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전이었습니다.
집 주변에 길고양이 주제에 미양-미양- 하루종일 울면서 주변 빙빙 도는 새끼 고양이가 있었는데(3대째 입니다. 얘네 집안 유전인 모양입니다.), 6일전부터 소리가 움직이질 않고 한곳에서 계속 나는겁니다.
이틀간은 그냥 저기에 정착한건가... 싶었는데, 어미 고양이가 평소에 잘 머물지도 않는 담벼락에서 계속 야옹거리는겁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나가봤더니...
환풍구 안에서 소리가 나는겁니다.
(이하 발그림 당시 상황)
딱 보니 실외에 위치한 환풍구 출구를 통해서 지하로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어미는 구멍이 워낙 좁아 새끼들 상태 확인도 못하고 야옹거리는 소리만 듣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습니다.)
구조 작업이 시작 됐습니다.
우선 들어간 곳으로 나올 수 있을까 싶어서 떠오른 사안이
1)발톱을 박을 수 있는... 직물 재질을 엮어서 타고 올라올 수 있게 만들어주자
2)한번 잡고 버티기만 하면 끌어당기면 되니까 그물 안에 먹이를 위치하게 해서 이걸 붙들게 만들자
이틀간 시도했지만, 둘 다 실패 했습니다.
마실 물도 먹을 먹이도 없는 상태에서 타고 올라온다거나 붙들고 버틴다거나... 애들이 힘 자체가 다 빠진 상태더라구요.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육안으로 내부를 볼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심지어 환기구가 여러번 꺾인 형태라 물리적으로 포획이 안되는 상황.
겨우 작은 사이즈의 그릇을 긴 줄에 묶어서 먹이와 물을 공급해주는 정도가 다였습니다.
3일째, 환풍구가 들어가는 지하에 위치한 주점의 주인과 연락이 닿아(주말동안은 가게를 열질 않더군요) 6시 이후의 구조 작업의 허가를 받았으나
막상 가봤더니 가게 영업을 해야하는데, 구조 작업을 어떻게 하냐면서 일방적으로 파기 하더군요.
물론 생계를 유지하려면 가게를 열어야 하는게 맞는데... 애초에 구조 작업을 하지도 못하게 할거면서 왜 6시 이후에 구조를 해도 된다고 했는지 이해가 안됐습니다. 대판 싸웠습니다. 애들이 지금 안에서 오늘 내일 언제 죽을지만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사람 놀리는거냐고...
그거 어차피 안에서 죽으면 시체가 부패하고 가게 입장에서 상당히 곤란해질텐데...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무료로 상황 예방을 해주겠다는걸. 오히려 '내가 마음이 넓어 네가 고양이 구조 하는걸 허락 해주겠노라'하는 자세로 나오니 기가 막혔습니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간 덕분에 4일째 되는 오늘 오전에 가게 문을 열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고, 오늘 구조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을 시작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건물 내부에 위치한 환풍구의 길이가 길어서 대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감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 때 고양이 유머짤들을 눈팅하면서 익힌 상식이 떠오르더군요.
고양이 + 박스 = 합체
박스로 생명의 고양이 탑을 쌓았습니다.
맨 위쪽 박스는 속에 그물에 넣어서 혀는 닿지만 먹을 수 없는 먹이를 위치하게 하고, 최대한 덕트와 밀착시켜 아직 어려서 겁이 많은 아이들이 뛰어내림에 부담감을 덜 느끼게 해뒀습니다.
한참 기다리기만 했더니... 환풍구에서 자글자글 발톱 긁는 소리와 애가 타는지 초조한 야옹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소리가 들린지 한시간 뒤. 탑이 거세게 흔들렸습니다.
대충 한마리가 뛰어내렸다고 판단했고, 집 주변을 배회하던 고양이는 분명히 두개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한마리가 그물을 부여잡고 짜증내는 동안 한번 더 큰 움직임을 기다렸더니... 저 멀리서 바바바박 뛰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박스들이 요동쳤습니다.
그렇게 두마리째 포획 성공.
박스를 열어봤더니 둘 다 먹이 그릇에 얼굴을 박고 주변에 뭐가 접근을 해도 모른채 허겁지겁 먹이그릇을 비우더라구요.
좀 더 넣어주고 물도 넣어주고 할때는 반응도 않다가... 배가 부르니 하악질을 합니다.
하하 4일동안 먹이랑 물도 공급해준 사람한테 온 몸으로 격렬하게 하악질을 하는거 보니 건강한 것 같습니다. 길고양이 습성도 여전하구요.
동물 보호소에 넘기거나 입양을 보내지는 않을겁니다. 제가 키우는건 더더욱 안할거구요.
비록 길고양이 생활이 고달프다고는 하지만, 어디를 가든 어미와 같이 있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일단 뭘 좀 먹여서 해 떨어지면 어미가 접근할 수 있게 박스를 밖에 놔두고 살펴볼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얘네 구조 요청하려고 동물 구조 협회나 동물 구조 단체, 보호 단체 등 다방면으로 연락했는데... 하나 같이 '길고양이는 구조,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이었습니다.
오히려 업무 영역도 아닌데 언제나 수고하시는 119에 신고하라고 권장하더군요.
구조에 많은 조언 해주신 강동 소방서 소방관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
8일 추가
어제 밖에 내주기 전 찍은 사진입니다.
방금 박스 확인해보니 어미는 안보이고 둘이 스스로 빠져나와서 그 주변을 서성이고 있네요.
길고양이 답게 주변의 빠른 영역 확보와 상황을 피할 거처까지 마련해두는게 아주 대견합니다.
한마리만 있었으면 좀 걱정되고 했을텐데, 둘이 같이 다니는걸 보니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한숨 놓이네요.
사진상 앞에 보이는 녀석이 유난히 저를 싫어하던데... 이제 동네에 저만 보면 하악질하는 고양이가 한마리 생겼습니다.
제가 딱히 동물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구한것도 일단 위태로운 생명이 있으니까 무작정 구하고 본거지, 동물이라 귀엽고 불쌍해서 구하고 그런건 아닙니다.) 친해지려고 노력한다던가 하지 않은게 다행인 것 같습니다.
사람을 확실하게 경계해야 길에서 생활하는데 조금 더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테니 말이죠.
구조 후에 어떻게 됐는가- 하는 걱정을 하시는 분이 계셨다면... 그냥 길고양이 답게 잘 지낼 것 같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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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깊은 수직으로 박힌 파이프에 새끼고양이가 떨어진적이 있었는데, 구할 재간이 없자 어미고양이가 그위에서 한참 울었죠. 동물농장이 이 제보를 받고, 출동해서 구조했습니다. 문제는 방송분량이 안나온다며 몇번이나 새끼고양이를 도로 넜다 뺐다 했고, 이 과정에서 새끼고양이가 죽었습니다. 당연히 동물농장은 시체버리고 튀었습니다. 당연히 방송도 안나가고. 남은건 망연자실한 어미고양이랑, 동네 주민들의 충격이였습니다. 동네주민들이 시위도하고 그랬는데 묻혔죠. 반려동물 웹툰그리는 와이프가 동보협(동물보호협회)에서 듣게된 얘기였습니다. 동물농장은 그얘기듣고 안봅니다. 쓰레기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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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박스 만능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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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동물 단체들 위선보다 당신같은 사람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단체들 좀 안타깝네요. 몰랐다면 저런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다지만, 요청이 왔는데, 나 몰라라식으로 대답하다니요. 수습 능력이 되고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방관 한 것과 동물 학대는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119에 신고하라니, 정말 우리나라는 소방관분들께 대우도 안해주면서, 툭하면 잔일거리 소방관분들께 떠넘기는거 너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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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은 추천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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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의 위선이라... 국고를 받아서 운영되는 동물단체는 대부분 야생동물구조 전문이며 우리가 TV에서 보는 개-고양이 구조에 나서는 단체는 재정의 대부분을 자원봉사+회원들의 기금으로 운영됩니다. 당연히 전국 관리하는 조직도 없으며, 의무 또한 없습니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상위 몇개 빼고는 매번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 먹이는 사료걱정하면서 운영되는 실정이며 보호소 역시 대부분 포화상태입니다. 국가도 나몰라라 하는 상황에 출동과 구조 비용을 걱정 하지 않으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동물단체 그런 곳 있으면 꼭 좀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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