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게이머가 선사하는 임팩트 가득한 슈팅게임
'스콜피우스 (Scorpius)'
열혈 게이머가 게임을 만든다면 어떤 게임이 될까요?
한국의 경우, 실제로 게임업계로 전직한 90년대의 각 종 게임지 필자, 기자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제가 아는 분을 세어봐도 꽤 되는데요.
그만큼 게임을 즐기는 흠뻑 빠져있는 입장에서 본인이 하고싶은. 또는 생각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많다는 얘기같습니다.
게임을 만든 이의 세계와 교감(Interaction) 하는 게임콘텐츠의 특성상, 어떤 개발자가 만든 게임 속에 흠뻑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본인도 그런 경험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지나봅니다.
저같은 경우도 8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게이머 생활이 어느 순간부터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구로 발전하더군요.
그런 의미로 오늘 소개해드리는 작품은 매우 특별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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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맹독을 지닌 전갈의 탄생
여느날처럼, 게메스트 -영어명 Gamest, 일본어 가메스트, 1986년-1999년 폐간될때까지 아케이드 게임지의 대명사였던 일본 최고의 게임잡지- 기자였던 GOD스즈키 (필명, 2대 편집장 역임)는 여느때처럼 공략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유를 알 수 없는 갈증을 느끼고 있을 무렵, 마음이 잘맞는 이시이(게메스트 명물 편집장)가 우스개소리로
'우리도 게임을 만들 수 있지않을까...'라는 진담반 농담반으로 얘기를 겁니다.
그때..스즈키는 생각합니다.
'그래 우리가 게임을 만들자..그것도 아주 강렬하고 독한 녀석으로 말이지...'
그렇게 생각해서 만든 것이 바로 맹독을 지닌 '전갈'이 떠오르는 이름의 '스콜피우스'(전갈자리의 영문명)입니다.
그런 연유로 만들어진 본 게임은...
게메스트 잡지를 발행했던 신세이샤(Shinseisha,新声社)에서 유일하게 만든 게임이고, 발매된 X68000로만 전매된 매우 유니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특유의 매서운 전갈모양의 팩키지를 한번 보겠습니다.
왼쪽이 X68000용 게임팩키지 모습입니다. 1991년 5월10일 발매되었으며, 스테이지3에서 진행 불가의 치명적 버그가 발견되어 발매본을 회수하고 나서...한달반 뒤인 6월28일 재발매된 버전이죠.
발매당시 X68000 전문잡지 'Oh!X'에서 평가점수가 후하지는 않았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비쥬얼 중심의 ZOOM소프트 슈팅과 나란히 비교가되다보니..신생(?)개발사이자 잡지사에서 천신만고 끝에 내놓은 이 게임이 큰 점수를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평가를 읽어보니 3년정도 이전 슈팅게임같다고 했을까요...즉, 80년대 후반의 알타입같은 게임과 비교하는 듯한 문맥적 의미로 읽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평가된 이유가 개연성없는 스테이지 구성과 배드엔딩이 슈팅매니아들에게 재조명되면서 지금은 상당히 프리미엄이 붙은 희소 게임이 되겠습니다.
(본 게임을 클리어해보면 바로 감이 오실겁니다. 저도 얼마전 클리어하고나서....한동안 멍했습니다.)
한마디로 레어게임이죠. 실제로 레어게임이라는 용어자체를 만든 것도 바로 이 게임의 개발사이자 전설적 게임지 '게메스트'에서 최초로 나온 용어였으니...왠지 일맥상통하는 기분도 드네요.
암튼 각설하고...이 게임의 사운드트랙이 바로 사진 오른쪽에 있습니다. 슈팅게임 사운드트랙 전문레이블 'Super Sweep'에서 PC엔진 매지컬체이스등 잘안알려졌지만, 음악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들의 게임사운드트랙을 새롭게 복각하고 발매하는 시리즈 'Game Discovery' 시리즈로 최근 발매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고전PC게이머들에게 다시금 이 게임에대한 관심이 환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 팩키지에 적혀있는 문구를 한번 보겠습니다.
’게메스트’가 만든 열혈 슈팅이라는 문구와 더불어 전 7스테이지, 3가지 타입의 기체를 가지고 각 스테이지를 공략해라라는 설명문구 들이 적혀있습니다.
스토리는 굉장히 단순한데요..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새로운 우주 종족이 점령한 하이테크놀로지 연구소를 되찾기위해 광활한 우주를 가로질러 그 정체를 쳐부수기위한 정의로운 지구인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자....그럼 한번 오픈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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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픈케이스 및 게임플레이
최근 발매된 사운드트랙의 CD프린팅과 더불어, 게임의 매뉴얼 모습입니다. 모두다 전갈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데요.
본 게임의 독특한 시스템인 꼬리(전갈꼬리)옵션의 모습도 얼핏 눈에 보입니다.
디스켓 1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물은 단촐합니다. 매뉴얼, 엽서지, 주의사항이 담긴 안내문...그리고, 게임 디스켓입니다.
그럼 얼릉 디스크드라이브0에 디스켓을 삽입하고, 게임을 시작해보겠습니다아~!
묘하게 네오지오 게임의 타이틀화면 텍스트 폰트가 연상되는 타이틀 화면입니다. 게임이름과 같이 전갈의 엠블렘이 뒷배경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죠?
세이브 기능이 별도로 없기때문에...일단 최초 타이틀화면에서 컨티뉴를 눌러도 스테이지 1부터 진행합니다.
그럼...이제 광활한 우주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이름모를 종족과 맞서싸우기위해.. 여정을 떠나볼까요오오오..
캬...시작하자마자 이곳이 은하계인가..싶을 정도로 무언가 다양한 슈팅게임이 연상되지만..한편으로 매우 꽉 찬 느낌의 혹성을 누비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최초 기체 선택은 Type A부터 C까지 총 3가지로 이루어져있는데요. 이 게임의 개발팀 명칭인 Type B처럼. 전 두번째 기체를 선호하는 편입니다만...이번엔 A타입으로 날아올라봅니다.
스테이지 1부터 어마무시하게 적의 총알과 중간 보급함들이 등장합니다.
아케이드 및 슈퍼패미콤으로 발매한 에이리어88과 같이 적의 송신탑(?)에 부딪히면 사망하는데요.
본 게임의 발매당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매우 어렵다!'인데요.
피탄판정이 엄격하고..또 주의 장애물과 부딪히기 딱 좋은 스테이지 구성이라 매우매우 익숙해지지 않으면 한 스테이지 스테이지가 고난의 연속입니다.
어찌저찌 스테이지 1을 클리어하고나면..2스테이지. 2스테이지는 욕나올 정도로 충돌판정이 엄격한데요...
외워서 플레이해야하는 길의 흐름을보고 있노라면..횡스크롤 이카루가같은 느낌도 살짝 받습니다.
사진은 스테이지2 보스인데요. 저 안에서 나오는 조그만 원형 돌덩어리(?)중 하나가 보스의 중심부(CORE)인데요...정말...크..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스크린샷을 찍기위해 일부러 전갈의 촉수를 쓰는 방법은 잘나오지 않았지만. 이 게임은 옵션(촉수)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게임의 난이도를 결정지을 정도로...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X100 촉수 사용이 중요합니다.
(특히나, 옵션버튼을 잽싸게 한번 더 누르면 촉수를 거둬들이는데요. 이때 왠만한 총알은 모두 막습니다. 따라서, 파고들기 요소로 이 부분에 익숙해지면...어려운 난이도에서도 원코인 클리어가 가능할 정도이지 입니다!)
회수이전 버전에서는 진행이 불가했던 스테이지3. 스테이지3은 슈팅게이머 사이에서도..악명이 자자한데요.
사진에는 잘드러나지않지만...고속으로 종스크롤되는 와중에 적이 아주 알차게 화면을 꽉채우는데다가..이카루가가 생각날 정도로 길을 막아놓은 각 종 메카닉들을 재빠르게 제거하지 않으면 폭사하기 쉽상이기때문입니다.
사진 속의 관통레이저는 이 게임 무기 중에서 가히 최고봉을 자랑하는 관통레이저로..도트데미지를 입힐 수 있기때문에...벽에 붙어있는 적이나 뒤에서 따라오는 적을 도트데미지로 날려버리기에 딱입니다. 샤각샤각거리며 레이저 사뿐사뿐 사출되고..지지직 거리는 웅웅거림과 함께 모닥불에 뛰어든 불나방처럼 적이 사정없이 타버리기때문에 기분도 매우 달콤살범하지말입니다.
우여곡절끝에 운좋게 고속스크롤 지옥밭을 거쳐나오고나면..바야흐로..보스전~~~
그라디우스 시리즈가 연상되는 기체이구요. 이 보스는 당시 X68000에서는 표현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했던 '확대-축소'기능을 사용하며 등장하기때문에... 당시 처녀작으로 만든 이 게임..(그것도 달랑 잡지편집장 + 아르바이트생 합쳐 6명이서 모두 만들었죠..)에서 이런 그래픽효과를 구현한데서 수많은 이들이 혀를 내두릅니다.
그런데..진짜로 놀라운건 난이도입니다...;;
좀 때리다보면..사진 속의 전방향 탄도 공격을 해대는데요..
지금 저 사진을 찍기위해 정지를 걸어둔 상황인데..정지 해제후에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이미 끝난 상황입니다.
(실제로 사진찍고 바로 폭사...)
어마무시하게 빠른 총알 세례를 퍼붓기때문에 총알을 쏠 타이밍이다하면 화면을 360도로 잽싸게 빙글빙글 돌지않으면 정말 계속되는 폭사-스테이지 초반부터 컨티뉴로 돌아버리실 겁니다.
X68000에 연결해둔 캡콤 솔져패드를 몇 번 던질까하는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깨고나면..썬더포스 시리즈의 배경이 생각나는 스테이지4! 영차..이제 스테이지 3개 남았다!!
그리고, 대망의 스테이지5...
사실 이 게임의 사운드는 YAMAHA의 YM2151 사운드칩셋을 활용한 X68000의 FM사운드 (8채널)을 정말 인상깊게 활용했는데요. 스테이지5 배경음악이 진짜 꿀좋습니다!
그래서, 최근 발매한 사운드트랙을 바로 구입해버렸기도하구요. (리핑해서 들고다니려고..!)
스테이지5는 어렵긴 어렵지만 이 중독성 넘치는 배경음악에 반복플레이도 지루하지 않지말입니다!
휴우..이제 얼마 안남았다..! 정체불명의 종족이여 기달려라...
(이 스테이지는 왠지 모르게 메가드라이브의 GAU의 엑스렌자가 연상됩니다. 아마도 이 게임보다 늦게 발매된 엑스렌자를 먼저 즐기고 이 게임을 즐겨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
드디어 비장한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끝판!!
켠 김에 끝판왕까지 달리는 겁니다. 마지막판은 정말 각 종 곤충들이 주인공 전갈을 끝도없이 괴롭히는데요.
86년에 발매된 코나미의 사라만다에서 악명높던 무한재생 세포막의 무한 증식이 생각날 정도로 정말이지 숨막히는 스테이지입니다....
그리고...대망의 엔딩은...매우 배드엔딩입니다. 마치 건프론티어 배드엔딩 볼 때같은 기분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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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임의 특장점 &...
아까 위에서 스테이지5의 음악이 정말 꿀좋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사운드테스트 모드에서 7번을 골라 들으면..스테이지5의 음악이 재생됩니다. 매뉴얼에 개발자 인사말에 미디사운드 제어프로그래밍을 하기어려워...FM음악만 넣었다고 설명하는데요..
처녀작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이 정도의 사운드 퀄리티를 낼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전설적인 명게임개발자 '나카가타 노리오'상이 있습니다.
그는 남코(현재 반다이남코) 출신의 초기개발자출신으로 남코의 간판타이틀 '원평토마전'의 음악을 작곡한 게임음악가이죠.
게임기획에도 정통해서 본 게임의 게임 기획서 감수에도 참여합니다. 그런 그가 훗날 멜닥 (일본의 삼성 미츠비시에서 출자해만든 회사)의 에서 디렉터 및 음악작곡으로 참여한 유니크한 슈팅게임 '망나니텐구'(패미콤작품,원제: 暴れん坊天狗 / 1990년 멜닥발매)는 어떤 의미(?)로 매우 유명하죠..게임 자체도 매우 유별난 슈팅게임이기도하구요.
생각난 김에..X68000 전문잡지였던 'Oh!X' 중 본 게임이 발매된 91년 6월 발행한 7월호 리뷰를 한번 찾아봅시다...운이 좋게..'Oh!X'의 잡지 전권을 가지고있기에..순서대로 꽂아두진 않았어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지 말입니다.
찾았습니다..휴우.찾기 어렵네요..
짜잔...1991년 7월호. 바로..전갈자리 '스콜피우스'의 리뷰가 실린 호이기도하죠.
사진이 워낙 작아 잘안보이는데요..역시나 앞서 서두에서 말씀드린만큼 큰 호평을 받지는 못했었습니다. ZOOM같은 거물급(?) 소프트웨어사의 슈팅게임과 같은 시기 발매되어 피해를 본 부분도 있었고. 이때는 옵션(촉수)의 사용이 너무 어렵고 제어하려면 꽤 능숙한 콘트롤이 필요하다보니..높은 난이도로 좌절한 분들이 많았었기에...본격 게임잡지가 아닌 'Oh!X' 필진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했나봅니다...;;;
그럼 이번에는 게임매뉴얼을 좀 살펴봅니다. 아까 말씀드린 감수역할을한 남코출신 나카가타 노리오 상의 인터뷰가 실려있습니다.
잡지 편집장이 '나카가타 선생님...흑흑..게임이 만들고 싶어요..'라고했을 때 반신반의했는데 어느날 하나부터 열까지 게임을 만들고 있더란...얘기...열정이 실력으로 실력이 이 게임을 만든 것이죠.
개인적으로 GOD스즈키, 이시이 두명의 리더 모두 진짜 열정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감히....신생개발사도 아닌 잡지사에서 슈팅게임을 그것도 하드웨어 스펙이 높고, 프로그래밍이 어려운 X68000에 도전했다는 것이 말이죠. 존경스럽습니다. 선배님...
게임 매뉴얼 대미를 장식하는 각 멤버들. 고작(?!?!?) 6명이서 이 게임의 모든 부분을 만든 것입니다.
왼쪽 위부터 이시이 센지 (편집장 출신)과 GOD스즈키 (2대 편집장)의 고난의 길이 느껴지는 문구 하나하나가 게이머의 가슴을 뜨겁게 울립니다.
특히나...'시작했으면 계속해서 달려가는 용기'라고 쓴 서두가..지금봐도 너무 멋있습니다. 최근의 제 상황과 견주어볼 때..정말 제게 필요한 얘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뉴얼보다가..(무려 26년전의 매뉴얼이지만..) 가슴이 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개발자의 실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수 있는데요.
바로..파이날파이트 삽화로 유명한 게메스트 표지와 그 옆 우리가 게메스트를 만드는 사람들이다!라고 정말 크..유치해보여도 왠지 멋있는 포즈의 사람들입니다.
늦게퇴근하고..간만에 열혈 게임한판 당기고나서..잡지까지 정주행하고 포스팅까지하고나니..힘드네요. 그만 자야겠습니다. 그치만, 간만에 게이머의 혼을 느낀 느낌이라 기분은 알싸하고 좋네요.
부록으로 게임 플레이영상을 짧게 15초로 편집한 영상과 또 하나의 전설의 X68000전문지 'Oh!X'에 실린 독자 질문코너 중 인상깊던 질문과 답변을 사족으로 붙이고 마무리입니다.
(시간관계상 스테이지5의 정말 좋은 배경음악은 1-2초밖에 나오지않습니다. ㅠㅠ)
[게임시작-스테이지5까지 아주 짤막한 다이제스트, 실기 플레이영상]
[Oh!X에 실린 독자 질문코너]
16X16도트로 이루어진 X68000 스프라이트 중 비행기의 피탄판정과 충돌판정에대한 프로그래밍 질문입니다. 후덜덜..잡지 애독자들의 수준이란...답변을한 필자가..당시 인터넷이나 기타 참고서적이 없다보니..'잘모르겠는데요..'라고 답변하는 것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흐..
암튼..이제 정말 자야겠습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
2016년 4월19일
열혈 게이머 선배님들의 즐거운 에너지를 받고 잠자리에드는
세가오니 (SEGA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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