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가 쓴 소설 책이
여기(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서가)에 올라 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유년 시절부터 늘 꿔왔던 꿈입니다.
(출간 과정 중 마지막의 마지막, 교정지를 보며 오탈자나 비문을 찾는 과정입니다)
최근 그 꿈을 향해 한발 다가가기 위해 장편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2년 동안 문자 그대로 '혼을 갈아 넣은' 녀석입니다.
고민하고 구상하고 쓰고, 읽고, 고쳐 쓰고 했던 모든 시간을 합하면
대략 5000 시간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어렵게 쓰고 힘들게 출간된
책의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잠깐...
소설 분야 904위.............?
어렸을 때부터 책(특히 소설)을 많이 읽긴 했지만
소설을 900권이나 읽었는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쓴 책이 904위라고...?
순위 옆에 있는
'주간베스트' -> 이게 더 속상합니다...
지금 누구 놀리나 싶은...
세상 모든 소설책들 중에 꼴찌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아,
무척 창피하고 속상했습니다.
나름대로
무거운 주제 (죽음, 결핍, 상처)를
비교적 캐주얼한 소재(데이팅 애플리케이션)로
중심 잘 잡고 쓴,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라한 성적으로 예약 판매 기간이 지나갔고
책의 인쇄가 끝나자
출판사에서 저자 증정용으로 책을 보내줬습니다.
벌써 3번째 출간이지만
힘들게 쓴 글이 예쁘게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고
손으로 그 질감을 확인할 때마다 매번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순위야 어찌 되었든,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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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 책이 입고 되는 날,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광화문 본점에 찾았습니다.
내가 서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너인 '소설 분야'의
신간 평대 위에 올라와 있는 내 책을 보니 역시나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엄마가 서점 평대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선기야, 엄마랑 아빠는 네가 힘들고 어렵게 쓴 글이 이렇게 책으로 나와서 서점에 놓여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자랑스럽고 신기하고 감사하니까, 인기에 연연해 하지 말고, 속상해 하지 말고. 너도 감사한 마음 갖고 있으렴. 알겠지?"
엄마의 그 말을 듣자,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그 따뜻한 말에 코끝이 매워졌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내가 등단도 안 한 초짜인데 이렇게 좋은 출판사에서 예쁘게 책으로 만들어서 출간해준 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지. 인기나 순위에 속상해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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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이 흘렀습니다.
물론, 나는 그동안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홈페이지에서
순위를 확인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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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마케팅 팀장님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작가님, 좋은 소식이에요." 그가 말했습니다.
"네? 어떤?"
"책의 초반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저희도 기대가 굉장히 커요."
나는 통화를 하면서 휴대전화로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순위를 확인해봤습니다.
117위?!
책이 오프라인 서점 매대에 놓인 지 며칠이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순위가 무척 많이 올라있던 것입니다.
예스24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한국소설 64위?!
말 그대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작은 도약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모든 자식이 그렇듯이)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혼자 조용히 순위를 수시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순위는 점점 더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예스 24 소설/시/희곡 분야 전체 84위
알라딘 소설/시/희곡 분야 전체 45위
그리고 책이 출간된 둘째 주가 되었습니다.
교보문고 온라인 기준
한국소설+외국소설 통합 26위에 올랐습니다.
예스24에선
소설/시/희곡 전체 25위가 되었습니다.
책이 출간되고 열흘째가 된 목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부모님과 광화문 교보문고에 방문하여 서점 내의 커피숍에서
온라인+오프라인 종합 주간 순위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교보문고는 목요일 점심에 그 주의 집계를 발표합니다)
오후 1시가 되자, 종합 주간 집계가 새롭게 업데이트 되었고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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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 전체 24위 (국내소설 17위) 에 랭크 되었습니다!
집계 업데이트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분들께서 '베스트셀러 서가' 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정리가 끝나자...
국내소설 베스트 셀러에 제 소설이 올라왔습니다.
같이 기다라고 계셨던 어머니, 아버지도 당연히 뛸 듯이 기뻐하셨고...
(감수성 풍부한 어머니는 사람 많은 카페에서 눈물을 글썽글썽....ㅠㅠ)
하면서 좋다고 찍으신 어머니...
이 날의 감동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요...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사실 책의 인세로 저자가 버는 돈은 정말 미비합니다.
(밝혀도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 소설을 출간하며 받은 계약금은 평균 직장인의 1개월 치 월급에도 못 미칩니다)
"책을 계기로 강연이나 방송 출연을 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하실 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건 보통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 의료 같은 전문 서적을 출간하는 분들의 경우에 해당하는 일이지,
소설은 그런 부수입이 거의 전혀 없습니다.
일단 제가 비싼 돈을 받고 강연을 한다거나 할 일은 없고요.
(이미 10여년 전에 첫 책 때 어지간히 그러고 다녔다가, 그 부질없음을 알고 허무함도 느껴봤습니다)
결국 '소설'을 쓴다는 것은
순전히 '나의 만족' 만을 보상으로 이 악물고 나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일 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쓴 글, 그 가공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어봐 준 동시대의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많아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계속 쓸 수(출간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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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제 책의 리뷰에 한 독자분이 이런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이 책 읽고 거짓말처럼 복권 1등 당첨되었어요."
네?...
(아래는 리뷰를 남겨주신 분께 허락을 받고, 이 기묘하고 신비로운 일화를 제 개인 SNS에 소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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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덕분에 복권 1등 당첨됐어요. 감사합니다.”
오후에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를 읽었다는 한 독자분에게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복권 당첨이라니, 나는 조금 당혹스러워하며 물었습니다. “네? 복권이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분에게 장문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죽음’에 관한 책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돌아보니 이 책은 ‘죽음’이나 ‘부자’가 아닌,‘진짜 행복’에 관한 소설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케이시와 가즈키라는 정반대 환경과 성향의 두 주인공을 통해 어떤 삶이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일지 돌아보게 해 줬달까요? 세상 모두가 영앤리치를 강조하고 부르짖을 때, 이 소설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죠? 소설을 읽고 분명 좋은 물음을 받았고 나름의 교훈도 간직했는데 왠지 자꾸 케이시의 삶-젊은 나이에 부자가 된-이 몹시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막연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복권을 사봤어요.”
이 대목에서 나는 마른침을 꿀꺽하고 삼켰습니다. 지금 이 이야기가 내가 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1등에 당첨됐어요. 저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데 어제 점심에 부모님과 함께 00은행 본사에 가서 당첨금을 수령하고 왔습니다.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저도, 저희 부모님도, 우리 모두가 꿈을 꾸는 기분이었어요. 물론 기분 좋은 꿈이었습니다. 우리는 외식을 하고, 평소에 어머님께서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하셨던 특급호텔엘 갔는데, 저나 저희 부모님 세 사람 모두 쉽게 잠에 들지는 못했습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며 서로 아무 말 없이 누워있었죠. 제가 교보문고 작가님 책의 리뷰 페이지에 복권 당첨 후기를 남긴 건 그때였습니다.”
“문득, 작가님과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의 주인공인 케이시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작가님의 소설에 묘하게 좋은 기운이 있었다는 걸 다시금 떠올리기도 했어요. 방금 다 읽은 소설책을 소장용과 친구에게 줄 선물용까지 2권이나 더 구입했던 것도 어쩌면 소설과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기운이 좋았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아무튼, 작가님과 작가님의 책 덕분에 정말 생각지도 않게 ‘경제적 여유’라는 게 생기게 되었고, 이 소중한 행운을 어떻게 삼켜야 할지, 또 어떤 식으로 주변에 나눌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기운이 넘쳐나는 이 소설이 그리고 작가님께서 앞으로 쓰실 또 다른 책들이 더 많은 분들에게 읽히고, 더 따뜻한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바랄게요.”
메시지를 다 읽고 난 뒤에 나는 깊이 생각했습니다. 다시 떠올려보니, 내 삶에는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를 집필하기 이전과 이후 사이에 분명한 단차(段差)가 생겼습니다. 2021년 연말, 나는 여러모로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채로 위태로운 지경에 있었습니다. 나는 수십 년간 쌓인 그 울분과 한을 풀 방법으로 ‘소설 집필’이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그건 다름 아닌 나 스스로에게 한 질문이었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지닌 결핍과 상처 또한 다름 아닌 ‘나’의 상처이자 결핍이었습니다.
소설을 써 내려감으로써,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성장해 가며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 됨으로써,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책은 과분할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이미 이 책을 통해(덕분에) ‘복권 1등 당첨’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좋은 행운을 받은 셈입니다. 평생을 꿈꾸던 ‘소설가’라는 직업에 성큼 다가가 온 정신을 집필에만 매달릴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삶의 다른 어떤 순간보다도 행복했습니다.
내 책에 알 수 없는 묘한 행운이 깃들어 있다면, 그것을 되도록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한 편의 ‘힐링 소설’ 같은 이 영화 같은 일화를 읽은 모든 이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금전적 행운’으로 다가갈 수도 있고, ‘건강’이나 ‘화목’이라는 형태로 다가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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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가 시작된 교보문고 홈페이지 복권 당첨 후기 글의 대댓글 창 입니다...
(교보문고 내 책 리뷰 페이지인데, 리뷰 보다 성지순례 글이 몇 배는 더 많은 거 실화인가요....)
'이 책 읽고 거짓말처럼 복권 1등 당첨되었어요' 성지 글 링크
액수는 제가 모자이크로 가렸습니다.
이제 나에게 바람이 있다면
(저에게 신기神氣 같은 것은 정말 없습니다만...)
내가 쓴 소설책에 알 수 없는 묘한 '좋은 기운'이 깃들어 있다면,
그것을 되도록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한 편의 ‘힐링 소설’ 같은 이 일화를 읽어주신 모든 이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진심입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금전적 행운’으로 다가갈 수도 있고,
‘건강’이나 ‘화목’이라는 형태로 다가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리웹 20년 차 고인물 출신,
홍선기 드림,
그럼 저는 성지순례 갔다가 로또 사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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