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C에서 가장 마음에 든 캐릭터중 하나인 안데르센의 마지막을 번역해봤습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탈고도 안한 것이므로 오, 탈자와 오역이 있을수 있습니다.
아 종종 쪽지로 번역 퍼가는거 문의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어차피 제대로 번역한 것도 아니므로 까다롭게 굴 생각없습니다.
필요하시면 그냥 막 퍼가셔도 됩니다.
하고 싶으시면 자기가 번역한거라고 하셔도 됩니다.
근데 그러면 번역 똑바로 안한다고 욕먹으실테니 그다지 권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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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개념이 거의 정지한 공간.
외계에서의 일초가 수만초에 상당하는 세계에서 그 둘은 바로 지금,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안데르센]
아직 숨이 붙어있는거냐.
적당히 포기할 줄을 모르는군, 키아라.
어차피 살아남지 못해. 빨리 편해지기나 해라.
[셋쇼인 키아라]
말하지않아도 그럴 생각입니다만.....
이대로는 편하게 죽지도 못합니다.
안데르센.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안데르센]
앙? 질문이라고? 네가 모르는게 있는거냐? 문셀과 이어졌던거다.
모든 답이 손 안에 있을텐데.
[셋쇼인 키아라]
그렇지도 않습니다.
문셀은, 인간의 감정에는 둔하니까요.
당신은 방금전에 말했습니다....
나는 소년소녀의 연심에 패한거라고.
.....내게는 그걸 이해할수 없어요.
사랑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심이 무엇인가, 알 기회가 없습니다.
알고 있다면 가르쳐주세요.
연심이란 어떤 것인건가. 사랑과는 무엇이 다른가를.
[안데르센]
그런것도 모르는거냐.
끝내주는데. 웃겨 죽을것같다!
설마, 이 세상에 가장 추잡한 여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했다니!
[셋쇼인 키아라]
안데르센.
[안데르센]
....흥. 지금건 잘못했다.
확실히 웃을 일이 아니야.
사죄 대금이다. 대답해주지.
사랑은 추구하는 마음.
그리고 연심은 꿈꾸는 마음이다.
[셋쇼인 키아라]
-------꿈꾸는-----마음?
[안데르센]
연심은 현실앞에서 꺽이고 현실은 사랑앞에 일그러지며 사랑은, 연심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그것이 제대로된 남녀 관계다.
죽기 직전이나, 그걸 꼭 마음에 세기고 반성해라.
키아라의 입가가 씁쓸한듯 일그러진다.
그런 당연한 것------
자신의 인생에는 나타난 적도 없었다고 다시 생각하는 듯이.
키아라의 붕괴가 시작되었다.
실제로는 1초도 걸리지 않는 붕괴.
그러나 여기에서는 아직 몇분의 여유가 있다.
[셋쇼인 키아라]
후후. 이걸로 당신도 해방되겠군요.
속시원하지 않나요, 여자 싫어하는 3류 글장이씨?
[안데르센]
뭐냐, 그 착각은. 너는 진짜로 남자의 감정을 읽어낼 줄도 모르는 구제불능 여자다.
지금 내 가슴에 날아드는 것은 무념뿐이다.
너라는 주역을 행복한 결말로 가져가지 못했어.
[셋쇼인 키아라]
어째서? 당신, 늘 나를 욕했지 않습니까.
.....추하다, 느니. 독부다, 라느니.
[안데르센]
말했고 말고.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진실이고 말고.
너는 여자라는 성(性)의 결정.
지옥의 시궁창보다도 지저분한, 코를 부여잡지 않으면 가까이 갈수조차 없는 여자다.
그러나, 그게 뭐 어때서?
여자란 그런거다.
남자란 것도 그런거다.
나는 단 한번도, 너를 “싫다”라고 입에 담은 기억은 없다. 조심해서 그것만은 실수하지 않겠다고 영혼에 걸고 있었으니까말이지!
[셋쇼인 키아라]
------------아아.
그러고보면, 그랬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당신, 여자가 싫은게 아니었나요?
[안데르센]
그것도 아니야. 나는 인간을 사랑하지 못할 뿐이다.
이러니까 생각없는 독자란건 감당이 안돼.
[셋쇼인 키아라]
.....작가한테 밖에 알수 없는 집착도 문제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안데르센]
입닥쳐. 젖마신(魔神)년.
할수 없지. 길어지지만 얘기해주마.
나도 이래서는 깨끗하게 사라질수가 없군.
투덜거리면서, 힘없이 어깨를 떨구는 안데르센.
.....그렇게 그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안데르센]
옛날, 내가 글쟁이따위가 되서 인생을 시궁창에 내버리기 전의 얘기다.
어쩌다 우연히 거리에서 보게된 한 소녀의 살아가는 모습에 사랑이란걸 알게 되었어.
어려서부터 양친에게 버림받고 세상에게 냉대받은 소녀는, 그럼에도 증오의 마음을 가지지 않았지.
행복을 한조각도 모르는 몸이면서, 많은 인간들을 어여삐 여기고 이끌었던 것이다.
박해에 가득찬 자신의 인생의 슬픔을 일절 입에 담지 않고.
나의 특기는 인간 관찰이야.
소녀를 바라보고, 대화하고 신뢰를 거쳐, 6년이란 세월끝에 겨우 본심을 들었지.
.....그,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괴롭지는 않다고.
인생은 원망스럽지도 않다고. 왜냐면,
“언젠가, 행복이 찾아올거라고”.
온기따위와 연이 없었던 몸으로 사람들의 따스함을 믿고 꿈꾸는 듯이 소녀는 미소지었어.
....봄을 기다리는, 추운 밤의 일이지.
나는 그 말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상상속의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이 소녀의 존재 자체가 사랑이라 불리는 기적인거라고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어.
소녀를 만질수는 없었다.
나는 별볼일 없는 비인간이니까 말이지.
그 소녀에게는 어울리는 남자가, 어울리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어.
몇년이 지나고 소녀는 부호의 집에 처로 받아들여졌다.
그 부호는 내 오랜 친구이기도 해.
덕이 깊은 남자였지. 그 남자라면 틀림없다고 안도했어. 이걸로 모든것이 보답받는다고, 그 날은 비싼 술을 마시며 축하했었지.
-------소녀의 무참한 유체가 마을밖에 버려져 있었던건 7일도 지나지 않은 봄날 아침의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따위 나에게는 알수 있을리가 없지.
소녀에게 잘못이 있었는지, 남자에게 잘못이 있었는지.
내가 친구라고 착각하고 있던 남자는 그저 짐승이었는가.
지금에 와서는 이제 아무래도 좋아.
단지 사실로서 우리들은 누구나 추하다는 걸 알았다.
인간 세계에 있어서 사랑따위 존재하지 않고, 도움도 안돼.
그 때 맹세했지.
이제 두번다시, 나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그것이 키아라와는 다른 그의 결론.
안데르센이 “사랑”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안데르센]
하지만 너는 더이상 인간이 아니야.
그 이하의 괴물이 되버렸잖아?
그렇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지.
네가 신이라면 사랑해주는 것도 또 재미난 일이다.
그런, 평소와 같은 욕설 후.
안데르센은 키아라의 손을 들어올려, 그 손등에 입술을 맞췄다.
키아라의 소멸은 이제 허리까지 닿았는데.
그런건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한 우아함으로.
[셋쇼인 키아라]
--------------.
.....키아라만이 아니라 보고 있는 자신까지도 절규해버렸다.
뭔가, 굉장한 사랑 고백을, 본 기분이 든다.
[셋쇼인 키아라]
....후후. 나도 엉망진창인 속내, 입니디만, 당신도 같을 정도로, 복잡기괴한 성격, 인거군요.
[안데르센]
당연하지.
그렇지 않으면 죽은 후에도 글쟁이따위 해먹을수가 있겠냐.
용서없는 독설에 셋쇼인 키아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온화한 시선으로.
무구한 소녀가, 봄의 도래를 맞는듯이.
[셋쇼인 키아라]
.....정말로.
내가 패하는 것도, 도리였습니다.
자신의 신자 제1호가 이런 밉살스런 남자라니, 어차피 결국엔 나도 3류였던거군요.
[안데르센]
뭐냐?
남의 정사나 훔쳐보다니, 경우도 없는 놈들이군.
빨리 가. 동정도 감상도 필요없다.
대단원은 아니었지만-----이건 이거대로, 납득가는 줄거리였으니까말이지.
너희들은 키아라를 원망하도록 해라.
저 여자는 정말로, 마음 밑바닥부터가 초외도다.
용서받을 가치는 없어.
그러나------어떤 인간이라 해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인생을 거는거라면 나에게는 존귀한 빛으로 보인다.
환상같은, 신경쓸 가치도 없는 작은 빛이라도.
.....따스한, 최후의 등불로 보이는거다.
이건 그뿐인 이야기다.
이건 키아라의 이야기였지만 내가 읽고 싶었던 이야기이기도 해.
----------흥.
그리하여 펜은 부러지고 글쟁이는 잊혀져 사라진다.
얼마나 속시원한 일이냐!
작별이다, 고민많은 소년소녀! 어디 한번 열심히 남에게 연심을 품고, 사랑에 헤매이며, 생에 괴로워 하도록 해라!
헛되이 보낼 시간은 없다고!
마스터의 뒤를 따르듯이 서번트의 모습도 사라졌다.
......셋쇼인 키아라와 안데르센.
원흉이었던 그들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다.
이제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안데르센의 말대로,
헛되이 보낼 시간이 없는 자신의 이야기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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