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you, you’re finally awake.”
시작하자마자 사형대로 향하는 마차에서 눈을 뜨는, 게임계에 한 획을 그은 도입부에서 알 수 있듯이, 스카이림은 현재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살아남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범죄란 언제나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번에 올릴 포스팅 컨셉은 바로 ‘범법자 도바킨’, 그 첫번째인 도둑 길드 퀘스트입니다. 어두운 골목길을 휘어잡고 범죄 규정자(crime regulator)로서 날뛰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서서히 몰락해가는 도둑 길드. 그곳의 악명을 다시금 스카이림 전역에 떨치는 것이 바로 도둑 길드 퀘스트라인의 목표입니다.
양상군자의 길은 부패의 온상으로 자리잡은 리프튼에서 시작합니다. 문을 지나기도 전에 통행료를 강요하는 경비병과 블랙브라이어 가문을 뒷배로 둔 폭력배를 지나 광장에 도착하면, 비교적 번듯한 옷을 입고 포션을 팔고 있는 브린욜프라는 사내를 볼 수 있습니다.
브린욜프: "아가씨, 주머니가 가벼워질 때가 되었을 텐데?"
도바킨: "잘 못 들은 것 같은데, 뭐라고?"
브린욜프: "흐음… 당신 돈이 좀 필요해 보이는 걸. 아닌가? 딱 보면 각이 나오지, 아가씨. 걸음걸이, 걸친 옷들, 불 보듯 뻔하지 뭐."
대뜸 '너 돈 없잖아'를 시전한 브린욜프는 자신을 도와주면 지갑이 무거워질 거라고 합니다. 계획은 장신구 상인 마데시가 금고 안에 넣어둔 은반지를 훔쳐서 브랜드-쉐이의 주머니에 넣는 것. 이유를 전부 말해줄 수는 없지만, 어떤 '높으신 분'이 브랜드-쉐이의 영업을 망치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지금 주머니에 달랑 3골드 밖에 없는데. 돈 좀 만지게 해준다는데 일단 해봅시다.
브린욜프: "여러분들이 주목할 만한 끝내주는 물건이 있습니다!"
브린욜프가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는 동안 일을 진행합니다. 저기가 마데시의 가판대로군요.
여담이지만, 브린욜프가 파는 포션은 '팔머의 피'로 만들었다고 하는 정력제입니다. 물론 진품은 아닙니다.
주민들의 이목은 모였지만 경비병들은 계속 순찰을 돌고 있기 때문에, 담벼락에 딱 붙어서 웅크리고 있어도 재수없으면 걸립니다. 일단 안전하게 투명화 마법을 걸고-
마데시의 가판대 뒤로 돌아가 문을 열면 금고가 있습니다.
자물쇠를 따고 마데시의 은 반지를 슬쩍 해준 뒤에-
한 번 더 투명화 마법을 쓰고 상자 뒤로 돌아가 브랜드-쉐이의 주머니에 은반지를 넣으면 임무 완료입니다.
어후, 메뉴에서 게임이 멈추지 않게 하는 모드를 깔았더니 시간이 빠듯하네요. 상호작용을 하면 투명화가 풀려버리니 엄청 쫄립니다.
브린욜프: "내가 사람 한 번 제대로 고른 것 같군. 여기, 약속한 보수야."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으면 브린욜프는 ‘이런’ 일을 더 하고 싶다면 리프튼 지하의 쥐소굴(Rat way)에 있는 누더기 술병(Ragged Flagon)이라는 술집으로 오라고 초대합니다. 그 와중에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말을 흘립니다.
급하게 달려오는 경비병이 보이는군요. 걸린 건가?
리프튼 경비병: "좋아, 브랜드-쉐이. 주머니를 뒤집어라. 네놈이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으니까."
브랜드-쉐이: "뭘 가지고 있다는 거야? 무슨 일인데?"
다행(?)스럽게도 이 경비병은 도바킨이 쳐 놓은 작업을 마무리하러 온 모양입니다. 살인이나 중요 기물파손 같은 중범죄는 아니니 브랜드-쉐이는 감옥에서 얼마 안 있어 풀려날 겁니다. 그동안 장사는 못 하겠지만요.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계단이 있습니다. 여기로 내려가면-
단검에 꽂힌 경고장과 함께 쥐소굴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 위로 불쌍한 브랜드-쉐이가 리프튼 경비병에 끌려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여기서부터 누더기 술병으로 가기 전까지 만나는 모든 것은 적입니다. 도둑 워너비답게 투명화를 걸고 천천히 진행합시다.
암살자나 도둑 클래스에 최적화된 은신 퍽(Perk)입니다. 단검을 들고 은신 상태에서 공격하면 15배의 피해를 줍니다. 매번 생각하는 건데, 암살자나 도둑은 한 끗 차이인 것 같아요.
다리가 건널 수 없게 위로 올라가 있군요. 이쪽에는 내리는 장치가 없으니 조금 더 깊이 들어갑시다.
유령을 따라 하수구로 들어가면 꽤 괜찮은 한 손 검을 주는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이미 도둑 클래스로 컨셉을 잡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넘깁니다.
하지만 애완동물 퀘스트는 못 참죠. 계단 옆 우리 안에 있는 스키버를 풀어주면 되는 간단한 퀘스트니까 진행합니다.
나중에 돌아오면서 골머리 썩이기 싫으면 미리 처리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 게임 은근히 깜놀요소가 많아요.
바로 왼쪽을 돌아보면 아까 본 올라간 다리를 내리는 장치가 있고-
짚더미 위에 죽어있는 시체에서 스키버 우리 열쇠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귀여운 것. 집에 가서 기다리렴.
이런 부분은 정말 베데스다가 성의 없어서 아쉽네요. 세상에, 으르렁거리며 우는 쥐라니. 무슨 개다람쥐도 아니고.
드디어 누더기 술병으로 들어갑니다.
어우, 침침해.
사나이 베켈: "포기해, 브린욜프… 그런 시절은 끝났어."
브린욜프: "내가 말 했잖아. 이 친구는 수준이 다르다고."
더지: "그 말 전에도 들은 것 같은데, 브린! 농담은 그쯤 해둬."
사나이 베켈: "현실을 직시할 때도 됐잖아, 친구. 너, 벡스, 머서… 니들은 모두 썩어가고 있어. 상황이 변했다고!"
브린욜프: "썩어간다고, 어? 그럼 저 친구는 뭐라고 생각하나!"
리프튼 주민들에게 도둑 길드에 대해 물어보면 하나같이 ‘이미 끝장난 곳이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칼빵이나 주먹이 무서워서 드러내놓고 도둑 길드를 무시하진 못 하지만, 그 어떤 존중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브린욜프: "좋아, 좋아… 날 놀라게 하는 군, 아가씨. 진짜로 또 보게 될 줄은 몰랐거든!"
도바킨: "어렵지 않던데."
브린욜프: "믿음직한데다가 무모하기까지? 자네 완전 물건이었구만!"
사람 하나를 누명 씌워서 감옥에 보낸 걸 입가심이라고 하며 본격적인 일을 시작해보자고 합니다. 돈을 빌려갔으면서 갚지 않은 놈들에게서 돈을 받아오면 되는, 간단한(?) 일입니다.
여관주인 키라바. 여인숙 주인 헬가. 전당포 주인 베르시.
이 세명을 ‘죽이지 않고 깔끔하게’ 설득해 돈을 받아오면 됩니다. 한 명씩 협박해서 두들겨 패는 방법도 있지만, 이 버그 덩어리 게임에서는 그러다가 잘 못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브린욜프에게 조언을 듣고 갑니다.
키라바는 가족. 헬가는 디벨라 여신상. 베르시는 드워프 항아리. 협박하기 딱 좋은 소재들이네요.
아까 내려놓은 다리를 통해 편하게 나가줍니다.
일단 벌과 미늘 여관부터 들릅시다.
탈렌-제이: "이봐요, 제가 이런 말을 해주는 이유는 다 키라바를 생각해서 그런 겁니다. 당신이 하는 짓을 용납하는 거라 착각하진 마세요. 키라바에겐 모로윈드 농장에 살고 있는 가족이 있습니다. 그걸 알고 있다고만 말하면, 키라바가 당신 말을 들을 겁니다. 그러니까 부탁드립니다. 누구도 해치지 말아주세요. 상상만 해도 싫습니다."
키라바의 연인인 탈렌-제이에게 먼저 말을 걸면 꽤나 구체적인 정보를 줍니다. 폭력을 싫어하고 연인을 아끼는 좋은 녀석처럼 보이지만… 이 녀석도 사실 꽤나 골 때리는 놈입니다.
도바킨: "브린욜프에게 진 빚을 갚을 준비가 되었나?"
키라바: "아니, 앞으로 그럴 일은 없어. 당장 내 여관에서 나가!"
도바킨: "모로윈드에 있는 그 농장을 방문해봐야 되겠군."
키라바: "그걸 대체 어떻게… 부탁이야. 내게는 둘도 없는 가족이야. 해치지 말아줘!"
100골드 Get. 쉽네요.
다음은 전당포입니다.
이그니---! 못생긴 드워프 항아리를 잿더미로 만들어줍니다.
베르시: "안돼! 그 항아리는 귀중한 거야!"
도바킨: "브린욜프가 보낸건데, 뭔지 알겠지?"
베르시: "이딴 짓을 하다니 믿기지가 않는군. 네놈들은 괴물이야! 우리에게서 보호비를 뜯어가는 주제에, 정작 스스로도 못 지키잖아!"
100골드. 좋습니다. 이 기세로 쭉쭉 갑시다.
이번엔 여인숙입니다.
먼저 디벨라의 동상을 가볍게 훔치고…
이제부터 협박을- 잠깐, '다음에 만날 때까지'? 이 편지는 뭐지?
오우… 취향이 독특하신 분이군요.
헬가: "당신이군! 해치지 마세요!"
도바킨: "호오, 그러면 이 동상을 우물에 떨어뜨려도 되는 거지?"
헬가: "안돼, 디벨라 여신님! 안돼, 제발! 알았어, 돈을 가져가! 먹고 목이나 막혀라!"
이로써 아무 유혈사태 없이 마지막 100골드까지 받아냈습니다. 다시 누더기 술병으로 가줍시다. 일을 깔끌하게 해결했으니 정규직 채용은 뭐 불을 보듯 뻔할 겁니다.
브린욜프: "그래, 일도 끝내고 돈도 제대로 가져왔고. 무엇보다 깨끗하게 처리했군. 마음에 들어. 시체를 유기하고 경비병 아가리를 틀어 막는 건 비싸거든. 장사치들을 다루는 모습을 보니, 그냥 실력 좀 보인 수준이 아닌데. 우린 자네 같은 사람을 영입하고 싶었지."
델빈 말로리: "먼저 머서와 브린욜프의 말을 듣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린 다음에 얘기할 수 있잖아."
이후 델빈과 벡스에게서 여러 '잔업'을 받을 수 있는데, 도둑 길드의 정식 길드마스터가 되기 위해 필요합니다. 앞으로 지겹도록 얼굴을 볼 녀석이니 여기선 그냥 지나갑니다.
앞장선 브린욜프가 벽으로 위장한 비밀문을 열고 안쪽으로 안내합니다.
저수지(cistern)라는 걸 보니 새삼 여기가 지하라는 게 실감이 나네요.
우중충하지만 제법 멋진 곳입니다.
브린욜프: "머서? 이쪽이 전에 말한 그 친구야… 우리 신입이지."
머서 프레이: "또 길드 자원이나 축내는 머저리는 아니었으면 좋겠군, 브린욜프. 계속하기 전에, 하나만 확실히 해두자. 규칙대로 하면 돈방석에 앉는다. 규칙을 어기면, 네놈 몫은 없다. 우리가 말할 때는 토 달지도 묻지도 마. 내 말 똑바로 알아들었나?"
일단 첫인상은 제대로 말아먹은 것 같습니다. 전임자들의 상태가 영 시원찮았던 모양입니다만, 그래도 기분이 썩 좋지 않군요.
...너는 기회가 되면 반드시 조진다.
머서 프레이: "좋아, 이제 네 기술을 한 번 시험해 볼 시간인 것 같군."
브린욜프: "잠깐, 글든글로우 지구 얘기는 아니겠지? 우리 귀염둥이 벡스도 거긴 못 들어 갔다고."
머서 프레이: "이 신참이 우리 쪽 일에 소질이 있다고 한 건 너잖아. 어디 있는지 보자고."
듣자하니 도둑 길드의 뒤를 봐주는 '중요한 고객'이 아끼는 골든글로우 지구라는 저택/부지가 있는데, 이곳을 관리하던 놈이 도둑길드를 손절하고 이익을 독식하고 싶어하는 듯합니다. 머서는 입단 시험으로 골든글로우 지구의 토지 매매증서를 훔쳐오라는 임무를 내립니다.
흐음... 아무리 그래도 정보가 너무 적네요. 그나마 사교적인 브린욜프에게 조금 더 정보를 캐봅시다. 훔치는 건 훔치는 거고, 관리자에게 제대로 엿을 먹이고 오라는데 뭘 하면 되는 거지?
브린욜프: "골든글로우 지구는 양봉장이야. 꿀 좀 얻겠다고 그 작고 거지 같은 것들을 키우는 거지. 거긴 말 하나는 싸가지 없게 하는 우드 엘프인 애린고쓰가 소유하고 있지. 자네가 그 친구한테 교훈을 좀 줘야겠어. 벌통 세 채를 태워 버리고 주 저택의 금고를 털어버리는 걸로 말이야. 주의점은, 그곳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려선 안 된다는 거지. 그런 짓을 했다가는 머서가 말한 그 중요한 고객님꼐서 아주 미쳐 날뛸 거거든. 길드가 이곳에서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는 유력자들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 그 양반들이 뒤를 봐주지 않으면 문제가 아주 심각해져."
저택 금고를 털고 벌통 세 채를 태우면 된다라... 간단한 일 같지만, 애린고쓰가 골든글로우 지구를 용병으로 쫙 깔아버리는 바람에 잠입 스페셜리스트인 벡스조차도 겨우 살아서 돌아왔다고 합니다. 걸리면 끝장일 정도로 용병들 수준이 높다는 건데, 벡스에게 조언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벡스: "시작하기 전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난 이 쥐구멍 같은 길드의 최고의 잠입자라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내 자리를 노리고 여기 온 거면, 생각 잘못 한 거야."
어우, 까칠하셔라. 아무튼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섬 북서쪽에 호수로 물을 빼내기 위한 낡은 하수구 구멍이 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분명 브린욜프가 '귀염둥이' 벡스라고 했던 것 같은데...?
골든글로우 지구에 대한 정보는 전부 모았습니다. 이제 길드 유니폼만 받으면 됩니다.
토닐리아: "그래, 니가 그 신참이구나, 맞지? 뭐, 너랑 나랑 지금부터 안면을 좀 많이 터 놔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여기 장물아비야. 훔친 물건이라면 뭐든 가져와. 그럼 내가 그걸 사주지."
화술 스킬트리의 특정 퍽을 찍기 전까지, 스카이림에서는 훔친 물건을 아무데서나 팔 수 없습니다. 인벤토리에서 훔친 아이템 옆에는 빨간색 손바닥 아이콘이 뜨는데, 일반 상점에서는 거래 탭에 표시되지도 않습니다. 장물아비 토닐리아는 이런 도난물품들을 소정의 수수료와 함께 받아줍니다.
도둑길드 유니폼은 언제 봐도 좋네요. 노출도는 적지만.
다음 에피소드부터 도둑길드 메인 퀘스트라인이 시작됩니다. 이 후줄군한 아지트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지켜봐주세요. Ci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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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에 투명화 시너지로 칼빵 넣는 맛이 기가 막히죠. | 23.11.17 18: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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