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루리웹을 돌아다니다가 괴담 게시판을 발견하고 이글 저글 보다가 예전에 겪었던 가위눌림이 떠올라서 경험담을 말해볼까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잡담으로 할지, 경험으로 할지하다가 경험으로 올립니다.
다른분들은 어떠실지 몰라도 저는 태어나서 2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류의 일을 겪어본적이 없습니다.
귀신을 본다던지, 기묘한 일을 겪어본다던지는 커녕,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가위눌림 경험담도 한번도 겪어본적이 없지요.
때문에 겁이 많아서 괴담이라던가 무서운 이야기 같은것에 대해 내성이 거의없는 저라도, 이 정도까지 아무 일도 못 겪어보니까 귀신이야기 같은것도 그냥 들을때 찝찝하게 느껴지는게 전부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저라도 딱 한번 가위에 눌려본적이 있습니다.
물론 가위에 눌렸다고 해서 귀신이 눈에 보였다던가 그런류는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다른분들의 가위눌림에 대해서는 그냥 듣기만 한터라 확신할수는 없지만, 제 가위눌림은 분명히 약한 수준의 일반적인 가위눌림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가위눌림은 정말로 오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저 잠을 자고 있는데 잠에서 깨고, 그러면서도 눈을 뜨기는 커녕 몸조차 움직여지지 않아서 의식은 있는데 아무것도 못하는 가위였습니다.
하지만 환각이나 귀신을 본것도 아니고, 그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것 뿐인지라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아 왜 안움직이지'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요.
솔직히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가위현상에 약간 흥분이라고 할까, 흥미롭기까지 했습니다.
가위에 눌려서 몸을 움직이기는 커녕, 눈을 뜨는것조차 어려웠는데 귀라던가는 정말 잘들렸습니다.
그러나 진짜 오싹한 경험은 바로 그 직후였습니다.
당시 제가 잠들어있던 장소는 바로 군부대였거든요.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고,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서 저도 모른새 잠들었던겁니다.
저는 제가 가위에 눌렸다는 사실을 알고 흥미로워했지만, 이내 곧 제 상황을 눈치챌수 있었습니다.
이등병이 점심시간에 식사시간이 끝나고 오후일과를 보내야 하는 시점에서 자고 있었던 겁니다.
거기에 더해서 저는 가위에 눌렸던 상태라 정신은 또렷했어도 몸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중대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일부계단의 발판이 쇠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중대장님께서는 점심식사가 끝나는 항상 같은시간에 오시는 습관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단소리가 들리는걸로 제가 몇시까지 자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쿵―― 쿵―― 쿵――
계단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살인마나 귀신이 다가올때 들리는 BGM이 점차 커지는 그런 연출 같이요.
저는 아까까지만 해도 느끼고 있던 흥미 따위는 버리고, 정말로 필사적으로 눈을 뜨고자 애썼습니다.
하지만 가위눌림이라는게 그렇듯이 못깨어나더군요.
그리고 끼익하면서 문이 열렸습니다.
……………….
이런 느낌으로 중대장님은 아무말씀도 없으셨습니다.
문을 연 소리가 확실히 들렸으니 분명 자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계신겁니다.
아마도 이등병이, 그것도 전입한지 두세달 정도의 녀석이 꿀같은 낮잠을 자고 있으니 기가막혔던 겁니다.
저는 의식 자체는 뚜렷했기 때문에 왠지 모를 시선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다시 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벅저벅하고 군화발로 실내를 걷는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제 옆을 지나 중대장님께서 업무를 보는 자리로 이어졌습니다.
곧이어 의자에 앉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를 부팅시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부대에서 가장 사이코로 소문난 제 최고 선임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선임은 자고있는(것처럼 보이는) 저를 보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 이녀석 자고있네. 야, 일어나. 안일어나냐?"
그러자 중대장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나둬, 언제까지 자나보게."
이상이 제 가위눌림의 첫 체험담이자 가장 오싹한 경험담중 하나였습니다.
이 이후 제가 어떻게 되었는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히 말씀드릴수 있는건, 대게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의 상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만한 일을 당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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