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남긴 글입니다.
'키미노... 나마에와!' - <너의 이름은> 중
가끔씩 아내가 나를 놀릴 때면 일본어 특유의 간드러진 말투와 드라마틱한 제스처를 취하며 이렇게 말한다. 정말 잘 따라 하는 모습이 조금은 귀엽고 무엇보다 얄밉지만, 나의 오타쿠적 기질에 정 떨어지지 않고 지브리 작품들이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나 <날씨의 아이> 정도의 애니메이션은 같이 봐주기까지 하는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그는 내가 <아리아>나 <태양의 집> 같은 '일상물'을 무슨 재미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하나, 나는 그와 나, 보리, 구름이가 이미 그런 심심하고 평화로운 '일상물'을 찍고 있다고, 그리고 그런 부분이 우리의 삶을 즐겁게 한다고 생각한다.
<너의 이름은>의 플롯의 중심이 되는 혜성은 너무나 커다랗고 밝아 맨눈으로도 꼬리의 색깔까지 화려하게 보이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 아름다운 혜성은 예상치 못하게 분열하고, 지표면에 떨어지는 파편과 그 운명에 대응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늘 그렇듯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멋진 천체 현상을 보다 죽는다면 그건 꽤 괜찮은 죽음일 것이라고.
아주 열심히, 꾸준하게 관측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별을 보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아내는 넉넉잡아 20년이 되어간다. 이렇게나 다르게 살아온 인간 둘이 별을 본다는 인연으로 엮여 여기까지 왔다니, 아직도 종종 신기하다. 살아온 환경이 비슷해도 의외로 삶이 안 맞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취미가 전혀 안 맞아도 가치관이 비슷해서 잘 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꽤나 긴 부분을 같이 하기로 한 합의를 잘 이어나가는 데엔 분명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고속버스를 타고, 시외버스를 타고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가 별 보는 선생님의 순전한 호의로 그분의 관측소에서 별을 보았다. 성인이 되고, 캘리포니아에 자리 잡고 나서는 차도, 망원경도 생기고, 캠핑도 하게 되면서 어두운 장소를 찾아다니며 신나게 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추위나 더위를 많이 타는 우리에게 캠핑할 장소의 기온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계절에 따라 별을 볼 수 있는 곳을 정할 수 있을 만큼 이 지역엔 어두운 하늘이 많았다.
데스 벨리 (Death Valley)는 올해 이미 52도의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정말 죽을 것 같은 더위일 것이다. 반면 한여름이 그렇게 뜨거운 만큼 겨울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따뜻한 편이어서 우리에게 데스 벨리는 겨울 캠핑 스폿이다. 광활하게 펼쳐진 계곡 지형과 모래 언덕들은 그 더위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장엄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데스 벨리에는 해수면에 아주 가깝거나 그보다도 낮은 해발 고도에 자리 잡고 있는 캠프그라운드들이 몇 있다. 그만큼 대기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한편으론 커다란 사막의 계곡 바닥, 높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지형 덕에 도시의 불빛이 잘 차단되기도 한다. 산란되는 빛은 사실 별들을 더 반짝이게 하고, 그 모습은 참 아름답다. 별이 흐르는 동안 아내는 따뜻한 불 앞에 앉아 한참 책을 읽었다.
여름 밤하늘의 은하수가 정말 화려하고 에너지가 넘친다면 겨울밤 은하수는 조금 더 차분하고 잔잔하게 흐른다. 그 주위로 푸르고 쨍한 1등성이 흩뿌려져 있고, 플라이아데스 성단이나 오리온 대성운 같은 커다란 딥 스카이 (Deep sky) 천체들이 늘 나를 설레게 한다. 망원경을 처음 사고 서울 변두리, 집 앞 학교 운동장에서 어렵게, 어렵게 희미한 플레이아데스와 오리온성운을 보았을 때 어찌나 신이 났었는지. 도시의 불빛은 인간에게 해가 지고 나서의 시간을 벌어다 주었지만, 그 대가로 밤하늘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위안과 경외를 가져갔다.
어두운 하늘과 좋은 망원경의 힘으로 행성, 성운, 은하 등등 아마추어 별지기로서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보았다. 성운용 필터를 장착해서 아주 운이 좋게 베일 성운을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는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혜성과는 늘 인연이 없어서 그간 한 번도 볼 일이 없었고, 사실 보려는 노력도 크게 한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혜성은 성운이나 은하처럼 인간의 시간으론 영원히 늘 저 우주에 떠 있어서 하늘이 좋을 때 열심히 찾아보려고 한다고 볼 수 있는 녀석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우주 망원경을 쏘아 올려 몇억 년 전의 은하의 빛들을 받아들이고, 별의별 행성들과 별들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블랙홀의 실체를 입증하고,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된 놀라운 세상이지만, 여전히 혜성이란 녀석들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몇 십 년, 몇 백 년 단위의 짧은 주기를 가진 혜성들은 드물고, 많은 녀석들은 몇 천 년, 몇 만 년의 주기로 태양을 돈다고 알려져 있다. 혜성의 궤도는 너무나 비대칭적인 타원을 그릴 때도 있어서, 과연 이것이 진짜 태양 주변을 도는 것인지, 왜 이런 식으로 온 우주를 누비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태양에 가까이 온다고 꼭 밝아지는 것만도 아니고, 그 얼음 먼지 덩어리가 어찌 잘 녹아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밝은 혜성이 찾아오면 언론은 신나게 앞으로 삼만 년은 보지 못할 정도의 밝은 혜성이라고 떠들지만, 인간이 헤아릴 수 있는 몇 년 후에 제법 밝은 혜성이 난데없이 나타나곤 한다. 완전 제멋대로인 혜성은 우주적 시점의 고양이인 것이다.
고양이라는 족속은 내가 노력한다고 나한테 오지 않는다. 제가 필요한 것이 있건, 기분이 좋건, 그들이 내키셔야만 가끔씩 내 배에 올라와 그릉그릉 거리며 꾹꾹이를 한다. 2018년 12월, 데스 벨리를 찾은 것은 그냥 캠핑을 간 것이었고, 지인과 동행했기에 차에 망원경을 싣지도 않았다. 그냥 맨눈으로 밤하늘이나 보고, 맛있는 것이나 먹고, 쉬고, 놀기로 했다.
그즈음 마침 제법 밝은 혜성이 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여전히 대단한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하늘이 좋으니 카메라로 천정에 대고 몇 번 찍어 보았는데 웬걸, 운이 좋게도, 심심하게도 카메라 뒷면 LCD 패널 안에서 깊은 청록색으로 빛나는 천체가 찍혀 있었다. 카메라의 CCD를 통해서나마 처음으로 보게 된, 유난히 색이 짙다던, 혜성(46P/Wirtanen)을 보게 된 순간이었다. 정말로 드물게 아주 짧은 주기를 가지고 5년마다 돌아오는 이 혜성이 관측된 역사상 이번이 3등급 정도로 가장 밝았다고 한다. 이 전에 찾아왔을 때엔 14등급 정도였다고 하니, 그저 운이 좋았다. 이 다음엔 이 고양이 같은 녀석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게 될지 궁금하다.
한 달 전쯤부터 혜성 C/2020 F3 (Neowise)에 대한 뉴스들이 간간히 보이더니 7월 초쯤 되니 천체 사진 그룹 The World At Night (TWAN) 소셜 미디어에 입이 떡 벌어지는 사진들이 나날이 올라왔다. 햇빛에 가장 가까웠을 때엔 거의 0등급이라 어두운 장소에서는 맨눈으로 꼬리까지 선명하게 보인다고 하였다. 당장이라도 망원경을 챙겨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으나 왜 하필이면 이럴 때 데드라인은 코앞이고, 해야 할 일은 이리도 많은지. 그것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평소 여름마다 열심히 별을 보고 캠핑을 하는 장소들은 COVID-19의 여파로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래서 매일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사진만 보면서 침을 흘리기도 하고, 눈으로 보지는 못할지언정 직접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버려 방어기제로 그 사진들을 일부러 보지 않기도 했다.
Neowise 혜성은 아주 이른 새벽, 해뜨기 직전에 동쪽에서 떠올라 새벽 다섯 시쯤에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밝다고 하니 멀리는 못 가도, 맨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혹시나 사진으로는 찍을 수 있지 않을까 며칠을 생각을 했으나 아침에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쁜 시기인 만큼, 규칙적인 스케줄을 유지하며 계속 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음 한 켠으론 '내일 새벽엔, 내일 새벽엔...' 하는 생각이 들며 내가 하려는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혜성을 찍어보러 가는 일은 실행되지도, 포기되어지지도 않고 하루하루 미루어져 가기만 했다.
그러다 혜성이 슬슬 태양에서 멀어져 가며 어두워지기 시작하였고, 이때가 아니면 정말 언제 다시 이렇게 밝은 혜성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은 이번에도 몇 천년 동안 다시 볼 수 없다고 기사를 쏟아내었으나, 이 혜성도 사실 올해 3월에 발견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또 어떤 이상하고 멋진 고양이 녀석이 지구를 찾아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지금 내가 볼 수 있는 고양이를 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그냥 없겠거니 포기를 하는 것은 아주 찜찜한 일이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면, 모르는 상태에 안주하느니 관측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결국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아내를 깨웠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서 동네 언덕을 올랐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시간에 산책을 하거나 러닝을 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서 여태 이 혜성을 촬영할 시도를 미루었던 것이 조금 민망했다. 그 새벽은 유난히 안개와 스모그가 짙었다. 혜성이 떠 있을 낮은 고도의 하늘은 희뿌옇기만 했고, 그 위치를 알려줄 주변 별자리마저도 흐렸다. 습한 새벽 공기는 축축하고 무거웠다. 다리에는 모기들이 얼쩡거렸다. 적당히 있을만한 북동쪽 하늘을 여러 번 찍어 보았지만 소득이 없었다. 새벽 추위와 졸음에 젖어있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금세 삼각대를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낯선 시간과 장소에 다녀온 뒤 우리가 다시 몸을 묻은 침대는 그렇게 포근하고 편안할 수가 없었다. 혜성이 보이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혜성을 보기 위해 움직였던 나 자신에게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았다.
그 날 아침, 부족한 잠에 반쯤 졸며 미팅을 마치고 나서 혹시나 싶어 새벽에 찍었던 사진을 보았다. 대부분은 너무 뿌옇거나 초점이 맞지 않거나 흔들려 있었다. 뒤에서부터 한 장, 한 장 지우다 첫 사진까지 지우려던 찰나, 잘 보니 '어?!' 하는 순간이 왔다. 그 밝고 뿌연 LA 다운타운 위로 혜성, 밝은 핵과 그 뒤로 흩뿌려진 꼬리가 보이는 것이었다. 잠이 화들짝 깼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있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며칠이 지나자 태양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혜성은 이른 새벽뿐만이 아니라 해 질 녘, 북서쪽으로 관측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 커다란 대륙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우리에게 태평양 위로 떠 있는 혜성은 다운타운 위로 떠 있는 것보다는 좀 더 잘 보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니 나가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조금 덜 고민을 하고, 저녁을 먹자마자 바다로 떠났다.
가장 가까운 바다까지 자전거로 30분 거리에 산다는 것은 정말 좋을 것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이 곳에 한 4년 살면서 베니스 해변을 찾은 것은 손에 꼽힌다. 커다란 바다를 보는 것은 깊은 숲을 보는 것처럼, 찬란한 하늘을 보는 것처럼 위안이 되지만, 베니스라는 동네는 나를 종종 불안하게 만들곤 한다. 이 지역 많은 바닷가 동네가 그렇듯, 베니스도 부촌이다. 비싼 집들이 모여 있고, 이 중 꽤 많은 부분들은 부자들의 여름 별장으로만 쓰이기도 한다. 아주 세련된, 매스미디어에서나 볼 것 같이 잘생기고 예쁜 이들이 멋진 차를 타고, 멋진 옷을 입고 거리를 다닌다. 한편 돈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엔 돈이 필요한 사람이 모이는 법, 유난히 홈리스들도 많고, 마리화나 냄새가 가득한 골목들 사이로 구걸을 하거나 물건을 팔려는 이들이 넘쳐난다.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다가도 베니스에만 가면 나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있을 수 없는 것 같은 소외감이 든다. 바다를 보는 것은 좋지만, 그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 동네를 지나가는 과정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COVID-19 사태가 일어나고 나선 더 꺼려지는 장소가 되었다. Stay-at-home 행정명령에 대해 바다를 이용할 권리가 우선이라는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고, 날씨가 좋으면 여전히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몰렸다. 농구나 웨이트, 체조 등 여러 운동 시설에서 마스크는 볼 수 없었다.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스케이트보드 파크에 스케이터들이 몰리자 LA 시는 스케이트 파이프를 모래로 채우기까지 했다. 며칠 동안 사람들은 밤마다 그 모래들을 퍼 내었고, 스케이터들은 다시 보드를 탔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병원비가 큰 문제가 아닌 이들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이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 날 저녁, 베니스 바다는 마치 COVID-19이 없는 세상 같았다. 마스크를 쓴 이들도 간간히 있었지만, 정말로 당당하게 마스크 없이, 삼삼오오가 아닌 십일십일십삼십삼 모여 웃고, 떠들고, 술을 먹는 이들이 천지였다. 불금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 사이를 걷고 있으려니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조금 겁이 나서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굳이 이렇게까지 혜성을 보아야 하는가 후회가 들었다. 바닷바람은 거세게도 불어서 몸이 차가워지는 것조차도 걱정이 되었다. 나와 아내는 빠른 걸음으로 그 군중을 피해 모래사장으로 들어섰다. 한 블럭 사이의 난리통이 무색하게도 갑자기 한적하고 조용해졌다. 파도의 소리가 들려왔고, 시원하고 까끌까끌한 모래의 감촉이 느껴졌다. 하늘을 멋진 색으로 물들이며 해가 지고 있었다. 저 멀리 북서쪽으로 말리부 지역의 불빛들이 조용하게 빛났다. 어둠 아래로 하얗게 파도들이 부서져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북서쪽 하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적당히 방향을 잡아 몇 장 사진을 찍어보니 며칠 전 새벽에 찍었을 때보다 훨씬 쉽고 선명하게 혜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게 뭐 대단하다고, 해변까지 들어오면서 느꼈던 짜증, 불안이 설렘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어둑어둑한 바다 위로 유유히 떠가는 요트의 그림자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하늘이 어두워질수록 혜성은 더 선명한 상으로 남았다. 혹시나 눈으로도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쌍안경을 꺼냈다. 카메라로 주변 풍경과 비교해 하늘 어디쯤 있을지 어림짐작을 하여 쌍안경을 그쪽으로 돌렸다. 주변을 조금 훑다 보니 동그란 쌍안경의 시야 안에 우주 고양이가 들어왔다. 밝은 핵과 그 뒤로 뻗은 긴 꼬리가 내 각막에 기록되었다. '와!' 하고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바람이 세차게 부는 모래사장 위에 앉아 보일랑 말랑 보이는 혜성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우리가 처음 별을 보던 때의 생각이 많이 났다. 그리 어둡지 않은, 투명하지 않은 하늘 아래에서도 기어코 무언가를 찾겠다고 추위에 떨면서도 망원경을 밤새 들여다보고, 찾더라도 아주 희뿌연 먼지 같은 것을 보면서 신나 하고, 못 찾으면 아쉬워하며 우리는 별을 보았다. '우리가 그런 사람이었지, 그렇게 만났지, '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을 걷던 사람들은 우리가 뭘 하는지 한 번씩 쳐다보곤 갔다. 뒤로는 여전히 왁자지껄한 불금의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이 순간, 그와 나 둘 뿐인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별에 관심이 없고, 또 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그러다 어쩌다 나는 나보다도 별을 훨씬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아내라는 사람을 만났다. 세상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서 정말 다행이다.
점점 더 어두워져 가는 하늘에 이제는 혜성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모습인지 알고 나니 눈을 옆으로 살짝 돌려 주변부로 그 방향을 쳐다보고 있으려면 그냥 맨눈으로도 뿌연 혜성의 흔적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봐도 신기했다. 바람이 차가워짐에 조만간 일어나야겠다는 것을 알았다. 또 언제 이 녀석을 볼 수 있을까? 또 언제 아주 밝고 멋진 혜성을 볼 수 있을까? 그 유명한 헬리 혜성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는 건강히 잘 살아남아야겠다.
돌아오는 길, 여전히 세상은 시끄러웠다. 멋진 옷을 차려 입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삐까뻔쩍한 벤틀리 컨버터블 안에서 마리화나를 피는 사람들 사이로 우리는 우리만의 멋진 경험을 안고서 걸었다. 편안한 옷 위로 패딩을 걸친, 차가운 바닷바람에 잔머리가 여기저기 북실북실하게 흩날린 아내가 왠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COVID-19이 없는 것 같은 세상을 보고 있으려니 이 정도로 무책임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더라도, 너무나 큰 걱정과 스트레스에 사로잡혀있을 필요 또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오늘 불금이다!'
아내가 외쳤다. 집에 돌아가서 감자를 튀길 것이니 맥주를 먹자고 선언하였다. 돌아와서 그 새 머리카락과 피부에 눌러 앉은 바닷바람의 소금기를 씻어내는 동안 아내는 감자를 썰었다. 아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나는 맥주를 냉동실에 넣어 놓고, 살얼음이 낄 듯 말 듯 차갑게 해 두었다. 바삭바삭, 따끈따끈, 포슬포슬하게 튀겨진 감자를, 예전에 사다 놓은 트러플 소금이 첨가된 트레이더조 케첩에 찍어 먹었다. 세상에, 너무 맛있다. 거기에 시리게 차가운 맥주를 한 모금 크게 삼키니 우리 집만의 소소한 불금의 시간이 펼쳐졌다.
베니스에 대해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고 해도, 언제나 이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만약에 여기를 떠나게 된다면 이 풍경이 몹시나 그리울 것이다. 특히나 아내와 같이 앞으로 '8000년은 볼 수 없다'는 이 밝은 혜성의 뿌연 흔적 정도는 맨 눈으로 좇을 수 있었던 이 날 저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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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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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쉬보드에 발 올리신 저자리가 딱 조수석 에어백 터지는 자리입니다. 에어백 오작동이라도 한다면 걷기 힘들게 되실수도 있어요. (밑에 링크는 에어백 파괴력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oOkKtUZkiEI 괜히 자동차 메이커 마다 설명서 앞면에 생명을 잃을수도 있는 위험한 금지 행위에 조수석 대쉬보드에 발올린 그림을 그려놓는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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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혜성이 잘어울려지게 멋지게담으셨습니다. 제 버킷리스트중하나가 혜성꼬리를 맨눈으로보는건데 96 햐쿠타케나 97혜일밥은 어릴때라 놓쳤고.. 07년 맥너트는 남반구라놓쳤는데 이번 네오와이즈덕에 버킷리스트하나를 채웠네요. LA에서봤을때에는 핵이 희미하게보여서 세시간운전하고갔더니 선명한 꼬리가보이더라고요. LA코로나가 지금상황이심각해서 걱정이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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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혜성이 잘어울려지게 멋지게담으셨습니다. 제 버킷리스트중하나가 혜성꼬리를 맨눈으로보는건데 96 햐쿠타케나 97혜일밥은 어릴때라 놓쳤고.. 07년 맥너트는 남반구라놓쳤는데 이번 네오와이즈덕에 버킷리스트하나를 채웠네요. LA에서봤을때에는 핵이 희미하게보여서 세시간운전하고갔더니 선명한 꼬리가보이더라고요. LA코로나가 지금상황이심각해서 걱정이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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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딱 비슷한 상황이라 이번에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밑에 올리신 혜성과 성운 사진 보니 어마어마하더군요. 점점 촬영 장비나 능력이 좋아지는 것이 정말 멋집니다! | 20.08.05 03: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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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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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귀여워요! | 20.08.04 14: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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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제게도 딱 이 이미지라 오래간만에 유튜브에서 찾아 들었습니다. | 20.08.05 03: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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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에 대해서 인지하곤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도로에서 몇 시간씩을 달리게 되니 아무래도 편한 자세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 20.08.05 03: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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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제게 캠핑은 이제 삶의 큰 일부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꼭 시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20.08.05 03: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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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쉬보드에 발 올리신 저자리가 딱 조수석 에어백 터지는 자리입니다. 에어백 오작동이라도 한다면 걷기 힘들게 되실수도 있어요. (밑에 링크는 에어백 파괴력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oOkKtUZkiEI 괜히 자동차 메이커 마다 설명서 앞면에 생명을 잃을수도 있는 위험한 금지 행위에 조수석 대쉬보드에 발올린 그림을 그려놓는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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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정보와 걱정 고맙습니다. | 20.08.05 09: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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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유용한정보 ㄳ 합니다 | 20.08.05 09: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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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잘 읽어주시고 따뜻한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게 위안이 되는 것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20.08.06 04: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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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치면 플라이아데스가 정말 영롱하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저도 10인치 반사 돕소니안으로 별을 보기 시작했는데 성운과 성단을 보면서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요. | 20.08.06 04:4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