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까지는 아닌 것 같고, 아무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도 대구의 오마카세 스시야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오픈한 지 3일(22.11.25. 기준) 된 신생 스시야에서 먹은 초밥과 요리 사진들입니다.
이전에 갔었던 스시를보다는 신생업장답게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조금은 아쉬웠는데요,
이곳은 오늘 받은 팀이 2팀, 인원수로 3명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틀간 어느 정도 조정이 이루어진건지 그래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홀 인원이 확보될 때까지 당분간 6인만 받는다고 하며, 점심 1타임과 저녁 2타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게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지금부터 스시아타이에서 맛본 초밥과 요리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차완무시(일본식 달걀찜)
많은 스시야들이 오마카세를 시작하는 요리로 선택하는 거죠. 차완무시.
사실 큰 특징이 있는 차완무시는 아닙니다. 달걀찜 위에 황금버섯과 앙소스를 올려 추가적인 풍미와 식감을 더한 정도이지요.
하지만 차완무시에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 봅니다. 시작하는 음식은 간단해야지요.
2. 모즈쿠 초회(큰실말)
몇몇 스시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거죠. 큰실말이라는 해조류를 식초소스를 곁들여 내놓는 겁니다.
새콤한 게 입맛을 돋워줍니다. 너무 시지도 않고 살짝 달콤한 맛이 있는게 잘 어울리네요.
시작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식사가 시작되는거죠.
3. 방어뱃살 간장절임(부리 쇼유즈케)
그냥 먹어도 맛있는 방어 뱃살을 간장에 살짝 담가두어 절였습니다.
이러면 속칭 방어에서 난다는 흙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리고 방어를 10일 정도 숙성했다는데 그래서 살짝 비린내로 인식할 수도 있는 냄새가 나긴 하네요.
그래도 기름진 방어뱃살은 맛있습니다. 그것도 2점이나 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네요.
4. 전갱이 미소소스 버무리
아지(전갱이)를 잘개 조사서 미소에 설탕과 식초를 섞은 소스에 버무린 요리입니다.
미소의 감칠맛과 전갱이의 감칠맛, 설탕의 단맛과 식초의 신맛이 잘 어우러진 요리입니다.
다만 이것도 숙성을 좀 과하게 했는지 비린내까지는 아닌 잡내가 살짝 납니다.
물론 생선의 풍미라고 생각할 여지도 충분한 냄새인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초밥이 나오기 전에 나오는 요리들입니다.
이 다음부턴 한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전부 초밥입니다.
5. 광어(히라메)
국민생선 광어. 하지만 맛은 흔한 생선답지 않죠.
코부지메(생선에 다시마를 감싸서 숙성하는 법)를 했다고 하는데 정말 일반적인 활어 광어나 선어 광어에서 안나는 향이 납니다.
숙성은 아주 많이 되지는 않은듯 약간 씹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작하는 초밥으로는 아주 제격인 네타였습니다.
아, 그리고 이 집 샤리의 초와 간은 강하지 않았습니다.
일전에 소개해 드렸던 두 스시야 해리와 보다 중 해리는 샤리의 간과 초가 강한 편이었고 보다는 샤리의 초와 간이 약한 편이었는데, 이 집도 샤리의 초와 간이 약합니다. 상당히 약해서 쌀의 단맛이 어느정도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쌀알 표면의 질감은 매끈한 편입니다. 괜찮은 쌀로 밥을 괜찮게 지은 듯 합니다.
샤리 온도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습니다. 따뜻하다거나 차가운 느낌을 못받은 걸 보면 아마 체온보다 조금 낮은 온도로 맞춘 게 아닌가 싶네요.
샤리 온도감은 샤리의 초와 간과 같이 철저히 개인의 취향의 영역이니까요. 저는 괜찮았던 거 같습니다.
6, 줄전갱이(시마아지)
이 집도 보다처럼 오픈 초기라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줄전갱이 철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네타 중에서 그래도 좀 가격이 나간다는 줄잔갱이가 나왔습니다.
식감은 살캉하고 기름기가 어느 정도 흐르는, 그러나 결코 히카리모노(등푸른생선)은 아닌(제가 알기론 흰살생선이라고 합니다) 특이한 네타입니다.
그리고 이 집이 네타와 샤리를 좀 크게 잡아서 초밥 자체가 다른 집보다 큰 것 같습니다. 뭐 식사량이 적은 편이 아닌 저에게는 나쁜 일은 아닙니다.
아무튼 줄전갱이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7. 참돔(마다이)
광어의 아성에는 도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횟감과 네타로 자주 선택받는 참돔입니다.
참돔은 숙성을 좀 오래했나 봅니다. 물론 살의 경도 자체가 애초에 광어랑 다르긴 하겠지만, 입에 넣는 순간 네타가 스르르 풀려버립니다.
스르르 풀려버리니 딱히 오랫동안 맛볼 수도 없었네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식감 말고는 기억나는 부분이 제일 적은 초밥이었습니다.
8. 방어(부리)
아까 요리로 나왔던 방어가 초밥으로도 나옵니다.
이것도 뱃살. 그리고 네타의 크기가 상당히 큽니다. 당연히 샤리도 그에 따라서 커지네요.
역시나 부드럽고 기름진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워줍니다. 겨울방어를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지요.
이걸 먹고 있자니 올 겨울에도 방어를 회떠서 먹어야 하나 싶긴 합니다. 근데 은근히 비싸서...
9. 전갱이(아지)
역시나 아까 요리로 나왔던 전갱이가 다시 초밥으로 나옵니다.
기름지고 부드러운 전갱이를 올린 초밥을 입에 넣으면...
방어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줍니다.
역시 전갱이도 맛있습니다.
10. 스페인산 생참치 적신 간장절임(아카미 쇼유즈케)
셰프분이 자랑스럽게 스페인산 생참치를 썼다고 알려줍니다. 사실 이전에 올렸던 해리의 참치도 스페인산 생참치였는데, 제가 알기로 스페인산은 대부분 축양참치로 알고 있습니다만, 설마 6만원 대에서 오오마산 참치 같은 걸 아무리 오픈한 지 얼마 안되였어도 쓸리는 없으니까요. 적절한 선에서 만족해야 하겠죠.
이것도 아까 방어 사시미처럼 즈케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입에 넣었을 때 참치 특유의 피맛 비슷한 살맛이 거의 안납니다.
즈케를 하는 목적 중에 참치 살맛을 감추기 위해서도 있다고 하니 목적에는 잘 어울리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즈케 안한 적신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그렇다고 즈케한 적신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요.
11. 가리비 관자(호타테)
이 집이 네타와 샤리를 크게 잡는다는 점이 가장 돋보이는 초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곳에서 내주는 가리비의 1.5배 정도 되는 두께로 썰인 것을 네타로 씁니다.
그래서 단맛이 더 풍부합니다. 물론 끈적한 것도 똑같이 배가됩니다.
그래도 달달한 게 맛있습니다.
12. 삼치구이
이것 역시 스시야에서 으레 볼 수 있는 삼치구이입니다.
셰프가 옆 팀에게 삼치구이와 삼치에 대해 설명하면서 큰 삼치를 썼다고 얘기합니다.
사실 삼치 자체가 작은 생선이 아니니까요. 시중에 보통 유통되는 것도 저는 보통 40cm는 넘어 보이는 것밖에 못봤습니다.
맛은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냉동삼치를 잘못 먹어서 삼치가 냄새나고 맛도 이상한 생선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스시야에서 나오는 삼치구이들을 먹으면서 그 편견을 깼습니다.
근데 이건 싱거워서 옆에 오로시폰즈(무 간것에 폰즈를 뿌린 것)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13. 스페인산 생참치 중뱃살(주도로)
적신이 나오고 두 번 건너뛰고 나온 중뱃살입니다.
생참치라 그런지 적신도 그랬지만 부드럽습니다. 근막도 딱히 걸리는 게 없고요(근막은 보통 대뱃살에서 걸리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만)
이건 즈케를 안해서 기름 맛도 잘 나고 참치 특유의 살맛도 잘 났습니다. 기름 맛도 맹맹하지는 않았고요.
역시나 가격대 한계 내에서 최대한 좋은 재료를 쓰긴 하나 봅니다.
아니면 오픈 초기라 무리하게 좋은 재료를 쓰는 걸수도 있겠지만요.
14. 단새우와 성게소(아마에비와 우니)
못생긴 손이 나왔는데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손에서 손으로 셰프가 건내주시는 거라 사진에 손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놀랍게도 우니는 북해도산입니다. 우니는 확실히 무리를 했군요. 실제로 셰프도 오픈 기념으로 오픈 초기 오신 손님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북해도산을 쓴 거라고 했으니까요.
우니가 같은 판 안에서도 복불복이 갈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맛과 풍미에서 동질성이 떨어지는 물건이고, 가격따로 맛이 바꾄다는 얘기도 있죠.
그래도 북해도산은 북해도산인가 봅니다. 쿰쿰한 맛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여태까지 먹어봤던 우니 중에서 가장 달콤했습니다.
단새우도 우니의 단맛과 잘 섞여서 은은한 단맛을 보여주었고요.
오늘의 한 점을 꼽으라면 저는 이걸 꼽겠습니다.
15. 갑오징어
오늘 아타이에서 먹은 초밥 중에서 가장 특색이 부족한 초밥을 꼽으라면 이걸 꼽고 싶네요.
물론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셰프께서 청귤과 시소잎을 얹은 것 치고는 특별한 맛은 보여주지 못했네요.
물론 오징어니까 단맛이 나긴 납니다. 근데 잠깐 스쳐가는 청귤과 시소의 향과 맛을 빼면 식감과 단앗이 다라 뭔가 단조롭습니다.
그래도 맛이 없는 건 아니긴 합니다. 그냥 좀 단조로웠을 뿐...
16. 고등어봉초밥(사바보우즈시)
고등어를 한 마리 혹은 반마리를 놓고 초생강 같은 아것저것 재료들과 샤리를 넣어서 둥글게 말아낸 초밥입니다.
역시 이것도 손에서 손으로 전달받은거라 못생긴 손이 나왔습니다.
아마 초절임(시메)한 고등어인 것 같은데, 초절임이라고 신맛이나 신향이 그렇게까지 도드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냥 보통은 생선살이 초때문에 살짝 익어서 하얗게 변하고 단단해지는 정도죠.
어쨌거나 셰프가 말아놓은 봉초밥을 뒷주방으로 가져가 고등어 껍질 부분을 살짝 지져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불향이 은은히 나는 봉초밥이 되었습니다.
맛은 좋습니다. 초절임된 고등어와 지져진 부분에서 나는 불향, 샤리와 초생강의 맛이 잘 어우러집니다.
17. 붕장어(아나고)
오마카세의 끝을 알리는 네타죠. 붕장어구이초밥입니다.
잘 익혀진 붕장어에 끈적하고 달달한 소스를 발라서 제공됩니다.
제가 장어를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초밥 먹으면서 딱 한 점 먹는 건 좋아합니다. 그렇게 먹는 장어는 맛도 있고요.
그리고 이것도 네타 크기가 큽니다. 다른 집에선 1.5개 분량이 될 정도인 것 같던데 아무튼 꽤 크게 잘라서 구웠습니다.
딱 한 점 먹는 거 크면 좋죠 뭐.
18. 박고지김밥(간뾰마끼)
갓파(혹은 큐리=오이)마끼가 아니라 안심했습니다.
제가 입 안에서 오이 향이 나는 걸 버티질 못해서 오이를 못먹기 때문에 초밥집에서 박고지김말이가 나오면 굉장히 좋아합니다.
달달하고 두꺼운 박고지를 밥과 김으로 말아서 만든 박고지김말이.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19. 달걀구이(교꾸)
요건 좀 아쉬웠습니다.
미지근한 건 상관없는데(보통 만들어서 보관하니까요), 너무 차가웠습니다.
물론 변질을 막기 위해선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안전한 건 아는데
그래도 너무 차가워서 좀 아쉬웠습니다.
맛은 달달한 카스테라와 유사합니다. 식감은 부드럽게 뭉게지고요.
맛은 있었는데 온도감이 조금 아쉬웠던 달걀구이였습니다.
20. 후식 바닐라 아이스크림
하겐다즈 바닐라 맛은 아니었던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하겐다즈 바닐라 먹어본 게 너무 옛날이라 기억이 안나요), 어쨌거나 싸구려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22년 11월 25일 스시아타이에서 맛보았던 오마카세 리뷰였습니다.
그동안 오마카세 스시야가 별로 없었던 대구에 새 스시야가 자꾸 생기는 건 어쨌거나 반길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 분이 몸이 안좋아 폐업했던 라쿠친 스시도 다시 문을 연다고 하고요.
일단 스시야가 많아야 서로 경쟁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질적인 부분에서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 방문했던 스시아타이는 런치임에도 대구의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스시야보다 음식의 종류가 적게는 2가지에서 많게는 4~5가지가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초밥 자체의 크기도 평균적으로 큰 편이었고요.
아마 북해도산 우니같이 가격대에 안맞는 식재료들은 차후 빠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다른 곳보다 다양하고 많은 양을 특징으로 내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맛이나 초밥의 쥠새가 나쁜 것도 아니었으니 충분히 다른 기존 스시야들과 경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쪼록 스시아타이의 성업을 기원하며 이만 글을 줄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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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래서 저녁은 연탄불고기 3인분 먹었습니다 | 22.11.25 18: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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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제가 먹는 양이 적은 건 아니라는 걸 스시오마카세집 다니면서 깨닫고 있습니다. | 22.11.25 18:5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