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하는 조건의 키보드를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스위치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퀵스왑/핫스왑 방식에, 무선이지만 딜레이를 최소화한 전용 2.4GHz 동글 사용, 그러면서도 가끔은 아이패드 등과 연결해서 쓸 수 있도록 블루투스도 지원, 건전지가 아닌 충전식 배터리 내장, 그리고 무엇보다 저에게 중요했던건 텐키리스(TKL, 87키) 레이아웃. 문제는 커스텀 기계식 키보드 시장은 매니아들이 선호하는 60% 또는 65%의 컴팩트한 레이아웃과 유선으로 연결되는 제품이 대세라 제가 원하는 제품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제품이 바로 몬스타기어의 닌자87프로 였습니다. 이 제품은 제가 앞서 언급한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베어본 키보드만 구입시 65,000원, 기계식 스위치가 같이 제공되는 세트(조립은 직접 해야함)가 89,500원으로 꽤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주문 당시에 국내에 재고가 없어 예약구매를 했고, 며칠전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패키지입니다. 기존 닌자87BT와 달리 2.4GHz 무선을 지원하는 것을 박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성품은 설명서, USB 동글, 케이블, 키캡/스위치 풀러, 키보드 본체 등입니다.
키캡/스위치 풀러는 한덩어리로, 적당한 품질입니다.
2.4GHz 수신기는 USB 타입A 단자로 연결됩니다. 별도로 페어링 버튼같은건 없고, 꽤 작은 크기입니다.
케이블은... 나름 직조케이블에 멋을 내려고 한 모습입니다. 커스텀 키보드 케이블과 비교하면 당연히 못하지만, 그래도 순정치고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색깔만 빼면... 화이트 제품에는 화이트에 어울리는 케이블이 들어있으면 더 좋았을거라 생각됩니다.
키보드입니다. 표준적인 87키 텐키리스 레이아웃의 제품이고, 전체적으로 테두리가 꽤 얇은 편입니다. 사이즈는 364 x 137mm, 두께는 피트 포함하여 앞쪽이 20mm, 뒤쪽이 30mm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철 보강판이 들어있어서 무게도 꽤 괜찮습니다.
뒤쪽 중앙에 USB 타입C 단자가 있습니다.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최대 20시간(RGB LED 사용시)/최대 80시간(LED OFF시)이라고 합니다.
배터리 충전상태를 알기가 어려운 것이 좀 아쉽습니다. 케이블 연결하면 스페이스바에 LED가 3번 깜빡이면서 충전이 시작됨을 알려주고, 충전이 다 되면 다시 스페이스바에 LED가 5번 깜빡이면서 알려주는 방식인데, 계속 키보드를 보고 있지 않으면 놓치게 됩니다.
체리식 스태빌라이저가 적용되었고, 스태빌에는 기본 윤활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특별히 더 손보진 않았습니다.
스위치 핫스왑이 가능한 기판으로, 3핀 5핀 스위치 모두 대응합니다. 안쪽으로 흡음재와 실리콘 보강재가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스위치는 정방향이고 LED는 아래쪽에 있습니다.
스위치 고정이 소위 이빨소켓이라 부르는 방식이라 고정력이 약간 약한 편이라고 합니다.
하판에는 닌자87PRO 로고와 미끄럼 방지 피트가 있습니다.
전원 ON/OFF 스위치와 블루투스-2.4GHz 전환 스위치가 모두 바닥쪽에 있습니다. 이것도 불편한 부분이지만, 저는 자주 전환하는건 아니니까 큰 문제는 없을듯 합니다.
높이는 1단만 높일 수 있습니다.
이제 스위치를 끼울 차례입니다.
어떤 스위치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한번 리니어 스위치에 입문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리니어 스위치 중 평이 괜찮고 가격도 저렴한 게이트론 황축을 선택했습니다.
요것도 황축 프로니, 우뚜게황이니 하는 상위 스위치들이 있긴 하던데, 일단 리니어 방식 자체가 저에게 맞는지 확인해보고 업그레이드 할 요량으로 가장 기본 황축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기계식 키보드를 써오면서 리니어 스위치는 한번도 써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체리 갈축으로 입문하여 체리 청축, 체리 녹축, 게이트론 갈축 사용)
핫스왑 기판은 납땜이 필요 없이 핀과 구멍에 맞춰 끼워주기만 해서 편리합니다.
스위치 장착시 주의할 점 - 장착하다가 실수로, 혹은 배송중에 이미 이렇게 핀이 휘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다시 똑바로 펴주면 되는데, 금속이기 때문에 계속 접었다 폈다 하면 금속피로로 파손될 수 있습니다. 가급적 스위치 장착 전에 확인해주고, 장착시에도 수직으로 힘을 주어 장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87개의 스위치 장착이 끝났습니다. 3개는 남는 스위치입니다.
키캡 장착 전에 키보드를 연결하여 전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RGB LED를 지원하며 몇가지 패턴도 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키캡을 장착하고 타이핑을 한번 해봤습니다.
음... 리니어 스위치를 선택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구분감이 분명하지 않아서 그런지, 단순히 입력되는 높이와 압력이 체리 녹축과 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타가 상당히 늘었습니다.
키감 자체도 뭔가... 기존의 분명하게 클릭클릭 되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오묘한 느낌입니다. 멤브레인 같은것까진 아니지만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기계식' 키보드와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느낌...?
아직 적응기간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적응이 안되면 다시 스위치를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카일 박스 제이드축(옥축)을 보고 있습니다. 이게 클릭축 중에서 그렇게 좋다고들 하더군요.
그리고 스위치를 바꾸기 전에.
기왕이면 새 키보드이니 만큼 키캡도 새롭게 맞추고 싶었습니다.
해외의 유명 공제사이트 DROP(구 매스드랍)에서는 다양한 기계식 키보드 부품이나 키캡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유명 키캡 디자이너 Matt3o가 개발한 MT3 프로파일의 키캡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MT3 프로파일은 키 높이가 높은 High-Profile 키캡 중 하나로, SA 프로파일과 비슷하지만 R2~R4 열이 살짝 낮춰져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곡선이 지고 끝이 오목하게 몽글어진 키캡이라 개인적으로 참 예쁘다고 느꼈습니다.
이 MT3 프로파일 키캡중에서도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반지의 제왕 엘프어 키캡입니다. 이 제품은 반지의 제왕 공식 라이센스 제품으로, 원작자인 JRR 톨킨이 만든 가상의 언어인 엘프어(퀘냐 / 신다린), 그 엘프어를 문자로 표기할 때 사용하도록 만든 가상의 문자 텡과르(Tengwar)가 새겨진 키캡입니다. 게다가 그냥 아무렇게나 갖다 쓴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 Daniel Steven Smith가 1997년 공개한 텡과르 폰트에 대응하는 배열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꼴을 다운받아 적용하면 이 키캡으로 엘프어를 직접 타이핑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PBT 재질이며 염료승화 방식으로 인쇄되었습니다.
DROP에서 직구를 했고, 약 열흘만에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패키지입니다. 패키지에 가운데땅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기본 세트는 큰 박스에, 애드온 세트는 작은 박스에 왔습니다.
먼저 베이스 키트. 베이스 키는 텐키리스 키보드까지 커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키캡 세트입니다. $125
드랍에서 판매중인 베이스 키트는 트레이닝 키트(기존 키보드의 A~Z, Ctrl, Enter 등이 살짝 표기되어 있는 버전)와 하드코어 키트(오직 텡과르만 쓰여진 버전) 두 가지인데, 어차피 평소에도 키보드 문자를 보고 타이핑하진 않아서 더 예쁜 하드코어 키트를 골랐습니다.
요거는 추가 키캡 중 Autumn in Rivendell 이라는 이름의 애드온으로, 가을 느낌의 주황색 포인트 키캡입니다. ESC나 WASD, 방향키, 엔터, 스페이스 등 소수의 포인트 키캡으로 이뤄진 세트입니다. $25
주문하기 전부터 머릿속으로 그려오던 것보다 더 예쁜 모습이라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그냥 눈으로 보고만 있어도 마음에 드는것이... 햐... 정말 좋습니다.
(IP보기클릭)6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