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125.62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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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20년 전 내가 살았던 집터에 관한 이야기야.
자세한 위치는 비밀이고 경기도 근처였다는 것만 알려줄게
그 집에 처음 입주한 건 1990년 중반쯤이었다고 했어.
사실 그때 나는 많이 어렸던 나이라 그런 연도까지는 잘 기억을 못하거든.
그 이사한 집은 집이 지어져 있던 곳은 아니었고 우리 집 땅에 인부를 동원해서 직접 지은 집이야.
근데 집 짓기 전부터 좀 안 좋은 말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사실 오래전부터 그 터에 안 좋은 소문이 많이 돌았었데.
누가 거기에 있던 나무에서 자살했다느니 지나가던 사람이 그곳에서 귀신을 봤다느니 하는 소문이 말이야.
그 시절은 그런 거에 많이 민감하던 시절이라 할머니랑 엄마가 액땜도 할겸 무당을 불러서 터에 관해 물어보기도 하셨어.
그 무당은 우리 집터를 보고 이곳은 무당이나 기가 센 사람이 아니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하는 거야.
근데 그때 우리 집은 거기서 사는 것 말고는 선택에 여지가 없었어.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결국 그곳에 집을 짓고 사는 거로 일이 진행되었지.
그 집에 산 초반에는 내 기억엔 사실 별 탈이 없었어.
근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이상한 걸 보기 시작했어.
일이 일어난 건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어.
우리 집은 2층 주택인데 1층에 세를 놓고 2층에서 생활하고 있었어.
그런 우리 집 화장실은 문이 창문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어 있었고 창문은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난 화장실을 들어가면서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거 같아서 그쪽을 반사적으로 보고 말았어.
근데 그 창문으로 검은색 무언가가 지나가는 거야. 그것은 사람이 걸어가는 듯한 실루엣이었는데 진짜 너무 천천히 지나가는 바람에 내가 그걸 너무 뚜렷하게 보게 된 거야….
그때 난 정신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 우리 집은 이층집이잖아. 그게 있을 수가 없는 일이거든.
그 후로 나는 씻을 때나 화장실을 이용할 때 그 창문을 쳐다보질 못하게 되었어.
그때 생긴 트라우마가 얼마나 강하냐면. 지금 나는 지나가다 불투명 유리만 봐도 그때 그 생각이 강하게 들고 무서움을 느낄 정도거든.
일이 그렇게 되다 보니 난 잘 씻지도 않게 되었는데. 그것 때문에 냄새나고 더럽다고 아빠한테 진짜 욕을 한 바가지로 먹게 되었어. 그때부터 내 성격이 엄청 소심해졌던 거 같아.
그리고 얼마 후에 좀 큰일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내가 기억하기론 그날 밤에 내가 거실을 걷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기억이 안 나는 거야. 내가 나중에 눈을 떠보니 화장실에서 아빠 품에 안겨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거야.
난 정말 이거밖에 기억이 안 나고 나머지 일은 모두 누나한테 듣게 되었어.
그날 자정쯤 아빠랑 누나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내가 방에서 나와서 엄청 느린 속도로 화장실로 걸어갔다고 하는 거야.
그렇게 화장실 문 닫는 소리까지 들렸는데 갑자기 화장실에서 괴성이 들려오더래.
그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누나와 아빠는 화장실로 달려오게 되었고. 아빠가 닫혀있던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화장실에 불이 꺼져있었던 거야.
너무 어두워서 누나가 불을 켰는데 내가 세면대 거울을 붙잡고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야.
처음 보는 광경이라 그때 누나는 얼어붙었고 아빠가 "왜 그래"하고 나한테 엄청 다그치기 시작했데.
그때 나는 " 창에 누구 있다 아빠 그리고 방금 들어와서 내 이빨 쥐고 흔들었다 이 아파죽겠다!"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하는 거야.
그 말을 하자마자 내가 세면대 물을 틀어서 수도꼭지에 아가리를 처박는 수준으로 입을 헹궜다고 하는 거야. 그때 그 수도꼭지에 이빨 자국은 우리 가족이 이사 갈 때까지 남아 있었어.
아빠가 끄집어 말리면서 그 일이 간신히 마무리되었어. 그때쯤에 내가 정신을 차렸거든.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데. 아빠 엄마는 항상 일 때문에 바쁘셨고 누나랑도 나이 차이가 크게 나서 초등학교가 끝나면 혼자 집에 올 때가 많았어.
그렇게 저녁까지 혼자 있던 날이 허다했는데. 보통 그때는 밖에 나가 놀지 않냐고 할 수 있는데 그때 난 집이 더 편했어.
소심해진 이후로 동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고 집안에 틀어박히기 시작했어. 주로 책을 보거나 옥상에 올라가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했었어.
그리고 집에 있을 때마다 집에서 적막감이 느껴지다가 무슨 위화감이라고 해야 하나 온몸에 이상한 느낌 같은 게 올 때가 있었어. 그럴 때마다 특정한 위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어.
천장 쪽에서 나는 소리였는데 끼리릭 끼리륵 끼르륵 소리가 들려왔어. 이상한 입으로 내는 소리 하고 엄청 비슷했는데 엄청 청량하게 들리는데 또 작게 들려와서 더 신경이 쓰였어.
이 소리는 항상 똑같은 위치에서 났던 소리였어. 이 소리가 끊기려면 위화감이 없어지거나 TV를 틀면 소리가 줄어들었는데. 집 안에 있으면 어디에서나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보통 이 정도가 되면 집에 뭐가 있다고 어린 마음에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할 법도 한데 창문 귀신 이후로 내 상태도 이상해지고 아빠도 회사 일 때문에 힘들었던 시절이어서 내가 말하면
그냥 애새끼 투정으로 밖에 생각을 안 하셨던 거 같아.
엄마도 일 때문에 늦게 오고 누나는 한 번씩 일찍 들어와도 바로 나가버리고. 밖에 나가도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해서 차라리 집에 혼자 있는 게 더 편해서 나는 이사할 때까지 참고 버텼던 거 같아.
그리고 이건 1년 전에 알게 된 내용인데. 명절에 가족들이 모였을 때 옛날 집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집에서 소리들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거든.
그때 아빠가 나한테 말해주길 내가 소리를 들었던 위치에서 자주 잠이 드셨는데.
그때마다 가위에 눌리고 꿈에서 똑같은 사람이 천장에 쭈그리고 앉아서 로봇청소기 마냥 오리걸음으로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고 하는 거야.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그 자리에 돌아와서 가만히 앉아있었다고 했어.
그 외에 누나 사건 엄마가 가위눌린 사건도 풀어보면 진짜 끝도 없는데 유독 기억에 남아있던 것들 만 풀어봤어.
진짜 기가 센 터에는 아무나 살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 그때 우리 집은 정말 가족 모두가 힘들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