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이야기>
선생님과의 듀얼이 끝난 후, 평소처럼 수업을 이어가고 있던 그 날 오후였다.
"오늘 나와 시현이가 했던 듀얼에서처럼, 유발 효과가 동시에 여러 개 발동했을 때는 발동 순서를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중요한 카드가 [하루 우라라] 같이 직접적으로 체인해 막는 패트랩을 맞는 것을 방어할 수도 있지. 단, 패에서 발동하는 효과처럼 비공개 영역에서 발동하는 효과는 공개 영역에서 발동하는 효과보다 나중에 발동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시간상 다음 수업에 다뤄봐야 겠구나.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오늘은 평소보다 수업이 일찍 끝났네요?"
"역시 장기 쌤 최고! 빨리 저녁 먹으러 가야지!"
다들 책가방을 싸느라 바쁜 모습에 선생님은 장난기가 생겨서 그런지, 들고 있던 교과서를 다시 책상에 떨어뜨리며 대뜸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아니다, 다들 수업이 일찍 끝나서 아쉬운 것 같은데, 이왕 이렇게 된거 내일 분량까지 한꺼번에 진도 나갈게!"
"에이, 쌤!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하하, 물론 농담이야. 그나저나, 시간이 좀 애매하게 남았는데... 님은 시간동안 뭐하면 좋을까?"
그때 한 학생이 소리쳤다.
"쌤! 재밌는 이야기 해주세요!"
"재밌는 이야기? 어떤 걸 듣고 싶은 거니?"
"뭐.... 예를 들어 첫사랑 썰 같은 거라든지, 아니면...."
"음... 첫사랑 대신 여기 학원에 처음 왔을 때 썰은 풀어줄 수 있는데, 한 번 들어볼래?"
그러면서 장기 쌤은 덱의 카드 몇 장을 골라 꺼내며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내가 이 학원에 처음으로 오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4년. 그땐 비틀트루퍼는 커녕 디지털 버그조차 없었고, 인잭터가 그로부터 2년 전쯤에 활개를 쳤을 시절이야. 지금이야 무제한으로 풀렸지만 2014년에는 단셀과 호넷이 제한이었을 정도이니 밀 다한 셈이지. 그리고 선생님은 오래 전부터 이 덱을 써왔기에, 이 카드들은 내게 있어선 대희 쌤이 말하는 '페이버릿 카드'와도 같은 존재야. 이름인 '홍장기'도 인잭터(갑충'장기')에서 따왔고."
"우와.... 저런 덱을 쓰고 다녔으면 듀얼도 엄청 잘했겠네요!"
"실제론 두 카드가 제한 당한게 생각보다 치명적이라 승률이 높지는 못했지만... 이 덱으로 대희 쌤이랑 듀얼한 적도 있었지.
근데 워낙 오래 전 일이라 그런지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네. 너희들이라면 듀얼 파트를 더 좋아할텐데...."
그때 누군가가 교실 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앗, 장기 씨! 저 불렀어요?"
"네, 대희 씨. 그쪽도 수업 끝났나 보죠? 실은 제가 수업이 일찍 끝난 김에 아이들에게 저희들이 처음 만난 썰을 풀려고 했는데, 그때 한 듀얼이 기억이 잘 안나서 말이죠..."
"그때 듀얼이요? 전 마치 어제 일처럼 아주 생생하던데, 그럼 그 부분은 제가 들려줘도 될까요?"
"네, 그러죠."
아이들은 수업을 들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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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쌤과 대희 쌤이 처음으로 만난 때는, 대희 쌤이 듀얼 학원과 그 옆에 있는 카드 샵을 운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거기다 학원의 위치 역시 자리를 값싸게 구할 수 있는 작은 동네에 위치해 학생 수도 얼마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사람들이 자주 들르는 카드 샵을 통해 먹고 살 순 있을 정도의 수입을 얻는 것이 전부였다고.
가만 보니, 그가 과거 프로 선수였던 걸 생각하면 이름값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학원을 차리면 충분히 학생들이 많이 올 법한데, 왜 그러지 않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그가 그렇게 유명한 선수가 아니였거나 다른 이들은 모르는 사정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추측하는게 최선이었다.
아무튼 학원에 학생은 없고 먼지만 가득 쌓이는 상황에 문이 열리며 귀한 손님이 찾아오자 대희 쌤은 반가운 마음에 인사부터 했다고 하는데....
"네, 어서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
순간 대희는 카드 샵으로 찾아온 손님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의는 여러번 수선을 하다 못해 누더기가 되어버린 옷에, 하의는 신발도 안 신은 채 어딘가에서 잔뜩 젖고 온 듯한 누런 양말 차림, 그리고 마치 누구에게 쫓기기라도 한 듯한 겁에 질린 표정까지... 그 충격적인 모습에 길거리 노숙자도 이렇게까지 허름한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 이 덱 좀 여기에 맡겨놔도 될까요? 그러니까... 전 이제 더이상 듀얼하지 않을 거라 이 정령들은 저보다 더 좋은 사람들이 데려갔으면 해서...."
누추한 몰골의 여인이 건낸 덱 케이스를 열어본 대희는 그 내용물을 보고 더욱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안엔 몇 년 전에 대회권을 휩쓸었던 인잭터 카드들 말고도, [저승사자 고즈] 같이 한때 수량이 부족해서 못 구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레어 카드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런 카드들을 대체 왜 저에게 아무런 값도 안 받고 그냥 맡겨두시는 거죠...?"
"죄송해요, 전 아무 죄없는 정령들에게 몹쓸 짓을 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저를 용서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고서 그 여인은 말없이 그대로 카드 샵을 뛰쳐나왔다. 정문 앞에서 그 모습을 멍한히 지켜보던 대희는 손에 쥐어진 카드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레어 카드가 많은 덱에 비해 어디 노숙이라도 하고 온 것 같은 허름한 차림... 그리고 정령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말까지 고려하면.... 혹시 암암리에 불법으로 운영된다는 지하 투기장 같은 곳에서 져서 돈을 잃었나?
아니, 일단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쯤 되는 그 순한 외모만 봐도 그런 위험한 곳에 드나들 것 같은 사람은 아니였다. 더군다나 그런 일에 찌든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다시 돈을 되찾으려고 하지, 갑자기 자신의 검과 방패와도 같은 듀얼을 포기할 리가 없었다. 그것도 요즘은 한물 갔다지만 그렇다고 절대 약한 덱은 아닌 인잭터를 가지고.
좀 더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일단 나중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대희는 그 덱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다. 재회하게 된다면 이 덱을 다시 전해줘야지.
"세상에.... 장기 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쌤 지금은 괜찮은거 맞죠??"
"얘들아, 다 설명해줄 테니까 일단 들어보렴."
그는 여인을 다시 만나보려고 동네 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며 그녀의 행방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실마리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대충 세어봐도 여기 사는 이웃들 수십 명에게 물어본 것 같은데.... 몸도 마음도 지친 대희는 나 하나 사는 것도 힘든데, 그 사람까지 찾는 건 역시 무리인가 싶어 학원으로 돌아와 죽치고 앉아있었다. 오늘은 수업 듣는 학생도 거의 없는데다, 지독한 장마가 찾아와 하루종일 내리는 비에 안 그래도 처진 기분은 더더욱 가라앉고... 하염없이 귓가를 메우는 빗소리에 멍을 때리던 그는 문득 빗소리에 사람 목소리가 섞여있다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도 다급한 마음에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며 밟은 줄도 모르고 소리의 근원지로 가보니, 그가 그렇게나 찾고 있던 사람은 뜻밖에도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제발 부탁이에요. 부디 한 번만 더 선처를...."
"이렇게 말한 것도 벌써 세번째에요. 저도 먹고 살아야하는 입장이라, 더이상은 못 봐줍니다. 이제 그만 방 빼세요."
"제발요! 집이 없으면 아무 죄 없는 제 딸은 어떻게..."
"그럼 딸은 보육원 같은 곳에 보내놓고 일단 돈 벌 궁리부터 하셔야죠. 월세 밀린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대체 그동안 뭐했어요? 참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저 집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옷을 입은 그녀와, 그녀의 품에서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며 울고 있는 딸아이를 매몰차게 건물에서 쫓아냈다.
대희는 본인을 포함한 대다수가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며 비가 그치기를 바랄 때 세찬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비통하게 울고 있는 모녀의 모습을 보고는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잠시 후, 그는 결심한 듯 조용히 그들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웠다.
"앗, 당신은.... 전에 봤던 그...."
"일단 제 학원으로 가서 비부터 피하죠. 날씨도 점점 쌀쌀해지는데, 감기에 걸리지 않게 우선 몸부터 녹여야 겠어요."
여인을 학원으로 데려간 대희는 마지막으로 씻은 지 1달이 넘었다는 말을 듣곤 가장 먼저 그녀와 딸아이에게 목욕부터 하도록 했다. 물론 평범한 가정집이 아닌 학원인 만큼 일반적인 샤워는 꿈에도 못 꾸고, 수도꼭지랑 변기만 있는 비좁은 화장실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씻는 정도가 한계였다. 그래도 그 처음 봤을 때의 모습에 비해선 확실히 나아졌다. 대희 왈, 처음 만났을 땐 차림도 허름한데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몸 상태도 빼빼 말라서 무슨 해골을 보는 줄 알았다고.
그리고 옷도 갈아입게 해서 여인은 대희가 입던 옷 중 그나마 사이즈가 맞는 것을 골라 입혔고, 딸아이는 맞는 옷이 없다보니 급하게 근처 매장에서 아동용 의류를 사 입혔다.
"저... 정말 감사합니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가혹해도 어려운 사람끼리 돕고 살아야죠. 우선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알려줄 수 있나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이 동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원래 살던 곳에서 도망치듯이 나왔기 때문에 일정한 삶의 터전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녔다고 한다. 어떻게든 딸을 먹여살리기 위해 공장 같은 곳에서 일용직이라도 얻기 위해 전전긍긍했으나, 그녀 같이 돈도 얼마 없고 차림도 누추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드물었다. 그리고 어렵게 얻은 일자리도 쥐꼬리만한 월급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오래 남지 못하고 여기저기 배회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혹시 무슨 일 때문에 원래 집을 도망쳐서 나온 건지 알 수 있을까요?"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흔들리는 눈빛으로 대희를 바라보았다.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 짐작한 그는 대화의 화제를 급히 바꿨다.
"일단 당장 갈 곳이 없으시니, 당분간은 여기 학원에서 지내셔야 할 것 같아요. 저도 1년 전 원래 집을 지진 해일 때문에 잃어버려서, 평소 여기를 집처럼 쓰고 있어요. 당장 안 쓰는 교실에 간이 침대를 마련해놨는데, 일단 거기서 따님이랑 같이 주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럼 그쪽은 어디서...."
"뭐... 이불 같은 거 깔고 바닥에서 자거나 해야죠. 전 원래 침대 없어도 잘 자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계속 이렇게 지낼 순 없으니 일단 다른 일자리라도 찾아보셔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렇지. 제가 운영하는 카드샵에서 일하는 건 어때요? 하는 일도 손님 받아주는 거랑 재고 보충할 때 박스 나르고 정리하는 것 정도라 별로 안 힘들어요. 시급도 제가 넉넉하게 줄 테니까, 공장 같은 위험한 곳까지 찾아보실 필요 없어요."
그녀는 대희의 호의에 뭐라 말해야 될 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 너무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일할 동안 제 딸은 어떻게...."
"음.... 일단 여기 그냥 온 게 아니라 학교를 다니는 건 쉽지 않겠죠?"
"네, 지금도 저를 쫓아오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두려워서 이름도 원래 것과 다른 것을 쓰고 있어요."
"다 커서 자립하려면 나중에 어디로든 진로를 정해야하니... 그럼, 제 학원에서 교육이라도 받는 건 어떨까요? 요즘은 콘마이 같은 대기업이나 시큐리티 같은 공직으로 일하려면 듀얼 능력이 기본으로 요구되는 시대라서요. 아이가 지금 몇 살이죠?"
대희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나이를 대강 짐작하려고 했지만, 아이는 아직 낯선 환경이 무서운 것인지 여인의 뒤로 숨어버려 어쩔 수 없이 직접 물어보았다.
"올해로 11살이에요. 하지만 제가 학원비를 낼 형편이 아니라...."
"그건 걱정 마세요. 저도 학원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골머리를 앓던 차라, 가르치는 연습한다 치고 돈은 당분간 안 받으려고요. 그리고 여기서 번 돈으로 학교에서 받아야 할 교육도 병행하면, 아이 미래는 걱정 안 될 거에요."
그 말을 들은 여인은 좀 전에 밖에서 눈물을 흘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물론 그 전과는 다른, 기쁨과 감사함이 담긴 눈물이었다.
"당신은 제 은인이에요. 정말 뭐라 말을 덧붙일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절 도와주시는 이유가 뭔가요? 그쪽 형편도 그렇게 좋지는 못하다고 하셨는데.... 저 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닌가 싶어서...."
"어... 말하기 좀 부끄럽긴 한데, 전 예전에 듀얼리스트 프로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은퇴해서 지금은 학원을 차렸는데... 이름 날리는 선수가 되어서 커리어에서 성공한 것도 아니고, 그런 주제에 선수 생활을 한답시고 몸이 편찮으신 제대로 부모님을 돌보지 못했거든요."
그러면서 대희는 지갑에서 사진 하나를 꺼냈다. 그가 좀 더 젊었을 적 부모님과 함께 찍은 가족 사진이었다. 그는 아픈 부모님을 내팽겨치고 선수 생활을 고집하다 은퇴하기 몇 달 전에서야 이 사진을 꺼내봤다고 하는데, 그 사진과 지금 부모님의 모습을 비교하고 나서야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오늘 두 분이 밖으로 내몰린 모습을 보면서 순간 부모님의 모습을 겹쳐봤어요. 그래서....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다시는 눈 앞의 사람을 무력하게 지켜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앗, 그런 일이...."
"하하, 참 한심하죠? 유명하지도 않고 다른 이들을 지킬 만큼 강한 것도 아니라 히어로 덱 쓰는 주제에 정작 히어로다운 모습은 하나도 없어서...."
대희의 냉소에 장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말 할 필요 없어요. 당신은 이미 제게 있어서 영웅과도 같은 존재인 걸요...."
"휴.... 일단 위로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아, 가장 중요한 걸 안 물어봤네요. 당신과 따님의 성함을 알려줄 수 있나요? 본래 이름 말고, 앞으로 제가 부를 다른 이름이요."
그 말을 들은 장기는 대희의 눈빛을 보고 순간 확신했다. 저 사람이라면 분명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 장기에요. 홍장기. 그리고 제 딸 이름은 홍다연이에요."
"좋은 이름이네요. 전 준대희라고 해요."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었다.
"와.... 대희 쌤 너무 착하시다...."
"역시 지금처럼 학생 수가 많아진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다들 대희 쌤의 인품에 감탄한 모양이다. 정작 대희 쌤은 겸손함을 위해서인지 어딘가 맘에 걸리는게 있는 듯한 쓴 웃음을 지었지만.
대희는 남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돕고 살 정도로 여유로운 형편이 어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약속대로 장기에게 한 번도 빠짐없이 시급을 줬다.
거기다 다연 역시 그에게 덱과 듀얼디스크를 받고 다른 학생 수업이 잡히지 않은 시간대에 이론강의는 물론 직접 듀얼 상대까지 맡았는데, 이때 받은 덱이 바로 시현이 전에 상대했던 사이버 드래곤이었다. 장기 쌤이 말하기로는 다연이가 사이버 드래곤을 쓰게 된 건, 성능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드 대희 쌤이 듀얼 애니 중 GX 출신의 덱을 많이 모았는데 그 중 사이버 드래곤이 히어로만큼이나 좋아하는 덱이였기 때문이었다고.
"대희 씨, 배 안 고프세요? 어제도 점심을 커피로 때우시더니..."
"아, 괜찮아요. 전 원래 적게 먹는 편이라...."
대희는 자신의 몸이 점점 야위어가는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장기를 위한 헌신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절대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겠다고, 1년 전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 '대재난'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근데 쌤이 말한 대재난이란게 뭐야?"
"너 어릴 때 안 들어봤어? 2013년에 갑자기 지진, 해일, 화산 활동, 폭풍우 4가지의 자연재난이 동시에 벌어진 이상 현상 말이야. 때마침 이 4가지 현상이 몬스터의 수풍지화 4가지 속성이랑 비슷하다보니 무슨 정령이랑 관련된거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는데...."
"나도 들어봤어! 그때 뉴스에서 나오는 모습은 정말 무서웠는데..."
"자자, 잡담은 이쯤하고 선생님의 얘기를 계속 들어보자고!"
아이들이 시끌벅쩍해지자 류 선배가 주의집중을 시키며 소란을 잠재웠고, 대희 쌤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 그러던 어느 날, 장기의 딸이 다른 아이들과 시비가 걸려 서로 다투다가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는지 장기도 같이 불려가는 일이 생겼고, 대희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카드샵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그는 곧 찾아올 손님을 위해 재고를 보충하려 서랍을 뒤지다가, 먼지가 잔뜩 쌓인 덱 케이스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장기가 그와 처음 만났을 때 맡겨둔 인잭터 덱이었다.
"아차, 이거 다시 돌려주려고 했는데 깜빡했네. 이제 나이가 40을 바라보곤 있다지만 그래도 이 정도 일을 까먹을 리가 없는데, 벌써 치매라도 걸린 건가.
앗, 벌써 사람이.... 네, 어서 오세요."
그런데 이번에 온 손님은 어딘가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딱 봐도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듯한 정장 차림에 돈이나 카드가 잔뜩 들어있을 법한 철제 가방까지... 다짜고짜 자신을 컬렉터라고 소개한 그 손님은 이 매장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카드가 무엇인지 물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단종되어 구하기 힘든 카드들을 찾아다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몰라 당황한 와중, 손님의 시선이 대희가 책상에 올려둔 장기의 덱에 꽂혔다.
"혹시 저 덱 케이스에 든 카드들도 팝니까?"
"아, 이건 다른 분이 제게 맡겨두신 거라 파는 물건이 아니에요."
"그럼 안에 무슨 카드가 들어있는지라도 볼 수 있겠습니까?"
대희는 손님의 태도가 영 못 미더웠지만 그래도 하나하나가 소중한 수입원인 손님인 만큼 내용물 정도는 보여주기로 했다. 설령 카드만 들고 튀려고 해도 출입문을 원격으로 잠글 수 있는 보안장치도 있으니.
"앗, 이 카드는.... 요즘 환경에선 잘 안 쓰이지만 재록 한 번 되지 않아서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저승사자 고즈]?! 제가 여태껏 찾아다닌 매장들 중에서도 1장도 구할 수 없었던 이런 카드를 3장씩이나 넣고 다니다니, 덱을 맡긴게 누군지는 몰라도 보통 딱창이 아니였나보군요! 거기다 [죽은 자의 소생]이랑 [욕망과 겸허의 항아리] 같은 준수한 범용 카드까지.... 이거 얼마면 되겠습니까?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그 덱은 원래 제 것이 아니고 애초에 팔지 않는 물건이라..."
"에이, 명색이 카드 매장인데 안 파는 카드가 어디있단 말입니까? 그러지 마시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죠. 정 그렇게 소중한 덱이면 덱 전체가 아니라 고즈만 제게 파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당신도 알겠지만, 그 카드는 이미 실전성을 잃고 소장 가치만 남은 카드에요. 카드를 팔고 얻은 돈으로 더 좋은 카드를 사신다면 그 덱 주인과 저 모두에게 이득 아닙니까?
혹시 값을 더 받고 싶은 것이라면 얼마든지 불러주십시오. 수십 만원은 기본이고 수백만원 까지 낼 수 있습니다. 만약 돈 말고 카드를 원하시는 거라면 그것도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손님은 들고 있던 철제가방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반으로 펼쳐 열었다. 그 안엔 너무 눈부셔서 제대로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레어도로 처리된 카드들이 빼곡히 들어있었다. 그것도 레어도만 높은게 아니라 섀도르, 네크로즈, 클리포트 같이 현 환경에서 강력한 덱의 카드들이었다.
"........"
저 손님의 말대로 덱에 고즈가 없다고 해서 듀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지금 학원과 카드 샵으로 버는 돈보다 관리비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더 커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선 카드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하지만.... 상당히 오래 쓴 것으로 보이는 덱을 직접 맡길 정도라면 분명 보통 소중한 카드가 아닐 텐데, 과연 카드를 판 것을 알게 됐을 때 장기 씨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희는 철제 가방에 담긴 레어 카드들과 그의 손에 들려있는 고즈 3장을 번갈아 확인했다.
그리고....
'.......!'
순간 대희는 그 날 있었던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장기 씨와 한 듀얼보다도 더 생생한, 등에 식은 땀이 맺히던 그 날의 감각.
'아, 잠깐.... 이것까지 아이들에게 말할 순 없는데....'
아무리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되뇌여도 그 기억은 머릿속에서 도무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신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어느샌가 눈앞의 아이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먼지 쌓인 카드 진열대와 그 앞에서 철제가방을 내러놓은 컬렉터가 대신 차지했다.
'사실, 그때 난.....'
.
.
.
.
.
내가 결국 눈을 질끈 감으며 카드를 넘기려 하자, 카드에서 사람 목소리같은 희미한 소음이 들렸다. 꼭 자신을 팔지 말아달라고 비는 듯한 흐느끼는 소리 같았다.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그냥 헛것을 본 것이라고 생각한 난 다시 카드를 건내려 했으나, 이번엔 뚜렷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부탁이야, 제발 우리를 두고가지 말아줘."
순간 내 손에 있던 고즈 3장의 그림이 각각 병든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연재해로 인해 파괴되어 버린 나와 내 지인들의 보금자리로 변했다.
'뭐지? 혹시 내가 꿈속에 있는 건가?'
눈을 비비고 볼을 꼬집어도 피부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확실한 현실의 것이었다. 시선을 조금 더 아래로 옮기니 그 카드엔 원래 효과가 적혀있을 자리에 이런 글자가 적혀있었다.
/대희야, 우리는 널 진심으로 사랑했어
네가 우리랑 싸우고 말 없이 집을 나서고 난 후에도 뒤에서 열심히 널 응원했어
그런데 너는 그 사랑을 외면하다 못해 원수로 갚아버렸구나/
/우리 대희는 꼭 최고의 선수가 되어서 돌아오기로 약속했잖아
지금은 요양원에 집어넣었지만 언젠가는 이 늙은 엄마를 다시 데리러올 거야, 그치?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준대희 넌 히어로라며, 덱도 히어로만 고집할 정도로-
근데 그 날 넌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너가 있었더라면 우리 고향 친구들 모두가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죽진 않았을 텐데/
"그... 그럼 어느 정도 가격까지 사실 의향이 있을지...."
밑에 적힌 글자들이 텍스트 칸을 뚫고 카드 모서리까지 적히는 것을 보고 기겁한 난, 서둘러 카드를 넘기기 위해 어서 값을 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카드들에게서 핸드폰 진동 같이 격렬한 떨림이 느껴졌다. 아,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심코 카드를 다시 바라본 난 할 말을 잃었다.
"아......"
"저기, 괜찮으십니까?"
고즈 3장 뿐만 아니라 진열대에 널린 모든 카드들의 일러스트가 장기 씨와 비슷한 나이대의 어느 여인의 영정 사진으로 바뀌어있었다. 사진 속 그녀는.... 그 날 재난에 휘말려 세상을 떠난, 내 전 연인.
그녀의 얼굴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젊을 적의 미모를 보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 그녀의 눈에서 흘리내리는 눈물과 원망이 담긴 시선은 내 몸을 그대로 얼어붙게 했다.
/건물이 무너져내리기 직전에도 난 너를 보고싶었어
근데 결국 끝까지 날 찾아오지 않았어
말해 봐, 넌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야? 왜 혼자만 살아있어?/
그 순간 영정 사진이 그려져 있었던 칸이, 하얀 천으로 덮인 시신 한 구가 들어있는 커다란 관과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묘비로 변했다. 가만 보니, 그 묘비엔 다름 아닌 내 이름 석 자가 또렷하게 적혀있었다. 그리고 텍스트 칸에는-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이게 너였어야 했어/
"으윽?!"
화들짝 놀라 눈을 다시 떠보니 난 한 쪽 무릎을 꿇은 채로 넘어져있었다. 고즈 3장을 비롯한 모든 카드들의 모습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운 나는 극심한 어지러움에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니야.... 내가... 내가 모두를 꼭 구할 거야...."
"네? 뭐라고요?"
잠시 후 나는.... 난....
.
.
.
.
.
"쌤.....?"
"..... 응?"
"왜 갑자기 이야기하다 멈추세요?"
"아, 그게..... 실은 나도 워낙 오래 전의 일이라 떠올리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말이지. 그래서, 내가 어디까지 말했니?"
"카드 컬렉터가 찾아온 후 카드 팔지 말지 결정하기 직전까지요."
휴, 다행이다. 그 일은 얘기 안 했나보네. 만약 했다면 진작에 장르가 공포물로 바뀌었겠지. 그땐 카드에 무슨 귀신이라도 들린 건가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과거 일이 자꾸만 나를 붙잡고 있었던 탓에 생긴 망상인 것 같다.
"근데 방금 전부터 계속 대희 쌤만 얘기하고 있는데 안 힘들어요?"
"괜찮아. 장기 씨가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해서 듀얼 전에 일어났던 얘기는 나 혼자서 하는 거야. 듀얼 파트는 나랑 장기 씨 둘이서 그때 상황을 재현하듯이 들려줄게.
그래서 그 뒤에 어떻게 됐냐면..... 아, 이제 생각났다!"
......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명대사를 내뱉기 직전의 만화 속 주인공처럼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카드는 누군가의 인연이 담긴 소중한 카드에요. 전 수백, 아니 수천을 받는다 해도 이 카드를 팔 수 없어요."
손님의 끈질긴 제안에도 대희가 연거푸 거절하자, 그는 결국 포기했는지 정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매장을 떠났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작게 중얼거렸다.
"흥,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 저 인간은 듀얼 애니만 보고 자란 녀석인가? 무슨 카드의 인연이니 지껄이고 앉았고! 저 나이 먹고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다니, 참...."
대희는 투덜거리며 나가는 손님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차라리 그냥 팔았으면 당분간 돈 걱정은 안 해도 됐을 텐데.... 그도 어쨌든 인간인 이상 후회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애써 그 생각을 뿌리치고 다시 한 번 되뇌였다. 지금 당장의 짧은 이익보다는 그 카드 안에 담긴 기나긴 기억의 가치가 더 소중할 것이라고, 분명 카드를 팔았으면 후회했을 거라고 머릿 속에 각인시켰다.
"대희 씨,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멍하게 서있어요?"
"앗, 장기 씨. 오셨군요. 그쪽 일은 잘 해결되고 있나요?"
"저희 딸이 여기 동네 아이들이랑 말다툼을 하다가 감정이 격해져서 몸싸움이 있었나봐요. 다연이 말로는 동네 애들이 먼저 자기보고 가난하다고 놀려서 시비가 붙었다고 하는데... 일단 제가 직접 그 아이들 부모님에게 사과하고 합의금을 물어주는 걸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안 그래도 부족한데 또 돈이 빠져나가게 되어서 정말 죄송해요."
"전 괜찮아요. 아 참, 그리고 이 덱 말인데, 오늘 생각나서 장기 씨에게 돌려주려다 조금 전에 해프닝이 좀 일어났거든요. 그게...."
대희가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털어놓자 장기는 입은 감사한 마음에 살짝 웃고 있었지만 눈은 어딘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카드.... 실은 제가 학교를 졸업했을 때 최우수 학생상으로 받은 카드였어요. 제 소중한 추억을 지켜주신건 정말 고마워요.
근데.... 대희 씨도 사정이 좋지 않은 거 알잖아요. 만약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대희 씨를 위해서라도 카드를 팔았을 텐데.... 저 때문에 괜히 대희 씨에게 부담이 되는 것 같아서...."
"에이, 그런 소리하지 마세요! 돈은 한순간에 빠져나가지만 기억은 살아만 있다면 거의 영원하잖아요. 저도 히어로라는 덱에 애정을 가진 듀얼리스트인 이상 그런 추억은 지켜주는게 당연하죠."
그는 겉으로 내뱉은 말과는 달리 속으론 굉장히 쓰라린 마음이 들었다. 역시 팔았어야 했나. 그래도 장기 씨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순간 기분전환을 할 묘수가 생각났다.
"장기 씨, 덱 얘기가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저와 듀얼하지 않을래요?"
"네.....?"
"장기 씨가 맡긴 덱, 저희 학원에서 일어난 듀얼에서 나온 에너지로 어떻게든 먹여 살리고 있긴 한데... 여긴 워낙 보관하는 카드도 많고 규모도 작은 학원이라 한계가 있어서요. 덱은 원래 주인이 써야 본래 힘이 발현되는 것이기도 하고....
혹시 듀얼이 힘드시다면 그냥 가지고만 있어도 되니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말해주세요."
장기는 약간의 망설임 후 결심한 듯 대답했다.
"대희 씨가 절 위해 많은 걸 해주셨는데, 듀얼 정도는 저도 할 수 있어요. 물론 대희 씨가 괜찮으시다면...."
"저도 듀얼할 힘 정도는 남아있어서 괜찮아요.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듀얼!!"
아이들은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듀얼 부분 이야기에 벌써부터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래, 안 좋았던 기억들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지금은 다같이 즐겨보자고.
《TURN 1》
"그럼... 일단 첫 턴은 장기 씨에게 넘길 게요. 절대 패가 너무 완벽해서 그런게 아니라, 오랜만에 하시는 듀얼이라길래 감도 잡을 겸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주려고 그러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아, 네...."
그러면서 장기는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이전까지 들려준 가냘픈 목소리가 아닌 중저음의 힘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선, 카드 1장을 세트. 그리고 [카드카•D]를 일반 소환, 이 카드를 릴리스하고 카드 2장을 드로우합니다. 그 후, 이 턴의 엔드 페이즈가 되어 턴 엔드."
{준대희 LP 8000, 패 5장 홍장기 LP 8000, 패 5장}
《TURN 2》
"그럼 저도 갑니다! 드로우!!
우선 마법 카드 [욕망과 겸허의 항아리]! 덱 위의 카드 3장을 넘기고 그 중 1장을 패에 넣겠어요.
어디 보자, 순서대로 [폼 체인지], 2장 째의 [욕망과 겸허의 항아리], [어리석은 매장]이네요. 흠.... 일단 [어리석은 매장]을 패에 넣고 나머지는 덱으로 되돌려요."
히어로 덱에서 발동한 턴 몬스터를 특수소환할 수 없는 [욕망과 겸허의 항아리]를 쓰다니.... 요즈음의 빠른 듀얼 속도에 익숙한 아이들은 옛날의 듀얼 방식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저땐 저런 카드도 썼구나 하는 반응이었고, 아예 저 카드를 처음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마법 카드 [어리석은 매장]을 발동해 [엘리멘틀 히어로 섀도우 미스트]를 묘지로 보내고, 묘지로 보내진 섀도우 미스트의 효과로 덱에서 [엘리멘틀 히어로 에어맨]을 패에 넣겠어요. 그 후 에어맨을 일반 소환, 덱에서...."
"체인, 패의 [이펙트 뵐러]를 버리고 그 효과를 무효로 하겠어요."
"이런, 시작부터 뵐러라니.... 그럼 이번 턴은 저도 장기 씨처럼 적당히 넘겨야 겠네요. 배틀! 에어맨으로 플레이어에게 다이렉트 어택!"
일단 장기의 필드에 세트 카드가 1장 있긴 했지만, 겨우 하급 몬스터 1장을 제거한다고 성방 같은 공격 반응형 함정을 쓰기엔 아까울 테니 여기선 발동하지 않을 거라고 대희는 예측했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들어, 장기는 별다른 반응 없이 에어맨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았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의 여린 모습과는 달리, 이런 일은 한 두번 겪어본 것이 아니라는 듯 몸을 다시 일으키며 가볍게 몸을 털었다.
{홍장기 LP 8000-> 6200}
"이제 카드 1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 일단 초반은 다들 밑준비를 하는 단계인가 봐요. 전 그 시절 인잭터의 폭풍 전개를 떠올리면 제 히어로 덱 못지 않게 가슴이 두근거리던데, 여기서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물론 그 두근거린다는 게 조금 다른 의미의 두근거림이긴 하지만...."
이 말을 하면서 손으로 목 부근의 경동맥을 만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는 선수 시절에 저 덱에게 많이 시달렸던 모양이다.... 장기 쌤도 그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키득거렸다고 한다.
{준대희 LP 8000, 패 4장 홍장기 LP 6200, 패 4장}
《TURN 3》
"제 차례입니다, 드로우.
[카드 트루퍼]를 일반 소환하고 기동 효과 발동, 덱 위의 카드 3장을 묘지로 보내고 자신의 공격력을 묘지로 보낸 카드 1장 당 500 올려요. 전 카드 3장을 묘지로.
그리고 세트해둔 [리빙 데드가 부르는 소리]를 발동, 방금 묘지로 보내진 [인잭터 센티피드]를 소생합니다. 그리고 센티피드의 효과로 패의 [인잭터 호넷]을 장착."
"아니, 덱에 1장 밖에 없는 카드를 벌써.... 그렇다면 지금 쓸 수 밖에, 함정 카드 [리빙 데드가 부르는 소리]! 묘지의 섀도우 미스트를 공격 표시로 특수 소환하고, 소환에 성공한 섀도우 미스트의 효과로 [마스크 체인지]를 패에 넣겠어요."
지금이야 세월이 흘러 자취를 감췄지만, 저때 리빙 데드는 [죽은 자의 소생]과 함께 묘지 소환을 상징하는 범용 카드였다고 한다. 요즘으로 따지면 지명자, 포영 같은 카드인가.
"그럼 호넷을 묘지로 보내고 효과 발동, 섀도우 미스트를 파괴하겠어요."
"(2)번 효과도 쓰고 싶었지만... 섀도우 미스트의 효과는 1턴에 1가지 효과만 쓸 수 있어서 히어로 몬스터를 패에 넣는 효과는 못 써요. 그래도, 하급 몬스터 2장의 공격 정도면 아직 다음 턴이 있으니...."
"아뇨, 2장 만이 아니에요. 센티피드의 효과로 덱에서 [인잭터 단셀]을 패에 넣고 마법 카드 [어둠의 유혹] 발동. 카드 2장을 드로우한 후 패의 단셀을 제외합니다."
기껏 서치해온 카드를 제외한다는 말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이들은 당황했지만, 당시 대희 쌤은 어떤 카드가 나올 지 진작에 알고있었다고 한다.
"레벨 3인 센티피드와 카드 트루퍼를 오버레이, [허공해룡 리바이엘]을 엑시즈 소환!
리바이엘의 효과로, 엑시즈 소재 1개를 사용해 제외상태인 하급 몬스터 1장을 특수소환합니다. 물론 불러올 카드는 [인잭터 단셀]."
"휴.... 결국 그 콤보인가.... 근데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별로 자신없어 하시더니 지금은 절 박살내버릴 기세로 전개를 하시네요? 뭐, 그쪽에서 전력으로 오신다면 저도 좋지만요."
그러면서 대희는 평소와는 다른 장기의 날카로운 눈빛과 차분하면서도 기백이 넘치는 목소리를 보고는, 어쩌면 평범한 듀얼 교육이 아니라 무슨 조직 같은 곳에서 거의 '훈련'에 가까운 지도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출신지를 말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그렇고.... 에이, 그냥 허무맹랑한 망상인가. 일단 필드가 쭉쭉 밀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지금은 듀얼에 집중하기로 했다.
"단셀의 효과로 묘지의 호넷을 장착, 그 후 다시 호넷을 묘지로 보내서 이번엔 에어맨을 파괴하겠어요. 그 후, 단셀의 또다른 효과로 덱에서 2장 째의 센티피드를 특수 소환, 이 센티피드의 효과 역시 발동해 묘지의 호넷을 장착, 이번에도 호넷을 묘지로 보내서... 제 필드의 [리빙 데드가 부르는 소리]를 파괴합니다. 이때 센티피드의 효과가 발동해 덱의 [인잭터의 마검 잭트칼리버]를 서치."
더이상 대희의 필드에 카드가 존재하지 않은 탓에 호넷의 효과를 써서 센티피드의 효과를 격발시키려면 자신 필드의 카드를 파괴해야 했으나, 때마침 장기의 필드에는 소생한 몬스터가 엑시즈 소재가 된 것으로 그대로 필드에 남은 리빙 데드가 있었다. 역시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구나, 하며 대희는 무서운 속도로 모여드는 몬스터들을 마주했다.
"잭트칼리버를 센티피드에 장착한 후, 배틀! 우선 [인잭터 단셀]로 다이렉트 어택!"
대희가 아무런 반격을 하지 않자 곧바로 리바이엘과 센티피드의 공격이 이어졌다.
"끄아아아악!!"
{준대희 LP 8000-> 2800}
선생님 말에 따르면 그땐 지금만큼 솔리드 비전이 발달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의 물리적인 충격을 주는 요즘과 다르게 몇 번의 사고가 일어난 후 안전 상의 이유로 정령의 힘을 실체화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센티피드가 든 잭트칼리버를 맞았을 때도 마치 장난감 칼로 쿡 찌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는 대회를 다니면서, 관중들을 열광시키는 일종의 WWE식 듀얼에 익숙해져서인지 별로 아프지 않은 공격에도 꾸준히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큭, 필드가 모두 비어버린 상황에서 직접 공격이라니... 근데, 공격력이 낮은 몬스터부터 공격하는 건 여기 동네든 장기 씨가 온 동네든 만국 공통인가 봐요? 지금이야 무제로 풀리고도 잘 안 쓰이지만, 예전엔 고즈 케어한다고 무조건 약한 몬스터부터 때렸는데.... 그 시절이 엇그제같네요."
"네.... 사실 저도 과거에 듀얼하면서 그런 경험 많았어요. 특히 제가 학창 시절 듀얼 학교에 다닐 때엔 다들 고즈를 구하려고 가진 용돈을 다 턴 친구들이 수두룩했죠. 저도 그 시절이 엇그제 같고 너무 그리워요."
그러면서 장기는 대희와 만난 이후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 않던 해맑게 웃는 표정을 보였다. 장기 쌤은 대희 쌤의 다정하고도 티끌없이 솔직한 모습에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음을 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야, 그냥 학교도 아니고 듀얼 학교까지 다녔어요? 어딘지는 몰라도 저도 다녀보기는 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듀얼 전문 학교까지 나오셨다니, 어쩐지 숙련자 티가 팍팍 나더라고요!"
"에이, 과찬이에요. 대희 씨는 대회까지 나가본 적 있는 프로라면서요?"
"뭐... 프로 리그를 뛴 적은 있지만 엄청 대단한 성적을 거둔 건 아니에요. 전 남들이 다 쓰는 덱보단 제 특성을 어필할 수 있는 덱을 선호해서, 때마침 이름도 쥬다이랑 비슷하겠다, 성능과 낭만이 교묘한 균형을 이룬 히어로 덱 위주로 듀얼을 했어요. 옛날엔 어나더 네오스랑 더 샤이닝으로 광 속성 비트, 그리고 출시 당시엔 은퇴한 상태라 대회에선 쓴 적 없지만 요즘엔 올해 나온 스트럭쳐 덱의 마스크드 히어로....
만약 히어로 말고 그 시절 티어 덱을 굴렸더라면 대회 우승도.... 아니다, 지금 해봤자 쓸데없는 후회죠. 그래도 전 히어로 덱이 제일 좋고, 지금도 지원 나올 때마다 꾸준히 연구할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나중엔 네오스 관련 카드도 많이 쓸 수 있는 지원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러면서 대희는 공격을 당할 때 쓰러지는 연기를 하며 주저앉았던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장기 쌤은 그의 모습이 꼭 TV 프로그램의 히어로를 보는 것만 같았다고 한다.
"아무튼, 장기 씨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듀얼에 임해주시는데. 저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겠죠?"
"네, 그럼 저도 대희 씨의 히어로 같은 반격을 기대해볼게요.
메인 페이즈 2, 단셀과 센티피드로 [기장천사 엔지넬]을 엑시즈 소환하고, 묘지로 보내진 잭트칼리버의 효과로 센티피드를 패로 회수합니다. 전 카드 1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
{준대희 LP 2800, 패 5장 홍장기 LP 6200, 패 4장}
《TURN 4》
"자, 갑니다....! 드로우!
패의 [양철 금붕어]를 일반 소환하고 효과 발동! 패에서 레벨 4 몬스터, [엘리멘틀 히어로 브레이즈맨]을 특수 소환! 그리고 소환에 성공한 브레이즈맨의 효과 발동! 덱에서 [융합] 1장을 패에 넣겠어요."
장기는 브레이즈맨의 효과로 [융합]을 서치한 것을 보고 융합 소환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잠시 후 두 몬스터의 아래로 우주의 별처럼 커다란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양철 금붕어가 고철이 맞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전함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레벨 4인 몬스터 2장으로 오버레이! [No.101 사일런트 아너즈 아크 나이트]를 엑시즈 소환!"
"여기서 엑시즈 소환이라니.... 전 히어로니까 당연히 융합 소환을 할 줄 알았죠."
"장기 씨 말대로 원래 히어로는 융합 덱이긴 한데, 4랭크 엑시즈가 워낙 강해서.... 안타깝게도 웬만하면 융합보단 엑시즈를 하는 쪽이 더 이득이에요."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정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희 쌤 말로는 그땐 스피릿 오브 네오스는 물론 선라이저 같이 [미러클 퓨전]을 서치하는 카드조차 없어 융합 소환 위주의 덱이 오히려 낭만으로 취급받았다고 한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아크 나이트는 상대의 '특수소환된 공격 표시' 몬스터를 엑시즈 소재로 흡수하는 효과를 가졌죠? 그럼 엔지넬의 효과 발동, 엑시즈 소재를 1개 사용해 자기 자신을 수비 표시로 바꾸고 파괴 내성을 얻어요."
"그럼 리바이엘은 아크 나이트의 먹이가 되어야 겠네요. 아크 나이트의 기동 효과 발동, 소재 2개를 사용해서 리바이엘을 엑시즈 소재로 흡수합니다!"
이크 나이트는 분명 물이 없는 육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물 위에 떠있기라도 한 듯 부유하다가, 리바이엘을 향해 닻을 내렸다. 리바이엘은 원양 어선의 그물에 잡힌 물고기처럼 꼼짝도 못한 채 그대로 흡수된 후, 입자로 변함과 함께 아크 나이트의 위성이 되어 주위를 공전했다.
"이어서 마법 카드 [죽은 자의 소생]! 묘지의 [엘리멘틀 히어로 섀도우 미스트]를 소생하고, 마법 카드 발동! [마스크 체인지]! 섀도우 미스트는 어둠 속성의 마스크드 히어로, [마스크드 히어로 다크 로우]로 변신!"
섀도우 미스트가 검은 갑옷과 가면을 둘러 탄생한 다크 로우는, 짐승 같은 울음 소리와 날카로운 손발톱 같은 외형을 봐선 히어로보단 빌런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효과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다크 로우가 장기의 필드로 달려가 묘지와 통하는 구멍을 할퀴자, 제외 존의 구멍과 연결되며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이제 장기의 묘지로 보내지는 카드는 모두 제외 존으로 가는 셈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묘지로 보내진 섀도우 미스트의 효과로 [엘리멘틀 히어로 버블맨]을 패에 넣고, 마법 카드 [마스크 차지]를 발동해 묘지의 섀도우 미스트와 마스크 체인지를 회수!
그리고 드디어 융합 히어로 등장, 마법 카드 [융합] 발동! 패의 버블맨과 필드의 아크 나이트로.... 나타나라, 절대 영도! [엘리멘틀 히어로 앱솔루트 Zero]!"
대희의 필드에 착지한, 얼음처럼 투명한 히어로는 절대영도라는 그 이름답게 온몸에서 손발이 오들거릴 정도의 냉기를 뿜어냈다. 물론 하필이면 이때가 겨울로 접어들고 있던 시점이라 안 그래도 추운데 더 추워져버려, 이 친구에겐 좀 미안하지만 효과 발동을 위해서라도 곧 필드에서 치워버릴 작정이었다.
"자, 이제 만반의 준비는 끝. 전 카드 2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
대희가 여유롭게 턴을 마치려는 순간, 장기의 묘지에서 십자가와 함께 몬스터 하나가 올라왔다. 잠깐, 저 몬스터 어디선가 많이 봤는데? 곤충의 뿔을 단 소녀의 모습이라면, 그 아티팩트랑 핸드와 섞은 일명 모자(HAT)덱의 그....
"턴 종료하기 전에, 지속 함정 [강화 소생] 발동! 묘지의 하급 몬스터의 레벨을 1 올려 소생시킵니다. 제가 선택할 카드는.... [트리온의 충혹마]!
이 카드가 특수소환에 성공하면, 상대 필드의 마/함 1장을 파괴합니다."
트리온을 닮은 거대한 개미가 튀어나와 갈기갈기 찢어버린 대희의 세트 카드는.... 좀 전에 회수한 [마스크 체인지]였다.
"앗, 상대 턴에 앱솔루트 Zero를 마스크드 히어로로 바꾸려 했는데.... 턴 종료하기 직전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그냥 미끼용으로 세트한 줄 알았네요."
"대희 씨가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저도 가만히 구경만 할 순 없죠. 기대해주세요, 저도 다음 턴에 제 에이스를 꺼낼 테니까요!"
완벽한 줄 알았던 플랜이 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희는 오히려 더 재미있어졌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준대희 LP 2800, 패 1장 홍장기 LP 6200, 패 4장}
《TURN 5》
"제 차례에요, 드로우.
우선, 엔지넬을 공격 표시로 변경. 그 후 묘지의 [브레이크스루 스킬]을 제외하고 효과 발동, 다크 로우의 효과를 무효로 하겠어요."
"방금 전 트리온이랑 이 카드도, [카드 트루퍼]의 효과로 묘지로 보내진 카드죠? 이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저도 이렇게까지 덤핑이 잘 된 적은 처음이네요. 보통 효과 쓰면 마법만 묘지로 보내지던데, 이상하게 오늘은 듀얼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도 안 느껴지네요. 그럼 저도 일이 잘 풀리게 한 제 카드들에게 보답을 해줘야 겠네요! "
장기 쌤은 이때 느꼈다고 한다. 승패에 구애받지 않고 후회없이 즐긴다는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 라고. 그와 동시에 진중했던 장기의 듀얼 중 목소리가 좀 더 텐션이 올라갔다. 지금 2024년의 아이들이 알던 바로 그 장기 쌤의 힘찬 목소리였다.
"[인잭터 센티피드]를 일반 소환, 그 후 기동 효과로 이번엔 패에 있는 [인잭터 그루프]를 장착하겠어요."
"호넷이 아니네요?"
"네, 어차피 단셀이 묘지에 있는 데다 일반 소환권도 썼으니까요.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앱솔루트 Zero, 어떤 식으로든 필드에서 치우면 번개를 날리는 몬스터죠.
그럼, 그루프의 효과를 발동해 자신을 묘지로 보내고 센티피드의 레벨을 2개 올립니다. 그리고 센티피드의 효과로 [인잭터 기가맨티스]를 서치, 이제.... 레벨 5인 곤충족 몬스터 2장으로 오버레이!"
그 말을 들은 트리온의 충혹마가 인잭터처럼 갑옷과 헬멧을 쓴 모습으로 변신하더니, 센티피드를 따라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파일럿이 합체 로봇에 탑승하는 장면처럼 뒤에서 등장한 은색 메카가 이들을 가슴에 있는 탑승구로 받아들였다.
"작은 힘들을 하나로 모아, 거대한 악을 분쇄해라! [인잭터 엑사스태그] 엑시즈 소환!"
"오, 이게.... 장기 씨의 에이스....!"
"확실히 앱솔루트 Zero는 강한 카드지만, 그렇다고 약점이 없는 건 아니에요. 파괴도, 제외도 소용없다면.... 답은 장착시켜 필드에 남기는 것!
엑사스태그의 효과 발동! 엑시즈 소재를 1개 사용해, 상대 필드의 몬스터, 앱솔루트 Zero를 이 카드에 장착시킵니다! 젝트 드레인!!"
엑사스태그의 가슴이 열리면서 드러난 붉은 색 코어가 앱솔루트 Zero를 향해 눈부신 빔을 쏘자, 아크나이트가 했던 것처럼 앱솔루트 Zero는 서서히 형체를 잃으며 푸른 입자가 되어 코어에 흡수되었다.
"엑사스태그의 공격력과 수비력은 장착한 몬스터 각각의 절반 수치만큼 올려요.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니...."
장기가 엑사스태그를 향해 카드 1장을 던졌다. 그 카드에서 튀어나온 [인잭터 기가맨티스]가 자신의 쌍검을 던지자, 엑사스태그는 그 검을 받고는 힘이 넘치는 듯 쌍검을 맞부딪히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기가맨티스를 장착한 몬스터의 원래 공격력은 2400, 그리고 앱솔루트 Zero의 공격력은 2800이니 엑사스태그의 공격력은....!"
{인잭터 엑사스태그 ATK: 800-> 3800}
"앗, 이렇게 되면...."
"자, 배틀! 엑사 스태그로 다크 로우를 공격!"
다크 로우가 대응할 틈도 없이, 엑사 스태그가 사마귀의 앞발처럼 날카로운 쌍검을 휘둘러 그것을 일도양단했다. 마치 이번엔 자신이 히어로라는 듯 전투에서 이긴 후 뒤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연출은 덤이었다.
"끅....."
{준대희 LP 2800-> 1400}
"자, 이걸로 마무리에요! [기장천사 엔지넬]로 공격!!"
그 순간, 아무런 몬스터도 없이 무방비 상태가 된 줄 알았던 대희의 필드에 히어로 마크가 새겨진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영웅은 위기인 순간에 나타나는 법이죠! 다크 로우의 비명이 신호가 되어.... 함정 카드 [히어로 시그널] 발동! 덱에서 [엘리멘틀 히어로 포레스트맨]을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
"포레스트맨의 수비력은 2000.... 공격은 중지하겠어요. 그나저나 발동 조건이 전투 파괴인 [히어로 시그널]을 쓰다니, 정말 작정하고 컨셉 덱을 짠 모양이네요?"
"네, 사실 지금 히어로 덱은 말만 히어로지 다크 로우나 앱솔루트 Zero, 기타 4랭크 엑시즈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 이제 더이상 대회도 안 나가겠다 좀 더 원작에 가까운 구축을 시도해보고 싶었거든요!"
"아하.... 이런 낭만을 중시하는 듀얼, 저도 좋아요.
그럼 전 카드 1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
{준대희 LP 1400, 패 1장 홍장기 LP 6200, 패 2장}
《TURN 6》
"내 차례다, 드로우!
스탠바이 페이즈, 포레스트맨의 효과로 묘지의 [융합]을 패에 넣어요."
이로서 다시 대희의 패와 필드는 융합 소환할 조건을 갖추었으나, 아직 엔지넬의 소재가 1개 남아있어 엑사스태그를 전투로 파괴하려 해도 저지당할 뿐. 거기다 이대로 턴을 넘기면 엑사스태그가 또다시 대희의 몬스터를 장착하려 들 것이다.
"확실히 장착 카드를 2개나 장착한 엑사스태그는 강력한 몬스터.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카드 하나에 파워가 집중된 상태이죠. 그러니 답은....!"
마법 카드가 발동되는 효과음과 함께, 대희의 머리 위로 백과사전 만큼이나 두꺼운 책이 떠올랐다. 그 책이 열리며 페이지가 알아서 펼쳐지자, 필드의 모든 몬스터가 빛 한 점 없는 어둠에 휩싸였다.
"속공 마법 [개기일식의 서] 발동! 상대 필드의 몬스터는 전부 뒷면 수비표시가 됩니다! 그리고.... 몬스터가 뒷면 표시가 되면 그 몬스터가 장착하고 있던 카드는 전부 묘지로 보내지죠!"
"그럼 그 발동에 체인해 [비상 식량]을 발동! 제 필드의 마/함 3장을 묘지로 보내고, 1장당 라이프 1000을 회복합니다!"
{홍장기 LP 6200-> 9200}
"오, 어차피 묘지로 갈 거 코스트로 써먹는단 말이죠? 하지만 앱솔루트 Zero의 효과를 잊으면 안 되죠! 앞면 표시의 이 카드가 필드에서 벗어났으니 상대 필드의 몬스터를 전부 파괴합니다! 순간 동결!!"
몬스터가 뒷면 표시가 되면 그 몬스터가 가지고 있던 정보가 초기화되기 때문에 엔지넬의 효과를 쓴다 한들 결국 몬스터를 지켜낼 수는 없었다. 결국 한파가 몰아닥친 장기의 필드엔 그녀의 몬스터였을 얼음 파편들만 남게 되었다.
"이어서, 섀도우 미스트를 일반 소환! 뒷면 표시가 된 포레스트맨을 다시 반전 소환한 후.... 레벨 4인 포레스트맨과 섀도우 미스트로 오버레이! 엑시즈 소환, [다이가스타 에메랄]!
에메랄의 효과로 소재를 1개 제거해 묘지의 몬스터 3장을 덱으로 되돌리고, 카드 1장을 드로우!
..... 좋았어, 방금 묘지로 보내진 섀도우 미스트의 효과로 [엘리멘틀 히어로 버블맨]을 패에 넣고, 카드 2장을 세트! 그리고, 패가 이 카드 1장 뿐이니 패의 [엘리멘틀 히어로 버블맨]을 특수 소환!"
저 카드는.... 애니에선 필드에 다른 카드가 없으면 2장 드로우라는 파격적인 효과 덕에 주인공의 패를 보충하는 역할로 나왔던 히어로다. 물론 실물로 나오고선 조건이 더 엄격해져 드로우 효과는 거의 못 쓰지만, 엑시즈 소환 도입 후 간단하게 특수소환되는 4레벨 몬스터라는 점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장기 역시 저 카드의 효과를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이어서, 세트해둔 [E-이머전시 콜] 발동! 덱에서 2장 째의 버블맨을 패에 넣고, 마찬가지로 자신의 효과에 의해 특수 소환!
레벨 4인 버블맨 2장으로 오버레이! 엑시즈 소환, [기갑첩자 블레이드 하트]!
블레이드 하트의 엑시즈 소재를 1개 사용해 효과 발동! 이 턴 블레이드 하트는 2회 공격이 가능!
자, 배틀! 우선 [다이가스타 에메랄]로 다이렉트 어택!"
장기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데미지를 받자, 블레이드 하트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으로 참격을 날렸다.
"이어서, 블레이드 하트로 2회 다이렉트 어택!"
".......!"
{홍장기 LP 9200-> 3000}
이제 필드에 카드도 없고 자원도 거의 다 쓴 장기를 보고 대희가 승리를 확신하던 그때였다. 궁지에 몰린 줄 알았던 장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대희 씨, 제가 [비상 식량]을 쓴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라이프를 회복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무엇보다.... 필드의 카드를 치울 수 있어서 그렇죠."
"그 말은....!"
곧 장기의 발 밑으로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올라와 사람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자신이 데미지를 받았을 때, 자신 필드에 카드가 없으면 이 카드를 특수소환할 수 있습니다. 나와라, [저승사자 고즈]!
그 후, 자신이 받은 전투 데미지와 같은 수치의 전투력을 가진 [저승사자 카이엔 토큰]을 제 필드에 특수소환해요."
{저승사자 카이엔 토큰 ATK: 2200}
[비상식량]으로 마/함 존을 전부 치우는 걸 보고 설마했던 바로 그 몬스터, [저승사자 고즈]였다. 설렁 패에 고즈가 있는 걸 알았어도, 패가 바닥나버린 상황이라 그것이 없을 거라고 믿고 전투를 하는 방법밖엔 없었으니.....
"대희씨가 지켜준 이 카드 덕분에 이 듀얼의 승리, 제가 가져가게 됐네요."
"하하.... 오늘 제가 지켜준 카드가 역으로 제 뒤통수를 치다니.... 그래도 한 번만 봐주시는 건 역시 무리수겠죠? 전.... 이대로 턴 엔드."
{준대희 LP 1400, 패 0장 홍장기 LP 3000, 패 1장}
《TURN 7》
"자, 제 차례에요. 드로우.
[인잭터 호퍼]를 일반 소환하고 기동 효과 발동, 묘지의 단셀을 장착해요. 단셀을 장착한 몬스터의 레벨은 3개 올라가니, 레벨 7인 호퍼와 고즈로 오버레이! 엑시즈 소환, [No.11 빅 아이]!
빅 아이의 효과 발동, 소재를 1개 사용해 블레이드 하트의 컨트롤을 얻겠어요. 이 효과를 쓴 턴 빅아이는 공격 못하지만...."
블레이드 하트가 이도류로 그의 주위를 맴돌던 위성을 반으로 쪼개며 대희의 필드로 달려나갔다.
"블레이드 하트의 효과로 2회 공격하면 충분히 게임이 끝나겠네요.
첫번째, 먼저 [다이가스타 에메랄]을 공격!"
"크윽....."
{준대희 LP 1400-> 1000}
"자, 지금까지 절 도와주신 대희 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두번째, 플레이어에게 다이렉트 어택!"
"아... 이게 듀얼리스트식 감사 인사란 말이죠? 그럼 저도 사양 말고 받겠-
끄아아아아악!!"
{준대희 LP 1000-> 0 듀얼 종료}
...... 대희 쌤은 듀얼 이야기가 끝나자 쓰러지는 시늉을 하며 쥐죽은듯이 바닥에 누워 쓰러졌다.
"와, 이걸 장기 쌤이 이기네? 대희 쌤이 더 높은 클래스 담임이라 모두 대희 쌤이 이길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물론 내가 봐도 장기 쌤 운이 기가 막히게 좋긴 했어. 인잭터에겐 사형 선고 급인 다크 로우도 무사히 넘겼고, 비상식량이랑 고즈만 아니였어도 대희 쌤이 직전에 나온 두 엑시즈 몬스터로 라이프를 정확히 0으로 만들었을 테니까."
그때 '대희'는 지금의 '대희 쌤'처럼 솔리드 비전이 전부 사라진 후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채 대 자로 뻗어있었다.
"으.... 진작에 이럴 줄 알았으면 장기 씨 말대로 팔아버릴 걸 그랬나 봐요! 1턴만 버텼어도 승산이 있었는데...."
"듀얼의 묘미란 원래 그런 거죠. 오늘 한 듀얼처럼 평소엔 보기 힘들었던 카드들을 맞닥뜨리면서 느끼는, 예측불가능한 짜릿함... 덕분에 그리운 옛 추억도 떠올리고 간만에 서로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휴, 장기 씨가 좋았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네요! 저도 선수 시절 땐 이렇게 듀얼한 적 없었는데, 간만에 즐거운 듀얼 했네요!"
이야기를 마치며, 장기 쌤은 한 마디 덧붙였다.
"얘들아, 알겠지? 왜 내가 듀얼은 일종의 대화라고 했는지. 듀얼은 혼자만의 플레잉이 아니라, 서로 간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되는 교감이야. 그리고 때론 나와 시현 같은 누군가에겐, 듀얼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타인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해."
그 말을 들은 아이들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 날의 일이 기적을 불러일으킨 걸까? 그로부터 어느날... 우리들의 어려웠던 사정이 다른 이들의 귓속까지 들어가서, 국가의 듀얼 장려 정책 덕분에 후원을 받았어. 2015년으로 넘어가면서 솔리드 비전의 발전과 함께 듀얼이 더 널리 보급되었고, 그 과정에서 듀얼을 가르칠 강사가 필요했거든. 덕분에 학생들이 많아진 것은 물론 그래서 지금의 학원 모습이 된 거야.
....아, 벌써 끝낼 시간을 훌쩍 넘겼네? 얘들아, 늦게 보내서 미안! 저녁 이후 수업은 늦게 끝난 거 감안해서 조금 나중에 시작할게!"
"네!! 안녕히계세요!"
기다렸다는 듯 교실 밖으로 쏜살같이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장기는 흐뭇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땐 자신이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릴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생활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이후, 대희에게 선생님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곤 했다. 하지만 대희 옆에서 보조하는 방식으로라도 해보길 바라는 그의 권유에 처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게 되었고, 그 경험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낯선 땅에 와서 도저히 행복이라는 걸 찾을 수 없을 줄만 알았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남을 위해 베푸는 활동을 하게 되어 보람을 얻은 점이 컸다.
......그 날 밤, 장기는 퇴근 전 대희에게 다가가 말했다.
"대희 씨.... 그날부터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요. 대희 씨가 제게 따뜻한 인정을 베풀어주신 덕분에 저도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얼마 전에 시현이를 만난게 그 마음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 날 학원으로 찾아온 시현이의 모습이 꼭 대희 씨와 처음 만났을 때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아, 시현이를 그렇게 만난 거였군요? 정말 잘 된 일이네요!
그럼 장기 씨는 먼저 가보세요. 전 교실 청소 마저 하고 갈 테니깐...."
"아뇨, 오늘 청소는 제가 대신 할게요. 수업은 물론 아이들에게 이야기까지 하느라 피곤하실텐데, 먼저 가서 쉬세요."
"에이, 전 괜찮은데.... 그럼 오늘 학생들이 많이 썼던 교실 쪽만 부탁드릴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장기는 학원 밖을 나서는 대희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그를 지켜보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청소를 할 준비를 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기적이긴 하네. 아무라 열심히 일해도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임대로 체납으로 이 건물에서 쫓겨날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분명 대희의 성공은 그에게는 물론 장기에게도 희소식이었지만,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었다.
먼저, 듀얼을 배우기 위해 들어온 신입생들이 하나 같이 여학생들이었다는 것. 학생 수가 충분히 많아진 지금은 남학생이 더 많긴 하지만, 후원 초기엔 정말 열에 아홉이 여학생이었다. 거기다 외모도 다 어딘가 비슷비슷하게 생긴 것 같고....
두번째, 이건 그때 뿐만 아니라 요즘에도 나타나는 일인데....
-우드득-
창문을 열고 청소기를 돌리던 와중 무언가가 청소기에 빨려들어가지 않고 끼인 건지 시끄러운 소음이 일어났다. 장기는 일단 청소기를 끄고 바닥을 확인하는데...
"나 참, 이게 또 나왔네? 자꾸 쌓이면 메케한 냄새 나는데...."
바로 국가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그 날 이후로, 이상하게 출현하기 시작한 회색 빛 조각들이었다.
그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무슨 조각상 만드는데 쓰일 법한 석고 냄새가 나길래, 학생 중 미술 학원에 다니는 사람이 있나 싶어서 물어봤다. 하지만 애들 중 한 명도 미술학원 같은 곳을 다닌 적 없다는 대답을 들어 이 조각의 정체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졌다.
"대희 씨 말로는 내부 벽이 까져서 생긴 조각이라곤 하는데.... 어째 몇 번 리모델링 공사를 했는데도 자꾸만 벽에 흠집이 나는 거지? 뭐, 엄청 많이 나오는 건 아니라 다시 치워버리면 그만이긴 하지만...."
하지만 장기는 끝끝내 알지 못했다. 이런 사소한 불길함의 징조들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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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용이 들려주는 이야기, 미르테일입니다. 이번 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조금 반가울 수도 있는데요, 바로 2014년 카드풀과 금제를 기준으로 진행한 게이트볼 듀얼이었습니다. 2014년이면 제가 아크파이브를 보며 문방구 가서 팩을 뜯고, 싸이크론으로 성방을 무효로 하는 동네룰 듀얼을 하던 초딩 시절이라 당연히 그때 환경이 어땠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다행이도 저보다 딱지를 많이 해본 지인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듀얼 작성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tmi를 덧붙이자면, 원래 구상에선 장기 말고 대희 쌤이 이기게 할 계획이었는데.... 오늘날 듀얼과는 다르게 카드 간의 연계가 긴밀하지 않다 보니 [미러클 퓨전] 같은 것도 듀얼근으로 잡아야 하고, [나락의 함정 속으로]나 [강제 탈출 장치] 같은 함정 카드로 상대 전개를 방해하자니 서로 패가 모자라서 턴을 질질 끌게 되어, 듀얼 쓰기가 평소보다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폐기된 아이디어 중에는 [라바르바르 체인]으로 [늪지의 마신왕]을 묻고 [미러클 퓨전]으로 샤이닝 플레어 윙맨을 뽑는 장면도 있었는데, 엔지넬이랑 고즈의 효과 같은 전투 방어 효과 때문에 생각보다 뽑을 각이 잘 안 나와서 결국 유기했습니다. 턴이 너무 길어지면 독자 입장에서도 흐름이 루즈해지는지라 어쩔 수 없이 장기 쌤의 승리로 결과를 바꿨고요. 샤플윙은.... 옷 갈아입히고 샤네윙으로 출연시켜야죠 뭐...
그래도 이번 게이트볼 듀얼은 평소보다 듀얼 짜기가 쉽지 않았지만 과거엔 이런이런 덱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어 상당히 신선하고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다뤄보고 싶네요. 그럼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그 오류나 오타 지적 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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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환경이 게이트볼로 이뤄지는 시대가 오다니 흑흑 이번 화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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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때는 환경이 왜이리 빠르고 험난하지 했는데 지나고 나니 또 감상이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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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환경이 게이트볼로 이뤄지는 시대가 오다니 흑흑 이번 화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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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때는 환경이 왜이리 빠르고 험난하지 했는데 지나고 나니 또 감상이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