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이어지는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 다과 만들기.
지난번 깨찰빵에 이어, 이번에는 더운 여름에 걸맞게 상그리아를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상그리아 30잔.
일단 오렌지와 레몬, 사과, 체리, 계피를 사옵니다.
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이 바로 옆에 붙어있는게 이럴 때 빛을 발합니다.
껍질을 박박 씻고 슬라이스 찹찹.
숙성시킬 시간이 하루밖에 없으므로 좀 얇게 썰어줍니다.
도서관 인포 데스크 뒤쪽에서 도마 깔고 과일 썰고 있노라니 이용자들이 '저 넘은 대체 뭐하는 넘인가'하는 눈길로 쳐다봅니다.
그래도 도서관 들어오자마자 향긋한 오렌지와 레몬 향기가 퍼져나오니 다들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마트에서 사 온 플라스틱 컵에 과일을 종류별로 나눠 담습니다.
요리학교 다니면서 배운 게 의외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법'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셰프나 레시피가 시키는대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만드는 법'에 가깝습니다.
대량생산이 몸에 익으니 상그리아 30잔 만드는 것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과일 세팅 완료.
오렌지와 레몬 각각 2~3조각씩. 사과 슬라이스 한 줌. 체리 한 두개. 그리고 계피 한 조각이 들어갑니다.
계피는 시나몬(실론 시나몬)을 사용해야 좋은데 마트에 있는게 계피(카시아) 밖에 없는지라 부득이하게 있는 걸 그냥 사용합니다.
맛이 좀 더 거칠고 강한 느낌이라 계피스틱 반 개 정도 분량으로 줄여서 넣었지요.
원래대로라면 커다란 통에 다 때려넣고 나중에 한 잔씩 나누는 것이 훨씬 더 맛이 잘 우러납니다만,
프로그램 시작이 오전 10시이므로 출근 후 한시간밖에 여유가 없습니다.
미리 나눠 담아서 준비하지 않으면 제 시간에 맞출 수 없지요.
포도주스를 80% 정도 채워서 냉장고에 보관, 숙성합니다.
원래 상그리아는 레드와인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에게 술을 나눠줬다가는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 모르므로 무알콜 버전으로 갑니다.
숙성시킬 시간이 별로 없을 때는 실온 숙성도 나쁘지 않은데, 무알콜 버전인데다가 사람들에게 나눠줄 거라서 맛보다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과일맛이 좀 덜 우러나는게 낫지, 단체로 식중독이라도 걸리면 그거야말로 큰일이니까요.
다음 날, 출근길 아침.
도서관 들어오는 길목에서 도서관 텃밭을 잠시 들러 허브를 따옵니다. (네, 식문화 특화 도서관에는 텃밭도 있습니다)
민트를 싱싱한 걸로 몇 줄기 챙깁니다.
하루동안 숙성된 상그리아에 사이다로 풀업하고 마지막으로 민트 한 잎 동동 띄우면 완성.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데 이만한 음료도 없지요.
와인글래스에 담아놓으면 무척 예쁜데다가, 화이트 와인으로 만드는 섬머 상그리아는 안에 들어있는 허브와 과일이 다 보여서 레스토랑 서빙 수업 할 때는 이거 한 잔 팔면 주변 여성 고객들이 다 따라서 "나도 저거 한 잔"하며 주문했던 게 기억나네요.
요리학교에서 배운 것이 '신속 정확함'이라고 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측면이고, 태도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접객업 마인드를 이해하게 된 것이 큽니다.
영어로는 Hospitality. 번역하자면 환대. 즐겁게 맞이하며 후하게 대접한다는 뜻입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손님을 대접하는 게 아니라 내가 대접하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보며 뭔가 좀 더 근본적인 만족감을 얻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시골집에 가면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뭐라도 먹여 보내려는 것과도 비슷하지요.
다과를 준비하면서 느끼는 것도 비슷합니다.
쉽게 가자면 마트에서 과자와 주스 사서 제공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왕이면 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모인 사람들에게 좀 더 그럴듯한 것을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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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가 너무 멋있으시네요. 기술에 환대를 더해서 만든 음식. 한잔정도는 레드와인으로 만들어도 재미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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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깨찰빵 이야기도 좋았는데♥ 이것도 보면서 부러워하며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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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만들어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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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콜은 거의 포도주스맛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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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많으신데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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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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