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쓰레기 게임을 모으는 취미가 있답니다.
누가 버린 쓰레기통에서 꺼낸 쓰레기가 아닌
게임성이나 재미 등등에서 욕을 먹는 처먹는 게임들이요.
그래서 지난주말에 일본에 갔을 때 사온 게임이 있는데요
쓰레기 게임의 역사를 논하는 데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본좌.
일본에서는 쓰레기 게임계의 제왕으로 불리며, 10년에 한번 나오는 쓰레기게임이라 불리기도 하는 것.
별칭 '데스님(데스사마)', 그 이름 데스크림존입니다.
이거 풀네임으로 부르면 저주받는다는 소리가 있습니다만, 뭐 별일있을까요?
* 참고로 이걸 사서 한국으로 귀국하는길에, 비행기 출발 2시간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사람이 너무 몰려서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뻔했습니다. 설마 이거....?
이것이 바로 제왕의 위용입니다.
정말 구하느라 고생했습니다.
다른 쓰레기게임들은 그 게임성으로 인해 가격이 바닥을 치는게 정상인데요.
이 게임은 쓰레기로서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프리미엄이 붙어버렸거든요-_-;;;
아쉽게도 풀세트가 아니라 띠지/엽서 등등이 빠진 미완성 품인데도 가격이....크흑ㅠ_ㅠ
이것이 그 정품CD님의 위용.
이것이 메뉴얼의 조작 설명 부분.
유저들에게 게임의 첫인상을 남길 중요한 스크린샷임에도...
그래픽 상태가 영 구립니다. 쓰레기 냄세가 풀풀 납니다!!
캐릭터 소개에.... 분명 주인공의 모습일텐데 너무나도 안습하게 생겼습니다.
20년전 게임이니까 그래픽이 구릴 수 있는거 아니냐구요?
20년전 기준으로도 저건 구린겁니다
보스캐릭터 소개.
저놈의 왼편에 나온 '플라이 리하드'는 게임에서 꽤나 자주 보게 될 것입니다.
일종의 간판(?) 캐릭터.
적 캐릭터 소개입니다.
....어째선지 주인공인 컴뱃 에치젠보다도 퀄리티가 높습니다. 무슨 생각인걸까요?
그리고 데스크림존은 건콘트롤러를 지원하는 게임이라서 이걸 준비했습니다.
장르는 버츄어 캅이나 하우스 오브 더 데드 같은 건슈팅게임이거든요.
당시 데스크림존의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가 '새턴에서 2번째로 나온 건콘 대응 게임'도 있었습니다.
물론 '인식률, 사용감이 구린걸로는 첫번째'지만요.
.....근데 LCD모니터로 연결하다보니 건콘이 화면을 인식하지 못 하더군요.
볼록이 브라운관이 자취방에 있는지라, 새턴이 있는 본가에는 없어서 쓰지 못 하네요OTL
아니 이거 어차피 인식도 안 되는 거 못 쓰는 거라 기뻐해야하나요?
메뉴얼 소개는 이 쯤 하고, 주인 잘못 만난 죄 밖에 없는 새턴에 넣고 스위치 온!!!!
어잌후;;; 켜자마자 버그가 저를 반기네요. 악의 기운이 그냥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다행히 다시켜니 멀쩡히 나오는 제작사 로고.
참고로 이 화면. 스킵도 안 되는 주제에 게임 오버 당할 때마다 수도없이 봐야하기때문에 나름 컬트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타이틀 화면. 별다른 효과없이 저 화면에서 발톱만 조금 까딱까딱 움직입니다.
그리고 수도 없이 보게 되실 플라이 리하드(리자드가 아닙니다! 리하드!!)
타이틀에서 스타트를 누르면 나오는 화면.
Stage3의 배경이 이상한 것은 스테이지 1,2를 깨야만 열리는 스테이지라서
선택 불가능하단 뜻으로 표시한 것 같은데....
정말 디자이너가 암걸릴 것 같은 그래픽입니다;;;;
마치 포토샵을 처음으로 한시간 배운 공돌이가 뽑아낸 듯한 퀄리티.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이거 '세가한테 정식 라이센스 받고 발매된 상업게임'입니다.
건콘의 조준점을 맞추는 화면입니다.
LCD라 건콘이 작동하지 않는데. 실제 작동시에는 이게 "한발만 쏴서 중심설정을 맞추는" 무서운 놈입니다;;;
보통 영점사격은 기본이 세발이지만, 제왕께선 한 방으로 충분합니다.
옵션 화면.
여기서도 얼굴을 비춰주시는 우리의 마스코트 플라이 리하드.
사운드를 스테레오/모노로 변경하는 옵션만 간단히 있습니다.
제왕에게 옵션따윈 사치다.
뭐 그런 뜻이겠죠.
타이틀화면에서 가만히 놔두면 재생되는 오프닝.
위에서 온다 조심해!
(하지만 적이 온다는 위로 가버리는 위엄)
뭐야 이 계단은!?
(평범한 계단입니다)
기왕이면 난 이 빨간 문을 고르겠어!!
(달리 고를 수 있는 문이 또 없는데 왜 기왕이면일까요? 그리고 빨갛지도 않습니다.)
이윽고 열리는 문. Welcome to hell입니다.
오프닝이 끝나고 나오는 하이스코어 표시.
.....눈아파!!
이건 어디사는 L.S.D냐구요...
저는 지금 UI 디자이너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오프닝까지 소개했으니
제가 한번 직접 게임을 해보겠습니다.
으아아아아아
.....!?
여기까지오는 데 1분도 안 걸렸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이 게임... 엄청납니다.
피격이펙트고 나발이고 없고, 무적시간도 없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 총질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목숨, 코인 다 날리고 사망.
아까 옵션화면을 보시면 알겠지만, 크레딧(코인)을 늘릴 수도 없고 난이도 조절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깨라구요!!!
AVGN이 심심하면 까면 '노 라이프, 노 컨티뉴'가 아닌 '3라이프, 1컨티뉴'입니다만.
그런게 아무 의미도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피통이 깔립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기왕 켠김에 왕까지는 가야죠.
게다가 이 게임 첫번째 스샷에 하얀 옷 입은 놈이 인질? 민간인?입니다.
버츄어 캅으로 치면
썸바디 헬미~ 를 외치는 놈입니다만.
버츄어 캅은 그래도 숨어있다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데스님의 인질은 다 똑같은 포즈에 워낙 뜬금포로 등장하는 지라 맞추기 쉽상입니다;;;
이건 그냥 몹이 젠되듯이 갑툭튀하는지라....
거기에 그 김빠지는 OH NO 소리란.
심지어 다람쥐...날다람쥐를 쏴도 민간인 처럼 피가 닳고 오노소리가 들립니다.
왜냐구요? 그 뭐시깽이냐 설정상으로는 날다람쥐가 무슨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혈청이 있어서 죽이면 안 된다는데
그런 설명은 그 어디에도. 메뉴얼. 게임내에서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여하튼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도전!!
더럽게 어렵습니다!!!
그래픽이라도 좋아서 눈을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래픽마저 구립니다. 내가 맞춰도 맞췄다는 느낌이 안들고.
얻어 맞아도 맞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펙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듭말씀드리지만 저 그래픽은 20년전 게임이라 구린게 아닙니다.
당시 기준으로도 구린 그래픽입니다.
더군다나 게임오버했다 하면 나오는 저놈의 회사로고는 스킵이 안 됩니다.
이런 절망감이 솟아오는 가운데. 한가지 희망이 떠오릅니다.
쓰레기게임 헌터로서 사전지식은 충분히 갖추고 있었지만 안 썼던것.
바로 치트키입니다.
바로 R + Z + 스타트 버튼 동시에 누르기입니다. 이렇게하면 해당 씬을 바로 클리어하게 됩니다.
(스테이지별 3개씬. 3스테이지 * 3씬 총 9씬)
겁나 양심적인 배치입니다.
열받아서 컨트롤러 다 눌러버리다가도 발동 될 수 있을 정도로 쉽네요!!!
......설마 이거 테스트용인데 깜빡하고 안 지운건가....??
만약 실수로 안 지운거라면
프로그래머가 주석처리를 잊은 덕분에 수많은 이들이 구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치트키느님의 위엄으로 1분도 안되어 스테이지 1,2를 클리어. 그리고 최종 스테이지인 3으로 돌입합니다.
이하 생략.
그리고 그렇게 기다렸던 끝판왕.
저게 바로 최종보스 데스비스노스.
메뉴얼에도 없길래 뭔가 중요한건가 했는데, 오프닝 영상 가장 처음에 나왔던 녀석이었군요.
아참. 게임 설명 마구 스킵해서 깜빡하고 설명 안 했는데.
화면 구석에 보이시는 화살표(??)
저기를 쏘면 시점을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
네 정말로요.
버츄어캅이나 하오스 오브 더 데드같이
알아서 적에게 카메라 시점이 맞춰주는 친절설계따위 없습니다.
제왕께선 남이 가리키는 시점따위 보지 않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보스를 찾아 시점을 바꾼뒤에 조준해서 맞춰줘야합니다.
네 어렵다구요?
괜찮아요 우리에겐 궁극의 비기 R+Z+스타트가 있어요.
그리고 대망의 엔딩!!!
....Staff도 아니고 Stuff?
아니 다른 장면도 아니고 엔딩 첫화면에서 이런 어이없는 오타가 기다리고 있으면 너무 허무하네요.
뭐 대충 진정한 악당들 제작진들 이름과 설정화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기괴한 그림이 번갈아 나오고 게임이 끝납니다.
네.... 정말 그 명성에 걸맞는 무시무시한 물건이었습니다.
보통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은 크게 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머 셋으로 나눕니다만.
그 셋 모두 푸짐하게 똥을 싸지르면 대충 이런 물건이 나온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장점을 굳이 꼽으라면
1. 당시 쓰레기게임에 흔히 있던 로딩 스트레스는 거의 없는 편.(제왕께선 남을 기다리게 하시지 않는다)
2. 반대로 대부분의 쓰레기 게임에서 흔한 음악은 의외로 들어줄만 한 것(제왕께선 음악에도 신경쓰신다)
3. 집에서 썩고있던 건콘을 쓸일이 그나마 있다는 것(제왕께선 사사로운 물건도 수용하신다)
그거 말곤 정말 모든게 단점 투성이인, 그야말로 9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봉 쓰레기 게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게임은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헛 오랜만에 올린 글이 오른쪽까지 갔네요. 너무나 감격스럽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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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게임을 첨 접했던건 정확히 1998년 4월 3일이였습니다. 단골 게임샾 아주머니의 강한 만류에도 만원에 구입했지요. 집에와서 10분 플레이 해본후 왜 아주머니가 그렇게 만류했는지.... 만원을 받으며 미안해하던 그 얼굴도 이해가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IMF때문에 인원감축으로 짤렸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그 전화를 끊고 이유없이 저 CD 케이스를 째려보게 되었는데...바로 내 영감만이 인지했던 저주때문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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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오프닝에 나오는 명대사인 '빨간 문을 고르겠어'는 막상 문 색깔이 초록색이라서 화제가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빨간 보석이 위에 박혀 있는 문'을 줄여서 빨간 문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일본어로는 赤い扉가 아니라 赤の扉라고 표현하는데, 전자는 '진짜 색깔이 빨간 문'이고 후자는 '다른 문들과 비교했을 때 빨간 무언가로 특징지을 수 있는 문' 정도의 뉘앙스라 보시면 됩니다. 올려 주신 스크린샷에서 '이윽고 열리는 문. Welcome to hell입니다.'라는 부분에 보면 문이 열려 있고 그 위에 빨간 무언가가 보이지요? 저게 사실 문이 닫혀 있을 때부터 보여야 하는데 모델링이 워낙 구려서 안 보이는 것입니다(ㅠㅠ). 데스크림존 2의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저 장면의 진실을 알 수 있는데, 문이 3개 있고 에치젠, 다니, 그레그가 각각 하나씩을 선택한 거죠. 아마 같은 모양의 문이고 위에 박힌 보석의 색깔이 다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모처럼이니까 난 이 빨간 문을 고르겠어'라고 말한 것이지요. 물론 이러한 설정은 1편에서는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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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림존을 매우 사랑하는 유저로서 추천 누르고 갑니다. 어찌저찌 인연이 닿아 일본에서 에콜 마나베 사장과 만나서 술먹고 데스크림존 2 소프트에 사인을 받았지요. 당시 1편은 한국 집에 두고 와서 사인받지 못한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http://gaia.ruliweb.com/gaia/do/ruliweb/default/hobby/312/read?articleId=2974630&bbsId=G005&searchKey=daumname&itemId=110&sortKey=depth&searchValue=LEADKUN&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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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하신 그분이군요. 역시 명성에 걸맞네요. 읽는내내 웃겨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유명세에비해 접해본적이 없어서(접해보고 싶지도 않네요) 스샷위주로만 봤었는데, 동영상이 있었으면 좀더 얼마나 위대하신지 알수있었을텐데 아쉽네요. 하지만 글내용으로 미루어 보니 대작임은 분명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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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캐로 2탄이 나왔지만 이외로 멀쩡한(?) 상태로 나오는 바람에 인기가 없었다는 전설을 남긴...(반대급부로 새턴판 1탄의 가격은 쓸데없이 오르게 됨...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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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게임을 첨 접했던건 정확히 1998년 4월 3일이였습니다. 단골 게임샾 아주머니의 강한 만류에도 만원에 구입했지요. 집에와서 10분 플레이 해본후 왜 아주머니가 그렇게 만류했는지.... 만원을 받으며 미안해하던 그 얼굴도 이해가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IMF때문에 인원감축으로 짤렸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그 전화를 끊고 이유없이 저 CD 케이스를 째려보게 되었는데...바로 내 영감만이 인지했던 저주때문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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