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홍명보가 스위퍼로서는 대단히 능력있는 선수였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바고.
판단력, 패싱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음. 수비수로서는 창조성이 있었지.
원래 한국의 수비는 90년대부터 홍명보 스위퍼 시스템으로 완전 고착되어 있었고 국대 감독들은 그냥 버릇처럼 이 시스템을 쓰고는 했는데
외국인 감독들은 달랐음. 첫번째가 비쇼베츠였는데 비쇼베츠는 홍명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서 논란이 컸음.
당시 기자들의 공세에 비쇼베츠가 '홍명보는 수비재능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알맞다'라고 못박아버림.
한국최고의 수비수한테 수비재능이 없다는 소리에 당시 언론들이 다 어리둥절, 아니면 피꺼솟했었음.
근데 히딩크도 똑같았음.
다 알다시피 홍명보 원래 포지션은 스위퍼. 오로지 스위퍼에만 특화된 선수인데,
이유가 뭐냐면 센터백, 스토퍼가 안되는 수비였음.
일단 스피드, 피치컬, 점프력이 수준이하였고 이때문에 1대1에 취약했는데 한번 돌파가 실점인 센터백은 홍명보에게 맡길 수 없는 포지션이었지.
실제로 홍명보가 스위퍼가 아닌 센터백을 본 경기는 히딩크 초창기 시절이 거의 유일한데
이때 경기를 보면 그야말로 허수아비가 따로 없었음.
히딩크는 비쇼베츠랑 마찬가지로 한국의 불문율이었던 홍명보 스위퍼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왔기 때문에, 시작부터 포백을 시도했었음.
그리고 협회추천 명단을 받아서 수비들을 죄다 테스트 했었는데 홍명보가 포백 수비에 기준미달이었던 것은 명백함.
한번 불러서 테스트 해보고 1년 동안 홍명보는 아예 소집을 안했음. 아마 영원히 안할 생각이었을거임.
이 때문에 잡음이 좀 있었지만 히딩크 초기에는 워낙 히딩크가 기존 감독들과 다른 네임벨류가 있어서 언론도 쉽게 건들지 못했는데
1년이 지나고 오대영 패배가 연달아 나오기 시작하면서 히딩크 포백이 도마위에 오르고 홍명보도 틈만 나면 언플해댔음.
결국 월드컵 4개월 전인가 유럽 전지훈련때 홍명보를 다시 불러서 역사와 전통의 홍명보 스위퍼 시스템을 가져오는데,
이게 여러 이유가 있을거임. 포백이 생각만큼 빨리 완성이 안되었고 월드컵은 목전이니 위기의식이 있었던게 가장 크겠지만,
홍명보가 열하나회 중심인물이라는걸 잊어서는 안됨. 선수들 여론. 언론, 축협 압력을 이끌어낼 위치에 있던 거물 선수였음.
히딩크에게 분명 압력은 있었을거고, 그렇다고 히딩크가 압력에 굴복했다는 건 아님.
내 기억으로 홍명보 복귀 첫경기가 유럽원정 터키전이었는데 여기서 홍명보 엄청 잘했음. 터키 감독도 홍명보 언급할 정도였음.
정말 내가 본 홍명보 경기중 베스트였는데 무슨 박지성 마냥 뛰었음. 홍명보 인터뷰보면 이때 사생결단 했던거 같음.
이 경기에서 역사와 전통의 홍명보 스위퍼 시스템이 꽤나 견고하게 작동됐고 이 경기를 보고 히딩크가 그냥 이걸로 가자 판단한 듯함.
말하자면 타협한 거임.
만약 히딩크에게 시간이 좀더 있었거나 홍명보에 대한 여론, 선수, 협회의 압력이 없었거나 했다면
히딩크는 그대로 포백을 썼을 거라고 난 확신함. 아마 월드컵에 홍명보 나오는 일도 없었을거임.
그리고 히딩크가 포백을 완전히 폐기했던게 아님.
홍명보 스위퍼 시스템하고 타협은 했지만, 경기중 포백을 병행하는 경우도 잦았고
중간에 포백으로 전환하면 홍명보 교체시켰음.
경기도중 홍명보를 빼는 일은 일찍이 국내감독들이 상상도 못했던 일임.
그리고 또.
한국축구에 포백, 그러니까 일자 라인수비를 가져오려던 시도는 히딩크가 처음이 아님. 이것도 나름 유구한 역사가 있고
94년 김호감독도 시도했었음. 차붐도 물론 시도해봤음. 이게 잘 안됐던 이유는 국내 선수들이 적응을 못한게 첫째 원인이지만,
홍명보 스위퍼 시스템이라는 매력적인 대안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시도를 안하고 살짝 해보고 안되면 그냥 쉽게 폐기할 수 있었던 거임.
이게 결과적으로 한국 국대축구를 정체시킨 원인중 하나.
적어도 한국은 98년에는 라인수비로 전환이 되었어야 함. 98년에 수비조직이 개박살났던 이유가 홍명보 스위퍼 시스템인데
2선 침투와 공간패스에 엄청취약한 약점이 그대로 노출됨.
나중에 히딩크는 2선 간격을 좁히고 미들 운동력을 늘려서 전방 압박에 중점을 두고 수비라인 밀어올려서
홍명보 스위퍼 시스템 약점을 상쇄시키는 방법을 썼음. 썼음에도 약점은 노출시킴.
한국경기보면 중반 압박이 털리면 바로 위기상황 나오는게 이때문임.
그리고 그런 위기상황에서도 잘 넘기는 건 또 홍명보 커버 플레이가 출중한 때문.
히딩크때는 절묘하게 벨런스를 잘 맞춘 전술이었음.
각설하고 종합하자면.
홍명보는 뛰어난 선수였지만 시대에 변화되는 전술에는 전혀 맞지 않는 선수였음.
스위퍼 밖에 제대로 하는 게 없었음. 이미 포백이 보편화 된 일본 j리그에서도 홍명보는 센터백을 본 적이 없음.
벨마레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였고 가시와에서는 스위퍼를 봤음.
하지만 홍명보의 수비리딩과 공격재능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국대는 10년 이상 홍명보 스위퍼 시스템으로 고착되어 버렸고.
이게 결과적으로 한국축구를 정체시킨 한 이유가 되었음.
홍명보가 뛰어난 선수였던 건 맞지만 그 만큼 약점도 악영향도 많이 끼쳤던 선수임.
올드팬들 중엔 홍명보 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많음.
뭐, 2002년 이후로는 다 찬양하는 분위기가 되어서 말도 못꺼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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