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의 원정군 병력들이 이미 몬태나 주와 텍사스 주를 점령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T-1 고블린과 철충 신호 유도기를 채 배치시키기도 전에 몬태나 주는 전선의 70%가 궤멸됐고, 텍사스 주는 뉴멕시코 주까지 하여 남부 전선 80%가 연방군에게 넘어간 상황입니다.”
“왜 그렇게 전선이 무너졌나???”
“그게...”
바이오로이드들이 진격해오는 연방군을 보자마자 무기를 버리고 백기 투항하였다...
... 라고 대놓고 보고를 하기에는 레모네이드 오메가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대로 보고를 하지 아니할 수도 없을 노릇이니, 오메가는 심호흡을 하고 보고를 이어나갔다.
“... 병력들이 연방군을 보자마자 전원 백기 투항하였다고 합니다.”
“뭐...??”
“사전에 연방의 대한 정보를 통제하였지만 정보가 누출되었고, 연방의 존재를 알게 된 바이오로이드들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반란 진압을 위해서 S7 데스스토커와 T-1 고블린 부대를 투입시켰으나...”
“연방군의 진격속도가 더 빠른 바람에 바이오로이드들의 반란을 채 진압하기도 전에 연방군에 투항해버렸습니다.”
“그럼 지금 전선을 사수하고 있는 건 대체 누구란 말인가?!”
“현재 연방군과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은 반란 진압을 위해서 투입시킨 S7 데스스토커를 비롯한 전방의 AGS 부대와, 최근 복원한 T-1 고블린들이 전부입니다.”
“병력들이 무단으로 탈주하는 바람에 전선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이에 따라 아직 연방군이 상륙하지 않은 서부해안의 병력들을 북부 전선과 남부 전선으로 이동시켜 병력을 추가 증원하였습니다.”
“그럼 그 병력들도 그대로 연방군에게 쥐어줄 거고 말이야, 어?”
“그, 그건...”
“연방에 대한 정보를 그렇게 통제했다면서??”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새어나가야지 이 망할 바이오로이드 년들이 싸워보지도 않고 백기 투항을 하느냔 말이야!!!”
“제 불찰입니다. 좀 더 확실하게 통제를 했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럼 이 사단이 일어난게 자네 잘못이지, 내 잘못인가, 이게?!”
오드리스콜 회장은 마치 오메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듯이 말하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펙소 콘소시엄 병력에 대한 작전 지휘는 오메가가 도맡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전가라기 보다는 오메가의 잘못 임을 제대로 상기시키기 위한 말이었지만.
연방의 미주원정군이 알래스카와 멕시코를 통해서 중부 전선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접하고 서부해안의 병력들을 중부 전선으로 이동시켰다. 또한 오메가의 철통같은 정보 통제를 뚫고 퍼져나간 연방의 소식을 접하고 반란을 일으킨 바이오로이드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시켰던 S7 데스스토커와 T-1 고블린 부대도 원정군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투입되어졌고, 제타가 만든 철충 신호 유도 장치도 투입을 결정하였다.
하지만 원정군의 진격 속도는 오메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오메가가 제타로부터 T-1 고블린 부대와 철충 신호 유도기를 채 받아 배치하기도 전에, 범인류연방의 미주원정군은 특유의 기갑전력과 항공전력을 등에 업고 미국의 두 국경지대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통해 미 본토로 진출하였고, 불과 전쟁이 발발한 지 네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안에 북부와 남부 국경지대의 주요 도시들을 점령해나갔다.
특히나 멕시코와 국경지대를 이루고 있던 남부 전선은 카라카스가 공습을 받는 동시에 텍사스 주 뿐만 아니라 뉴멕시코 주까지 망라하여 벌써부터 남부 전선의 80%가 원정군에게 넘어갔고, 북부 전선은 몬태나 주를 공격당하기 이전에 이미 델타의 문리버 병력들이 전멸당해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제공권이 원정군에게 넘어간 상황이었다. 원정군의 상륙에 대비하여 서부 해안가로 공세 방어 전술을 취한 오메가의 실책이었다. 물론 연방군을 보자마자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는 펙스의 바이오로이드들 덕분에 원정군이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도 진격 속도가 빠른 것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사실 그 이전에 원정군의 전략과 전술을 너무 얕봤던 것도 문제였다.
철저하게 바이오로이드와 AGS로만 구성된 펙소 콘소시엄의 병력들과 달리, 원정군은 바이오로이드, AGS뿐만 아니라 전차와 장갑차, 전투기 등등 연합전쟁 이후 진즉에 바이오로이드로 대체한 일명 “타고 다니는 장비” 등의 전력으로 구성된 혼합 부대를 이끌고 미국을 침공하였다. 여기에 당초 서부 해안가에서 원정군의 상륙 저지 및 소모전을 이끌려던 것과 달리 허리 그 자체인 중부 전선을 공격당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병력들이 덜 모여있던 중북부 지역과 중남부 지역을 원정군에게 삽시간에 빼앗겨 버리는 어이없는 전과를 내버리고 만 것이다.
그 와중에 앞서 언급했듯 S7 데스스토커 부대를 반란을 일으킨 지역에 투입시켜 반란을 채 집압하기도 전에, 오메가를 향해 반기를 든 바이오로이드들이 무장을 버리고 원정군에 그대로 투항하여 전향해버렸으니 졸지에 반란 진압을 위해 투입한 데스스토커 부대가 원정군과 격전을 벌이다가 전멸당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어버리기도 하였다. 제1차 연합전쟁 당시 NATO군에게 밀리던 기업군의 전황이 딱 이랬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 기업군을 지휘하였던 양반이 지금 연방군 지휘관으로 있으니 사실상 연방군 입장에선 펙스가 어떻게 공세를 방어해올지 안 봐도 비디오이지 않았을까 싶다.
애시당초 제1차 연합전쟁에서 기업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삼안의 이름없는 스파이가 유럽 전선에 NATO군 소속 타이런트들을 대량으로 풀어버려 지들끼리 자멸을 유도한 덕분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땐 NATO군 뿐만 아니라 기업군도 상당히 피해를 입었던 것을 오메가도 기억하고 있다. 하물며 종전 조차도 양측 다 싸울 힘을 잃은 상태에서, 그나마, 아주 그나마 약간이나마 피해가 덜 했던 기업측이 정부측에게 평화협정을 선 제시하여 이뤄낸 것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그 때 NATO군이 이 악물고 계속 싸웠다면 누가 이겼을지 모를 싸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는가.
연방은커녕 펙스에게 조차 타이런트가 없는 상황에서, 양측의 자멸을 자초하는 공격을 초반부터 감행할 수는 없었다.
설령 그렇게 하기에는 오메가가 쌓아올린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핵을 만들겠다는 제타에게조차 핵 만큼은 사용하지 말자 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원정군이 남과 북에서 펙스 미 본토를 향해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가운데, 현재로서 전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회장님, 아직 철충 신호 유도기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철충 신호 유도기로 아직 미국 전역 곳곳에 남아있는 철충들을 한 데 불러모아서 원정군을 공격한다면, 연방 녀석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합니다.”
“제타로부터 철충 신호 유도기를 전선에 배치하고 있으니, 부디... 조금만 더 전황을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펙스가 아직 연방군에게 꺼내들지 않은 조커 카드.
비록 프로토타입이긴 하지만, 오로지 설계도만 보고 제타가 완성시킨 이 가짜 철충 신호를 유도하는 장치로 미국 전역에 아직 남아있는 철충들을 한 곳으로 끌어모을 수만 있다면 연방의 원정군으로부터 불리해진 전황을 순식간에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계속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메가..
“... 이것만으로도 내가 너를 얼마나 많이 봐주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입니다, 회장님.”
오드리스콜 회장은 계속해서 패주와 실수를 반복하는 레모네이드 오메가를 못마땅스럽게 보았지만, 그렇다고 마땅히 그녀 외에 지휘를 맡길 만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있던 군 지휘관인 포세이돈의 감마는 알파랑 함께 펙소 콘소시엄을 배신하고 연방으로 전향을 해버렸으며, 베타는 카라카스가 공습을 당한 마당에, 델타나 제타나 앱실론이 오메가보다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당장 오메가 외에는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괘씸하긴 해도 그녀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믿어보기로 하였다.
휩노스 병의 대응책으로 척수를 비롯한 중추 신경계에 액체 금속 막으로 뒤덮는 대수술을 한 뒤 아직까지 회복 단계에 있는 오드리스콜 회장은 오메가를 향한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고는 횔체어를 돌려 오메가의 집무실 밖으로 나섰다. 알래스카에서 찾은 회장님께서 멸망 전부터 개인적으로 후원하던 이름 모를 과학자가 만들어낸 연구의 산물 덕분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늘 내일 하던 오드리스콜 회장은 한 시름 놓을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론 계속 저 노땅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오메가는 못내 불쾌했다.
오드리스콜 회장이 저 멀리 나간 것을 본 오메가는 회장을 향한 욕을 거칠게 내뱉었다.
“에효 ㅆㅂ, 망할 노망난 노인네 같으니라고. 그렇게 말하려거든 지가 지휘해보던가. 지도 군대 한 번 안 다녀와본 주제에...”
“나야말로 연방인지 뭔지 놈들이 이렇게까지 빨리 쳐들어올 줄 알았겠냐고.”
“... 유미?”
“예, 오메가 님.”
“제타로부터 받은 T-1 고블린 부대랑 철충 신호 유도기는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예, 지금 와이오밍 주 일대에 배치 중에 있습니다.”
“그... 편의상 지금부턴 북부군이라고 하겠습니다.”
“현재 북구군의 진격 방향으로볼 때, 예상 진격로가 사우스다코타를 지나 동부전선을 향해 올 것으로 확인되어지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서 대열의 허리를 타격하고 보급로를 차단하여 진영을 와해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대공전력이 부족한 펙스의 전력으로는 북부군의 강력한 공중전력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철충 신호 유도기를 이용해 기동형 철충들을 중북부 상공에 집결시켜 공중전력을 상대하게 하고, 나머지 지상병력을 T-1 고블린 부대랑 AGS부대로 유격전을 펼쳐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북부군의 대열을 중간에서부터 와해시켜 진격을 저지하고, 서부 해안의 병력들이 증원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겁니다.”
“남부 전선은 어떻게 하면 되지?”
“이미 2개 주가 원정군에게 넘어간 이상 철충 신호 유도기가 도착할 즈음엔 이미 남부군이 최소한 미주리까지는 진격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점에선 저희가 무리하게 반격을 펼치기 보다는, 세인트루이스나 내슈빌을 거점 방어하여 철충 신호 유도기를 추가 설치한 뒤 인근 지역에 남아있는 철충들을 집결시키고, 서부 해안의 남은 병력들과 동부 지역의 병력들을 증원하여 남부군의 진격을 공세적으로 대응하여 막아세우는 수 밖에 없습니다.”
“워싱턴이랑 뉴욕의 병력들까지 출동시켜야 하나?”
“아뇨, 그렇게까진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정예병력들까지 연방에 투항하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겠지.”
“좋아, 그럼 그렇게 진행시켜. 분명히 말하건데, 이번엔 절대 실수하면 안 돼. 너나 나나 둘 다. 잘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오메가에게 보고를 한 뒤 그녀의 집무실을 나온 유미는 서둘러 곧장 어디론가 향하였다.
웨스트윙을 나와 이스트윙을 통과하여, 옛 미합중국 연방정부 사무소 건물 사이 주차장으로향한 그녀는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차에 탑승하여 주위를 살핀 뒤, 어디론가 급하게 연락을 취하였다.
“...”
“... 아, 지금 연락 되시나요?”
“감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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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터지는 오메가!! | 24.04.01 12:3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