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주방에서 세계 여행 - 이탈리아편

[40075km]

스페인 요리 수업이 끝나고 이탈리아로 넘어옵니다. 프랑스 요리와 함께 서양 요리의 양대산맥으로 여겨지는 이탈리아 요리.

하지만 촉박한 일정 관계로 며칠 겉핥기만 할 뿐입니다. 그 대신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커리큘럼 맨 마지막의 레스토랑 실습 수업 장소를 카트리나 드 메디치(https://blog.naver.com/40075km/222065247342)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망의 첫번째 이탈리아 음식은, 당연히 피자!

00(더블 오)밀가루로 반죽하고 세몰리나 밀가루에 굴려서 도우부터 만듭니다. 밀가루, 이스트, 물, 소금 약간, 그리고 올리브유 약간이 재료의 전부입니다. 

토핑을 얹고 피자 오븐에 구워냅니다. 안그래도 더운 여름날인데 400도를 넘어 거의 500도에 육박하는 화덕 앞에서 피자를 굽자니 죽을 맛입니다.

게다가 도우 두께를 얇게 밀어서 굽는거라 바닥에 세몰리나 밀가루를 뿌렸는데도 자칫 방심하면 들러붙을 수 있습니다.

도우가 화덕 바닥에 들러붙어서 찢어지면 토핑도 다 들러붙고, 소스는 부글부글 끓고 치즈는 홀라당 타고... 안그래도 바쁜 서비스 타임에 총체적 난국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었을 때의 결과물은 기대 이상입니다.

오레가노가 들어간 토마토 소스에 치즈와 바질을 얹은 단순한 피자인데도 너무나 맛있습니다.

몇 번 집에서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이 맛이 안 나는건 역시 오븐 화력 차이인 듯 합니다.

나폴리 피자협회에서는 아예 "최소 485도 이상의 나무 장작 화덕"에서 구운 것만 진짜 나폴리 피자로 인정합니다. 

물론 온도 외에도 지켜야 할 규정이 산더미처럼 많지만요.

이렇게 갓 구워낸 피자는 잘라서 안티파스티(Antipasti: 전채) 모듬 접시에 담아 서빙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요리 서비스하는 날은 지중해 키친이 인기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고른 요리 한가지 외에도 피자와 올리브 절임, 샐러드 등 다양한 이탈리아식 전채 요리가 담긴 접시 하나를 함께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패밀리 밀 타임. 정규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따로 요리한 음식을 먼저 먹어봅니다.

뒷쪽에는 종류별로 담아놓은 안티파스티 접시도 보이고, 뇨끼, 피자, 앞쪽 가운데는 버섯 리소토, 

오른쪽 아래엔 이탈리아식 해물모듬 탕? 찜?인 아쿠아 팟짜, 

왼쪽 끝에는 살팀보카 즉 프로슈토를 감싸서 튀기듯 구워낸 돼지고기 커틀렛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요리는 막 화려한 건 아닌데 깊은 맛이 있달까 그런 느낌입니다. 한식하고 왠지 좀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구요. 

이탈리아식 주먹밥튀김, 아란치니도 만들어 봅니다.

사프란을 넣은 리소토를 만들고, 차갑게 식힌 다음 모차렐라 조각을 넣어 주먹밥을 만든 다음 빵가루를 묻혀 튀긴 음식입니다.

튀김은 국적을 막론하고 맛있다는 게 또 한번 증명됩니다.

우리나라 이탈리아 음식점들도 잘 안알려진 요리를 내려고 아란치니가 종종 등장하는데, 카나롤리나 알보리오 쌀이 아니면 이 독특한 식감은 아무래도 못 살리는 것 같더군요.  

CIA에서 건진 레시피 중에서 역대급이라고 할만한 음식인 리소토 풍기, 즉 버섯 리소토입니다.

하나하나 찬찬히 보면 뭐 대단할 것도 없는데 구운 버섯 만들기와 버섯 육수 만들기가 맛의 비결이네요.

단순하지만 시간 많이 잡아먹는 작업 하나가 중간에 들어가니 맛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살팀보카, 그릴에 구운 배스, 뇨끼.

그냥 단순히 뇨끼라고 했지만 실제 이름은 뇨끼 디 파타타 콘 안젤로 이 올리브 네로 (Gnocchi di Patata con Angello e Olive nero)입니다.

블랙 올리브를 넣은 양고기 스튜에 요리한 감자 뇨끼라는 뜻이지요. 안젤로가 이탈리아어로 양고기를 뜻한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매일매일 담당 요리가 조금씩 바뀌는데, 마지막 날에는 생선을 구웠습니다.

전날 먹어본 페세 알라 그릴라(Pesce alla grilla: 그릴에 구운 물고기)입니다. 레시피에는 배스, 즉 바다농어라고 적혀있기는 한데 실제로는 그날그날 괜찮은 생선이 뭐가 들어왔냐에 따라 어종이 살짝 바뀌기도 합니다.

그릴은 가스그릴이긴 한데, 그래도 불맛을 살린다는 목적을 달성하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실내 주방에서 참숯 그릴을 대대적으로 사용하는 데엔 아무래도 이런저런 제약이 따라붙으니까요.

동글동글한 쌀처럼 생긴 프레골라 파스타 위에 가지와 양파, 토마토, 잣, 건포도 등을 볶아 만든 카포나타를 얹고

그릴에 구운 생선 한 조각을 얹은 뒤, 펜넬 샐러드를 얹으면 완성입니다.

CIA 오기 전에는 펜넬이라고 하면 연어 요리할 때 사용하던 허브밖에 몰랐는데 알고보니 그 뿌리 부분도 많이 사용되더군요.

이렇게 이탈리아 요리도 대충 한 번 흝어봤습니다.

이탈리아 요리는 워낙 레시피도 많이 알려지고, 세계 곳곳에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많이 널려있다보니 굉장히 친숙한 요리지요.

만드는 법은 그닥 어렵지 않은데 "제대로 된 재료" 구하기가 힘든 요리이기도 합니다.

하긴, 우리나라도 중국산 소금 쓰면 김치가 맛이 없다고 하니 이와 비슷한 맥락이겠지요.

다음 순서는 지중해 수업의 마지막, 프랑스 차례입니다.

[발견자]

이탈리아 요리는 제작시 요리재료가 요리 장소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요리 인 겁니다

[40075km]

가격이 $2라서 이딸랴 요리라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당

[SwordMaster]

요리사 이름이 "이탈리"라서 이탈리아 요리인데, 뭔 소리를 하시는지?

[고기왕 레오]

역시 요리는
재료도 재료지만
불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40075km]

가정용에 비하면 화력이 최소 서너배는 되니까요 ㅎㅎ

[페르셔스]

크아 장작향이 배인 피자 진짜 맛있겠습니다.

[40075km]

사진의 화덕은 가스오븐이지만요 ㅠ_ㅠ

[루리웹-4126467603]

항상 즐겁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가본적이 없는데 한국에서 좀 맛있다는 이탈리안 식당을 가보면 제 입맛엔 좀 많이 짜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혹시 전반적으로 이탈리아도 간이 쎈 편인가요? 특히 무조건 맛있을꺼야 하고 먹었던 아란치니가 많이 짜서 실망했던 기억이 종종 나네요.

[40075km]

원래 간이 짠 경우도 있고, 와인 페어링을 생각해서 일부러 짜게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파인다이닝에서 음식이 짠 경우엔 어울리는 와인 곁들여 먹으면 완전 다른 맛이 나지요.

[디엠칠일공]

cia, fbi 드립에 장단을 못맞추시던분에 이제 농담도 다 하시고 이제 요원이 다 되셨군요.

[40075km]

전 처음부터 장단을 맞췄습니다! 육수를 냉동실에 얼릴 때부터! 다만 아재개그라서 문제죠 ㅋㅋ

[LVCIVS BRVTVS]

회향은 씨앗말고도 뿌리를 많이 쓰더라고요. 뿌리하고 씨앗이 서로 맛이 다르다고 하던데 씨앗은 싸게 사도 뿌리는 양파만한게 한국에서 만원 넘게 해서 엄두도 안납니다 ;;

[40075km]

샐러리에 펜넬 씨앗을 조금 더해서 요리하면 펜넬 뿌리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ㅎㅎ

[빠숑빠숑빠숑]

으아~~ 저 뇨끼!! 정말 오랫만에 보네요 ㅋㅋ 리조또도 맛있었고 저 뇨끼도 참 맛났었죠. 알보리오 랑 카나롤리 쌀품종 외의 것으로 아란치니나 리조또를 재현할수 없다는 의견에는 10000000% 동의합니다!

[잠이든다]

원래료의 맛을 살리는게 이탈리안 요리인 만큼 원재료 선택이 까다로운것도 이탈리안 요리같습니다.
밀가루만 해도 이탈리아산 OO아니면 맛이 다르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나 페코리노 로마노같은 치즈는 그냥 대체불가..
맛의 베이스가 되는 판체타, 관찰레도 흔한 베이컨과는 맛이 완전 다른지라 비싼 돈 주고 국내 몇안되는 관찰레 판매업체에서 사죠
그래도 반대로 생각해서 원재료만 잘 고르면 쉽게 맛을 낼 수 있는게 이탈리안 요리인거같기도 합니다.

[스링]

랭글리 식단은 이탈리아식이었군요

[부들부들™]

이 사진은 보정이 안된거죠??

왤케 반 고흐 그림같지...

[루리웹-5755443697]

Angello가 아니고 Agnello, 아녤로가 양 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