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누님!! 이곳이오! 어서 빨리!""헉... 헉... 헉... 크윽...!"
누가 보아도, 실명한 맹인 조차도 알아차릴 정도로 용매가 못 생겨보이는 사내가 다급하게 상처입은 그녀를 불렀다. 상황대로 다급하게 달려오는, 검을 든 흰 옷의 여협이 그의 손을 잡고 어두컴컴한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상처를 입은 듯, 흰 소매자락에 검붉게 선혈이 굳어져 있었다. 그녀의 호흡은 가빴고, 동굴 안의 싸늘함에 이를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기 시작했다.
못 생긴 조활이 용상의 심상찮은 의중을 보고는 손을 그녀의 이마에 대고 상황을 살폈다.
"이, 이런. 몸이 불덩이잖아? 이 몸으로 저 무리들을 헤쳐 왔단 말인가? 빠, 빨리 체온을 유지할 방도를 찾아야..."
조활은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다녔던 약주머니를 꺼내들어 뒤적거리더니 단약 하나를 빼어냈다.
"평소에 상비약이라고 가지고 다녔던 온은단(溫恩丹)이 이런식으로 사용될 줄이야. 천만다행이군. 자, 상 누님. 입벌리시고 꼭꼭 씹으시오. 내가 만든 이 약은 몸에 미독이 있다면 그것을 해칠 것이며, 이름대로 온화한 기운을 북돋게 해줄 것이오. 조금 쓰겠지만 화과자도 있으니 그건 걱정말고."
"으으..."
용상은 조활의 대처에 일단 입을 열었고, 온은단을 그녀의 자그마한 입술을 비집어 넣어 씹게 하였다. 엄청은 아니지만 약재의 쓰디쓴 맛에 얼굴이 찌푸려지자 같이 가져온 작은 화과자도 입에 물려 씹혔다.
"일단 약은 됐고, 어디..."
조활은 어떤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
.
.
.
.
졸졸졸.
"있다!"
조활은 서둘러 빈 표주박을 들고 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다행히 지하수가 흐르는 장소를 찾아 주변의 냄새를 맡고, 물을 맛보았으니 깨끗한 것 임을 확인하고 표주박에 물을 담아 뚜껑을 봉해 다시 쓰러져있는 용상에게로 돌아갔다.
"상 누님. 자, 물 드시오. 당장 물은 데울 수 없지만, 깨끗한 지하수이니 안심하고 어서."
꿀꺽, 꿀꺽.
"하아, 하아... 조, 조 동생..."
조활은 서둘러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댔지만, 이제 막 단약을 먹었을 뿐이라 쉽사리 체온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작았는지 들리지 않았나보다. 그녀의 말을 무시해버린 채 몸 주변을 살피며 상처가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일단 상처 치료부터."
못 생긴 그는 용상이 입은 검상을 자세히 보고는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약상자에서 금창약을 꺼내 환부에 고루 발랐고, 자신의 소매를 찢어 정성스럽게 감았다.
"휴... 치명상은 아니지만 이 증세는 염은독(殮慇毒)이구나. 다행히 온은단이 가벼운 독 정도는 막을 수 있도록 조제되었으니 몸에 뿌리내려 퍼지기를 기다려야겠군."
"조, 조 동생."
그녀가 부르는 소리를 이제야 알아챘다.
"사, 상 누님! 괜찮소? 대체 저들은 무슨 무리들이오?"
"추, 추, 추워..."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뒤이어 발견했다. 아차 싶었다.
"윽.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한 것 같은데, 온은단의 효능이 몸에 도는 시간을 고려도 안하고 누님의 체온을 그새 잊고 있었네. 상 누님, 많이 춥소?"
그녀는 눈을 감고 그저 덜덜 떨 뿐이었다. 조활은 사방을 둘러 보았지만 동굴 속, 새까만 암흑에서 적응시야를 가졌대도 불을 피울만한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이 입던 옷을 모조리 벗어 그녀에게 덮어씌웠다. 약상자를 감싼 보자기마저 그녀에게 덮었으니 속곳을 제외하고는 알몸이 되어버렸다.
"뭐, 어때. 일단은 환자가 우선이야. 나는 좀 떨어져서 운기하면 따뜻해지겠지. 내 스스로가 대주천(大周天)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해보자. 정 안되면 소주천(小周天)하여 진기를 체온으로 변온해야겠어. 살다살다 공력을 체온으로 운용해볼 기회가 생기다니. 진귀한 경험이구만."
그말을 하고는 누워서 덜덜 떨며 눈을 감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차마 그녀를 맨몸으로 안을 수는 없잖아. 욕심이야. 그녀는 아름답고 순수하며 고결하지만, 나같은 용모 불한당 같은 놈이 그녀를 더럽혀서는 안돼. 마음만은... 그래, 마음만은 간직하는 걸로..."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그녀를 등진채 스스로 운기조식하며 몸을 데우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좀 춥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어, 어머니? '
소녀는 새까만 어둠 속에서 어미를 찾았다. 하지만 금방 아지랑이처럼 사라지고는 그 자리에 아무도 있지 않았다.
' 아, 아버지? '
소녀는 새까만 어둠 속에서 아비를 찾았다. 하지만 금방 아지랑이처럼 사라지고는 그 자리에 아무도 있지 않았다.
다급히 소녀는 떠오르는 누군가를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이가 없어 주저앉았다.
' 어, 어머니? 아버지? 다들 어디에 계신거에요? 소녀는 무섭습니다. 무섭습니다... 흑흑... '
조그만한 볼을 타고 떨어진 가느다란 눈물 방울이 땅을 적셨다.
티잉!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려퍼지는 곳을 바라보니 익숙한 검 한 자루가 꽂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비의 검이었다.
' 천상검(天上劍)? 왜 이런 곳에... '
소녀는 천상검을 뽑아들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다시 눈물방울이 바닥을 적셨다.
팅!
눈물방울이 떨어진 자리를 중심으로 빛이 희미하게 파동쳐 퍼져나갔고, 누군가가 형상만을 남긴채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소녀는 그에게 뭔지 모를 따스함을 느꼈고,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 깨닫고는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편안했다.
따스했다.
자신이 찾아 헤매던 아비, 어미보다 믿을 만한 기분이 들었다. 소녀는 물었다.
' 당신은 누구신가요? '
그가 답했다.
' 당신을 사모하는 사람입니다. '
그녀가 물었다.
' 어째서 나를 사모하시지요? '
그가 답했다.
' 당신이야말로 말로는 표현하기 부족한 아름답고 강한 여성이라 그렇습니다. 제 인생을 통틀어 하나 뿐이라고 여겼던 그녀를 시집보내고 황폐해져 오갈데 없던 제 마음을 다독이며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신 은인입니다. 당신은 무공의 선배로서 배울 점이 많은 여협이니 마땅히 당신을 따라가 수발을 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다만, 제 옳지 못 한 용모때문에 한 발치 멀리서 사모할 뿐입니다. '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야, 동생. 너는 얼굴이 못 생겼다고 자책할 필요 없어. 세상에 잘못이 있다면 동생의 얼굴이 문제가 아니라, 동생의 바른 성정과 큰 포부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좁은 속이 문제인 것이야. 그러니 좀 더 가슴펴고 당당히 걸음을 걷는거야. 그들의 못 난 성정을 즈려밟고 나아가는 거야. '
그가 말했다.
' 누님의 그 말 한 마디에 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나아갈 원동력을 만들 수 있었소. 그러니, 이제는 내가 당신을 발벗고 구해드리리다. 자. 내 손을 잡고 이 어두운 공간에서 나갑시다.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으응....."
그녀가 깨어났다. 상처를 살펴보니 어느새 아물어 있었다. 펄펄 끓던 열은 사라지고 온몸에 따스한 기운이 돌고 있었다. 주변을 시선으로만 돌아보다가 허리를 세워 일어서니 자신을 덮고 있던 옷가지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이, 이건..."
옆을 돌아봤다.
"꺅! 뭐, 뭐야!?"
발가벗은 채로 누워있는 사내가 보였다.
"누, 누구지...? 게다가 이 옷, 당문의 것인데... 서, 설마?"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아주 잘 아는 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조, 조 동생? 뭐야 이 몰골은??"
그러고는 다시 자신을 살펴보았고, 그의 옷 가지가 자신을 덮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나를 위해 가진 것을 다 덮은 거야??"
조활은 그저 추위에 누워 부들부들할 뿐이었다.
"도, 동생! 어서 옷 입어! 누나는 돌아설게...!"
조활은 그녀의 말대로 힘없이 일어나 천천히 옷가지를 입었고, 추위가 극심했는지 그대로 누워 부들부들 거릴 뿐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했던 것 처럼 자신의 옷을 제외한 덮을 것들을 덮어주었지만, 쉽사리 추위가 가시지 않아보였다. 아직 새까만 새벽이었고, 덮친 격으로 동굴 안이었으니 운기 한들 그 온기가 금방 꺼질 법 했다. 하물며 무공에 서툰 동생이었으니 스스로가 운기 할 여력이 없었으리라.
용상은 입을 굳게 다물고 누워있는 그를 등 뒤로부터 끌어안았다. 그는 화들짝 놀랬다.
"사, 상 누님. 지금, 뭐하는...!??"
그녀는 순간 꿈 속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 당신을 ......하는 사람입니다. '
꿈 속에서 겪은 모든 일들이 안개가 낀 듯,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나마 기억에 남는 목소리가 흐릿하게나마 머리속에 남아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자신의 몸이 먼저 그에게 움직여버렸다.
"조 동생의 체온이 많이 떨어졌어. 하물며 동굴 안이야. 나는 스스로 운기 할 수 있으니 괜찮아. 네가 나를 위해 헌신했으니, 나도 응당 너에게 할 수 있는 도리를 하는 것이야. 지금은 그냥 보온하는 것에 집중해."
"으으..."
그는 그녀가 안은 느낌에 남성으로서 황홀했지만 그것도 잠시, 추위에 뒤덮여 황홀감이라는 것이 금새 사라져버렸다. 자신도 뒤늦게 온은단을 복용했지만 약효가 나려면 시간이 필요했으니 지금은 그저 천천히 운기하며 누워있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었다. 그녀의 껴안음을 뒤로하고 잠에 빠져 들었다.
' 내가... 목숨을 빚졌구나. 고마워, 조 동생.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침이 밝자 빛이 동굴안에 스며들기 시작했고, 바깥에서는 멧비둘기가 울어재껴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그 반복되는 시끄러운 소리에 조활이 깨어났다.
"으응... 역시... 난 운기에 재능이 없는 것인가... 소주천조차 실패를... 자칫 잘못했으면 주화입마할 뻔했잖아... 차라리 그냥 설산심법을 운용하는 게 나았으려나..."
그리고 문득, 지난 새벽의 일이 떠올랐다.
"......?"
용상이 자신을 뒤에서부터 껴안았었다.
"허어억!! 사, 상 누님??"
자신의 등 뒤를 껴안고 있던 그녀를 떠올리니 실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등 뒤를 느껴보니 이미 그녀는 그 자리에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바닥은 정돈되어 있었고, 발자국은 입구 쪽으로 이어져 있었기에 움직였음을 알 수 있었다.
"설마, 아직 성치않은 몸을 이끌고 나간건가??"
조활은 서둘러 옷 매무새를 고쳐입고 자신이 가져온 여러가지들을 채비 한 뒤, 빛이 새어 들어오는 입구 쪽으로 서둘러 달려나갔다. 입구에 다다렀을 때 쯤, 그림자 하나가 입구를 막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상 누...!"
"쉿."
그녀는 손가락으로 작고 붉은 입술을 가리며 조용하라 했다. 따라서 그 역시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나와 주변을 살폈다.
"바닥에는 함정이 가득하고, 나무에는 살기가 느껴진다. 공기 중에는 어설프게 꽃 향이 가득해. 나에게까지 영향이 없는 것을 보아서 이는 필시 미향(微香)의 독일 것이다. 함부로 나간다면 목숨 줄이 위태롭겠어."
"도대체 누굴 적으로 두면 이렇게 살벌 하답니까? 그것도 이리 가녀린 여성을 상대로?"
흠칫.
그녀가 그의 이야기에 놀랐다.
"너. 나를 그런 눈으로 보고있었어?"
"그, 그런 눈이라니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기를, 그녀가 당황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뭐, 뭐 잘못 됐어요?"
.
.
.
.
' 보, 보통은 건장하고 듬직하다고 표현하지 않나? 나 조차도 이리 생각하는데 조 동생은... '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는 그의 순수(?)한 눈빛을 보이니 그제야 경계를 풀었다. 하지만 조활 역시 조마조마했다. 자신의 마음을 쉽사리 들킬까 겁났다. 덧붙여 자신의 용모를 다시 한 번 책망하며 말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여겼다. 용상은 찝찝함을 뒤로 한 채 바깥을 쳐다보았고, 나직이 그에게 적들의 정체를 밝혔다.
"아니야. 지금 내 적은 금나라 자객이다."
"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금나라씩이나 하는 곳에서 상 누님에게 자객을 보낸답니까??"
그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이는 당연한 반응이라 여기고 살짝 한 숨 쉬며 말했다.
"지금 이자리에서 밝히기는 어렵고, 추후에 내가 시간이 된다면 그때 고백할게. 지금은 나도 너무 어지러워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그나저나 조 동생. 어째서 이곳에 있는거야?"
"근처가 설산파(雪山派)잖소. 스승따라 설산파에서 못 끝낸 일이 있어서 왔다가 필요한 물자가 있어서 잠시 밖으로 나온 참이오."
"그, 그래?"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아하니 일단은 맞는 듯 싶었다. 당포의가 사망한 뒤, 설산행을 갈 것이라고 들었으니 대충 앞뒤는 맞다고 생각되어졌다. 자신도 금향궁으로 돌아가려다가 서신을 받고 부근으로 왔다가 습격을 당한 것이었다. 차마 이것이 함정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었다.
"일단 저놈의 자객들을 어찌해야 할지 걱정인데... 숫자가 많아."
조활은 그녀가 이리 신중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보통 일은 아니라 여겼다. 말 할 수 없다하니 그녀의 사정을 굳이 물으려 하지 않았다. 단지 의원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려 손목을 잡으니, 용상이 화들짝 놀랬다.
"뭐, 뭐야?? 왜 내 손목을...?"
"일단 나는 지금은 의원의 입장입니다. 상 누님이 괜찮은지 확인은 해야잖아요."
"아..."
그녀가 갑자기 지난 일들이 떠오른 것 같다. 슬쩍 붉어진 얼굴을 드러내고는 서둘러 주변을 보는 척, 고개를 돌리고 손목을 내어주었다. 조활은 그녀의 손목을 짚고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맥은 정상이고, 내부를 도는 따뜻한 양기가 온은단의 증거이니 약효가 고루 잘 퍼진 것이로구나. 그리고 검상은... 좋아. 잘 아물었다. 상처 부위가 깔끔하고 잘 붙었으니, 금방 낫겠구나. 역시 상 누님, 회복속도가 빠르네요."
조활의 보살핌과 처치로 인해 그에 대한 경계심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러나 바깥의 상황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었기에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그러나 조활이 바깥 상황을 주욱 살펴보더니 혀를 차며 두리번거리고는 팔짱을 꼈다.
"독과 함정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이들이 진짜 금나라 출신 자객이면서 이정도 밖에 안된다고?"
그녀가 별것 아닌 듯 말하는 그의 이야기에 놀랐다.
"동생은 보고 알 수 있겠어?"
"당문에서 배워온 함정과 독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수준이오. 바닥에 깔린 것은 다리를 붙잡아두기 위한 밧줄과 가시 덫에 독향으로 보아 얕게 깔린 뿌리향이니 이것은 단순히 마비만을 노린 비근심향(秘根沁香)입니다. 우리에게는 딱히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지요. 아니면 그들의 실력이 실로 뛰어나 헛점을 뿌려두고는 누님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듯 보이는 진(陣)으로 보이는데."
그 말을 들은 그녀가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자 말했다.
"누님. 나는 촉중당문가 외성제자요. 아무리 외성제자라지만 이사형에게 당해온 세월을 생각한다면 이정도는 훤히 보인다오."
"아차... 그렇지. 평소에 네가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아서 너무 얕게 생각했다. 미안."
"아니오. 나도 별 것 아니란 것에 동의는 하니까. 단지 누님이 걱정될 뿐이오. 어째서 그들이 누님을 노리는 것인지... 아, 물론 말 안해도 되니 일단은 빠져나갈 궁리나 합시다. 누님의 몸은 다행히도 괜찮은 상태이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오. 혹여나 무슨 일이 터져도 내가 있으니 안심하시고."
두근.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는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 뭔, 뭔데 이리도 든든한 것이지? 조 동생이 이리도 듬직했던가? '
스릉.
그가 허리춤에 거치되어 있던 작은 당문소검을 뽑아들었다.
"뭐, 일단은 나도 설산파(雪山派) 직계제자이니 도움이 되긴 할 거요. 바닥은 살피지 않을 것이니 나무 위로 움직입시다.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으나, 이정도의 진(陣)이면 나도 뚫을 수 있소. 게다가 암살은 당문의 특기이기도 하니 문제 없겠지."
"가, 가능하겠어?"
"지난 날 동안, 당문의 심부름꾼으로 살면서 틈틈히 실력을 갈고 닦았소. 단지 하나를 깨우치려면 열, 백을 알아야 했는데, 하후 스승의 가르침 덕에 당문의 기초 초식 정도는 통달 할 수 있었지. 무공의 스승을 가지게 되니 나 조차도 쉽사리 강해지더라고. 망형편의 진리를 다시 되돌아보고 깨닫는 것이 깊어져 일취월장하더이다. 막힌 맥이 뚫리니 이토록 가벼워 지더라고. 그러니 나도 이제 한 사람 몫은 톡톡히 할 수 있어. 걱정마시오."
그녀는 그의 한층 듬직한 의외의 모습에 새삼 달라보였다.
' 스승을 모신다고 사람이 이정도로 변하는 것인가? 하후 여협의 가르침이 이토록 영향이 큰 것인가? 정말 사람이 이토록 달라보일 줄은... 만약 그렇다면 조 동생의 습득력 또한 굉장하다는 소리인데... 장래가 기대되는 걸? '
그가 주변을 살피니 살기는 있었지만 방향성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직 자신들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활은 조심스레 그녀에게 말했다.
"누님. 저들이 아직 우리를 눈치채지 못했으니 도망이나 암살, 정면승부를 봐야 할 것이오. 하지만 저들을 잡는다면 빠른시간 내에 쉽게 걸릴 것 같은데 어떻게 할거요?"
스릉.
"어제까지 본 적수는 총 삼십. 하루를 그냥 보냈으니 지원이 붙어 숫자가 늘어났을 거야. 그러니 총 몇이 붙었는지 확인하고..."
그때 갑자기 저 멀리서부터 자객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응?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처처처척!
동굴 앞을 지키던 모든 자객들이 재빠르게 비명소리가 나는 곳으로 일제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숫자만 자그마치 오십은 족히 되었다.
"생각이상으로 많았구나. 그런데 왜 다들 저쪽으로 가는거지?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가?"
"아아앗?!"
순간 그의 당황에 찬 모습과 탄식이 터져나왔다.
"왜, 왜 그래, 조 동생??"
"저, 저 방향은 설산파인데..."
.
.
.
.
"뭐??"
(1). 끝
죄송합니다.
월영전 잠깐 쉴게요.
급 느낌와서 쓰는 급 팬픽입니다.
단편으로 빠르게 끝낼 예정이니 부디 용서 부탁드립니다.
장편의 스트레스가 있었나봐요.
최근 활협전하다가 이 이야기가 떠올라서 끄집어내는 중 입니다.
끄집어내야 다음 스토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흑.
※대충 제목 보시면 아시겠지요?
오피셜아니고 뇌피셜 소설이니 이 점 참고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