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부터 4월 6일까지의 여행기입니다.)
일본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지 만 4년이 지났습니다.
19년 초에 일본에 갔던 여행이 마지막이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20년 들어 전년과 동시기에 일본에 갈 계획과 예약을 모두 마쳐 놓으니 그 전해 말부터 세계에 스멀스멀 퍼지던 코로나가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터졌습니다. 출발일을 정확히 하루 앞두고 행안부로부터 각 항공사에 운항 중단 권고가 들어갔고, 항공사로부터는 결항에 따른 전액 환급을 받았지만 숙소 예약과 여타 여행 일정으로 잡았던 많은 예약들에 대해선 엄청난 손해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작년 말, 같이 일하던 몇 되는 직원을 코로나 기간 동안 한 명 한 명 각자의 길로 떠나보낸 뒤, 저를 마지막 직원으로 두고 있던 일터가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습니다. 코로나 동안에도 어차피 못 나가는 신세였지만, 일터에서도 코로나를 넘긴 뒤까지도 계속해서 바쁜 탓에 휴가도 제대로 못 내고 어딜 가지도 못했었습니다. 그렇게 일터가 사라지고 수입이 끊긴 다음이 돼서야 비로소 '시간'의 여유를 얻게 됐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에 적어도 큼직한 일정 서너 개는 잡아두고 움직이지만, 이젠 살도 너무 쪘고 나이도 4년 전과는 달리 조금은 세게(?) 먹은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하루에 큼직한 거 하나만 잡고 나머지는 될 대로 돼라 싶은 마음으로 움직였습니다. 바다 건너 나가는 여행도 4년 만이니 그 동안 감도 다 잃었겠다, 비교적 여행 난이도가 낮은 일본 수도권 여행으로 잡았습니다. 일본에 처음 놀러 갔던 15년 전이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예전부터도 쭉 그랬지만, 여행을 출발할 때 짐은 항상 늦어도 이틀 전까진 모두 싸놓습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여행 가는 주간의 일기예보를 모두 파악하고 옷짐을 모두 챙겼지만, 하필이면 고온 이상기후를 겪게 될 거라는 걸 말이죠. 글 쓰는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똑같은 고온 이상기후가 찾아왔네요.
>>> 1일차 (3월 29일)
인천에서 출발해 나리타에 도착하고, 돌아올 때는 하네다에서 김포로 들어오는 여정을 택했습니다. 이러면 돌아올 때 몸이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겠거니 했는데, 막상 다녀와보니 똑같았습니다.
현지에서 쓰려고 메인으로 쓰는 폰과 세컨으로 쓰는 폰을 모두 가방에 챙겼는데, 사진을 찍은 이 때 쯤인지 모르겠는데 세컨 폰을 잃어버렸습니다. 공항 버스를 타고 난 뒤 휴대품을 확인하는데 분명 집에서 갖고 나온 놈이 가방에 없더라구요.
급한 마음에 식구들에게 통화를 해서 '내가 버스를 탔던 정류장에 나가봐달라'고 해서 핸드폰을 뒤져봤지만 없었습니다. 버스 회사에도, 경찰청 분실물 센터에도, 버스 정류장 청소를 담당하는 구청 환경과에도 연락을 돌려봤지만 해당 분실물은 없었다고 합니다.
여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집안을 뒤져봐도 없었습니다. USIM 카드를 별도로 꽂아두고 있지 않았던 기기라 전파 추적도 안 됩니다. 핸드폰 분실 신고를 넣었지만,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별도로 들어온 연락은 없습니다.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생각이었어서 예정 탑승 시각보다 좀 일찍 출발했었습니다.
출발부터 큼직한 분실물로 멘탈이 심하게 흔들려서, 면세구역 약국에서 진정제를 샀습니다. 한참 동안을 '이걸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플라시보 효과라도 보자는 마음에 안 먹고 쭉 들고 다녔습니다.
출발 시각에 맞춰 게이트로 가니 악천후로 탑승이 40분 가량 지연됐고, 출발은 약 한 시간 정도 늦춰졌습니다.
일본 수도권에 갈 때마다 여행이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첫 일정으로 가던 곳에도 가보고 싶었고 해서 '딱 첫 날 만큼은' 일정을 빡세게 잡아놨었는데, 이 지연으로 모조리 꼬이게 됐습니다.
나리타에 도착했습니다.
일전에 어떤 분이 일본 여행이나 티켓 예매 관련 글에 특정 서비스를 추천해주신 게 있어서, 이걸 이용해서 공항에서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일본 핸드폰 번호를 받았습니다. 소프트뱅크 망으로 확인했고, 전화번호는 별도로 지정이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액세스 특급을 이용해서 도쿄역 쪽으로 빠질 생각이었는데, 일정이 모조리 꼬여버려서 그냥 TYO-NRT 리무진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4년 전에는 분명 900엔이었던 것 같은데, 그 사이에 가격이 꽤 올랐습니다.
도쿄역에 도착해선 일단 적절한 코인락커를 찾아 짐을 보관했습니다.
'여행이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첫 일정으로 가던' 그 곳은 일정 문제로 첫 날에 못 가고 나흘 째나 돼야 방문하게 됩니다.
대신에 그 다음에 방문하기로 했던 곳으로 부리나케 찾아가는데, 이 역시 비행기 지연 문제로 예약 입장 시간을 겨우 30초 남기고 도착하게 됩니다.
이 쪽 여행 자주 가시던 분들이면 사진만 보고도 눈치 채셨을 것 같은데, 메구로가와 입니다.
스타벅스 도쿄 로스터리에 간만에 들러보자고 일일 예약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당일 예약을 마쳤고, 지연 때문에 조져버린 시간을 어떻게든 맞춰서 가는 데 성공합니다. 이 날 14시 예약을 잡아놨었고, 예약 시 입장 마감은 14시 29분이었는데 딱 그 때 직원 확인을 받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때 시간을 어떻게든 맞추려고 속보로 걷다가 문제를 또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이 날 분명히 트레킹 화를 신고 갔었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밑창이 심하게 주저앉아버리고 이 때문에 분명 좋은 착화감과 쿠션감을 제공해야 할 트레킹화에서 어중간한 단화 만도 못한 보행감이 나오는 겁니다. 이 때문에 8박 9일 내내 발이 굉장히 괴로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럼 신발을 하나 새로 사면 될 일 아닌가' 싶은데, 첫 날 아침부터 멘탈이 심하게 흔들리고 이런 경험까지 하니 '뭘 조달한다'는 생각마저 제대로 안 들더라구요.
하지만 입장했다가 그 다음 일정을 소화하는데 시간이 그리 넉넉하게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10분 만에 나와버렸습니다. 곧바로 다음 일정, 그리고 해당 일자의 메인 일정으로 잡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마쿠하리 멧세로 유명한 카이힌마쿠하리역 부근입니다. 여기서 이 시간대에는 앞에 보이는 파란 지붕 버스에 170엔(교통카드 167엔)을 내면...
여기에 데려다 줍니다. ZOZO 마린 스타디움입니다.
네, 이번 여행의 주된 일정은 각종 스포츠 경기를 보러 다니는 겁니다.
4년 전까진 주로 오락실에 돌아다니는 일정을 택해서 여행을 짰는데, 4년 동안 일본 오락실에서만 할 수 있었던 게임들로부터 몸과 마음이 멀어지니 큰 욕심이 들지 않더라구요.
이 날은 2024 NPB 페넌트레이스 개막일이었습니다. 예약 일정을 미리 알아두고 예매했었는데 참... 마린 스타디움은 여러가지 의미로 다신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이 날 자리를 어쩔 수 없이 외야로 구할 수밖에 없었는데, 하필 이 자리가 원정 응원단석이었습니다. 이 날의 원정 팀은 니혼햄.
주변에 물어보니 치바 마린 스타디움은 여러가지 의미로 '남극'으로 묘사된다고 들었습니다. 해안가에 인접한 구장이라 계절을 막론하고 추운 편이고,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게 때문이라네요. 당일 열심히 걸어다녀 더웠던 입장에선 오히려 이 동네가 추워서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신 방문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하나는 예매 시스템.
치바 롯데 마린즈의 예매 시스템이 굉장히 이상하게 만들어져 있더라구요. 그냥 수틀리면 내야석을 못 잡습니다. 물론 개막전이라는 특수성도 있었겠지만, 예약 시작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갔는데 내야석이... 그냥 선택이 안 됩니다.
다른 하나는, 나름 합리적일 지도 모르는 그 특유의 '불합리.'
일본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인기가 있을 법한 경기'에 맞춰 가격이 출렁거리는 차등 시스템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 날은 개막전이었으니 당연히 최고 등급의 차등 시스템을 적용했던 경기였고, 그 만큼 가격도 굉장히 비쌌습니다.
그런데 외야 원정석이 '이딴 좌석을 돈을 받고 판다고?'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등받이도 없고, 좌우와 앞뒤 간격이 매우 비좁습니다. 메고 있던 작은 가방을 놔둘 자리도 겨우 만들어서 생겼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마린 스타디움 만의 특징으로 보이는데, 필드가 얼마나 잘 보이느냐를 두고도 같은 구역에서도 내 자리의 가격과 바로 옆 좌석의 가격이 모두 다릅니다. 예매 당시에 스크린샷을 찍어놨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 했었네요. 이건 예매를 해보실 기회가 있다면 알게 되실 겁니다.
우리나라처럼 각 구단이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판매하는 좌석마다 일정 비용을 보전을 받는 시스템에선, 만약 국내에서 이런 좌석을 이런 시스템으로 판매한다면 엄청난 비난과 지탄에 직면하게 될 거란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여튼 이렇게나 열악한 좌석이 4,400엔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이런 좌석은 일단 판매 자체를 안 하겠지만, 외야 좌석이 페넌트레이스 때는 비싸봐야 2만원을 안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가서 느낀 건, 이딴 구장엔 다신 안 오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니혼햄 원정 팬들의 응원이 생각보다 재밌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안타가 나올 때마다 일절 모르는 사람이라도 서로 박수를 치더라구요. 저도 몇 번 얼타다가 같이 박수 맞대자고 주변 팬 분들이 으쌰으쌰 해주셔서 같이 잘 놀았지만, 좌석이 너무나도 열악해서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서... 4회말부터는 통로로 나와서 서서 봤습니다. 안 그래도 몸집도 큰데 참 힘들었습니다.
통로에 나와서는 마침 보안업체 인원들이 서있길래 말을 걸어봤습니다.
서서 봐도 되겠느냐. 절대 안 됩니다. 네, 뭐 대충 예상은 했었습니다. 자리가 너무 불편해서 못 앉아있겠다고 얘기를 하니 대충 못 본 척 눈 감아주덥니다.
경기 시작 전에도 폭죽을 꽤 쏘더니, 5회말 종료 후(하프타임)에도 꽤 쏘덥니다.
얘들은 벤츠하고 스폰서 협약이 됐는지, 불펜에서 투수가 벤츠 컨버터블을 타고 마운드로 나옵니다.
NPB는 센트럴 리그나 퍼시픽 리그 모두 7회 때 별도의 응원 문화가 있습니다. '럭키 세븐 응원'이라는 명목으로, 7회초 시작 전에는 원정팀이, 7회말 시작 전에는 홈팀이 전체 응원을 합니다. 이 응원 시작 전에는 장내 아나운서가 원정/홈팀의 럭키 세븐 응원을 상대 팀에 소개합니다.
7회말 럭키 세븐 응원까지만 보고 바로 뛰어나왔습니다. 이 때 돌아가지 않으면 다음 날 일정에 문제가 있겠다는 판단이었고... 일단은 앉아서나 서서나 더는 경기를 보기 힘들 정도로 피곤했습니다. 돌아갈 때도 똑같이 170엔(167엔)을 내면 카이힌마쿠하리역까지 데려다 줍니다.
보러 갔던 모든 경기의 결과는 글 말미에 별도로 적어놓겠습니다. 공통점이 있어서 말이죠.
숙소는 카와사키역 부근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이 쪽에 잡았었는데, 다음에 만약 갈 일이 생기면 카마타역 부근에 잡을까 싶습니다. JR의 도쿄 23구내 일일 무제한 승하차 패스인 '도쿠나이 패스'를 쓸 수 있는 남쪽 종점이 카마타역이라서 그렇습니다. 카와사키역에선 전철로 딱 한 정거장 떨어져있죠.
나리타에서 도쿄역으로, 거기서 나카메구로를 찍고 치바 마쿠하리, 거기서 다시 카와사키... 많이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첫 날만 좀 유별나게 빡세게 잡은 일정이었습니다.
숙소에 많은 돈을 들이고 싶지 않은 성격이라, 갈 때마다 저렴한 숙소를 찾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도미토리식 숙소나 호스텔에서 자는 건 너무나 불편합니다.
이번엔 8박 9일 내내 카와사키역 부근 캡슐호텔에서 묵었고, 일반적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자는 캡슐호텔은 자본 적이 있어서 굉장히 몸이 괴롭다는 걸 알기에 별실(디럭스룸)을 예약했습니다. 그렇다고 캡슐룸 자체가 유별나게 좋아지진 않지만, 별도의 락커도 있고 부족한 공간감이 그나마 조금은 생겨서 나은 편입니다.
제가 잔 곳은 매일 가운과 대형, 소형 타올 하나 씩을 챙겨주는데, 이걸 다 쓰고 아침마다 카운터에 외출할 때 들고 가면 회수하고,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가 되면 새로운 것을 다시 내어줘서 괜찮았습니다. 객실 청소나 침구 교체도 매일매일 꼬박꼬박 해주더라구요.
>>> 2일차 (3월 30일)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소화하러 출발합니다. 일본은 우리보다도 더 동쪽이라 해가 일찍 떠서 다들 일찍부터 움직이는 편이니 '아침 일찍'이라 하기도 뭐한 시간입니다.
... 하지만 전 일거리가 없어지고 나서는 아침 10시 전후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침 일찍'이 맞죠. 죽겠습니다.
걸판 캐릭터들이 반겨주는 어떤 곳에 왔습니다. 오늘 일정은 걸판과는 무관합니다.
... 아니죠,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어떤 것을 보러 왔으니 아주 무관하진 않네요.
린카이선 국제전시장역입니다. 코미케가 자주 열리는 도쿄 빅사이트가 여기서 걸어서 5분... 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10분은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이 부근에서 하는 어떤 국제적인(?) 이벤트를 보러 왔는데, 역무원에게 물어봐도 어떻게 하면 이벤트장으로 가는 지 모르고, 주변에 안내 표지판도 없습니다.
그냥 '아무리 봐도 업무하곤 거리가 먼 복장을 한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가는' 곳으로 같이 걸어갑니다. 바로 나오네요.
Formula E Tokyo e-Prix를 보러 왔습니다. 올해로 벌써 10년차를 맞는 Formula E의 Season 10, 그 중 다섯번째 레이스로 편성된 도쿄 e-Prix 입니다. F1은 각 레이스를 Grand Prix라고 하지만, 얘네는 Electric Grand Prix라는 뜻으로 e-Prix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두 해 전에 잠실에서 Season 8 시절 마지막 레이스로 편성됐던 서울 e-Prix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분명히 '향후 5년 간의 개최를 약정한다'고 해놓고선 그 때가 끝이었죠.
일단 빅사이트 홀 내부로 들어오라길래 '아무리 여기가 크다곤 하지만, 얘들이 설마 레이스를 실내 트랙으로 잡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Season 8을 제외하곤 항상 마지막 레이스로 잡히는 런던 e-Prix(Formula E의 주최사인 ABB가 영국 회사입니다)가 지하 트랙이 일부 편성된 곳에서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냥 빅사이트 홀을 거쳐서 가게끔 동선이 짜여진 것 뿐이었습니다. 되게 불편했습니다.
티켓을 받았습니다.
이 날 유료 관객으로 받을 수 있는 차상위 등급인 Catergory B+ (A+, B+, D+, A, B, C, D 순서) 티켓이었는데, 외국인이 진행한 예매라는 이유로 이 티켓을 받는 절차도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ePlus 사이트를 이용해서 예매를 진행한 것과는 별도로, ePlus 사이트 내에 외국인을 위한 예매 사이트가 별도로 차려졌었는데, 이 쪽을 통해 구입한 사람들은 뭐, 티켓을 받는 방법도 다르댔나... 여튼 그랬습니다.
덕분에 입장하는 데 한 30분 정도를 허비했습니다.
티켓에 '+'가 붙은 사람들을 위한 혜택이 몇 있었는데, 일단 밥을 줍니다. 그리고 전용 휴식 공간이 따로 있습니다.
A+ 같은 경우는 본 경기 직전 사인회에 참여할 수 있는 혜택, B+ 같은 경우는 피트워크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거 때문에 B+를 구매했는데... 이 날 평생 이 정도의 엿을 더 먹을 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좀 억까(!)를 많이 당하게 됩니다.
객석까지 들어가는 길입니다. 이 날 이상 고온의 정점을 찍었고, 주최 측에서 동선을 참 ㅂㅅ같게 짜놓는 바람에 입구에서 객석까지도 굉-장히 멀었습니다. 거기에 안 좋은 신발 상태까지...
제가 오늘 하루 동안 앉아있을 자리입니다. 트랙 기준으론 괜찮은 자리에 위치해있었지만, 해를 피하기 가장 안 좋은 곳에 위치했더라구요.
게다가 이 자리, 오후에 본 레이스가 시작되기 직전에 더블부킹까지 돼있었던 자리입니다. 어이가 없어서 돌아버릴 뻔했는데,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저보다 '나중에' 이 자리에 도착한 사람이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알아서 비켜주더라구요. 더블부킹이 찍혔던 사람의 티켓 순위가 더 낮았으니 망정이지...
제 앞 자리에 LG전자 일본지사의 한국인 직원분이 앉아계시더라구요. 제가 응원하는 팀의 일본 쪽 파트너가 초청해서 오신 거 같던데... 그 분은 공짜로 오시고 팀 티셔츠까지 받으시고 술과 안주까지 따로 받으시더라구요. 전 돈 다 내고 와선 하루 내내 억까까지 당했었는데...
제가 응원하는 팀 차량들이 지나가네요. 시트로앵 산하의 DS Automobile과 미국의 Team Penske가 함께 꾸려나가는 팀인 DS Penske의 차량들입니다. 한 때 이 팀의 국적이 중국이었던 적도 있지만, 본사를 따라서 이젠 정상적으로 프랑스 국적으로 등록된 팀입니다.
개인적으론 오래도록 이 팀의 1번 드라이버를 맡고 있는 차량번호 25번의 Jean-Eric Vergne(줄여서 JEV, 국내에선 베르뉴라고 부릅니다) 선수의 매너를 참 좋아해서 밀고 있지만, 다른 팀에서 뛰다가 최근에 2번 드라이버로 들어오게 된 차량번호 2번의 Stoffel Vandoorne('반도언'이 맞는데 반도른이라고도 부릅니다) 선수도 좋습니다. Season 8 당시 서울 e-Prix가 끝나고 시즌 최종 우승자로서 단상에 섰던 걸 본 기억도 나네요.
아까 받은 티켓 목걸이가 있어도 팔에 찬 이 종이 띠가 없으면 해당 일자 입장, 또는 해당 티켓 등급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특전은 무효가 됩니다.
각각 어느 팀이라고 설명드리자니 너무 길고, 아침에 있었던 Free Practice 2 세션에서 각 차량들이 지나가는 모습입니다. FP 1 세션은 전날 오후에 있었는데 관중들이 들어가서 볼 수는 없었습니다.
제 자리 앞에 감속 코너 구간이 있어서 사진 찍긴 괜찮았지만, 철창이 다 가려먹네요.
F1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Formula E는 Catergory A+가 가장 비싼 좌석인 것처럼 되어있지만 실제론 더 높은 등급이 있습니다.
각 레이스 별로 주최도시에서 붙이는 이름이 천차만별이지만, 그냥 통칭 'VIP 존'인 곳입니다. 각 레이스 팀들이나 지역 주최사가 별도로 VIP를 '무료'로 초청해서 볼 수 있는 곳이고, 우리나라에서 했던 때는 당시 포르쉐에서 VIP 고객들을 선별해서 초대했었죠. 뷔페식 식사도 제공되는 곳입니다.
근데 좌석 수는 제한이 있는데 각 팀에서 경쟁적으로 이래저래 초청을 하다보니 다들 서서 보는 게 사진에 잡히죠.
이 날 더블부킹 건도 충분히 사람 뒷목 잡게 만들 일이었지만, Category B+로 받을 수 있었던 피트워크 기회를... 못 받았습니다.
장내에서 안내 방송이라도 한 번 진행해줬으면 참 좋았겠는데 그러질 못했고, 결정적으로 레이스 하루 전에 별도로 보내준 메일 한 구석에 작게 '오늘의 피트워크는 이렇게 진행되니 지정된 시간에 모여주세요'라고 써진 걸 못 봤습니다. Category B와 B+가 볼 수 있는 자리가 한데 모여있다보니 사실상 피트워크 하나로 티켓값이 엄청나게 갈리는 셈인데 멘탈 터지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 했던 당시에는 피트워크 기회는 VIP에게만 있었고, 트랙 내 사인회 기회가 있었는데 티켓 등급별로 별도 고지를 한 게 아니라 무려 '고지 없이' '당일 등급에 무관하게 티켓만 가지고 있으면' '특정 구역에서 선착순으로' 도착한 사람들한테 기회를 줬었습니다. 그 때도 차상위 티켓을 가지고 있었는데 엿을 아주 세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터진 멘탈을 부여잡고, 본 레이스 종료 다섯 바퀴 전 쯤에 사진이라도 건지자는 마음에 포디움을 찾아갑니다. 근데 여긴 대체 어떻게 이렇게나 모여있나 싶을 정도로 인원이 많습니다.
이번 레이스에서는 자국 브랜드인 닛산 팀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굉장히 강했고, 레이스 내내 대놓고 밀어주는 모양새도 여러 번 잡혔습니다. 레이스 중반 부터는 닛산 팀 소속인 Oliver Rowland (롤랜드) 선수가 선두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두 바퀴를 남기고 마세라티의 Maximilian Günther (귄터) 선수와의 역전이 발생하게 되고, 반 바퀴를 남길 때까지 초접전이 이어지게 됩니다. 포디움 앞에서 다들 조용히 중계 스크린을 숨죽여 보는 가운데 전 그냥 대놓고 'ギュィンター 走れ!'라고 질러버렸고, 결과적으론 접전을 이어가던 귄터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하루 종일 멘탈이 터진 가운데 유일하게 위안을 찾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등급상 '플러스'가 박힌 티켓을 가지고 있었다고 시상대 근처에 먼저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거든요.
하지만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제 앞으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각 팀 관계자들이 따로 입장하게 됩니다. 이 정도는 대충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닛산 팀 관계자들이 제 앞에 있던 철제 펜스 위로 올라가버리더니 저를 포함한 제 뒤에 있는 모두의 시야를 가려버립니다.
물론 자기네들이 2등을 했으니 시상식에서 자기네 선수와 같이 좋은 순간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건 알겠는데, 다른 팀 관계자들은 안 하는 이런 개같은 짓을 눈 앞에서 보니까 참 뭣같더라구요.
하지만 이런 개같은 놈들이 눈 앞에서 벽을 쳐도 사진은 어떻게든 찍습니다.
이거 다 이 닛산 놈들의 벽을 뚫고 어떻게든 위로 팔을 뻗어 찍어낸 것들입니다. 휴우.
옆에서 웬 학생 하나가 저랑 마찬가지로 닛산 팀원 놈들의 벽 때문에 사진 하나 못 건지는 걸 발견하곤 핸드폰 잠깐 달라고 얘기하곤 한 장 건져줬습니다. 팔 아팠네요.
이렇게 행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일본에서 오래도록 일하고 있는 아는 동생과 연락이 닿아서 잠깐 놀다가 숙소로 들어가게 됩니다. 먹고 싶은 저녁 메뉴를 고르라고 얘기했는데, 비싼 밥 못 사준 게 못내 아쉽더라구요.
>>> 3일차 (3월 31일)
이 날은 요코하마 쪽을 쭉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너무 더웠던 데다가 발까지 계속 적신호를 온몸에 보내고 있었어서 그냥 가려던 곳만 갔습니다.
일단 신요코하마 라멘 박물관에 찾아갑니다. 박물관이란 점보다는, 한 곳에서 다양한 라멘들을 두루 접할 수 있다는 거 하나만 보고 찾아갔는데... 일요일이라 그랬는지 외국인 단체 방문객이 너무 많았습니다.
분위기 자체는 쇼와 중후반이나 헤이세이 초기라고 미디어에서 많이들 얘기해주던 그 때 느낌더라구요. 우리나라로 치면 7080 시절.
가장 먼저, 이 당시 박물관에서 '기간 한정 점포'로 운영중이던 잇푸도를 먼저 찾아갑니다.
1994년도의 잇푸도를 재현하는 걸 테마로 삼아서, 잇푸도 창업자 분이 주방을 지키고 계셨다... 고 하더라구요.
운 좋게 딱 제가 찾아갔던 시기에만 먹을 수 있었던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잇푸도는 예전에 오사카에 잠깐 들렀을 때나, 압구정에 있었을 때나 한번 씩 먹어봤던 곳인데 썩 마음에 들진 않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먹은 이 한정 라멘은... 만약 예전에 제가 이걸 잇푸도에서 먹었다면 몇 번이고 다시 방문했겠다 싶은 맛이었네요. 개인적으로 돈코츠를 잘 못 먹는데도 완식했습니다.
잇푸도에서 먹고 나오니까 대기시간이 이랬습니다. 중간에 상주 중인 직원 분이 각 점포랑 무전기로 연락하셔서 대기시간을 얼추 받아서 적는 그런 방식이었네요.
한 군데 더 들러보고 싶어서 다시 줄을 서봤습니다.
들어가는 대기열에서 봤던 포스터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옛 영화인가봐요.
류큐식당을 표방하는 톤도의 시오라멘이었습니다. 이 쪽은... 굳이 고수가 올라가있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맛 자체가 라멘과 쌀국수를 반반씩 섞어놓은 것 같아 개인적으론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아침부터 라멘을 두 그릇이나 먹으니 속이 더부룩해서, 그냥 탄산음료 사먹긴 싫고 하니 무알콜맥주를 하나 샀습니다.
알콜이 점점 몸에 안 받아서 집에서 가끔씩 홀짝이던 맥주도 끊고 무알콜맥주 쪽으로 옮긴 지 몇 년 돼서 거부감도 없고, 일본은 무알콜맥주도 잘 만든다고 들었으니 마셔봅니다.
얘네는 일전에 야마자키 증류소에 가서 먹었던 그 탄산수 맛이 나더라구요. 상쾌했습니다.
오늘의 메인 일정을 소화하러 왔습니다. 요코하마 스타디움입니다. 베이스타즈 경기 보러 왔어요.
위에 올린 것처럼 이 날이 참 더웠는데... 여길 벤치마킹해서 만든 데가 사직구장이라고 들었습니다.
롯데 팬분들은 대체 평소에 이런 구조의 구장에서 어떻게 무사히 야구를 보고 계시는 건가 싶은 경외감이 살짝 들 정도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여행 중에 들렀던 구장들 중에서 홈팀 응원 소리가 가장 작았습니다. 널찍하게 오픈된 곳이라 소리가 많이 퍼져서 그런가, 라고 생각하기에는 상대 팀이었던 히로시마 카프 응원 소리는 꽤 크게 들렸습니다.
아, 히로시마 만의 응원인지 아닌 지는 모르겠는데 이 사람들... 수시로 두더지 같은 응원을 하는데 보는 입장에선 꽤 거슬리게 웃깁니다.
예를 들어 '勝ち取るせ、西岡'라고 응원을 선창하면 그 다음에 '니시오카! (헤이!) 니시오카! (헤이)'를 반복하는데, 한 번은 남성 팬들이 일어나고, 그 다음에는 여성 팬들이 일어나고 이걸 반복합니다. 단체 디그다를 보는 기분이에요.
끝나고 필드 오픈 행사가 잠깐 있었습니다. 발이 아파서 내려가보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날 다른 게 하나 더 있었는데...
10년 가량 쭉 서비스를 해오던 오락실판 '그루브코스터'가 이 날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 기기가 남아있는 가장 가까운 오락실을 찾아갔습니다.
묵던 숙소 주변에도 한 대가 있다고 들었어서, 그것까지 감안해서 숙소를 잡았었는데 하필 여행 출발을 앞둘 즈음에 해당 기기를 철거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전철로 40분 거리에 있는 다른 곳에 찾아가서 서비스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왔습니다.
국내에선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다 집에서 멀기까지 해서, 마지막 버전이었던 '그루브코스터 4MAX'를 온전하게 즐기는 것도 저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네요. 다음 날에 서비스 회사인 타이토 측에서 '지금까지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즐기실 수 있도록 오프라인 키트를 배포하겠습니다'라는 공지가 떠서, 기기가 남아있는 곳에서는 어떻게든 더 해볼 수는 있게 됐습니다.
게임 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해봐서 감도 안 잡히더라구요. 저를 그루브코스터로 이끌었던, 그루브코스터에서 처음으로 플레이했던 곡을 다시 플레이하는 걸로 마무리지었습니다.
그루브코스터에 대기가 꽤 길었어서, 한번 쯤 해보면 재밌을 거라고 얘기를 들었던 이것도 해봤습니다.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옛날에 DMM에서 오픈했을 당시에 아주 잠깐 했던 기억도 났구요.
>>> 4일차 (4월 1일)
이 날과 다음 날인 2일은 애시당초 일정을 잡지 않았었습니다. 일단 수도권에서 야구 경기가 없었던 것 때문이고, 분명 여행 중 지쳐서 쉬어야 할 날이 하루 이상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발 상태를 생각하면 이런 '쿠션 데이'를 잡아놓은 건 정말 좋은 판단이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저녁마다 있을 레슬링 경기 정도는 보러 가자' 싶었는데, 이 역시 건강 문제로 아예 패스해버렸습니다.
잠깐 아키바 쪽 둘러보다가, 한국에서 종종 하는 오락실 게임의 '좋은 기기' 버전을 발견해서 찍어봤습니다. 이거 하는 사람들이면 이 '검정 기기'를 보곤 그냥 못 넘어가죠.
첫 날 못 들렀던 점포에 들러봅니다. 일본 수도권에 갈 때마다 항상 방문하는 곳입니다. 오오쿠보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예전에 저를 일본에서 재워줬던 형님이 여길 같이 자주 데리고 갔었는데, 분명 일반적인 지로계 라멘 같은데 이 집 특유의 산미가 매우 인상깊게 남아서 종종 방문하는 그런 곳입니다. 지난 몇 번의 여행에서는 항상 여길 가장 먼저 방문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이후 일정이 무난하거나 운이 살짝 좋게 흘러가더라구요.
... 이번엔 첫 날에 방문하지 못해서 이 전날까지 몸과 마음이 엄청 힘들었나 싶었을 정도였네요.
기본메뉴입니다. 숙주 얼마나 올려드릴까, 아부라는 얼마나 올려드릴까 하는 정도로 세팅할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여기 사장님, 몇 년 만에 다시 뵙는 거였는데 (사장님은 저 기억 못 하셨습니다) 체형이 엄청나게 많이 변하셨더라구요. 물론 안 좋은 방향으로...
잠깐 오락실에 들러서 '마작 파이트 걸'을 해봤습니다. 첫 캐릭터로 누굴 고르지, 하다가 '히카사 요코'가 담당한 캐릭터가 있길래 바로 골랐습니다.
신주쿠역 히가시구치 쪽은 크게 변한 게 없네요.
내년 봄이 지나면 볼 수 없다는 알타비전도 잠깐 보고 왔습니다.
이 날은 기노쿠니야 서점에 미리 주문했던 걸 수령하고 면세처리 하려고 신주쿠에 들렀던 거라, 용건만 마치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일본 편의점에서 파는 무알콜 맥주 중에 가장 흔한 게 산토리, 아사히에서 각각 1종씩 나온 놈들이고, 제가 갔을 때는 기린에서도 마침 하나를 더 내놨더라구요. 근데 아사히에서 나온 이 놈이 가장 좋았습니다.
산토리는 나쁘지 않은데 맥주같지 않단 생각이 들었고, 기린 쪽은 그냥 홉 워터나 홉 쥬스라고 부르는 게 더 온당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는데, 아사히는 정말로 슈퍼 드라이에서 알콜 정도만 뺀 맛이었습니다. 이거 우리나라에는 안 들어오려나요.
>>> 5일차 (4월 2일)
나카노 쪽에 종종 가던 식당의 프랜차이즈 분점이 숙소 근처에 있단 얘기를 들었는데, 막상 찾아가니... 아놔...
대신에 주변에 점심시간마다 마구로동을 500엔에 파는 곳이 있더라구요. 자기네들 말론 '참치를 너무 많이 잡았어요'라지만, 일본의 연간 노획량을 생각해보면 이건 좋은 의미가 아니다 싶죠. 그래도 이렇게 싼 곳이 만약 집 근처에 있었다면 매주 한두 번은 찾아갔을 것 같습니다.
이 날 역시 마땅히 계획이 없었어서, 숙소 주변을 쭉 돌다가 쇼핑몰 안에 이토엔 말차 카페를 발견하곤 테이크아웃 전용 메뉴를 주문해봤습니다.
말차 크림이 실하게 콘 끝까지 차있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행 전에, 일전에 갖고 있던 Suica를 아이폰에다가 그대로 넣어버리는 짓을 해버리는 바람에 일본에서 도쿠나이 패스 같은 걸 어떻게 쓰나 했습니다. 저는 현대카드도 안 갖고 있고 해서 애플페이로 패스 비용을 결제도 못 하고... 더군다나 여행을 오니까 여전히 IC칩 공급 부족으로 Suica가 발급이 안 된다고 적혀있더라구요.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JR 주요 역에 있는 미도리노마도구치에서 안내문을 보니 '정기권이나 패스는 발급 가능합니다'라고 적혀있길래, 혹시나 싶어서 시도해보니 이게 되네요.
현지에서도 아이폰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이폰에서 신규 발급하는 방법을 이용하라고 알려주지만, 저처럼 운 나쁘게 이도저도 못 하는 상황에 걸리신 분들은 이렇게 해보시는 편이 좋겠습... 니다만 이것도 좀 알려지게 되면 이 방법마저 막을까봐 걱정되네요. 꼭 필요하신 분만 시도해보세요.
이 곳 역시 수도권에 여행을 올 때마다 가급적이면 꼭 찾는 집입니다. 고쿠분지역 근처에 있는 무타히로 프랜차이즈입니다. 옛날에는 홍대에도 서울 분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냥 그런 곳이 있었다 정도의 추억으로만 남는 곳이네요.
윗 사진이 1호점에서 먹은 기본 메뉴, 아랫 사진은 2호점에서 먹은 4월 한정 메뉴였습니다.
1호점에서 먹은 메뉴는 멸치 육수 베이스의 시오 라멘이었고, 2호점에서 먹은 메뉴는... 메뉴 이름이 뭐라 쓰여는 있었는데 '알리오 올리오를 라멘으로 만들면 이런 맛이 날까' 싶을 정도로 느낌이 확 오는 맛이었습니다. 청고추로 맵싸함을 포인트로 주는 것까지 좋았구요.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1/2호점을 차례대로 찾아가 조금은 무리해서 두 그릇을 먹었는데, 특히나 2호점의 한정 메뉴는 이걸 안 먹었으면 후회했겠다 싶을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 근데 두 그릇이나 빠르게 해치웠으면 분명 '무리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야 맞는데, 여전히 배가 고파서 한 군데를 더 갑니다.
나카노 브로드웨이는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우나토토에 들러서 우나동 보통짜 한 그릇을 가볍게 더 합니다. 낮에 숙소 근처 우나토토에서 못 먹은 걸 이렇게 해결하네요. 여튼 저녁에만 도합 세 끼를 먹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신주쿠 타워레코드에 들렀다가 뭔가 살짝 아쉬워서 인터넷으로 재고 검색을 해보는데, 찾는 앨범이 마침 시부야 쪽에 있대서 바로 찾아갔습니다. 시부야는 거의 들러본 적이 없어서, 이 '시부야 스크램블'의 대규모 횡단 자체도 목도하긴 처음이었습니다.
지도 상으론 가까운데 보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 타워레코드에서 살 거 딱 집어내고 한참을 구경하다가 나왔습니다.
'시부야 109의 마크 마저 바뀌었을 정도로 그 동네도 많이 변했다'고 주변 분들이 미리 얘기는 해주셨는데... 몇 번 안 와봤던지라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도 있었지만, 마리오 복장으로 주로 긴자 부근을 돌던 이 사람들도 여전히 있네요. 닌텐도한테 걸려서 이름도 바꿨다고 하고...
숙소로 돌아갑시다.
으으... 여기서까지 이 음료를 보게 될 줄이야...
아사히 무알콜 맥주를 소개드리면서 말씀드렸던 기린의 새 제품입니다. 얘는 무알콜 맥주라기보단 홉 워터나 홉 쥬스 정도가 맞을 것 같은 맛입니다.
>>> 6일차 (4월 3일)
이 날도 요코하마 쪽에 일정이 있는데, 아침에 뭐 먹지... 하다가 결국 여길 다시 오게 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요일에 여길 올 때 일일권이 아니라 6개월 내에 3회 입장이 가능한 패스권을 끊는 게 훨씬 싼데 좀 아까웠습니다;
치구사의 닭육수 라멘. 참 맛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무타히로 분점'이라고 간판 걸고 라멘 팔던 곳도 이런 형태의 라멘을 팔았었습니다.
주말이 아닌데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코무라사키에서 먹었던 한 그릇. 쿠마모토식 라멘을 판다고 쓰여있었고 바유 라멘과 함께 진열된 메뉴라서 이것도 바유 라멘인가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그냥 돈코츠 베이스에 매운 기름을 끼얹은 형태.
바유 라멘이었으면 몇 년 전에 먹어본 기억이 있어서 어떻게든 좀 더 먹어봤겠는데, 돈코츠 국물만 있는 형태는 잘 못 먹는 문제가 국물은 상당히 많이 남겼습니다.
나가는 길에 확인한 안내문. 이럴 줄 알았으면 잇푸도나 한번 더 가는 건데... 싶었습니다.
이 날도 아침에 라멘을 두 그릇이나 먹어댔으니 또 무알콜 맥주를 찾습니다. 산토리의 무알콜 맥주인데, 얘는 '몸을 생각한' 뭔가를 더 첨가한 그런 무알콜 맥주라네요.
이따금씩 맥주를 마시면 안 되는 환자들이 맥주가 간절하게 땡길 때 우리나라에서는 하이트 제로가 퓨린 성분까지 없어서 안전한 축에 속한다고 알려져있는데, 일본 쪽에서는 산토리 올프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일정을 소화할 때까지 시간이 한참 남으니, 다른 곳들도 둘러보러 이동합니다.
요코하마 관광버스 중 하나인 '빨간 구두(あかいくつ)'를 타고 이동합니다. 신요코하마역에 도착했을 때 미리 시영전철 개찰구에서 관광용 '미나토부라리 와이드' 티켓을 구입해놔서 하루 내내 추가비용 없이 타고 다닙니다. 요코하마역이 기점인 '미나토부라리' 티켓보다 50엔 비쌉니다.
일본의 첫 근대식 부두로 알려진 곳에 남은 항만하역장비 '요코하마 해머헤드'가 있는 곳을 돌아서...
붉은 벽돌 창고(赤レンガ倉庫)에 도착했습니다. 그냥 관광지로 표기가 돼서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볼 게 없더라구요.
나중에서야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밤에 조명 밝아지면 데이트하는 코스일 뿐'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흠...
좀 이따가 또 타게 되는 빨간 구두 버스.
주변에 크루즈 항으로 보이는 곳도 있고, 전체적으로 탁 트인 곳입니다. 애시당초 붉은 벽돌 창고 자체가 하역품들을 보관하는 장소였다 하니 배가 자주 오갈 수 있는 널찍한 곳에 있어야 했던 것도 있겠구요.
'아아니 뭐가 있다고? ㅋㅋㅋ' 싶은데 어차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가지 사료를 통해서 볼 수 있는 놈이니 안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적당히 보고 다음 장소를 향해 갑시다. 아까 탔던 빨간 구두를 타고 중화가(中華街)까지 일단 갔다가...
미나토미라이선의 종점인 여기를 거쳐서 다른 곳까지 쭉 걸어갑니다. 중화가 쪽은 이 날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들어가 볼 엄두도 못 냈습니다.
중화가에서 좀 떨어진 어느 외진 곳에서 버스를 잡아타고, 대체 어디까지 날 데려가나 싶을 정도로 한참을 들어가면...
산케이엔(三渓園)이 나옵니다. 전반적으로 이 곳이 어떤 곳인지 따로 찾아보고 가진 않았지만, 중화가의 번잡함을 생각했을 때 관광지 지도에서 오히려 한 구석에 적혀있는 이런 곳이 더 괜찮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무작정 찾아갔었습니다. 더군다나 적당한 비가 내릴 때의 정원은 보는 맛이 각별하단 생각도 좀 있구요.
제가 여기까지 올 때는 '대체 이 시내버스가 날 어디까지 데려가나' 싶을 정도로 이건 뭔가 불안하다 싶은 루트를 탔는데, 주말에는 사쿠라기쵸역이나 중화가 입구 쪽을 경유하는 산케이엔 직통 버스가 운영하니 그걸 타시는 편이 훨씬 빠르고 좋습니다.
산케이엔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서 5분 정도 걸립니다. 미나토부라리 티켓을 보여주면 입장료를 100엔 깎아줍니다.
다만 들어갈 때, 다시 요코하마 시내 방면으로 나가는 버스의 시간표를 잘 확인하고 공원을 거닐 시간을 계산해서 들어가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산케이엔은 주중 17시에 문을 닫는데, 17-18시 정도에 나가는 버스가 굉장히 드물게 있습니다. 이 날 돌아갈 때도 눈 앞에서 버스 한 대를 놓쳐서 고생했었네요.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전경입니다. 별 거 없어보이는데, 중간에 있는 저수지 같은 호수를 지나면 좀 볼 만한 게 많이 나옵니다.
공원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 때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대형 건물인데, 평소에는 여기도 무료로 들어가서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필 이 날 신혼부부 피로연으로 대관돼서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더라구요.
산케이엔 쪽은 설명드릴 만한 게 없다보니 사진으로만 쭉 가겠습니다.
거의 다 보고 나가려는데 별도로 개방을 해놓은 건물 하나(아래 사진)가 눈에 띕니다. 돌아가는 버스 시간이 좀 걱정됐는데, 이 때 아니면 언제 또 오겠냐는 생각으로 일단 내부 관람을 강행합니다.
관리원 분이 저더러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대강 얘기해줬더니,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셨다고 기본적인 인삿말 정도는 좋은 발음으로 잘 얘기하시더라구요. 손님을 배웅하는 인사를 잘 모르시길래 알려드리고 왔습니다.
뻘소리지만 이 때 원체 여행객 답지않게(?) 후줄근하게 입어서, 멀리에서 걸어올 때는 근처 동네 어딘가에서 놀러온 사람인 줄 알았더랩니다. 물론 발음 때문에 곧 다 뽀록났겠지만요.
이젠 정말로 버스 시간이 걱정되니 서둘러 나가도록 합시다.
나올 때 매표소를 확인하니 진작에 샷다를 내렸고, 버스 정류장까지 한참을 걸어나와 정류장에 서있으니 눈 앞에서 시내로 나가는 버스 한 대가 제 앞을 그냥 지나가버립니다. 한 20분 정도를 멀뚱허니 서서 더 기다렸습니다.
어차피 시내로는 18시 반 정도까지만 도착하면 된다는 생각에 애써 느긋함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날씨도 그렇고 동네가 워낙 후미지고 음산한 분위기까지 풍겨서 얼른 나가고 싶단 생각 뿐이었습니다.
다시 사쿠라기쵸역 까지 나와서 시영전철로 갈아타고 신요코하마역까지 올라갑니다.
J리그를 보러 닛산 스타디움에 도착했습니다. 신요코하마역에서 걸어서 한-참 걸리니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가세요.
이 날은 요코하마F 마리너스와 카와사키 프론탈레의 '동네 매치'가 있던 날. 둘 다 AFC 중계를 보면서 한 번씩 봤던 팀들이라 '이런 매치면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일정에 넣어뒀었습니다.
홈이나 원정이나 모두 지근 거리에서 올 수 있는 매치라서, 비를 뚫고 온 사람이 엄청 많았습니다.
... 실은 이게 이 날 정해뒀던 수많은 예비 일정 중 1순위는 아니었는데, 악천후인데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이벤트라는 이유로 골랐었습니다. 원래 가려던 건 사이타마 쪽에서 있었던 '마천앵 오페라' 밴드의 공연이었는데, 이 때도 건강이 썩 좋질 못해서 그냥 가기 쉬운 쪽으로 선회했네요.
현장 매표소에서 현장 구매를 하고 들어가면,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티켓의 진위 여부나 대인 양도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 지 등등을 체크하는 걸 '건너뛰는' 입장권을 별도로 줍니다. '방금 깔끔하게 티켓부스에서 산 거 맞으니까 그냥 들어가게 해주세요'라고 적혀있고, 티켓 검사를 할 때 보여주면 됩니다.
대충 원하는 좌석을 티켓부스에 얘기하니까 잠시 후에 '님, 그 자리 구매 가능하긴 한데 들어가면 비 와서 젖어요. 지붕 있는 쪽으로 드려요?'라고 얘기해와서 적당한 곳으로 변경을 했습니다. 제 옆에서도 홍콩 사람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열심히 당일 구매를 시도하던데, 티켓부스에 굉장히 영어를 잘 하는 직원이 상주해서 굉장히 좋은 발음과, 일본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어 울렁증 하나 없이 응대를 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분들도 가서 티켓부스에서만큼은 큰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현장 구매인데도 종이로 발권을 했단 이유로 수수료 500엔이 추가로 붙습니다. 티켓부스 옆에 '오늘자 티켓 아직 구매 가능합니다'라고 적혀있고 별도 QR코드를 통해 접속하면 신용카드로 수수료 없이 구매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도 있던데, 수수료가 좀 많이 아깝더라구요. 종이 티켓이란 기념품을 남긴다는 측면도 고려해볼 만 하지만 500엔은 좀 세죠, 그냥 QR 티켓으로 당일 구매나 할 걸.
입장하는 길목에서 본 주변 풍경입니다. 아무 것도 없다시피 하죠.
2층석이라 입구 찾아가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이미 서포터즈로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입장해서 구호를 맞추는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다들 하루이틀 해본 게 아닌 건지 대오가 딱딱 맞더라구요.
1층석에 앉으면 무조건 비를 맞는다고 봐야 합니다.
닛산 스타디움까지 찾아왔고 첫 방문인데다 두 팀 중 어딜 딱히 응원하는 것도 없어서, 예의상(?) 홈팀 쪽에 앉았습니다.
반대편에서는 프론탈레 쪽 서포터즈들이 열심히 대오를 맞추고 있네요.
"오오 질 수 없다 F마리너즈들이여" 하면서 열심히 더 열을 올립니다.
경기 시작 전 경기장 암전 이벤트가 있을 거란 얘기가 미리 있었습니다.
프론탈레에 정성룡 전 국가대표 골키퍼가 열심히 뛰고있는 건 알았는데, F마리너즈에 국가대표로 뛴 적 있던 남태희 선수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아래 사진은 전날 숙소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쇼핑몰 부근에서 찍은 겁니다.
정성룡 선수야 주전으로 쭉 뛰는 거 알고 있었지만, 남태희 선수는 이날 벤치에서 스타트를 했고 교체로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벤트가 끝나고 선수들이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빕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아깝게 무승부가 된 경기인데, F마리너즈가 극후반에 좋은 슈팅을 두 번 정도 날렸는데 정성룡 골키퍼가 다 선방 처리하더라구요.
하지만 F마리너스의 '사실상의 패배'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이 날 프론탈레 쪽에서 전체적으로 경고 5장에, 후반이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퇴장까지 한 명이 나왔는데도 결과를 못 만들어냈단 말이죠.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각자의 서포터즈들 앞에서 인사하는 선수들. 프론탈레 쪽에서야 그렇게 카드를 많이 받고도 무승부를 이끌어냈으니 환호성이 막 터져나오더라구요.
이제 숙소로 돌아갑시다. 그런데...
얘들이 자기네들 홈이라고 자기네들끼리 좀 도발적인 걸 이끌어내려고 하더라구요. 그냥 웃고 넘겼습니다.
마침 이 경기의 1차전 결과는 이 글을 쓰는 날 기준으로 '어제' 있었네요. 2차전은 24일에 닛산 스타디움에서 있다고 하고...
신요코하마역까지 걸어가는 데도 한참 걸렸습니다.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무알콜 맥주 3종을 모두 마셔봤으니, 미량의 알콜이 들어가있는 걸 하나 먹어보려고 사왔습니다.
근데 이게 드라이 제로보다 맛이 못합니다. 그냥 저처럼 무알콜이나 0.5% 정도까지는 괜찮은 분들은 드라이 제로를 사드세요.
>>> 7일차 (4월 4일)
오늘은 좀 멀리 이동할 겁니다. 그 전에 들러서 뭔가 먹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이따금씩 오사카에 다녀오는 분들이 사진으로 이 가게의 본점에 들러 한 끼 씩 하신다는 글들을 접합니다. 관서 쪽에는 딱히 좋은 기억이 없어서, 다른 데서도 먹을 수 있나 살펴보다가 이케부쿠로 근방에 지점이 한 군데 있는 걸 확인하곤 가봤습니다. '이즈모(いづも)'라는 곳입니다.
밥은 장어를 굽는 타레를 함께 볶은 거고, 장어는 그럭저럭 잘 구워져있는데, 지단이 참 맛이 없습니다. 굳이 이걸 먹으러 찾아갈 만한 맛도 가격도 아닙니다.
여기서 식기를 나눠줄 때 작은 '뽑기(おみくじ)'를 빙자한 '오미쿠지(お味くじ)'를 나눠주는데, 첫 날에 멘탈이 굉장히 크게 깨져있던 여파가 이 때까지 지속됐어서 내용을 좀 훑어봤습니다.
'분실물 : 새 걸 사고 나서야 찾을 거 같은데?'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안 그래도 핸드폰을 새로 사야 하는데... orz
다 먹고 나서 애매하게 시간이 없는 것 같아 좀 서두르기로 합니다. 가는 길목에 옆자리에 앉은 두 분이 계속 티격태격 하시더라구요. 분명 우리나라에서 오신 분들이고 부산 쪽 사투리를 구사하시던데, '내일 우리 출국하잖아' '응' '공항 면세점을 둘러보려면 엄청 일찍 나와야 할텐데' '늦게 일어난다는데 손모가지를 건다' 하면서 이래저래 티격태격 하셨습니다.
근데 나리타던 하네다던 면세점은 딱히 기대 안 하시는 게 좋을텐데... 를 그냥 말 안 하고 삭히다가 갈아탔습니다.
세이부 전철 니시도코로자와역입니다.
이게 이케부쿠로에서부터 여기까지 데려다주고 더 멀리까지 갈 전철이고...
이게 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녀석입니다. 바로 갈아탈 수 있게 대기 중이죠.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세이부 전철 세이부구장앞(西部球場前)역이고, 사이타마 베루나 돔입니다.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와, 작년에 'アレ'를 내어준 오릭스 버팔로즈의 경기가 있는 날입니다.
아무 것도 없다시피 한 동네에 야구장이 지어진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 '프로야구 팀'을 위한 각종 시설들은 곳곳에 눈에 띄게 잘 구비돼있습니다.
구장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 들리려고 잠깐 구장을 벗어났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전날까지 비바람이 흩뿌렸어도 다시 벚꽃이 보이네요.
슬슬 들어갑시다.
여긴 '돔'이라고 구장 측에선 열심히 우기지만, 실은 오픈형 구장이죠. 오픈형 스타디움 위에 차양막이 될 만한 구조물을 얹은 형태입니다.
불펜이 잘 보입니다.
이 날 방문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여긴 일반적인 홈/원정과는 배치가 반대입니다. 1루에 원정, 3루에 홈팀이 앉습니다.
그래서 착석할 때 벙쪘었네요. 어째 예매가 쉽더라니...
도쿄 돔은 예전에 방문해본 적 있으니, 다른 '돔 구장'에 기왕 방문하는 거니까 좋은 자리를 얻어보자는 생각에 구한 자리입니다.
... 근데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주변 분들이 다들 카메라를 들고 그라운드를 응시하시더라구요. 저야 개중에선 유별나게(?) 몸집이 큰 편이었어서 양옆 좌석에서 카메라를 들 때마다 렌즈를 피하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그나저나 별 생각없이 무알콜 캔음료(레몬사와)를 하나 사서 들어갔었는데, NPB는 어지간한 곳들이 다 '캔/병 반입 금지'더라구요. 몇 모금 홀짝이다가 진행요원이 얘기해줘서 그 때서야 알았고, 먹던 놈을 뺏겼습니다. orz
이 날 세이부의 선발 이름이 눈에 익으신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일전에 KBO의 기아 타이거즈에서 반 년 정도 땜빵으로 뛰던 그 선수 맞습니다.
원정 덕아웃이 잘 보이네요.
선수들이 펜스 앞에서 몸을 푸는 건 KBO나 여기나 비슷합니다.
저는 KBO를 보러 갈 때는 수원 구장을 자주 방문하는 편인데, 수원의 '하이파이브 존/익사이팅 존'과 비슷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2.5배... orz
보 다카하시 선수는 일전에 KBO에서 봤을 때랑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불펜은 제가 앉은 곳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었어서, 덕아웃에서 짐을 싸들고 걸어가는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따금씩 팬서비스 문제가 불거질 때가 있는데, 여기서는 최소한 어린 아이들에게만큼은 잘 해주더라구요. 제 앞줄에 어린 아이들이 앉아있었는데, 아이들이 선수들이 지나갈 때 선수 이름을 연호하니까 아이들을 향해 따봉을 날려준다던지 하는 좋은 포즈를 취해줍니다. 아주 잠깐의 순간들이었어서 사진에는 못 담았네요.
예... 그 수상한 퍼리퍼리 쪽을 좋아하진 않는데, 이 마스코트는 귀엽네요... 네...
やるしかない에서 말장난으로 중간에 사자(獅)를 붙여놨습니다. 근데 뭔 말인지는 확실히 알겠는데, 저 문장을 끊어서 읽으면 '잘 하는 사자(선수)들이 없네!'로 보여서 혼자 끅끅거렸습니다.
이 날 오릭스의 선발이었던 아즈마 코헤이 선수의 피칭 모습입니다.
치어리더들의 응원. 첫 날 치바에서도 있었던 일이지만, 여긴 그냥 원정석에도 홈팀 치어리더를 보냅니다.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들에선 '도발'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다분해서 대체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죠.
... 근데 복장이 예쁘네요. 그 다음 이닝에는 ('세이부' 그룹의 시너지를 내고 싶은 건지 몰라도) 역무원 복장을 한 치어리더들도 오더라구요. 음음.
선발이 적당히 이닝을 책임지고 마운드가 바뀝니다. KBO보다 용병 보유 제한이 넉넉해서 불펜으로도 많이 기용되죠.
근데 선발보다 투구 내용이 별로였습니다.
교체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캐치볼로 몸을 풉니다.
선발이었던 아즈마 코헤이 선수가 수훈 인터뷰를 합니다. 마지막 사진에 아즈마 선수가 손으로 '8'을 나타내는 게 뭔 뜻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지난 시즌까지 포함해서 선발로서 이 날까지 8연승을 했다고 하네요.
각 구단 별로 서브 구장들이 잘 갖춰져있는 건지, 다음 경기는 다른 곳에서 한다고 적혀있네요.
경기가 끝나니까 제 앞 펜스가 열리고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나가던데, 다들 저렇게 쪼그려앉아 선수들이 나올 때에 맞춰 사진을 찍으려고 간 거였습니다. 근데 그거 말고도...
여기서도 필드 오픈 행사가 있었습니다. 출구를 못 찾아서 필드 쪽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는 동안 그라운드를 좀 살펴보니 스폰지 재질에 가까운 인조 잔디더라구요. 슬라이딩 할 때 좀 아프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돌아갈 때는 도코로자와역에서 내려서 세이부신주쿠선을 타고 신주쿠역까지 갑니다. 이케부쿠로까지 가나 신주쿠까지 가나 시간만 좀 차이나지 운임은 같습니다. 한참 걸리길래 졸았습니다.
세이부신주쿠역에서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동안, 많이들 아실 지도 모르겠는데 JR신주쿠역 히가시구치와 니시구치 사이에 철교가 있는 곳 아래 통로에서... 불심검문을 받게 됐습니다. 좀 많이 후줄근한 복장에, 빡빡머리에, 피곤에 찌들어있는 표정에, 주변에 다들 마스크를 안 쓰거나 흰색 마스크를 쓰는 와중에 전 검정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손에는 야구장에서 채 버리지 못하고 갖고 다니는 쓰레기봉투가 있었습니다.
신주쿠구 경찰서 소속으로 방탄조끼를 착용하신 분이 보행자들로 가득한 곳에서 뒤에서 절 부르더니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칼같은 작은 흉기류를 소지하고 계시진 않은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길래 그저 웃겨서 마스크를 내리고 가방을 바로 열고 가방 내부와 여권, 단기비자(상륙증명 스티커)를 보여줬습니다. 여행 온 외국인인 걸 알아보더니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일본어 잘 하시네요, 실례했습니다'라면서 간단히만 확인하고 보내주더라구요. '응 나 일본어 못 한다 이 교토 ㅅㄲ야'라고 쏘아주고 싶었는데 회화 스킬이 모자라네요.
황당해서 불심검문 직후에 주변에 '와 나 신주쿠에서 불심검문 당함 ㅋㅋㅋ'이라고 보내니 '대체 얼마나 ㅂㅅ같이 하고 다니면 불심검문 같은 걸 받냐'면서 막 조롱을 당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신주쿠 부근에 NHL/NFL/NBA/MLB 관련 용품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잠깐 구경을 갔습니다. NFL이랑 MLB 용품을 보러 갔었는데요...
대-충은 예상했었지만, 선수들이 쓰는 사양과 같은 저지/유니폼들이 165,000엔에 세금 별도라고 적혀있어서 기함하고 나왔습니다. 레플리카 상품도 꽤 비싸더라구요.
아키하바라와 오카치마치의 딱 중간에 있는 곳에 들렀습니다. 유샤공방(遊舎公房)이라는 키보드 전문점입니다. 발음상 '용사(勇者)'와 비슷합니다.
HHKB(해피 해킹 키보드)를 12년 째 사용 중이고, HHKB의 제작사인 PFU에서도 여길 파트너샵으로 홍보하길래 여기서 뭔가 키캡 같은 거라도 건질 수 있을까 하고 찾아갔는데, 토프레 호환(HHKB, 리얼포스용) 키캡은 거의 보이지 않고 일반적인 기계식 프로파일 부품들이 주를 이루더라구요.
여기서 뭔가를 한참 고민하다가 다음 날 다시 방문하게 됩니다.
숙소 방향으로 돌아갈 때 봤던 포스터입니다. JR이 공석으로 남는 열차들의 회전률에 공을 꽤 들이고 있나보네요.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숙소 부근에서 밥을 먼저 먹습니다. 규탄(소 혀) 정식이었는데, 밥을 먼저 비우고 좀 더 달라고 할 때 말을 잘못해서 고봉밥이 나와버렸습니다. 다행히도 규탄이 맛있어서 새로 나온 고봉밥도 싹 해치웠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오락실에 가서 옛날 옛적부터 쭉 해오던 게임 시리즈의 속편을 해보는데...
이런 애들이 아직도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상대 측에서 고의로 통신을 끊어버린 결과로 나오는 화면입니다.
이렇게 게임을 하고 있다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인연을 오락실에서 우연찮게 만나게 됩니다.
제가 하던 이 게임, '영걸대전'은 옛날 옛적에 우리나라에도 짧은 기간 동안 잠깐 오락실에서 볼 수 있었던 '삼국지대전'이라는 게임에서 명맥을 이어오는 속편입니다. (구)삼국지대전, 전국대전, (신)삼국지대전, 그리고 영걸대전으로 이어집니다.
그 '삼국지대전' 시절인 15년 전에 국내에서 뵌 적이 있어서 기억하는, 옛날 이 게임의 홍보 담당과 프로듀서를 겸임했던 니시지망(にしじまん@, 西嶋一真 니시지마 카즈마)이라는 분입니다. 6년 전에는 다른 이벤트 때문에도 뵌 적이 있었는데, 15년 전 얘기를 하니 한국 쪽 사람이라고 좋아하시더라구요. 지금은 세가의 '원더랜드 워즈' 쪽 운영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 근처에 앉아서 게임 중인 걸 보곤, 게임이 다 끝나고 정리를 하실 때 즈음에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봤는데 본인 맞다고 하시길래 잠깐 얘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전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본어 회화 스킬이 좋아지질 않아서 어눌하게 얘기했는데 어째 잘 알아들으시더라구요.
뵙고 사진도 찍고 했는데, 그 당시 게임을 같이하던 몇몇 사람들과는 지금도 연락이 잘 되는 편이라 자랑삼아 사진을 보냈었습니다. 낮에 불심검문도 받았고 여행 내내 쭉 텐션이 안 좋았던 게 한 방에 날아가는 기분이라 좋았네요.
이 날도 이걸로 마무리했습니다. 맛이 참 좋네요.
>>> 8일차 (4월 5일)
첫 날 스타벅스 도쿄 로스터리에 헐레벌떡 뛰어갔을 때 아예 아무 것도 안 하고 나온 건 아니고, 해당 점포 한정 충전카드를 만들고 5,000엔을 넣었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쭉 아침마다 스타벅스에서 뭔가를 먹으면서 돈을 쓰겠지... 싶었는데, 숙소 근처 크리스피 크림 도넛에서 아침마다 좋은 행사를 하더라구요. 11시 이전에 방문해서 커피류를 주문하면 글레이즈드 도넛 1개를 무료 증정. 우리나라에서도 프랜차이즈 확산 초기에는 이런 행사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도 하나요?
커피야 아침에는 맛보단 잠 깨는 용도로 먹는 편이라 맛은 큰 상관 없었고, 도넛까지 덤으로 얹어준다 하니 여행 중반부턴 쭉 여기를 아침에 들렀습니다. 덕택에 스타벅스 충전카드는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을 좀 했었는데... 여정 마지막 날에 쓰게 됩니다.
이 날은 점심으로 뭘 먹지, 하며 고민하는데 일본에서 오래도록 근무 중인 지인 분이 '시부야 쪽에 맛있는 거 있어요'라면서 좌표를 찍어주시길래 고민 없이 갑니다.
시부야 역에서 한 7년 전에 저를 크게 엿 먹인(?) 곳의 포스터를 우연찮게 발견해서 찍어봤습니다. (그 당시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길 눌러주세요.)
시부야의 '하야시'라는 곳입니다. '우린 점심에만 영업한다!'고 메뉴에 써붙여놓은 게 인상적이죠. 점심에만 팔아도 충분히 가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죠.
평소 점심시간대에는 주변 직장인들과 알음알음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장사진을 이룬다는데, 제가 갔을 때는 운이 좋은 편이었나 대기열이 짧았습니다.
메뉴에서 왼쪽에 적힌 '야끼부타 라멘,' 1,400엔입니다.
실은 시부야 쪽에 (아까 말했던 그 지인분이) 예전에 좋은 곳을 찾아가봤다고 하시길래 거길 가려다가, '기왕 여행 오셨고 시간 남으시면 하야시에서 줄 서서 기다려보시는 것도 좋습니다'라고 해서 여길 오게 된 건데...
이거 대기열이 길었어도 충분히 기다릴 만한 맛이었습니다. 면이나 그릇 크기에 비해 국물이 살짝 적은 수준으로 자박자박하게 들어있어서 '혹시 너무 잘 돼서 벌써 이 시간에도 수프가 모자란 건가' 싶었는데, 정말 모든 면에서 밸런스가 완벽하게 잡힌 라멘이었습니다. 국물도 저 정도면 딱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만큼만 들어있었고, 차슈의 맛, 미소 베이스였던 수프의 맛, 반숙란, 멘마, 면까지... 먹는 내내 한 순간도 뭔가 거슬리는 느낌 없이 몸으로 쭉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시부야역 기준으론 약간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혹시나 시부야 쪽에 가시게 된다면 여기는 정말 추천드립니다. 꼭 가보세요.
슬슬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시기가 되니까 벚꽃이 만개하네요. 이 전날까지 그리 좋은 날씨가 아니었어서 다들 제대로 된 벚꽃 구경을 못 하다가 '이 동네 벚꽃축제 종료 사흘을 앞두고 벚꽃이 피네!'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음... 네.
주변 스타벅스에 잠깐 앉아 벚꽃 구경을 할 겸 쉬다 갑니다.
작년까지 이 쪽이랑 비슷한 업계에 근무했어서, 여기서도 종이빨대를 쓰고 있길래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프라푸치노 등을 위한 조금 큰 빨대입니다.
외부는 무형광 펄프를 사용했는데, 입자가 큰 음료를 위해 흡인력을 훨씬 더 잘 버텨줄 재질이 필요해서 그런가 내부는... 우유팩에 쓰는 코팅지와 동일한 재질이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단가가 상당할 거란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얘네도 환경보조금 같은 걸 받아서 쓰나 싶었구요...
시부야까지 들린 김에 잠깐 타워레코드나 다시 들러볼까 하다가 '가서 뭘 사지?' 싶은 생각이 문득 들길래 그냥 전철이나 타러 갔습니다. 뭘 사야겠단 생각이 전혀 안 들었었고, 정말로 사고 싶었던 음반 하나는 인터넷으로 재고 검색을 하니 타워레코드 창고에 있어서 찾는 데 이틀 이상은 걸린다고 나와있었습니다. 깔끔하게 포기.
어제 들렀던 유샤공방에 찾아가... 고민을 하던 물건 하나를 건져옵니다. HHKB의 비교적 최근 모델인 Hybrid Type-S (블루투스/USB 겸용, 저소음) 모델입니다. 집에 와서 만져보니 이거 키압이 너무 낮아서 당황스러울 정도네요.
가장 최근에 나온 Studio 모델을 사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키보드 한가운데에 ThinkPad의 빨콩처럼 트랙포인트가 있는데 이게 고장났을 때 A/S를 받을 방법이 우리나라에선 전무하단 사실을 깨닫고 그냥 적절하게 이 모델을 사기로 했습니다.
HHKB는 해외로 배송되는 주문을 받지 않고, 몇 년 전까진 빅카메라나 소프맙 같은 곳에서도 판매를 했지만 전부 빼버렸고,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려면 이런 유샤공방 같은 파트너샵 정도가 유일한 방법으로 꼽힐 만한데... 면세가 안 됩니다. 여행객 입장에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별 수 없었습니다.
유샤공방에서 나와서 오카치마치역까지 걸어갈 때 찍은 사진입니다. 이 날도 도쿠나이 패스를 미리 사둬서 굳이 아키하바라까지 걸어갈 거 없이 오카치마치에서 전철을 잡아타고 한 정거장을 이동하기로 합니다. (유샤공방에서 아키하바라까지 12분, 오카치마치까지 7분)
뻘하게 웃겨서 찍어봤습니다. 왜 특정 게임이 지하 1층에 몰려있는지 아신다면 여러분도 일본 오락실에 좀 다녀보신 분들인 겁니다.
아키하바라 Hey에 방문했더니 이 게임이 가동중이었습니다. 몇 번 들어서 알고 있는 게임이었고... 솔리스는 몇 번을 봐도 예쁘네요. 음음.
그리고 이 게임도 두 대 모두 문제 없이 현역 가동 중!!! 오오...
아이마스의 새 오락실용 리듬 게임이 로케테스트를 마치고 곧 가동 예정이라길래, 이번 여행 중에 혹시라도 할 수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결국 못 했습니다.
도돈파치 대왕생의 최신 콘솔 이식버전 포스터도 걸려있었습니다.
슈팅 게임을 그리 잘 하진 못 하지만 관심은 있어서 이걸 보곤 '여기 온 김에 하나 사갈까' 싶었지만... 이젠 눈이 안 좋아져서 탄막슈팅을 즐기긴 어렵겠단 생각이 앞서더라구요.
아키하바라에서 적절히 시간을 보내다가 오늘의 주 행선지로 향합니다.
??? : 후로듀-사, 도-무다요 도-무!!!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DeNA 베이스타즈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찾아간 다른 모든 경기장은 첫 방문이었던데 반해, 예전에 여행을 왔을 때 도쿄 돔에 야구를 보러 한 번 들러본 적이 있어서 여긴 두 번째 방문입니다.입장하던 도중에 본 유니폼. 샌프란시스코에서 잘 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입장해봅시다.
오오!!! 2층이지만 이 엄청나게 탁 트이고 좋은 시야라니!!!
조금 뻘말이 되겠는데, 이번에 찾아간 모든 야구장 중에서 도쿄 돔이 가격 대비 가장 만족을 주는 곳이었네요. 치바처럼 이상한 자리를 주지도 않고, 가격도 다른 구장 대비 저렴한 편이니... 이래서 거인 팬들이 많구나 싶은 생각도 아주 잠깐 들었습니다.
베이스타즈 쪽 선발 선수는 아즈마 카즈키 선수였고... 자이언츠의 6번 선수였던 오코에 루이 선수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인 느낌과는 달리 엄연히 일본 국적을 잘 갖고 고교야구를 거친 선수입니다.
중간중간 관객 이벤트가 있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건 어떤 초밥 프랜차이즈와 함께 진행하는 어린이 관람객 달리기 이벤트였습니다.
등에 프랜차이즈에서 캐릭터로 내세우는 여섯 종류의 초밥을 메고 누가 먼저 골인을 하느냐 겨루는 이벤트인데... 초밥을 메고 달리는 어린 애들이 멀리서 봐도 엄청 귀엽습니다.
사진에 잘 보이진 않지만, 장내 아나운서가 '오늘 우리 구장에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카일 히가시오카 선수가 방문했습니다'라고 알려주더라구요. 작년까지 양키스에서 뛰다 올해부터 파드리스에 합류한 포수입니다.
시야도 좋고 좌석도 적절했지만, 그 특유의... '좁은 좌석' 자체는 어딜 가나 비슷해서 고생을 좀 하다가 잠시 나왔습니다.
뭔가 먹고 싶어서 찾아보니... 아아니! 라이스버거!
이건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주문합니다.
근데 왜 이리 ㅈ만하댑니까 작나요... 원근 때문에 좀 작게 찍힌 감도 있지만 실제로도 꽤 작았습니다.
구성 자체는 기내식 비빔밥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평범했네요.
복도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먹는 동안 그 전까지 리드를 잘 하던 자이언츠가... 쳐맞는 소식이 중계 화면을 통해 잡혔습니다.
원정을 온 베이스타즈 팬들입니다. 이 사람들 홈에서는 그렇게 응원소리가 작더니 여기선 꽤 목소리가 크더라구요.
예전에 방문했을 때도 그렇고 오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돔 내부와 외부의 기압차가 발생해서 돔 내부에서 외부로 굉장히 센 바람이 흘러나갑니다. 사진에 보이는 스태프들이 괜히 회전문을 일일히 손으로 잡고 있는 게 아닙니다. 놨다간 무슨 일이 발생할 지 모르니까 잡고 있는 그런 수준이었어요.
나가는 데 고막이 상당히 아팠고, 나가는 길목마다 다른 게이트 들에서는 스태프들이 미닫이 문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습니다. 거기서도 엄청난 바람이 쏟아져 나오더라구요.
마침 사진 왼쪽 위에도 '강풍주의'라고 적혀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이유를 알았네요; 돔 지붕이 기압차에 의해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는 방식처럼 돼있어서 그렇다... 고 하는데, 갈 때마다 개인적으론 고역이었습니다.
역까지 걸어가는데 여기도 인파가 상당하네요. 가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슬슬 여행 종반이라 소지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 이 날은 정말 가볍게 밤중에 히다카야에 방문해서 저렴한 가격에 중화소바를 한 그릇 했습니다.
일본 쪽에는 24시간 식당들을 이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객 입장에선 밥 먹을 시간을 자유롭게 맞출 수 있는 면이 있어 참 좋았습니다. 사진으론 안 올렸지만, 여행 내내 저녁식사를 별도로 해결할 때에 24시간 식당들을 많이 찾았었습니다.
마지막 밤 간식입니다. 패밀리마트에서 사 온 치킨과 아사히 드라이 제로 논알콜. 이름만 드라이 제로지 슈퍼 드라이의 맛이 잘 납니다.
우리나라에 돌아가면 저 드라이 제로 맛이 가끔씩 생각날 것 같은데 참 아쉽습니다.
>>> 마지막 날 (4월 6일)
동생이 요청했던 물품을 아마존에서 주문해 받아다가 전날 저녁에 받고, 캐리어를 정리하고는 퇴실 준비를 마친 채로 잠이 들었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스타벅스 도쿄 로스터리에 한 번 더 가보자고 07시에 딱 맞춰 일어나서 방문 예약까지 걸었습니다. 여긴 07시마다 당일에 한해 방문할 수 있는 사람들의 예약을 인터넷으로 받고 있는데... 조-금 절차가 번거롭습니다. 방문하실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스타벅스 재팬에서 점포 홈페이지를 찾으시면 방법이 나와있으니 시도해보세요.
지난 8박 9일 동안 잘 묵었던 방입니다. 첫 날 소개해드린대로 캡슐호텔의 디럭스룸이었고, 썩 편안하진 않은 방이었지만 매일같이 침구류와 가운, 수건을 꼬박꼬박 교체해주시는 분들 덕에 나름 쾌적하게 잘 지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글 초입에 썼던 대로 도쿠나이 패스의 효과를 더 보려고 카마타 쪽에서 숙박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요즘 달러화가 오르는 꼬라지를 보니 (엔화에도 당연히 영향이 있으므로) 언제 다시 일본에 방문할 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젠 큰 짐을 들고 이동해야 하니 계단보다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찾아서 이동해야 합니다.
카와사키역 엘리베이터를 찾았더니 이런 안내문이 적혀있습니다. 음... 우리나라는 어지간하면 다 이런 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지 않던가요;
아니면 아직도 계단 오르내리는 데 쓰는 양쪽에 바퀴 세 개가 달린 수레를 쓰고 있나요...
여튼 무게와 크기 모두 커진 짐을 끌고, 일단 적당히 짐을 짱박아놓을 목적지로 향합니다.
목적지로 향해서 코인락커가 있는 곳을 역무원에게 물어서 집어넣었습니다. 아마 코인락커만 봐도 이게 어디인지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거 시설 규모에 비해 코인락커가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겨우 자리를 구해서 짐을 집어넣고 나오다보니... 사진에 나와있는 코인락커에서 뒤로 돌아보니 한 곳이 더 있는 걸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_-;;;
짐을 잘 보관했고 시간이 넉넉하게 남으니... 아침에 예약했던 스타벅스에 가봅시다.
나카메구로역입니다. 여기에 스타벅스 때문에 올 때마다 한 끼 씩 하는 곳이 따로 있는데, 인파가 전반적으로 너무 많아서 밥을 먹으러 갈 엄두도 못 냈습니다.
첫 날에 왔을 때는 속보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이 그리 붐비지 않았는데, 지금은 사람이 미어터져서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가야 합니다.
열심히 걷다보니 어떻게든 시간 맞춰 잘 도착했습니다.
이번엔 첫 날과는 달리 좀 느긋하게 머물다 가려고 합니다.
예전에 왔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여기 대청소 한 번 하려면 아찔할 것 같습니다.
일단 계산대에서 점포 한정 메뉴나 추천할 만한 메뉴가 있냐고 물어보고는 적절한 추천을 받아 주문을 합니다.
왼쪽은 바나나 과육이 들어간 크로와상에 코코넛 파우더로 마무리를 한 베이커리 종류고, 오른쪽은 크림이 올라간 콜드브루 라떼에 사쿠라 파우더를 얹은 음료입니다. 둘 다 맛은 그냥저냥이었던데다, 정확한 메뉴 명은 기억이 안 납니다. orz
하지만 이 두 메뉴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 걸 주문하게 됩니다.
결제 중에 사소한 문제가 생겨서 점포 매니저와 잠깐 얘기를 하다가 주문 대기열에 줄을 섰더니, 주문 대기열을 담당하는 직원이 와서는 제게 '정해놓은 메뉴가 있으세요?'라고 묻습니다. 딱히 없다고 얘기했더니 갑자기 한국어로 얘기를 합니다. 아까 매니저랑 얘기를 하는 걸 들었고, 일본어 억양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억양이 묻어났다고 혹시 한국에서 왔냐고 묻더라구요.
그렇다고 얘기하고 몇 마디를 주고 받았습니다. 자신은 명동에 놀러다녀온 적이 있다고 얘기하길래, 만약 다음에 한국에 갈 일이 있거든 명동 말고 다른 곳도 가보라고 얘기를 해줬습니다. 내국인 입장에서 명동의 관광성... 을 생각하면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져서 그렇게 얘기를 했었습니다.
여튼 그 직원에게 '메뉴를 못 정했고, 아까 카운터에서 메뉴를 추천 받았다가 카페인이 모자라서 더 주문하려고 줄을 섰는데 추천하실 만한 다른 메뉴가 있나요?'라고 물으니... 그 직원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메뉴를 알려주더라구요. 듣자마자 솔깃해서 '그대로 주문해보겠다'고 얘기해줬습니다.
그렇게 받은 메뉴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맛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커피였습니다. 배럴 에이지드 콜드 브루, 1,400엔.
위스키를 재우는 것처럼 배럴 통에 원두를 재워놓고 그걸로 콜드브루를 내리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엄청 강렬한 맛이었습니다.
무척이나 피곤했던지라, 마치 유리잔 중앙에 보이는 얼음으로 얻어맞는 느낌도 잠깐 들었었고, 머릿 속에 커피가 가득 퍼지는 그런 느낌도 들었었네요. 아주 묵직한데 끝맛은 세련되게 깔끔했던... 여러모로 평소에 먹던 수많은 커피와는 달랐습니다. 이걸 못 마셔보고 여길 떠났다면 후회가 막심했을 정도였네요.
마침 한 모금을 마치고 멍때리고 있는데 제 뒤로 제게 이 메뉴를 추천해준 직원이 지나가길래, '이 메뉴를 주문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라고 우리말로 얘기해줬습니다. 직원 분이 좋아하시더라구요.
소개와는 달리 배럴에서 재웠다고 알콜이 함유되어있거나 하진 않습니다. 다만 기본적으론 콜드브루다보니 상당한 고카페인입니다. 만약 방문하셔서 드셔보려 하실 때 카페인 함량이 걱정되신다면 주문하실 때 직원과 상의를 하셔서 적절한 판단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가격이 좀 비싸다... 고 느끼실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저 각얼음 크기 만큼만 콜드브루를 부어서 마시는 걸 기준으로 하면 최소한 서너 번은 더 부어서 마실 수 있는 양입니다.
우연찮게 여행 말미에 이런 좋은 식음 경험을 하고 자리를 뜹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카메구로역까지 돌아가는 데에도 한참 걸립니다.
이제 오늘의 주 목적지이자, 이번 여정의 마지막 목적을 달성하러 갑니다.
가는 길에 보니 럭비장이 있더라구요. 럭비 리그도 별도로 있는 것 같고... 미리 알았으면 보러 가는 건데... !!!
실은 3월 31일자 일정도 요코하마 스타디움으로 가는 걸 덜컥 먼저 질러버려서 그대로 간 거지만, 표를 다 사고 나서야 해당 일자에 일본 V리그 결승전이 오다이바에서 있는 걸 알았습니다. 먼저 알았으면 그걸 보러 가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할 곳에 도착했습니다.
메이지진구구장입니다. 이 날은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 여기 정말 작더라구요. 자주 가는 수원구장보단 작아보였고, 옛날 동대문 구장이나 목동 구장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좌석 자체도 상당히 좁습니다. 좌우 간격은 이해할 수 있었는데, 앞뒤 간격이 말도 안 되게 좁습니다. 분명 앞사람 등받이 뒤편에 컵 꽂이가 있는데 제대로 쓰기 어려운 수준.
제가 이번에 들렀던 구장들 중에서 전광판에 표시해주는 정보가 가장 적었던 곳입니다.
우리나라는 구종, 구속, 회전수까지도 보여주는데 여긴 사진에 보이는 거 외에는 구속 정도만 보여줍니다. 최소한 구종 정도까진 알려주지...
정말 구식 구장의 형태를 띄고 있어서 그런가, 불펜도 그라운드에 노출돼있습니다.
건너편에 한신 팬들이 앉아있었고... 제 옆에 앉았던 사람들도 한신 팬들이었네요. 분명 저는 1루 쪽에 앉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어쩌다가 발견할 수 있는 관객의 유형을 여기서 발견했는데, 그 사람이 제대로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 바는 아니지만 야구 이론 책을 들고 다니면서 그라운드 쪽에는 들리지도 않을 거리에서 '너네 야구 그렇게 하는 거 아냐!' 하면서 계속 뭐라고 하는 유형. 이런 사람이 제 앞 자리에 앉아있다가 일찍 자리를 뜨더라구요. 제 주변 사람들 모두 이 사람이 뭐라 할 때마다 벙쪄서 그냥 지켜만 봤습니다.
이 일정이 마지막이었고,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에 가야 해서 중간에 구장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6회까지는 야구가 나름 시원시원하게 흘러가길래 '설마하니 스겜으로 흘러가서 후반까지 싹 볼 수 있나?' 싶었는데, 6회말에 엄-청나게 늘어지는 진행이 나와서 7회초가 끝나고 자리를 떴습니다.
7회초까지는 홈팀이 앞서고 있었는데... 공항에서 확인하니 뒤집혔더라구요.
이번에 여행하며 관람했던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홈팀이 졌거나, 이기지 못한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가이엔마에역 코인락커에 맡겼던 짐을 찾아 공항으로 갑니다.
신바시역에서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열차를 타러 갑니다.
... 그런데 여행이 아주 순탄하게 끝나려고 하진 않더라구요. 신바시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바로 앞 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서 20분 정도 지연이 됩니다. 공항에 아주 빠듯하게 도착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우여곡절 끝에 하네다 공항에 잘 도착해서 짐을 부칩니다.
출발할 때는 따로 부치는 수하물 없이 기내에 모두 들고 탔지만, 돌아갈 때는 짐이 생기네요.
이렇게 이번 8박 9일의 여정을 마무리 짓고 귀국길에 오릅니다.
김포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한오환...
집으로 돌아갈 때 조금은 더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돈을 좀 더 내고 하네다-김포 귀국편을 골랐었는데, 체감 될 정도로 크게 편해지진 않더라구요.
집에 도착하니 여기도 벚꽃이 만개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이번에 들고 갔던 현금보다 훨-씬 많은 지출을 하고 오게 됐습니다. 기노쿠니야에서 책을 받을 때도 그랬고, 마지막에 키보드를 구매할 때도 상당한 지출이 있었습니다. 전부 예상을 하고 갔지만, 그래도 막상 받아보게 될 신용카드 청구서가 무서워지네요.
게다가 핸드폰과 컴퓨터도 새로 교체해야 할 일이 생겨서 여행 후에도 한동안 지출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Formula E 관람을 중심으로 편성했던 여행 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론 그 메인 이벤트였던 Formula E에서 제 자신의 실수로 엄청난 것들을 놓쳐버려서 기운이 쭉 빠져버렸구요.
다녀와서는 온갖 골병, 특히나 발 쪽에 생긴 문제와 함께 발에서 시작한 통증이 온몸에 영향을 줘서 한 닷새 정도 침대에서 제대로 일어나기도 힘들었습니다. 여행기를 일찍 작성하고 싶었지만 이제서야 올리는 이유가... 뭐 그렇습니다. 작년에 일을 그만 두고 난 뒤에 다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 말 그대로 백수 상태라서 그나마 몸을 추스르는 데에 다행이었다고 해야하나 싶습니다. 여행 내내 팔에 차고 다녔던 밴드를 통해 보행거리를 측정하니 하루 평균 10km 정도를 걸었더라구요. 골병 날 만 했습니다.
- 여행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