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1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81787?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087654
-----------------------------------------------------------------------------------------------------------------------
익스프레스와 포트리스가 의문이 가득한 모습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레나는 재고를 전부 다 처리한 장사꾼 같은 표정을 지었다.
“만약 내가 죽으면, 내 유전자라도 가져가. 그곳에도 바이오로이드를 복원하는 시설이 있다고 했지? 난 여기에 뼈를 묻을 생각이야.”
익스프레스가 뭐라고 화를 내기도 전에, 포트리스가 바로 그녀의 말을 자르고 한마디 했다.
“어리석은 판단이지만, 우선은 당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싸우겠습니다.”
동시에 철충 무리의 후방쯤에 마구잡이로 폭발이 일어나며, 포트리스에게 셀주크의 통신이 들어왔다.
“후방은 제가 다 끊어놓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제 사거리에서 벗어난 전방의 철충들만 정리해주세요. 다만 제 포격에도 타격을 입지 않은 기종이 있으니, 그 녀석만큼은 여러분들이 해치워주셔야 합니다.”
그것을 끝으로 통신이 끊어졌고, 여러 개의 미사일과 고폭탄. 네이팜이 떨어지면서 뒤이어 달려오던 철충들의 대부분 끊겨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충은 철충인지라, 무지막지한 물량이 얼마 안 되는 바이오로이드와 AGS 일행을 뒤덮어버리려 했다.
“그러면 우선 들이닥쳐 오는 저 녀석들부터 해결하고 보죠!”
그러자 바로 스팅어가 앞으로 나서며, 두 팔을 앞으로 내 뻗었다. 동시에 스팅어의 양쪽 팔뚝이 분리되어 뻗어 나갔다.
“그러면 내가 다른 장갑이 얄팍한 녀석들부터 정리하지. 대신 저기 저 덩치가 큰 녀석은 레나. 그리고 포트리스. 네가 해결해둬야 해.”
그렇게 말하며 스팅어는, 추진부가 망가졌음에도 앞으로 먼저 나서, 분리된 양쪽 팔뚝을 와이어로 조작하며 손가락에서 뿜어지는 열선으로 수많은 철충의 몸뚱이에 구멍을 냈다.
사슴뿔을 머리에 단 스팅어는 포트리스와 실키. 익스프레스 76에게 미리 ‘유언’비슷한 것을 남겼다.
그들 역시 살아남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 만약 내가 완전히 파손되면, 데이터는 전부 다 에이다에게 보내줘. 그리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게 되면, 그건 별개로 저장해서 보내주라고.”
스팅어가 그렇게 앞으로 나서자, 레나는 건틀릿의 일부가 찌그러질 정도로 꽉 쥐었다.
“레나 씨? 스팅어가 저렇게까지 나서는데 아무것도 안 할 건가요?”
포트리스가 홀로그램 그래픽으로 된 인간형 얼굴에 감정을 훤히 드러내자, 레나는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이곳에 남는 건 남는 거고. 철충을 박살 내는 건 박살 내는 거야. 그러니까 나도 나설 거라고! 굳이 시끄럽게 떠들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하며 레나 역시 스팅어의 뒤를 따라 앞으로 나섰다. 레나는 그 전에 포트리스와 익스프레스에게 한마디 했다.
“내가 아무리 다른 동료들을 놔두고 어린 바이오로이드들과 도망친 비겁자라고 해도, 저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어. 저 아이들은 이미 내가 살아가는 이유야.”
레나는 몇 번이고 세상에서 도망치려 할 때마다, 저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을 보고 끝까지 버텨왔던 걸 떠올렸다.
‘이제 다행이야. 저 아이들에게 진짜 산타가 와줬으니, 내가 해야만 할 일은 다 끝났어. 먼저 쓰러진 친구들. 곧 따라갈게.’
그녀는 마지막으로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을 한번 슥 돌아봤다. 그 아이들은 ‘철충들을 전부 다 박살내고 돌아와!’라고 외치며 레나의 활약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좋아. 마지막이건 뭐건 간에 끝까지 저 아이들을 실망하게 만들 수 없지!!”
레나는 일부러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이 듣게끔, 최대한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초대형 건틀릿을 두 팔에 끼운 다음, 마치 불도저가 지나가는 것 같은 기세로 달려들어 수많은 철충 무리를 그대로 쓸어버렸다.
셀주크가 쉴 새 없이 포격을 퍼붓고, 스팅어가 전방에서 유선 유도식 열선포를 어지럽게 흩뿌리는데도 철충 무리는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것 참 질기네.”
그 와중에 레나는 폴른 하나는 계란처럼 들 수 있는 대형 건틀릿으로, 철충 무리를 하나하나 확실히 짓이겨갔다.
자폭형 철충을 집어 들어서 다른 철충 무리에 던지거나, 대형 건틀릿의 추진력을 이용해 십 수 대의 기동형 철충을 땅에 처박는 등. 철충 떼의 공격에 맞거나 말거나 거침없이 앞으로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저런 식으로 싸우는 게 정말 괜찮을까요?”
실키가 몸을 사리지 않는 레나의 모습에, 불안함을 느끼고 포트리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포트리스는 벙커 모드로 변형한 다음, 재빨리 레나와 스팅어가 달려간 곳을 향해 질주했다.
“당연히 괜찮을 리 없죠. 서두릅시다 실키. 간신히 구출한 ‘희망’인데 허망하게 쓰러지면 저 아이들이 무슨 표정을 짓겠습니까.”
익스프레스와 실키는 고개를 끄덕였고, 포트리스는 썰매 모양의 벙커에서 여러 개의 기관포를 꺼내 수없이 쏟아지는 철충 무리를 향해 총알을 퍼부어댔다.
포트리스는 레나와 스팅어를 보며, 옛날 데이터를 다시 재생시켰다.
“포트리스. 너는 여기에서 인간님들을 싣고 후방을 사수해라. 이 전선은 이미 밀렸다.”
레드 후드가 마리의 지시를 받고, 몇몇 바이오로이드 병력과 AGS를 후방으로 빼내기 시작했다. 철충은 끝도 없이 쏟아졌고, 그 와중에 인간 부상병이 상당히 많이 쌓인 탓이었다.
포트리스의 등 뒤에는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노움이 옮겨놓은 인간 부상병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보급병 실키와 이프리트 병장이 부상병들을 치료하고 있었지만, 약품도 설비도 조악하기 그지없어 후방 의료 시설로 옮겨야만 했다.
“어째서 제가 후방으로 가야 하는 겁니까?”
포트리스는 바이오로이드 병사 쪽도 사상자가 많은 걸 확인하고, 레드 후드에게 질문을 던졌다. 포트리스에게는 바이오로이드 병사 외에도, 셀주크나 군용 램파트. 그리고 스파르탄 시리즈 같은 군용 AGS도 상당히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게 눈에 밟혔다.
“우리가 이곳에서 싸우는 이유는 인간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철충을 말살시키는 것도 다 인간님의 생존을 위해서 아닌가? 이견은 받지 않겠다.”
레드 후드의 단호한 대답에 포트리스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적어도 다른 AGS와 바이오로이드 병력이라도 레드 후드에게 차출받으려 했다.
“그렇다면 저를 호위할 인원과 AGS를 조금 내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녀는 포트리스의 요구에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인간을 보호한다는 목적 때문에 순순히 바이오로이드와 AGS 병력을 따로 떼어줬다.
“우리도 병력이 모자라지만 인간님의 호위라면 당연히 내줘야 할 일이지. 그러면 아무 일 없이 인간님들을 후방으로 모시도록.”
포트리스는 포신을 넣었다 빼는 것으로 경례를 대신하며, 부상 병력들을 싣고 브라우니와 군용 램파트 몇을 호위로 붙인 채 후방의 의료 시설로 향했다.
“결국 도중에 철충의 습격으로 브라우니도 전부 다 죽고, 램파트도 완파. 너무 시간을 끌어버려 인간님들도 전부 다 죽었고 전선은 전멸.”
포트리스가 한층 풀죽은 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실키가 걱정된다는 투로 포트리스에게 한마디 했다.
“포트리스 언니?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정말 괜찮아요?”
포트리스는 홀로그램 그래픽을 통해, 괜찮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홀로그램에 표정까지 전부 다 드러나는 탓에, 그녀의 거짓말은 바로 익스프레스와 실키에게 들킬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모인 바이오로이드와 AGS 치고 어두운 과거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잖아요.”
실키가 애써 웃으며 포트리스의 장갑판을 다독이듯 두들겼다. 그녀는 실키 역시 혼자 이것저것 주워 담아가며 살아오다가 오르카 호에 구조되었던 걸 떠올렸다.
“그러네. 그래도 램파트나 기간테스도, 그리고 백토하고 모모. 뽀끄루도 하나둘씩 과거를 극복해나갔지?”
“오르카 호에 오르지 않았으면 저도 쓸쓸하게 혼자 죽었을지도 모르고 말이죠.”
“그래. 그러니까 레나 양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오르카 호에 오르게 할 거야. 그게 비슷한 처지였던 레나에게 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일 테니까.”
산타 옷을 입은 포트리스의 홀로그램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실키 역시 헤실헤실 웃으며 레나와 스팅어가 힘겹게 싸우고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
우선 월 수 금으로 라오 대회용 작품을 올리고 화 목을 장갑 AGS 스파르탄으로 하겠습니다.
(IP보기클릭)58.227.***.***
(IP보기클릭)58.143.***.***
아마 마리도 인간님의 요구 때문에 저런 지시를 내렸을 것 같고...모순에 모순이 거듭되는 멸망전쟁이라고 생각되네요 | 20.12.28 18:40 | |
(IP보기클릭)211.201.***.***
(IP보기클릭)58.143.***.***
장갑 AGS 스파르탄을 쓰고 난 뒤의 치유는 오르카 호 시리즈로 받습니다. | 20.12.28 18:5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