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갤에 글을 써보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물건 사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데, 금요일에 시킨 제타 건담이
토요일이 되어서도 출발하지 않았길래 참다 못해 일요일에 건베 가서 사왔습니다.
다른 키트면 보통 이 정도까지 귀찮은 짓을 안하지만, 이건 제타 잖아요?
다 만들어놓고 사진 대충 찍은 담에 평소처럼 세워놨다가 생각보다 사진 올리신 분이 없길래 올려봅니다.
사진들은 원본 크기가 들쭉날쭉이라 일단 전부 가로 640으로 표기되게 해놨습니다.
누르면 커질겁니다 아마도.
몸통 부분입니다.
보통 미술에서 토르소라고 하던가 그렇죠.
조립 설명서는 몸통, 머리 ,팔, 다리, 골반 이런 순서로 진행 되는 게 보통입니다만,
저는 몸통만 먼저 만들어서 세워놓고 사진 찍어가며 보는게 좋더라구요.
디자인 컨셉도 더 잘 보이고, 전체적인 양감이나 비례도 잘 보이고 말이죠.
시원 시원하게 뽑혀 나온 것이 좋긴 한데, 아쉬운게 없진 않아요.
콕피트 윗쪽 파란 부분이 앞뒤로 조금만 더 컸다면 더 나았겠다 싶습니다.
정자세 사진은 많이들 보셨을테니 생략하고 바로 액션포즈.
허리를 앞으로 굽힐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포즈에 도움이 꽤나 되는 느낌입니다.
근데 이 허리의 폴리캡 볼관절이 생각보다 잘 빠집니다.
그래도 이렇게 역동적인 자세가 나오는 1/144 제타 프라모델은 처음이긴 하죠.
빔샤벨 액션샷인데, 디오가 없어서 그런가 좀 아쉽네요.
어깨 축이 위로 올라가는 제타는 사실상 이 녀석이 처음이었죠?
칼질 자세 잡기가 아무래도 편합니다.
박스아트에서도 빔샤벨을 휘두르는 모습이었는데 이런 자세가 가능한 제타가 사실상 처음이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싶어요.
구판 HGUC 제타는 팔이 완전 접힘이 아니다보니 하이퍼 메가 런쳐를 손에 쥐기 곤란했죠.
당연히 이쪽이 그나마 자연스럽게 쥘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런처를 박력있게 잘 뽑아낸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몸통에 직접 닿게 되는 개머리판 부분은 지금보다 좀 작았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개머리판이 하도 크다보니 옆구리에 딱 붙이기도 힘들고 손으로 쥘 때도 각이 잘 안나옵니다.
하이퍼 메가 런쳐를 바주카처럼 어깨에 걸치듯이 자세를 잡으면 되지 않냐 싶으실 수도 있어요.
실제로 메뉴얼상의 액션 포즈에서도 바주카처럼 어깨 위에 걸치는 형태로 쏘는 모습이죠.
그런데 이런 캐논류의 무기는 옆구리에 딱 붙여서 쏘는 것이 아무래도 모양이 자연스럽고 나은 것 같습니다.
건담 같은 인형병기라면 사람이 전투 중일 때의 모습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두어야 보기에 그럴싸할텐데,
바주카는 애초에 반동이 없으니 그렇다 쳐도 메가 런쳐 같은 대구경 포를 어깨 위에 얹어 놓고 쏜다는 건
반동 억제 측면에서 이상하게 느껴지더군요.
제이데커의 맥스 캐논 모드라든가, 다간의 GX 버스터가 옆구리 마운트에 가까운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쁘긴 이쁩니다.
그리고 팔의 실드는 생각보다 좀 많이 걸리적거리네요.
실드의 두께가 조금 얇았더라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웨이브 라이더 모드일 때 몸통 안쪽에 팔이 들어가는 걸
어설프게나마 재현해 놓다 보니 웨이브 라이더가 전체적으로 두꺼워졌고,
거기 맞춰서 변형 후의 기수 역할을 하는 실드도 좀 두껍게 뽑아냈나 봅니다.
실제로 변형을 해보면 구판 제타의 웨이브 라이더 모드에 비해서 많이 두껍죠.
저는 이 적당히 두꺼운 웨이브 라이더 쪽이 더 마음에 드는데 애니메이션처럼 얇은 웨이브 라이더를 원하신다면
구판 쪽이 더 낫다고 느끼실 겁니다.
웨이브라이더 모드의 뻔한 사진입니다.
뭐 움직일 부분이 없으니 누가 어떻게 찍든 예쁘게 잘 나올거여요.
말이 많았던 날개의 스티커 품질은 괜찮은 편이긴 한데 곡면이다보니 생각보다 잘 떨어집니다.
중간에 검은 부분이 가려지도록 깔끔하게 붙이려면 앞뒤 분할로 나누어져 있는 파츠를 다 붙이신 다음에
스티커를 붙이셔야 합니다.
저는 메뉴얼 무시하고 멋대로 조립하다가 스티커를 조심스레 떼어내고 다시 붙이는 삽질을 했습니다.
피할 수 없는 구판과의 비교.
아까 이야기 한 실드의 두께 차이가 좀 보이죠?
팔다리의 길이는 별 차이가 없는데 구판 HGUC도 비례상으로는 별 문제 없었던 괜찮은 제품인게 저런 곳에서 티가 납니다.
색분할 상 크게 욕을 먹었던 날개는 뭐 그렇다 치는데 어깨의 노란 스티커,
특히 장갑 모서리의 버니어 스티커는 수시로 말려 올라가는데 먼지 붙어서 굳어버리기 전에 투명 매니큐어라도 사다 발라야 하나 하고 있네요.
가격이 한 2000엔이나 2200엔쯤 되어도 좋으니 날개나 저런 부분까지 그냥 칼같이 분할해서 나왔다면 MG를 뛰어넘는 희대의 걸작 HG가
되었을텐데,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진 반다이의 의도적 태업이 보여서 좀 슬펐습니다.
RG도 있고 라이트닝 제타도 있어서 같이 꺼내놓고 비교를 해볼까 하다가 RG는 제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프라였고,
라이트닝 제타는 이게 아무리 봐도 제타라고 하기는 좀 뭐하다 싶어서 그냥 접었네요.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장점이 많은 키트입니다.
두 개 사란 소리는 못하겠지만, 건프라 하는 사람이 반드시 하나는 가져봄직 하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입니다.
여유가 있으시다면 구판과 같이 사서 비교해가며 만들어 보시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생각보다 재밌으실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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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합선이 없는 건 당연히 멋진데, 전체적인 비례는 저는 좀 모르겠습니다. 최초 설정화가 떴을 땐 홍콩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나와보니 제주도 즈음에서 회항을 한 느낌이여요. 설정화에 비해 실 키트는 전체적으로 1.05배 정도 좌우로 넓어진 느낌입니다. 요즘 스타일이랑 원작 스타일 중에서 적당히 타협을 본게 아닐까 합니다. | 17.04.25 16: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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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포즈 잡는게 가능한거랑, 포즈 잡기 편한 건 별개인데, 이번 제타가 포즈 잡기 편한 물건은 아니라서 좀 슬픕니다. 그래도 예전엔 포즈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으니 감지덕지 하고 있습니다.. | 17.04.25 16: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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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더 할 수 있었는데 왜 안했을까, 국지형 건담 2000엔에 내놓고 제타를 안비싸게 내려고 1800엔에 냈다는 건 설득력이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을 자꾸 합니다. | 17.04.25 16: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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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도 귀찮아서 겨우 합니다. 도색은 먼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흙.... | 17.04.25 16: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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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구판 특유의 그 번들거리는 색감만 어떻게 해준다면 괜찮을겁니다. 마감재를 뿌리면 좀 나아질지도요. | 17.04.25 16: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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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타 계열 건담들의 특징 같습니다. 후지타 카즈미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 17.04.28 04: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