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날씨도 선선해지고 나무는 슬슬 알록달록한 나뭇잎으로 갈아입는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그리고 가을은 아이스크림 만들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지요. 참고로 아이스크림 만들기 좋은 또 다른 계절로는 봄과 여름, 겨울이 있습니다.
이왕 만드는 거, 가을 분위기 물씬 나게 한 번 만들어 먹어보기로 합니다.
우선 밤을 듬뿍 넣은 브라우니부터 만들어 줍니다.
밤 통조림을 사용하면 부드럽고 달달해서 좋은데 하필이면 마트에 없네요.
할 수 없이 생밤을 설탕물에 삶아서 넣었습니다. 좀 더 졸여서 설탕 코팅을 하면 마롱글라세가 되지요.
여기에 우유 60ml, 마트에서 파는 브라우니 믹스 한 봉지를 넣어서 섞어줍니다.
요리학교 다니기 전에는 시판제품 사용할때마다 좀 껄끄러웠는데, 왠지 홈메이드라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직접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정작 요리 수업을 제대로 듣고 나니 '정성도 다 돈이다'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프로페셔널 요리사라면 직접 하는 것과 시판제품 사용하는 것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브라우니 재료를 각각 계량해서 만드는 귀찮음을 감수하느니 몇천원 더 들여서 믹스를 산 다음, 남는 힘을 아이스크림에 쏟는 게 오늘의 전략입니다.
180도 오븐에 15분 정도 구워줍니다.
원래는 조그만 사각틀에 구워서 좀 높이가 있게 만들어 줘야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용으로 만드는 것이니 넓은 팬에 커다란 쿠키 굽듯 굽습니다.
이대로 먹어도 되지만, 더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기 위해선 참아야 합니다.
쿠키 몬스터의 "Me want it, but me wait"을 들으며 인내심을 기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PnbKL3wuH4)
아이코나 팝스도 좋아하고 쿠키 몬스터도 좋아하는 요상한 취향인지라 과자 만들며 듣기에 딱 어울리네요.
냄비에 우유와 크림을 한 컵씩 넣고, 바닐라빈의 씨앗도 긁어 넣은 다음 거품기로 저으며 가열합니다.
조그만 거품이 보글거리며 올라올 때까지 살살 끓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반죽기에도 거품기를 붙여서 달걀 노른자 두 개와 설탕 반 컵을 섞어 크림화 시킵니다.
약간 꾸덕꾸덕한 질감의 크림이 되면 뜨거운 우유를 조금씩 넣어가며 계속 저어줍니다.
너무 서두르다간 계란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크림을 차갑게 식히면 영국식 크림, 즉 크렘 앙글레즈가 됩니다.
조금 떠서 맛을 보면 고소하고 달달한것이, 이것만 놓고 디저트로 먹기도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But me wait.
원래는 크렘 앙글레즈 정도만 만들어서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돌리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밤 브라우니도 만들었으니 아이스크림도 거기에 걸맞게 고구마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봅니다.
삶은 고구마 두 개에 크램 앙글레즈를 붓고 블랜더를 돌려 곱게 갈아주면 되지요.
농도가 절묘해서 블랜더 뚜껑을 열어보니 마치 꽃이 핀 듯한 모습이 나오네요. 이토준지 만화가 떠오르기도 하지만요.
맛을 보니 진한 고구마맛과 크림맛이 어우러져 일품입니다.
미국 있을 때는 고구마가 별로 달콤하지 않아서 이렇게 만들 생각을 안했는데, 막상 만들어보니 괜찮네요.
고구마 퓨레 느낌이 나는 것이 이대로 푸딩처럼 먹어도 되겠다 싶습니다.
But me wait.
돌리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베란다로 쫓겨난 아이스크림 제조기.
미국에서 구입한 물건인지라 120볼트 전용인데, 비싼 강압기까지 구입해가며 계속 돌리는 보람이 있습니다.
재료를 넣고 3~40분 정도 기다리면 아이스크림이 완성됩니다.
단순히 미각으로서의 맛만 놓고 본다면 바로 전단계의 고구마 퓨레와 다를 것이 없지만
차가운 온도, 그리고 얼리면서 중간에 들어간 공기층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식감은 고구마 아이스크림이라는 전혀 다른 음식을 만들어 냅니다.
고구마가 들어가서 그런지 평소보다 좀 더 쫀득한 것이 마치 젤라또 느낌도 납니다.
냉동용 컨테이너에 옮겨 담으며 드는 생각이 '이거 완전히 얼리면 나중에 뜨기 힘들겠는데'입니다.
경험에 미루어 봤을 때, 젤라또는 일반 냉동실에 꽝꽝 얼리면 너무 딱딱해졌거든요.
부드러울 때 다 먹어치울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But me wait.
브라우니를 쿠키틀로 찍어서 동그란 모양을 여러개 만들고, 그 중 하나에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넉넉하게 떠 올린 후 다른 조각 하나를 더 올리면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완성입니다.
원래는 아이스크림을 종이 두 장 사이에 끼워서 주던 것을, 어떤 똑똑한 사람이 쿠키 두 장 사이에 끼워주는 방법을 생각해내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브라우니와 아이스크림 위에 밤과 고구마의 맛이 더해지면서 가을을 만끽하기 좋은 메뉴입니다.
여기에 커피 한 잔 곁들여서 즐기며 창 밖의 은행나무 색깔이 바뀌는 걸 감상하면 그야말로 갬성 충만한 순간이 되는 거지요.
(IP보기클릭)223.38.***.***
이분 글 보다보면 묘한데서 빵터짐 갬성이라던지 칼로리 계산이라던지
(IP보기클릭)180.69.***.***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IP보기클릭)110.45.***.***
맨 아래 영상 썸네일을 40075kcal으로 잘못 봤네요 ㄷㄷㄷㄷㄷㄷㄷ
(IP보기클릭)175.117.***.***
아재개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 착한 사람입니다
(IP보기클릭)175.117.***.***
가을엔 역시 밤과 고구마지요 ㅎㅎ
(IP보기클릭)39.115.***.***
(IP보기클릭)175.117.***.***
딱 계절한정 메뉴지요 ㅎㅎ | 20.10.13 21:17 | |
(IP보기클릭)210.115.***.***
(IP보기클릭)175.117.***.***
전 미국가서 처음 먹어봤습니당. 희안하게 싼티나는 맛인데도 맛있더라구요 | 20.10.13 21:18 | |
(IP보기클릭)223.38.***.***
이분 글 보다보면 묘한데서 빵터짐 갬성이라던지 칼로리 계산이라던지
(IP보기클릭)175.117.***.***
아재개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 착한 사람입니다 | 20.10.13 21:19 | |
(IP보기클릭)180.69.***.***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IP보기클릭)175.117.***.***
요즘엔 펭수버전이 인기가 많은 듯 하네요 | 20.10.13 21:19 | |
(IP보기클릭)211.114.***.***
빵또아는 제발 사드세요! | 20.10.19 19:11 | |
(IP보기클릭)116.43.***.***
(IP보기클릭)175.117.***.***
단풍 잘 보이는 카페같은데서 팔면 잘 팔리겠더군요 ㅎㅎ | 20.10.13 21:22 | |
(IP보기클릭)112.151.***.***
(IP보기클릭)175.117.***.***
가을엔 역시 밤과 고구마지요 ㅎㅎ | 20.10.13 21:22 | |
(IP보기클릭)110.45.***.***
맨 아래 영상 썸네일을 40075kcal으로 잘못 봤네요 ㄷㄷㄷㄷㄷㄷㄷ
(IP보기클릭)175.117.***.***
40075km라고 쓰고 지구한바퀴라고 읽습니다 ㅋㅋ | 20.10.14 22:38 | |
(IP보기클릭)182.215.***.***
(IP보기클릭)175.117.***.***
아주 만족스러운 조합입니다 ㅎㅎ | 20.10.14 22:38 | |
(IP보기클릭)221.158.***.***
(IP보기클릭)175.119.***.***
(IP보기클릭)175.202.***.***
(IP보기클릭)211.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