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초, 철권7이 스팀으로 발매되었고 어렸을 적 오락실에서 철권을 즐겼던 추억을 되새기며 구매하였습니다.
그러나 철권3, TT1 이후엔 철권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어 이후 달라진 시스템은 커녕 기술도 잘 몰라 온라인에서 발리기만 했습니다.
본인의 실력 탓을 해야 맞겠으나, 또 자존심이 쓸데없이 강해서 10년이 다되가는 오랜 벗 엑박패드를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스틱이면 피했는데..', '아 스틱이었으면 기술 제대로 들어갔는데...'
그래서 격겜용 조이스틱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도저히 매물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커녕 중고장터에 며 칠이나 매복했는데도 올라오는 족족 팔리더군요.
조이스틱 매물이 올라오면 올라온지 10분도 안되서 매각이 되어버리니 정말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해외구매에 눈을 돌렸습니다. 이베이,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 등, 역시 해외에선 물량이 차고 넘쳤습니다.
그와중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아케이드 조이스틱과 버튼, PC용 USB 기판 등의 부품을 판매하는게 눈에 띄었습니다.
부품별로 종류가 굉장히 다양했고, 심지어 버튼류나 조이스틱은 LED 커스텀이 가능한 제품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배워둔 스케치업으로 케이스를 아크릴로 짜고 마음에 드는 부품들을 채워넣어 저만의 커스텀 조이스틱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단 조이스틱과 버튼류, USB 기판을 알리 직구로 구매하고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케이스를 설계했습니다.
위 네장은 5T(5mm), 아래 네장은 10T(10mm)로 적층식 구조입니다. 네 귀퉁이에 12mm짜리 다보로 꿰어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레이아웃은 뷰릭스 스탠다드를 따랐으며, 버튼이 들어갈 자리는 30mm로 팠고, 조이스틱은 국산브라켓과 일제브라켓, 목이 있는 것과 목이 없는 것이 모두 호환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일제 4각 스틱을 체험해보고 싶어서 일제브라켓이 달린 4각 스틱을 구매했지만 혹시 나중에 삼덕사 헬프미레버 등 국내에서 유명한 제품들로 교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이 설계했습니다.
위 설계도면을 3D파일로 추출하여 블렌더로 렌더링한 이미지입니다.
며 칠 후...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조이스틱과 기판, LED가 달린 버튼 10개(위 사진에서 추가로 흰색이 4개 더 있습니다.), USB선, 조이스틱용 5핀 전선, 버튼용 3핀 4선 전선 10개, 그리고 기판과 버튼LED 연결방법을 담은 설명서가 들어있습니다.
기판은 5핀 조이스틱과 8핀방식 전부 연결 가능하며, 버튼은 총 12개 까지 연결할 수 있고, 별도의 스위치를 달아 터보, 오토 모드 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USB 선도 동봉된 선 이외에 5핀 방식의 선도 연결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기판을 동봉된 USB 선으로 PC에 연결하면, 따로 드라이버 설치작업 없이 'Generic USB Joystick'이라는 이름으로 장치에 추가되며 제어판에서 작동확인이 가능합니다.
제가 구매한 LED용 기판의 경우 15달러, 일반 기판의 경우 8달러 선에서 구매가 가능한데, 정말 가격대비 훌륭합니다. 진짜 편해요
조이스틱은 위와 같이 4각 가이드가 장착된 일제 형식입니다. 다만 제가 구매한 제품은 문제가 있었는데...
위와 같이 대각선 입력 시, 조이스틱 끝부분이 가이드에 닿지 않을 정도로만 움직여서 마이크로스위치 2개가 동시에 눌리지가 않았습니다.
대각선 입력이 용이하다 해서 사각스틱을 구매했는데, 대각선입력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단 라디오 펜치로 스틱 아랫부분 E링을 제거하여 분해해보니...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쇠봉을 감싸는 검정색 플라스틱 부품이 조금 길게 사출되어 안에 들어있는 실리콘 부품을 압박해 조이스틱이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거친사포로 플라스틱 아랫부분을 갈아 길이를 짧게 해주었습니다.
해---결
4각 조이스틱은 처음 써봤는데요. 저도 어렸을적부터 오락실 무각스틱만 사용해 봐서 적응하는데 오래 걸릴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느낌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B 같은 장풍류 커맨드를 쓸 때 굉장히 거슬린다는 평을 내리시는데, 스틱을 꽉 쥐기보다는 손가락과 손목만을 주로 쓰는 저로서는
장풍류 커맨드도 크게 거슬리는 느낌 없이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각선 입력이 상당히 깔--끔하게 들어갑니다. 가이드를 따라 대각선이 턱턱 들어가니
대각선입력에 자신이 별로 없었던 저로서는 굉장히 성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버튼.. 버튼은 위와 같이 총 4개의 커넥터로 연결이 됩니다. 위쪽 2개는 스위치, 아래 2개는 LED 입니다. 빨강과 노랑선은 각각 스위치와 LED로 가는 +극 선이며, 검정선은 LED와 스위치의 -극으로 직렬연결되어있습니다. 근데 여기에도 문제가...
기판에 연결해 테스트를 해보니 위 사진처럼 LED가 상시 점등상태입니다. LED 기능이 없는 일반적인 기판은 버튼이 2핀으로 연결되지만, 이 제품은 3핀으로 연결되어 뭔가 다른 기능이 있는건가 했으나, 이러면 그냥 2핀짜리 일반기판에 USB에서 전류를 따로 빼서 LED와 직접 연결해주는것과 전혀 다를바가 없습니다. 제가 바랐던 것은 LED가 꺼져 있다가 버튼을 눌러 입력을 감지했을때만 켜지는 것이었습니다.
문과라서 기판을 다룰줄은 모르고...
구글링을 통해 배선만 바꿔 제가 바라던 방식으로 변경이 가능한가 찾아봤고...
결국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일단 위 사진처럼 3핀에서 LED로 가는 빨간색 선을 뽑아줍니다. 작은 드라이버로 접점부분을 누르면 쉽게 빠집니다.
그리고 검은색 선에서 직렬로 연결된 짧은 선을 잘라준 뒤,
빨간색 선에 달려있던 커넥터를 짧은 선의 잘라낸 부분에 달아줍니다.
그리고 배선을 위와 같이 바꿔줍니다. 기판+극-->LED-->스위치-->기판-극 으로 이어지는 직렬구조입니다.
위와 같이 배선을 바꿔서 누를때만 LED가 점등되도록 만들었으나, 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노란색과 빨간색 버튼이 입력이 안먹는 겁니다. 버튼을 누르면 LED만 점등되고 PC에서 입력을 먹지를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번엔 구글링 없이 쉽게 문제를 해결했는데요.
예전에 LED는 색상별로 먹는 전압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빨간색과 노란색 LED는 다른녀석들보다 전압을 더 먹어서
스위치가 입력감지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추측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쓰지않을 흰색 버튼의 LED 기판과 교체해줬습니다. 빨간색과 노란색 버튼은 플라스틱 자체가 클리어레드, 옐로우로 만들어져 있어 LED가 흰색이어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해---결
PC에서 입력도 전부 제대로 먹습니다.
누를 때 마다 LED가 점등되면 게임할 때 입력여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나중에 막상 사용해보니 그냥 이쁜거 외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부품테스트를 마친 후, 아크릴가공전문점에 위 케이스 설계도를 보내 견적을 냈는데 어마무시한 가격이 나왔습니다...
아크릴 자재&가공비용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적층식으로 설계한게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합리적 방식으로 설계를 다시 했습니다.
사면을 10T 적층식에서 3T로 벽면을 세우는 방식으로 변경하였고, 조이스틱 연결부와 기판 연결부를 한면에 일체화시켰으며, 조이스틱도 국산, 일제 브라켓 호환식에서 일제 브라켓만 적용 가능하도록 간소화했습니다.
사각스틱의 사용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당분간은 교체하지 않고 사용할 계획이라 국산브라켓호환기능은 과감히 빼버렸습니다. 다만 버튼부는 여전히 30mm로 제가 주문한 버튼의 결합부(28mm)보다 더 여유있게 뚫어놓았는데요. 위 버튼이 LED도 이쁘고 다 좋은데, 돌출부가 3mm가 넘고 스프링텐션이 강해 키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산와버튼이나 삼덕사버튼(30mm)이 호환되도록 하였습니다.
여러부분에서 간소화를 시켰으나 여전히 접착제 없이 조립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3D 모델을 추출하여 블렌더로 렌더링한 이미지입니다. 위 모델보다 간소화된 부분들이 잘 보입니다.
덕분에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재단이 가능했습니다. 이외에 12mm다보 4세트, 각종 볼트와 너트 등을 따로 주문했습니다.
며 칠 후...
택배들이 도착했습니다.
설계대로 깔끔하게 레이저재단된 아크릴부품들과
3층다보 4세트, 및 볼트 너트류 입니다.
아크릴은 보호비닐을 떼니 유리처럼 투명한게 증말 이뻤습니다. 다만 지문이나 먼지가 쉽게 붙어 관리를 잘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망의 최종조립
일단 버튼의 결합부(28mm)가 아크릴의 구멍(30mm)보다 작아서 고정을 위해 위와 같은 종이 띠지를 만들어 버튼에 돌돌 말아주었습니다.
요렇게
그리고 상판에 이쁘게 달아줍니다. 색깔배치는 10년이 다 돼가는 제 오랜 벗, 엑박패드의 레이아웃을 따랐습니다.
중간판(5T)에 외벽(3T)을 세우고
위와 같은 외벽 고정&조이스틱 높이조정용 부품(5T)들을 올린 뒤
조이스틱과 기판을 각각 M5, M3 육각볼트와 너트로 고정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각 귀퉁이에 12mm사이즈 다보기둥을 위쪽에 1cm, 아래쪽에 4cm짜리로 달아줍니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했는데 이렇게 딱딱 맞아 떨어져주니 기분이 참 황홀합니다.
사진상에서 오른쪽 벽면이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있는데, 이 부분은 상판이 결합되면 버튼의 접속부가 잡아주어 제자리에 맞춰집니다.
상판을 올려준뒤 네 귀퉁이를 다보머리로 고정해줍니다. 더불어 조이스틱의 머리도 조립해줍니다.
기판에 조이스틱과 버튼들의 전선을 연결해주고, USB선을 위쪽 벽면의 홈으로 빼줍니다.
하판을 덮고 나사로 고정해주면
완---성
투명한 아크릴바디와 클리어버튼, 빨간색 조이스틱의 조화가 참 이쁩니다. 직접 설계해서 제작한 물건이다보니 오랫동안 사용했던 엑박패드보다도 더 애정이 갑니다.
완성된 스틱의 버튼LED 작동 영상
완성 후 철권7을 다시 해봤습니다. 조이스틱을 만드는데 이렇게 노력을 쏟아부었는데 여전히 온라인매칭에서는 발리기만 하네여.
조이스틱 만드는데 쓴 열정을 콤보연습하는데 써야했나 봅니다.
직접 사용해보니 일단 처음 써본 사각스틱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앞서 말했듯이 버튼 키감이 좀 거슬리고 상판이 작아 손이 좀 불편합니다.
케이스가 너무 크면 모양새가 안이쁠 것 같아 가로 25cm, 세로 15cm의 작은 사이즈로 설계했는데, 이때문에 손바닥이 올라갈 공간이 굉장히 비좁습니다.
또 아크릴이 참 이쁘긴 한데, 손기름이 티나게 묻어나서 사용할 때마다 닦아주기가 번거롭습니다.
게임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조이스틱은 아니지만,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서 그런지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이 스틱이라면 게임에서 연패를 해도 좀 덜 짜증날 것 같습니다.
없만갤 다른 괴수분들에 비하면 별거아닌 제작기지만
긴 스크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즐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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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콤팩트한게 이쁠 꺼 같아 좀 작게 만들었는데 손 놓을 공간이 좁아서 좀 불편하긴 합니다ㅜ | 17.06.30 12: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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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ㅋㅋㅋ 대신 손때가 좀 잘묻네요ㅠㅠ | 17.06.30 12: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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