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한 구석의 작은 방. 이곳은 베로니카가 사령관에게 부탁하여 고해성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방이다.
방의 구성은 이름에 비해 초라했다. 의자 2개와 칸막이가 쳐진 책상 하나.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이름을 말하십시오."
"메이야. 오늘도 또 사령관에게 막 대했어...."
"사령관께서는 마음에 두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께서도 별로 상관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고해성사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고민상담소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오늘도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는 베로니카에게 고해성사.....를 가장한 고민상담을 하러온다.
메이가 안심하면서 나가자 베로니카는 메이의 뒤통수를 보며 보나마나 몇시간 뒤에는 또 울고불고 하면서 자기 부관 찾겠지. 라는 생각을 하였다.
좀 오래 앉아있어 허리가 아파오자 베로니카는 일어나서 허리를 앞뒤로 꺾었다. 우드득 소리가 났다.
"안에 있어여?"
누가 들어오자 베로니카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밤에 엄마아빠 몰래 동생들하고 사탕머거써여."
"사령관님의 따님이시군요. 동생분들도 같이 오셨습니까?"
"네. 가치 와써여."
"사령관님과 어머님들께 잘못했다고 말하시면 용서해드릴겁니다."
가끔 사령관의 자식들이 귀여운 실수를 저지르고는 베로니카를 찾아오곤 하였다. 장녀인 사령관과 리제의 딸과 둘째인 아스널의 딸이 자주 오는 편이었다.
"베로니카 이모 고마씁니따."
"착한 아이는 신께서도 조그마한 실수는 눈감아 주신답니다."
"이거 드세여."
리제의 딸은 칸막이 앞에다가 사탕을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동생들의 손을 잡고 사령관을 찾으러갔다.
베로니카는 리제의 딸이 놓고 간 사탕을 하나 뜯어선 입에 넣었다. 딸기맛이었다.
"이왕이면 포도맛으로 주지."
이런 투정도 부리긴 하지만 말이다. 사탕을 먹으면서 쉬고 있을때 다음 사람이 들어왔다.
"이름을 말해주십시오."
"레오나. 요즘 살이 좀 찐거 같아서 걱정이야. 엘븐이 주는 우유를 매일 마셨는데...."
"착각일겁니다. 아니면 우유를 준 엘븐에게 가서 총들고 협박해서 알아내 보십시오. 신께서 눈감아주실 것입니다."
"그래? 그럼 가봐야지."
레오나는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권총을 장전하고는 방을 나갔다.
"그러고보니 요즘 사령관이 포동포동한걸 좋아하는거 같던데 저거 말해줄까?"
이상한 생각도 해보는 베로니카였다.
"혹시 여기가 고민상담..."
"나가십시오."
"어째서."
"위에 적힌거 읽으십시오."
"쇼타콘 취향에 대해서는 해결해드릴 방법이 없으니 혼자서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라고 쓰여있군."
"요안나경과 마리대장은 출입금지입니다. 사령관님이 정하신거니 토달지 마십시오."
요안나와 마리는 툴툴대면서 방에 발도 들이지 못하고 떠났다.
"아, 안에 있느냐?"
"LRL이군요. 무엇때문에 오셨습니까?"
"말실수를 했느니라. 좀 크게 실수 한것 같으니라."
"그건 당사자와 해결하는것이...."
"레아에게 아줌마라고 말했단 말이다!"
".....숨어계십시오. 당분간 당신은 오르카호에서 없는 사람입니다."
베로니카는 칸막이를 열고는 LRL더러 들어오라고 하였다. LRL은 제빨리 안으로 들어가서는 베로니카가 있는쪽 책상에 숨었다.
잠시후 매우 화나 있지만 겨우겨우 참은 얼굴을 하고 있는 레아가 찾아왔다.
"이름을 말해주십시오."
"레아에요. 혹시 여기 하늘색머리 꼬마 오지 않았나요? 할 얘기가 있거든요."
"LRL님께선 여기 찾아오시지 않았습니다. 다른곳을 가보시는게 좋을 것 같군요."
레아의 주변으로 번개구름이 떠다니고 온몸에서 열기와 한기가 동시에 느껴질 정도였으니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베로니카는 최대한 빨리 레아를 내보내는게 좋다고 판단하였다.
"전 하늘색머리 꼬마라고 했지 LRL이라 콕 집어서 말한적은 없는거로 아는데요 베로니카씨이~?"
레아가 뿜어내는 기운이 한층 더 거세졌다. 베로니카는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바닥에 쌓여가는 눈과 머리 꼭대기에서 느껴지는 폭염에 책상밑에 LRL이 숨어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히끅!"
"아, 거기있구나?"
레아는 섬뜩하게 웃으면서 베로니카가 앉아있는 쪽으로 책상을 빙 돌아서 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예상대로 책상밑에서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덜덜 떨고 있는 LRL을 찾아낼 수 있었다.
"자아 그럼 같이 갈까요."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네네, 나중에 들을게요."
그렇게 복도엔 LRL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게 말실수를 하면 안되지 참..."
베로니카는 끌려가는 LRL을 안타깝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레아때문에 엉망이된 바닥을 치웠다.
바닥을 치우던 도중에 다음 방문자가 도착했다. 베로니카는 서둘러서 바닥을 치우고는 제빨리 책상에 앉았다.
"이름을....대천사님?"
"네, 계속 말하십시오 대행자여."
"크흠, 이름을 말해주십시오."
"아자젤입니다. 오늘 반려에게 동침을 부탁하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준비는 되셨습니까?"
"반려의 아이를 가지는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아자젤은 몸을 베베 꼬으면서 어쩔줄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였다. 베로니카는 이게 내가 모시던 천사가 맞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신앙심에 약간의 금이 간건 덤이었다.
"좋은 소식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대천사시여."
"그럼 신도들을 더 모으는걸 부탁합니다. 대행자여."
아자젤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방을 나갔다.
"내가 뭐가 못난게 있다고 순서가 밀리는건데에에!!!"
베로니카는 오늘의 방문자들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와 아자젤의 말때문에 폭발하여 책상안에 숨겨두었던 위스키 한병을 뜯어 그대로 입안에 콸콸 쏟아부었다.
"저 땅꼬마 대장만큼 성격 더러운거도 아니고 왜애애!!"
몇분 뒤 독한술을 스트레이트로 목구멍에 꽂아넣어서 상당히 취한 베로니카는 술병을 손에 들고선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안에 계신가요?"
"에에? 거기 앉던가 하세요. 흐끅."
"아앗! 같이 마시자고 해놓고선 혼자 다 마시다니 치사하게."
"짠, 그럴줄 알고 몇병 더 챙겨왔죠."
유미는 베로니카가 손에 들고 있는 술병을 보고선 뭐라 했고 키르케는 자기가 몇병 더 가지고 왔다며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말라고 했다.
"그으러엄 계에속 마셔어 볼꽈요."
베로니카는 그냥 바닥에 주저앉고는 들고 있던 술을 계속 들이켰다.
키르케와 유미도 각자 가지고 온 술로 건배를 하고서는 마시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자젤은 밤새 이어진 성스러운 의식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배를 문지르면서 사랑스럽게 말하였다.
"후훗, 이거면 반려의 아이가 생길 가능성이 높겠군요."
아자젤이 복도끝에 있는 베로니카의 고민상담소를 방문하자 거기서 발견된건 술에 쩔어서 바닥에서 누워 자고 있는 꽐라 3명이었다.
"아무래도 밤새 과음을 했나보군요. 대행자여."
아자젤은 담요를 가지고 와서는 그 셋에게 덮어주었다. 떠나면서 베로니카의 귀에다가 말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아무래도 제가 먼저 인류 부흥을 위해 힘쓸것 같군요. 대행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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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꽐라즈와 음란의 대천사씨의 이야기는 계속되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써봐야지 했던 소재인데 이제야 써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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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기들은 인류부흥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 20.08.23 23: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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