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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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은 캄뮤 대위를 용병단장에게 넘기고 그의 징계 사유를 낱낱이 보고한 뒤, 다시 아쿠아와 부매니저의 주점에 모여들었다.
“캬. 캄뮤 그 새끼. 이번 기회에 총살당했으면 좋겠는데.”
특히 브라우니가 캄뮤 대위에게 그동안 쌓아온 게 많았는지. 큼직한 맥주잔을 단번에 비우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확실히 그런 자가 왜 지휘관인지 모르겠다.”
부머 03마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한마디 던졌다.
하지만 시아누크만큼은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한마디 했다.
“조금 초를 치는 것 같아서 미안한 이야기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바로 목을 날리진 못할 거야. 지금 상황이 병사 하나라도 날려 보내기 힘든 분위기일 테니까.”
확실히 최상급의 바이오로이드와 AGS를 블랙 리버와 삼안 산업. 펙스 콘소시움에게까지 꾸준히 공급받는 황국군이 그들의 적이었다.
그에 비해 부머가 지켜야 하는 캄푸치아 국민군은, 겨우 가난한 용병단 하나 고용하고, 그 외에는 군인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반 도적떼에 가까운 오합지졸이었다.
압도적인 수량으로 밀어붙여야만 하는데 그 수마저 부족한 군용 바이오로이드. 퇴역 판정을 받고 현장에서 적당히 수리한 AGS. 블랙 리버가 고맙게도 ‘폐기’해준 군용 차량과 강화복 등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해서 캄뮤 대위를 그대로 놔둔다면, 조만간 군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될 게 분명하겠지.”
브라우니가 영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맥주 한 잔을 더 들이켰다. 이에 부머가 브라우니에게 조금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를 한마디 던졌다.
“그렇다고 아무 처벌도 내리진 않을 것이다. 캄뮤 대위의 행동은 자칫하면 우리 분대를 전멸시킬지도 모르는 행동이었으니까.”
시아누크 역시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은 투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것도 그렇지. 그러니까 아마 완전히 밑바닥으로 강등시켜서 일반 병사로 배속시키는 정도로 끝날 거야. 그 녀석에게 지휘를 할 능력이 없다는 건 이미 여러 번 증명되었잖아.”
그 말에 브라우니는 휘파람을 불며 기뻐하긴 했지만, 한편으로 찝찝한 기분도 드러났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녀석을 받아야 하는 부대가 어딘지는 몰라도 참 운이 더럽겠는데.”
다소 쓴 이야기지만 시아누크는 브라우니에게 숨기는 것 없이 다 이야기했다.
“일단 우리 부대 근처로는 들어올 일이 없을 거야. 우리 분대 근처에 있으면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르니까. 아마 그놈을 빨리 치울 생각으로, 지뢰 제거나 수색으로 보낼 수 있지.”
결국 계속 이어지는 캄뮤 이야기에 기분을 잡치게 된 브라우니는, 바로 다른 쪽으로 이야기를 돌려버렸다.
“그 백정한테서 아무것도 당하지 않고 살아 돌아왔네. 시아누크.”
시아누크는 소완의 얼굴을 떠올리자마자 다소 무거운 모습이 되었다.
“면목 없다.”
브라우니는 그런 시아누크의 표정을 눈치채고, 오히려 모른 척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오히려 잘 되었지. 네가 아니면 그대로 스튜에 들어가는 토막 난 고기 꼴이 되었을지도 모를 테니까.”
시아누크는 그런 브라우니의 배려에 몰래 고마워했다. 한편 브라우니는 부머03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한마디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자네한테도 빚진 게 있지 스파르탄? 이번이 두 번째야?”
“우리가 다소 불리한 전장에서는 분대원 하나 잃는 것도 큰 손실이다.”
부머 03은 역시나 딱딱한 투로 대답했다. 하지만 브라우니는 피식 웃으면서 부머의 윤활유와 부동액을 교체해줬다.
한편 기간테스는 묵묵히 두 동강 난 파일 벙커를 교체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그 캄뮤 녀석은 대체 이 상황에서 그런 곳으로 토꼈던 거야? 너무 기상천외해서 할 말을 잃었다니까.”
브라우니는 두 번째 잔을 쭉 들이킨 다음, 캄뮤 대위를 발견했을 때의 일을 얘기했다.
“확실히 갑자기 사라졌다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와서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리는 게 일상이 되었으니.”
“브라우니야 복종 모듈도 망가졌고, 시아누크는 인간. 그래서 이 정도로 끝났지. 만약 바이오로이드로만 구성된 부대였다면 더 위험했었지.”
말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기간테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부머 03마저 기간테스의 한마디를 거들었다.
“기간테스 너도 불만이 많이 쌓여 있었구나.”
“아무튼 다들 고마워. 특히 부머 03. 네게 목숨을 빚진 게 두 번이나 되네. 이 은혜는 꼭 갚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부머 03은 대답 대신 카메라를 몇 번 정도 빙글빙글 회전시켰다. 그 모습을 본 시아누크는 큰 소리로 웃었고, 기간테스 역시 카메라를 한 바퀴 돌려 반응을 보였다.
시아누크와 브라우니는 저 두 대의 AGS를 마치 기계 보병이 아니라, 인간 전우가 옆에 서 있는 것처럼 느꼈다.
한편 부머 일행이 아쿠아의 주점에서 느긋하게 한 잔 즐기고 있을 때. 캄뮤 대위는 부머 분대의 보고를 받은 용병단장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이 새끼! 안 그래도 지금 언제 다 털릴지 모르는 열세인데. 그딴 식으로 병력을 낭비하려고 해? 게다가 그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도 모자라서 바이오로이드 탈의실에 숨어?!”
“이 새끼 네가 그러고도 군인이야? 군인이냐고! 이 정도까지 가면 누가 니 지휘에 따를 건데? 누가 뭘 믿고 네 밑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어 어?!”
하나하나 전부 다 맞는 말이었다.
“아무튼 이번에는 네놈이 벌이는 개 같은 짓을 더는 못 넘겨주겠어. 캄뮤 너 이 새끼. 대위 계급장 떼!”
“예?! 계급장을 떼라니. 그러면 분대는 누가 지휘합니까?”
“시끄러! 거기 시아누크도 인간 병사잖아. AGS랑 바이오로이드들한테 명령을 내릴 권한도 있는데, 일부러 네 밑으로 들어가 준 거야 알아?”
캄뮤 대위는 용병단장의 핀잔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네가 그따위로 개 짓거리를 했으니 그 분대에 있으면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뻔히 보인단 말이야.”
그렇게 캄뮤 대위를 몇 분 정도 더 때리던 중. 용병단장은 캄뮤 대위에게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갑자기 다른 생각에 잠겨버렸다.
“이 새끼를 포병대로 보낼 수도 없고. 수색팀이나 상륙부대로 보낼까. 아니면 지뢰 및 트랩 제거반으로 보낼까.”
캄뮤 대위는 용병단장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이대로 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부터 강하게 들었다.
‘이런 ㅆㅂ. 부머. 그리고 시아누크랑 브라우니. 그 셋 때문에 완전히 망했어! 내가 용병단장이 되려는 계획이!!’
용병단장은 생각을 마친 뒤, 캄뮤 대위에게 귀찮다는 투로 한마디 던졌다.
“당장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결국 용병단장은 캄뮤 대위를 향해 재떨이를 던졌다. 캄뮤 대위는 용병단장이 던지는 재떨이를 피한 뒤, 그대로 달아나듯 방 밖으로 나갔다.
“젠장! 이래서는 지뢰밥이 되거나 뚫지도 못할 벙커를 뚫다가 개죽음당할 거라고!”
캄뮤 대위는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생각에, 용병단장의 방에 미리 설치해둔 도청장치를 작동시켰다.
그렇게 캄뮤 대위는 바로 용병단장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엿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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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벨피아에 신작 소설을 화 목마다 연재할 생각입니다. 그쪽 링크는 내일부터 올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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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에게는 최고의 동지 캄뮤죠. | 21.03.31 19: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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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단이니만큼 들어갈 때 뭔가 수작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 21.03.31 19: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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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내려가서 하사를 달았고 브라우니가 병장입니다. 기간테스가 상병이고 놀랍게도 부머가 이병이네요 | 21.04.01 0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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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 부머라니 ㅋㅋ 일등급 이병이네요 ㅎ | 21.04.01 00: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