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동안 같은 자리에 머무르고 있던 찰나, 모래 속에서 거대한 도끼날 같은 것 한 쌍이 불쑥 솟구쳐올랐다.
"레디안! 고속이동으로..."
피하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굶주린 것처럼 벌떡벌떡대는 뿔이
레디안의 눈을 뚫고 그의 머리를 자랑스러운 문장처럼 꿰어차고 있었다.
레디안의 붉은 색 피가 별빛을 받아 등에서, 날개에서 떨어지는 별가루들과 섞여 자두색으로 흩날렸다.
내가 충격에 잠겨있는 동안, 놈은 무던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뿔을 몇 번 흔들어댔다. 레디안이 모래 위로 풀썩 떨어졌다.
매어둔 권총으로 손을 가져가야 했지만, 까맣게 소름돋는 놈의 시선과 죽음을 삼켜두고 있는 듯한 저 가지런한 치열들을 보면서 분노보다는, 질식될 것 같은 공포가, 내게 새겨졌다. 더욱이, 다음에 일어났던 믿을 수 없는 사건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오지마시오."
놈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이 내 귀에 똑똑하게 들렸고, 내가 그것을 모두 들었다고 인지한 순간,
놈은 사라졌다.
-----------
"왜 안 쐈냐?"
최 경감이 묻는다. 핏기 없는 얼굴로 최 경감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의 수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쏠 수가 없었습니다. 놈이 저에게 주는 위협의 수준이... 아마 경감님도 저랑 같았을 겁니다. 그리고..."
쏘아도 피했을 것 같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위협의 수준? 너 이렇게 약한 놈인줄 몰랐다. 너 그래도 내가 어디가면 베테랑이라고 떠들고 다녔어!
레디안 하나 가지고도 굵직굵직하게, 이쪽에 아주 난 놈이라고. 어? 근데 형사라는 새끼가 포켓몬한테 쫄아서 뭐하자는 작태야."
나는 할 말이 없다. 은정이 염려된다는 듯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나는 살짝 웃으며 걱정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준다.
"좀, 커피라도 마시고 싶은데요."
그가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기억하고 있던 것을 말한다.
"지원과 먼저 들리라고. 재보급 받아야지. 우리 서에서는 네가 처음이다. 에휴."
참, 레디안이 죽었지?
나는 서를 빠져나오면서 허리춤에 매인 몬스터볼을 꺼내 만지작거린다. 걸으면서, 몬스터볼의 그 빨갛고 하얀 둥근 몸을 만지고 있으면 이 안에 무언가 들어갔다 나오고 하는, 내가 모르는 과학의 경이가 슬프게 느껴지고, 이제 여기에는 있던 포켓몬이 없고 다른 포켓몬은 들어올 수 있지만, 있던 포켓몬은 되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다시 잘 매어둔다. 커피를 마시러 자판기로 가면서, 코인을 두어 번, 떨어뜨렸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