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다카하시의 책 “오프닝 더 엑스박스”에서 공개된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1.98년, 99년 마소가 내부적으로 엑스박스의 플랜을 한창 다듬어가고 있을 즈음, 인텔 역시 독자적인 게임기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소니의 PS2가 장기적으로 인텔의 가정용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정세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팻 젤싱어가 주도했던 이 계획은 인텔의 칩 제조능력을 앞세운 것으로, 당시 일부 게임 개발자들에게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EA의 경우에는 인텔과 공동으로 이 게임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텔은 마소와 달리 고정투자(장치, 설비)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고, 따라서 사실상의 현금 여력이 마소만큼 크지는 않은 셈이었죠. 결국은 계획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계획대로라면 이 인텔발 게임기에는 리눅스가 탑재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2.엑스박스팀의 원래 계획은 출시를 2000년 가을에 맞춰 처음부터 PS2를 따라잡는 것이었습니다. 스펙은 AMD 600Mhz, 지포스2, 3-4기가의 하드 디스크. 하지만, 빌 게이츠가 이러한 전략을 퇴자 놓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이 정도로는 PS2와 확실한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PS2의 1년간 전세계 보급대수는 천만대 정도로 예상하고 1년 출시를 늦추었다고 합니다.(실제로는 2천만대가 보급되었지요) 물론, 스펙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었구요.
이미 몇몇 루머로 알려진 것처럼, 마소는 인수를 통해서 콘솔 게임의 개발능력을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물망에 오른 회사들은 닌텐도, 세가, EA, 스퀘어였죠. 각각에 대해서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3-1. 닌텐도의 경우. 이미 알려진 것과 같습니다. 엑박 부문 총 책임자인 톰슨 부사장과 닌텐도에서 마케팅 담당으로 일했던 경력의 코이너가 아라카와 미노루 사장에게 처음으로 제의했다고 합니다. 아라카와는 처음에 농담으로 생각했고 본사에 문의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닌텐도의 주가총액은 250억불로, 의향만 있다만 마소가 감당할 수 있는 액수였죠. 결국, 톰슨 부사장이 일본 닌텐도를 방문하였고, 닌텐도 간부진의 일부가 상당히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마소가 요구한 것은 게임큐브를 포기하고 엑스박스의 개발진으로 닌텐도의 인력을 흡수하는 것. 하지만, 알려진 대로 야마우치 회장이 한마디로 거절했죠. 당시 부사장이었던 피터 메인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의 목표와 그들의 목표가 같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우리가 보기에, 소니와 마소는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200억불의 게임시장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본다. 디지털 세상이 수렴되고 시장들을 결합될 것이라는 것은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여타 (디지털) 미디어들과 우리의 영역이 공유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직 게임 컨텐츠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입장이라고 믿는다.”
3-2. 세가의 경우. 마소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이유는 두 가지 정도입니다. 첫째, 협상이 진행될 1999년만 해도 세가의 오가와 회장은 하드웨어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세가는 마소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는 군요. 첫째, 엑스박스가 차세대 드림캐스트2와 호환되게 할 것. 둘째, 엑스박스에서 드림캐스트의 게임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 물론, 마소로서는 엑스박스를 들러리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 둘째, 양사 크리에이터들의 자존심이었습니다. 나카 유지씨의 경우에는 드림캐스트가 아니면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마소 게임분야의 책임자인 에드 프라이즈 역시 700명이 넘는 마소의 크리에이터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냐는 입장이었다고.
결국, 몇 차례에 대화가 오고 가다가 2000년 즈음 협상은 완전히 결렬되었습니다. 마소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금액은 30억불(주가총액 20억불에 10억불을 더한 금액입니다). 한가지 덧붙이면, 드림캐스트에 탑재된 윈도우 CE 드래곤 버전은 실제로 게임 개발에 활용되지는 못했다는 군요. 세가는 물론 대부분의 서드파티 개발사들은 세가가 제공한 드림캐스트 개발툴을 활용했다고. 이 점은 웹TV팀과 엑스박스팀의 내부 대결에서 원도우CE를 OS로 밀었던 웹TV팀이 패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3-3. EA의 경우. 당시 EA의 주가총액은 50억불에서 70억불 정도로 충분히 마소의 능력 안이었죠. 하지만, 운도 떼지 못한 큰 이유는 EA 수입의 상당부분이 PS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만일 마소가 EA를 인수하게 되면, EA는 알짜배기 핵심영역을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죠. EA측에서는 인수 제의에 대해서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3-4. 스퀘어의 경우. 마소의 CEO 스티브 발머가 1999년 가을 일본 스퀘어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웃돈을 주고라도 인수할 의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스퀘어가 요구한 터문없는 가격. 당시 스퀘어의 주가총액은 25억불 선. 스퀘어 경영진은 25억불 이상의 금액에 지분 40%를 넘기겠다고 했고, 황당해진 마소는 이를 거절했죠. 영화 실패 이후 소니에게 19%의 지분을 1억 2천 4백만불에 넘긴 것을 생각해보시길.(물론, 이때 넘긴 가격이 도매금이긴 했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