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타이거 장인 어르신의 인도로 한참동안 뛰고 또 뛰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쫒아 오나 뒤를 돌아보았지만 다행히 건물 전체가 정전 상태가 되어서 그런지 주변은 말그대로 혼란 그 상태여서 수월하게 도망칠수 있었다.
"하악..하악..."
"모모..."
"잠시 쉬었다 갑시다. 모모도 많이 지쳐 있는 상태인데."
"네 아저씨."
우리는 방 안으로 들어가 모모를 눕혔다. 아까전 세뇌? 비슷한 상태의 영향이어서 그런지 모모의 숨이 매우 거칠었고 이마에 손을 대니 은근히 열이 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입고 있던 검은색 드레스는 피로 물들여져서 어느 정도 검붉은 색을 띄고 있었고.
"도...련님...도련님..."
"나 여기있어 모모."
눈을 감은 체 나를 찾는 그녀를 꼭 안아주니 거칠었던 숨결이 서서히 진정 되어가고 있었다.
"정말로...도련님 맞으시죠? 꿈이 아니라."
"바보야 내가 이렇게 안고 있는데 무슨 꿈이야. 귀신이야 그럼?"
등을 살포시 토닥여주니 모모는 푸훗-하는 작은 웃음 소리를 내 뱉었다.
"두번 다시 도련님을 볼수 없을까봐 무서웠어요. 이대로 도련님과 영영 헤어져서 이상한 사람들에게 무서운 곳으로 끌려가고...아무도 찾지 못하는곳으로 말이에요..."
"내가 말했잖아. 잊었어? 너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이마에 입을 맞추니 모모는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까전의 차갑고 텅 비어버린 눈동자가 아닌 루비처럼 반짝이는 다홍색 눈동자가 보이길래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뱉었다.
"지난번에 분명히 둘이서 약속했지? 서로가 절대로 곁에 떨어지지 않고 늘 붙어 있을거라고."
"....기억하고 말고요 도련님."
안심하듯 모모 그녀도 자신의 양팔로 내 몸을 끌어 안으면서 얼굴을 내 품에 기대었다. 고개를 내려보니 옅은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아하니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거 같았고.
"모모도 도련님과의 추억 잊지 않았는데요. 도련님이 상처 받으실라고요."
"하여간..."
"그릉-!"
이때 장인 어르신이 이빨을 들어내시는 동시에 콰앙!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밖에는 험악하게 생긴 남자 두명이 한손에 테이저 건을 들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고 핏기로 가득찬 그들의 모습은 모모가 보지 못하게 내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려야 했을 정도였다.
"여기 있었구나! 이 망할 년!"
"너 같은 상품 가치가 높은 바이오 로이드를 그냥 놔둘거 같았-!?
휘익! 하는 파장음과 함께 괴한 두명의 등뒤에 무언가가 꽂혀졌따. 눈을 뒤집은 체 쓰러진 괴한의 등뒤에는 화살이 꽂혀져 있어서 뭐지? 라고 의문을 낼때 쯤.
"이거 참 닭살 돋는 장면이네요. 보는 내가 오글 오글 해질 정도로 말이죠."
어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함께 또각 또각-하는 발소리를 내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설마 따라 잡힌건가 나는 생각에 나는 모모를 꼭 안은 체 고개를 들어보았는데...
"안심하십시오. 두분이 계신곳을 안내 해드린 여성분입니다."
"...시라유리?"
"이거 얼마만인가요 선배."
탁-
하는 수첩닫는 소리와 함께 어둠속에 있던 실루엣은 학창 시절의 교복을 입은, 마치 자기가 쐈다고 말하는 듯 한손에 자기 크기만한 활을 든 허리 아래까지 내려온 분홍색 리본을 맨 보라색 눈동자의 소녀가 모습을 들어냈다.
고등학교때 늘 보았던 미소를 지은 체.
"이렇게 간만에 다시 만나다니. 뭔가 동창회 모임에 온듯 하네요."
"네가 왜 여기있어?"
나하고 모모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학교 졸업이후 연락이 끊긴 시라유리였다. 연락처도 사는곳도 가리켜 주지 않고 홀연히 떠나버려서 두번 다시 보지 못할줄 알았는데 그런 그녀가 이렇게 눈앞에 서 있는것이었다.
마치 우리가 여기에 올거라는것을 미리 알았다는 듯.
"이거 귀여운 선배가 보고 싶으시지 않으셨나봐요 선배? 저 선배가 매우 그리웠는데 차갑게 대답하시네."
"당연한거 아니야?"
혹시나 해서 나는 모모를 끌어 안은 체 가만히 시라유리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서 뜬금없이 우리 앞에 그것도 이런 이상한곳에 나타나니 누구라도 의심이 가는 상황이 아니야?"
"아쉽네요."
후후훗-하면서 우리 두사람을 내려다 보던 시라유리는 한손에 쥔 활을 다시 등에 매면서 수첩을 펼쳤다.
"옆에 계신 호랑이 신사분에게 두 사람을 위치를 알려준것도 저인데 이정도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도련님. 저분이 아니었다면, 제때에 두분을 구하지도 못했을겁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잠시나마 의심을 거두시는것이 어떨지."
...장인 어르신이 이렇게 말하실 정도였으니 일단 믿어볼까? 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긴 하다. 이 지옥 같은 곳을 빠져 나가려면 한사람의 도움이라도 절실하긴 했다. 모모도 지금 싸우기에는 너무 상태가 좋지 않고.
"원하는게 뭐야 시라유리?"
"별거 아니에요. 세분을 여기서 빠져 나가게 하는거에요. 하지만 그 전에..."
시라유리는 모모를 슬쩍 바라보았다. 내 부추김을 받고 잠시 일어섰지만 여전히 숨이 거친 그녀를.
"이 마법 소녀분 상태가 안 좋은거 같네요. 잘못하다가 발목 잡힐거 같은데."
"모모를 버리라는 소리 일절 하지마. 절대로 버리지 않을테니까."
"전 절대 버리라는 소리 안했습니다 선배. 이대로 뒀다가는 위험하다는 것이죠."
시라유리는 수첩을 탁탁-하면서 열었다 폈다는 계속했다.
"마법 소녀분-솔직히 말해보세요.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머리가 좀...어질 거려요. 자칫하다가는 정신을 잃을거 같아서 버티는 중이에요."
"모모..."
"바로 이점이에요. 도련님이 마법의 주문을 외워준 덕분에 잠시나마 세뇌에서 풀려날수 있었지만 그것은 일시적에 불과해요."
시라유리는 수첩으로 모모의 귀를 가리켰는데...
귀걸이가 달려 있었다. 그것도 금색 귀걸이가. 아까는 정신없어서 확인 못했지만, 한번도 보지 못했던 귀걸이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이 귀걸이 보이시죠? 세뇌 장치에요. 이게 계속해서 붙어 있는 한 다시 모모양이 휘리리릭-갈수도 있다는 소리죠. 아 혹시나 해서 말인데 억지로라도 빼지 마세요. 오히려 뇌에 무슨일이 생길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어떻게 해야되? 모모를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의미잖아."
"불행중 다행인건 아직 시험단계인 동시에 아까 언급한 마법의 주문 덕분에 시간이 널널하다는 것이죠. 마치 여기 가까운 곳에 서버 관리실이 있어서 거기에서 해킹만 하면 세뇌가 완전히 풀릴거에요. 모모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세뇌 걸린 바이오 로이드 전체를요."
"마법의 주문은 또 뭐야? 그리고 여긴 대체 어디고 그러고보니? 왜 바이오 로이드들이..."
"학생회장이라 불리우던 여자 말대로 정말로 모르고 있었나보군요. 온실의 화초 마냥."
수첩을 펼치던 시라유리는 미묘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았다. 쟤 설마 대화를 다 엿듣고 있었다는건가. 하나같이 디테일하게 소소한것 조차 말하는 시라유리였다.
"먼저 한마디 하죠."
웃고 있던 시라유리의 표정이 바뀌어졌다. 그나마 남아 있던 미소가 안개처럼 사라지고 굳어버린 표정? 화난 표정? 뭔가 오묘한 표정이었다.
"여긴 무덤이에요. 이 세상의 모든 바이오 로이드들의 종착역이고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든 상관없이."
끼이이익-
"...이곳은..."
"바이오 로이드 우리에 오신것을 환영해요."
무거운 쇠찰상이 열려지면서 보인것은 붉은빛으로 방을 비추는 우리였다. 더치걸이나 LRL 같은 소형 바이오 로이드들로부터 시작해서 성인 바이오로이드들 까지 한명씩 팔과 다리 그리고 목에 쇠사슬이 달려져 있었고, 어떤 바이오 로이드들을 양팔과 양발이 잘려져 몸뚱아리만 남아있거나 혹은 얼굴의 반이 박살나 도저히 사람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는 모습도 보이길래 나는 모모를 내 품에 안긴 체 시라유리를 쫒아갔다.
이 광경을 모모에게 보여줄수 없기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힘든데 더욱 더 마음이 혼잡해 질테니까.
"이곳 C구역에 옮겨진 바이오 로이드들은 말그대로 가축 이하 취급 받죠. 유명한 배우였든, 전장에서 용맹하게 싸운 군인이든 그런거 상관없어요. 여기 온 이상 그냥 죽었다고 봐야하니까요."
"왜이리...사람들이 이런 잔인한 짓을 하는 거야? 바이오 로이드들을 차별한다는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줄을..."
"간단해요. 사람으로 안보니까."
"...뭐?"
방금 뭐라 했어? 라고 말하려다 내 속마음을 눈 치 챘는지 말을 잇기 전에 시라유리는 고개를 돌아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여전히 웃음이 없는 굳은 표정으로.
"사람이 아닌 도구 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것이 그들의 생각이에요. 오죽하면 식인을 하는 자들도 있거든요. 산체로 구워서."
"방금 농담한거야?"
식인을...? 바이오 로이드를?
"제발 농담이라고 해줘 응? 재미 없으니까. 제발."
"제가 지금 농담 하는걸로 보이시나요? 뭐 이해는 합니다만 왜 그런 생각하시는지."
"크릉!"
라인 타이거 장인 어르신은 참다 못해 거친 숨 소리를 내 뱉으셨다. 크르릉-하는 울음 소리와 함께.
"내 그동안 불명예 스러운 자들을 많이 봐왔지만 이건 선을 넘었습니다. 그뜻은 모모 마저 가축으로 보고 있었다는거잖습니까. 아무런 죄가 없는 아이를!"
장인 어르신 말씀에 나는 무언으로 찬성한다는 의사를 보냈다. 모모는 여전히 거친 숨소리를 내 면서 고개를 내린 체 내 품속에 안겨 있었고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이 끔찍한 광경을 보지 못했다는것이다.
"...으으으..."
이때 어디선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바이오 로이드가 고통으로 인한 신음을 내 뱉나 했지만 한참 동안 고개를 내리던 모모가 고개를 들었다.
".....어...언니...코...챠...언니..."
"....이 목소리...?"
"모모 왜그래? 아는 목소리야?
"...많이 익숙한 느낌의 목소리에요."
설마...라고 말하면서 내 품속에서 나와 힘겹게 소리의 근원지로 걸어갔다.
우리 안 구석 어둠속에 몸을 숨긴 체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모는 우리의 쇠창살에 손을 대면서 그 검은색 실루엣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는데...
"어...언..."
피로함이 묻어 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모모를 향해 실루엣은 고개를 들었다. 어둠으로 인해 얼굴이 가려져 있었지만 모모는 또 다시 하지만 이번에는 목청껏 외쳤다. 아까까지만 해도 지쳐있던 모습은 어디가고 다급하게 하지만 동시에 왠지 모르게 생기가 돌아온듯한 느낌을 주면서.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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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못쓴거 마저 쓰느냐 분량이 늘었네요 평소보다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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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5.18 11: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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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모르는것이 낫을때도 있는법이죠.... | 23.05.18 11: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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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설마가 바로 그 설마입니다....이미 끌려간거죠. | 23.05.19 13: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