않는 걸요.”
“그건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멸망 전에 어느 여자 해군 장교는 2세대 슈퍼솔져였음에도 불구하고 골육종에 걸려서 사망했었습니다. 여자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암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뒤였고, 이미 그 때는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었었다구요.”
“물론 그 사람은 담배를 펴서 죽은게 아니라 방사능 사고 때문에 죽은 거지만요.”
“그거랑 저랑 뭔 상관이죠? 슈퍼솔져랑 바이오로이드가 같나요?”
“예, 같습니다. 생물학적으로요. 단지 자연태생이냐 인공적으로 태어났냐 차이일 뿐입니다.”
“그냥 별 거 아니예요. 다른 인종일 뿐이죠. 단적으로 말해드릴까요? 흑인이랑 아시아인이 결혼해서 임신을 하고 애를 낳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던가요? 마찬가지예요. 바이오로이드들도 임신을 하잖아요. 결국 바이오로이드 인간도 자연 태생의 인간의 또 다른 아종일 뿐입니다.”
“생물학적 관점으로요?”
“네, 생물학적 관점으로요.”
“흐음... 다우드 씨? 아까 본인 입으로도 말씀하긴 하셨는데...”
“가급적 바이오로이드가 인간이라는 소리는 회장님 앞에선 하지 마세요. 그 말 엄청 싫어하니까요, 그 양반.”
“알고 있어요. 회장님은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부터도 꽤나 알아주는 인종차별주의자였으니까요.”
“어머, 그랬나요?”
“오드리스콜 회장님은 이스라엘계 유대인을 제일로 싫어하고, 그 다음 동급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아시아인을 싫어하십니다. 히스패패닉계야 말할 것도 없고. 정작 본인도 아일랜드계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애초에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곳이잖습니까. 그런 곳에서 인종차별이라니...”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저는 운이 좋았죠. 팔레스타인임에도 불구하고 회장님의 눈에 띄었으니깐. 다만 회장님 성격을 생각해보면 완전 순수하게 저에게 후원을 해주신 건 아닌 것 같고... 아마 처음에는 이스라엘 사람한테 후원을 해주니느니 차라리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후원하고 말겠다는 그런 심보였을 지도 모르겠네요.”
“뭐 이상할게 있나요. 심성이 뒤틀릴대로 뒤틀린 양반이니까요.”
오메가는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뱉으며 다우드 박사의 말에 대답하였다.
매케하지만 뭐랄까, 자기가 물고 피웠을 때랑 다르게 오메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는 묘하게 아로마 향기가 나는 기분이 들었다. 다우드 박사가 생각해봤을 때, 이건 담배 냄새 안에 오메가의 페로몬이 같이 뒤섞여 나는 냄새였다. 남이 피우는 담배 냄새가 이렇게 달콤쌉싸름하게 날 수도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수분 보충용으로 가져다 둔 위스키 잔에 채워진 제로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다우드는 오메가를 향해 천천히 운을 뗐다.
입 안에서 톡 쏘는 탄산의 청량감과 동동 띄워져 있던 얼음 덕분에 온도가 차갑게 식어 머리가 띵할 정도로 느껴지는 시원함 덕분에 제대로 말을 하는데까지 약간의 시간 차가 있었다.
“후원을 받아온 입장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좀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오드리스콜 회장님은 그렇게 훌륭한 보스는 아니예요. 리더는 더더욱 아니구요. 전 전문경영인이 아니지만, 그래도 옆에서 봤을 때 회장님은 경영인으로선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호오~ 그래요? 의외네요. 회장님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실 줄은.”
다우드 박사의 말에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흥미롭다는 듯 귀를 기울였다.
다우드 박사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이 의외였고, 또 자기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김지석과 앙헬 리오보로스에 비해 콜름 오드리스콜 회장은 경영능력이 떨어지는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는 내부에서부터 쌓아올리는 정석적인 방식의 경영능력보다는,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외부의 적을 제거하여 회사를 키우는 데에 능력이 뛰어났다. 단적으로 말해서, 지금 있는 펙소 콘소시엄은 누군가가 피땀흘려 정성스레 키운 회사 위에 세워진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의 피해자인 안나 보르피예프 박사가 그 예시였다. 필요하다면 주식시장의 시가조작부터 시작하여 돈으로 매수한 기자들을 불러다가 언론을 조작, 통제하고, 심지어는 상대 기업의 경영진 임원을 납치, 고문, 살해하기도 하였다.
오드리스콜 회장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상대 회사를 인수하거나 무너뜨려가면서 펙스를 키워왔고, 오드리스콜 회장은 이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 인수합병 방식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룬더 인더스트리도 마찬가지로 오드리스콜 회장의 공격적 인수합병 방식으로 오메가 그룹에 편입시키려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오드리스콜 회장이라 할 지라도 연합전쟁 전에 국가를 안배로 둔 에너지 회사를 강제로 인수합병을 할 수는 없었고, 그로 인해 그룬더社에 대한 인수합병은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오드리스콜 회장의 처음이자 마지막 인수합병 실패였다.
보스로서는 또 어떤가? 자기 말에 거역하면 가차 없이 처단하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보스 이전에 리더로선 그냥 말짱 꽝이었다.
그나마 완전 블랙까지는 아니고, 사람이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는 것 정도는 아는 사람이었기에 기업 내부의 사람들을 함부로 막 대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적어도 바이오로이드가 법적으로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던 시절에도 나름대로 인간 대우를 해주긴 했었다. 대표적으로 바이오로이드 출신으로 기업 이사까지 올라갔었던 에버롯 유미 이사가 있었다. 물론 연합전쟁 끝나기 무섭게 바이오로이드들을 다 개차반으로 대하였지만 말이다.
성격 괴팍하고 더러운 걸로 치면 거의 뭐 덴세츠의 요시미츠 회장급, 혹은 그 이상인 양반이었다.
그래서 방법이 어찌되었든 간에 벌어들이는 수식은 짭짤해도 아무도 그의 방식을 따라하려고, 그리고 그를 따라나서려고 하지는 않았다.
오메가도 본인이 좋아서 그를 옆에 두고 보좌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게 최초이자 유일한 명령권자인 오메가 회장의 명령이니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거지.
명령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갈아치우고 자기가 펙스의 회장이 되고도 남았을텐데...
“펙스가 인류를 재건하고 세계 정복을 하면...”
“... 과연 회장님께선 그 세계를 감당하실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계 정복이 독이 든 성배라고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뇨, 그런게 아니예요.”
“회장님은 애시당초 그럴 만한 재목이 안 된다고라고 말하고 싶은 거였습니다.”
“!!...”
-----------------------------------------
https://novelpia.com/viewer/3523284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되어준답니다!
링크를 타고 본편을 마저 읽어주신 뒤 댓글 꼬옥! 추천 꼬옥 한 번 부탁드리겠읍니다!
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사실 오메가도 철의 왕자도 다른 거 제쳐두고 가장 큰 재앙은 뽀자드가 아닐까요?
(IP보기클릭)119.206.***.***
(IP보기클릭)125.179.***.***
아 둘이 보호기였군! | 24.05.15 22:4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