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카오스 차일드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두 시간 반 정도 했고 아직 1장이 안 끝난 초반인데, 아주 재밌네요.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주는 긴장감과 재미가 정말 대단합니다. 음악과 연출도 훌륭해서 1장에서 발생하는 그 사건 파트를 혼자 있는 방에서 즐겼더니 저도 오싹해질 정도였네요. 반대로 이런 쪽 내성이 없거나 자극적인 소재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에겐 단점일 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미스테리 성향이 강했던 도입부와 그 뒤에 이어지는 과학이론이 재밌었던 슈타게, 자극적인 소재는 하나도 없이 로봇 청춘을 그려내 저에게 재미를 준 로보노까지 모든 작품의 개성의 방향이 뚜렷한 건도 좋습니다.)
사건 내용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카오스 헤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헤드를 전혀 모르는 저도 이해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으니 안심하고 게임부터 바로 시작하셔도 될 것 같아요. (오히려 유사성을 통해 자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면을 모르는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고요.)
망상 트리거 시스템은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1인칭 작품의 약간의 벽을 허무는 느낌이라서 신선하네요. 사람이라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망상이 있을 법인데 보통 게임에서는 1인칭일지라도 주된 흐름과 무관한 생각은 묘사되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이 시스템이 잠깐의 재미를 넘어서 게임 속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는 아직 이야기가 시작하는 수준이라서 평가하기엔 이릅니다만, 첫인상만 따진다면 그리 제 취향은 아니라 아쉽네요. 특히 주인공의 소극적이거나 자아도취적은 면은 슈타게의 오카베 린타로보다 훨씬 마음에 안 듭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주인공이 어떻게 움직이고 성장하느냐가 궁금해지네요.
한 줄 요약
텍스트 게임 좋아하고 자극적인 소재도 즐길 수 있다면 할만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