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날씨는 그럭저럭... 구름이 좀 시원하게 걷히면 좋겠는데요.
오늘 아침은 피르스트에서 편도 1시간 거리에 있는 바흐알프제(Bachalpsee) 호수를 갔다오기로 합니다.
고도가 높아서(해발 2200미터) 꽤나 쌀쌀합니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경량 패딩은 필수일거 같습니다.
만년설은 아닌듯 하지만 굉장히 높이 쌓인 눈도 중간중간 보입니다.
트레킹길을 일찍 열기 위해서 길을 제설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간중간 풍경이 멋진 곳에는 어김없이 벤치가 있습니다.
힘들어서 정신이 없더라도 벤치가 보이면 앉아보세요. 길 가느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풍경이 보이실겁니다.
알프스 여행하다보면 창고로 보이는 건물이 한번씩 보입니다. 아니면 비상 대피소일까요?
이제 막 초여름으로 넘어갈 시기라 그런지 얼어있는 바흐알프제 호수입니다.
저 얼음마저 녹아있었다면 정말정말 멋진 사진이 나왔을거 같네요.
어떻게 가야할지 감도 안잡히는 높은 산장입니다.
언젠가 저런 곳에 갈수 있을까요?
숙소로 돌아와 클리프 워크를 다시 걸어보니 햇빛이 비쳐 멋진 풍경이 보입니다.
왼쪽 아래에 폭포가 보이는데 저기 내려가자니 길이 물에 젖어 위험해 보여서 포기했습니다.
사진에 안보이지만 저 들판 한 가운데로 길이 나 있는데 몇박 몇일에 걸쳐서 가는 울트라 트레일이 있는거 같더라고요.
조식은 다 비슷하네요. 빵 치즈 햄 요거트 우유 커피 과일...
맛있어서 좋아요!
배불리 먹고 체크아웃 하고 다음 숙소에 짐 맡기러 내려옵니다.
내려와서 보니 피르스트 올라가려는 관광객이 어마어마하게 많네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것도 적은거라고...
성수기면 대체 얼마나 많을까요? 짐작도 안갑니다.
그린델발트에서 2박을 책임져줄 호텔입니다. 이것도 나름 샬레...겠죠?
숙소의 엘리베이터는 수동입니다. 살다보니 이런 엘리베이터도 타보네요.
운 좋게 오전 일찍 찾아왔음에도 체크인 가능해서 방에 가방을 넣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스위스 최고봉 융프라우로.
일단 그린델발트 터미널로 이동합니다.
그린델발트 터미널은 맨리헨(Mannlichen)과 아이거글렛쳐(Eigergletscher)-아이거익스프레스 2개의 케이블카와
기차역과 버스 정류장이 합쳐진 곳입니다.
내부에는 각종 상점과 기념품가게 그리고 식당과 COOP 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지은 곳인지 내부가 매우 깔끔하고 현대적입니다.(참고로 아이거 익스프레스 케이블카는 2020년 개통한 최신 케이블카입니다.)
케이블카 탑승구입니다. 노란색은 예약자, 녹색은 비예약자를 위한 입구입니다.
저는 예약을 안했으니 녹색으로 들어갑니다.
융프라우로 출발!
아이거글렛쳐에서 융프라우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비수기인데도 사람이 많네요.
여기는 좀 복잡해서 단체관광객을 위한 입구, 예약자를 위한 입구, 비예약자를 위한 입구가 별도입니다.
모르겠다 싶으면 직원에게 물어보세요.
기차를 타고 볼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설마 처음부터 끝까지 터널일까 싶었는데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쌩터널입니다.
중간에 아이스메어역(Eismeer) 역에서 잠시 정차해서 밖을 구경할수 있는데 저는 귀찮아서 그냥 앉아있었습니다.
내려갈때 볼수 있을줄 알았건만 내려갈때는 중간 정차를 안하더군요!
특별히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웠습니다.
융프라우 역에 내리자 어지러움증이 찾아왔습니다.
산소부족으로 인한 고산증 증세죠. 저랑 어머니는 살짝 어지러운 정도였지만 사람에 따라 증상이 심할수가 있어서
어떤 분은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급하게 내려오셨다고 하더군요.
융프라우 전망대에서 가장 높은 뷰포인트 스핑크스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입니다.
바로 여기!
전망대 아래 바위산 안쪽에 다른 전시관과 매장 기차역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융프라우역이 엄청 큽니다.
날씨 너무 좋고, 구름도 적당히 있고 아주 좋았습니다!
근데 막상 융프라우 전망대에 왔는데 융프라우 산봉우리는 눈에도 안들어오더라고요. ㅎㅎㅎ
이게 융프라우 사진인데... 존재감이 은근히 없죠?
마테호른이 스위스의 상징인 이유가 있습니다. 마테호른처럼 홀로 미친 존재감을 뽐내는 산이 보기 힘들어요.
도저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감도 안잡히는 빙하와 산맥, 그리고 얼마나 깊을지 감도 안잡힐 크레바스를 보며 감탄하고 내려가 봅니다.
내부에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습니다. 얼음 동굴 길도 약소하게나마 있고요.
융프라우역 지도입니다. 생각보다 엄청 커요. 길 헤매기 딱 좋습니다.
일단 목적지는...
사람들이 바깥 눈위에 많이 있죠?
저기 끝에 빨간 깃발 보이십니까?
융프라우 봉우리를 배경으로 스위스 깃발과 같이 찍는 포토존입니다.
순서대로 찍을려고 줄 많이 서있더라고요.
저희도 기념사진 찍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얼마나?
약 40분...
맑은 날씨가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한국인이라면 빼놓을수 없는 코스를 가봅니다.
신라면!!!
사실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여기 못찾아서 헤맷습니다. 매점이 한두곳이어야죠.
결국 우연히 신라면 드시는 한국인분을 보게 되어서 어디 매점인지 여쭤봐서 찾았습니다.
융프라우VIP 패스에 보면 6프랑의 쿠폰이 있습니다. 이걸로 기념품 가게나 식당에서 쓸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이라면 신라면과 바꿔먹죠!
해외 수출용 신라면은 맛이 많이 다릅니다. 건더기도 많아요.
융프라우 배경으로 냠냠 쩝쩝.
작은 컵이라 기별도 안가지만 따뜻한 국물에 포근해집니다.
이제 내려갈까... 하다가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봤던 눈길이 생각났습니다.
무슨 눈길이지??
길이면 구글지도에 나올법한데 안나왔어요.
그래서 무작정 나가봅니다.
Aletsch gletscher 라고 써져있네요. "알레치 빙하" 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건데 저 바깥은 단순 눈길이 아니라 빙하위였습니다.
눈썰매장도 보이네요. 타는 사람은 안보이는데 시즌 아니라고 운영 안하는건가 했는데
그냥 사람이 없는거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보자 했는데 생각보다 눈길이 길더라고요.
오기가 생겨서 그냥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걸었습니다.
저기 스핑크스 전망대가 작게 보이네요.
길 가다보니 크레바스가 보이고 길 벗어나지 말라는 경고줄도 보입니다.
스핑크스 전망대가 잘 안보일 정도로 멀리 왔습니다.
이쯤 오니까 종종 보이던 오고가던 사람들도 안보이네요.
그래도 시간이 안되겠다 싶으면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에 갈때까지 가봅니다.
설차로 다져놨지만 눈길이라고 발이 빠지고 고산증세 때문에 빠르게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발목까지 빠지는 그런 눈은 아니라서 한발한발 걸어갔습니다.
대체 어디까지 이어지는거지?
전망대에서 보던 뷰와 다른 각도로 보는 맛이 있습니다.
능선 넘어갈때쯤 전방에서 마주오는 분이 계셔서 잘 안되는 영어로 여기가 어디로 이어지는 길인지 여쭤보니까
산장으로 이어진다네요. 산장?
아 저기?
절벽에 매달린 산장이네요. 우와...
얼음이 덜 녹아 산장 올라가는 길이 미끄러웠지만 어찌저찌 도착해서 들어갈수 있었습니다.
산장에서 스핑크스 전망대 방향으로 내려다본 눈길입니다. 산에 가려져서 전망대는 안보입니다.
전망대에 올라와야 볼수 있는 빙하(?)입니다. 이것도 알레치 빙하 일부일까요?
잘 보시면 길 같은게 보이실텐데 길이 아니라 스키 타고 지나간 흔적입니다.
실제 산장 여기저기 스키 장비들이 보이는게 스키타러 오는 분들이 계신거 같습니다.
내부에는 숙박하는 분들과 식사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직원이 계셔서 숙박이 가능한지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여쭤보니 1박에 10만원 정도로
비싸지는 않아서 기회가 된다면 와서 숙박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훗날 영상 찾아보고 안건데 바로 뒷산이 아이거, 융프라우와 함께 3대봉우리라 불리는 묀히(Mönch)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산장입니다.
왼쪽에 스핑크스 전망대. 오른쪽에 묀히스요흐(Mönchsjochhütte) 산장. 그 사이에 눈길이 보입니다.
이제 멋진 전망도 봤으니 되돌아 갑니다.
올라올때는 1시간 반은 걸린거 같은데 내려갈때는 쏜살 같습니다. 40분만에 전망대 도착.
40분만에 전망대 도착.
이제 못다한 기념품 가게 구경좀 해봅니다.
근데 다른건 눈길이 안가는데
왜 엉뚱하게 칼에 눈길이...
멀티툴 별로 안좋아하는데 칼날만 멋들어지게 있으니까 가지고 싶어지더라고요.
근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멀티툴이나 식칼 아니면 공항 통과를 못합니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섭니다.
비싸니까 초콜릿 조금만 담아보고요. 맛은 있더라고요. 비싸니까 당연한건가?
내려오는 길에 검표원이 주신 기념 초콜릿.
내려갈때는 다른 길로 내려가볼려고 기차를 탔습니다.
올라올때는 케이블카를 탔으니 내려갈때는 2020년 케이블카 개통 이전에 운행했던 기찻길로!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역을 거쳐서 내려가기로 합니다.
어서 내려가서 쿱 문 닫기전(오후 7시)에 내려가서 저녁거리 사가지고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클라이네 샤이덱에 막상 도착해보니 무려 1시간 뒤에 기차가 출발하는 시간표더라고요.
그 이전에는 기차가 전무! 오도가도 못하고 기차역에 못박혀서 간신히 탔더니
예상 도착시간 7시 10분...
결국 숙소에 남은 빵 쪼가리로 저녁을 때웁니다. 흑흑.
혹시나 쿱 말고 다른 마트나 동네 슈퍼 같은거 없나 싶었는데 없더라고요.
우리나라 같은 24시간 편의점 같은 건 꿈도 못꾸고요.
이렇게 그린델발트 둘째날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