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산업의 현재 PART 2. 병들어 버린 소프트웨어 시장
시작하며...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SCEK, 대표 윤여을)는 비디오게임기 PlayStation®2(이하 PS2)가 2004년 10월 중에 국내 보급 대수 100만대를 넘어 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PlayStation®2 100만대 보급은 SCEK가 지난 2002년 2월부터 PlayStation®2 비즈니스를 개시한 이래 약 2년 8개월(약 32개월)만입니다. PS2 100만대 보급은 비디오게임에 대한 내수 시장을 확보하고, PC온라인 게임 개발이 주류인 국내 게임 개발사에게 비디오게임에도 새로운 개발동기를 부여하여 국내 게임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략) |
최근 루리웹 메인 기사란에 번번이 얼굴을 내비치고 있는 "PS2 100만대 달성" 기념 기사 중 일부입니다. 일부 과장이 섞인 홍보성의 기사에 지나지 않지만, 단순히 간과할 수는 없는 내용입니다. 저 수치는 일본 내수품과 재고 등을 통합산한 \'잠정\'적인 수치에 지나지 않지만, 추정된 숫자만으로 이미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 중 -내수시장을 확보했다- 라는 말이 지니는 큰 의미는 단순히 웃어 넘길 만한 것은 아닙니다. 게임산업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의 보급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는 것이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제 1 선결 과제인 셈이니까요. 하드웨어가 있어야 소프트를 판매할 수 있으며, 소프트를 팔아야 기업은 이익을 취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취한 이익이 게임산업의 경제흐름을 이어 나가 활성화시키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의 상호 양립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SCEK 측의 발표대로라면 경제불황에 휩싸인 한국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장밋빛 미래가 비치는 것 같습니다. 속속 국내 제작사들이 제작한 소프트웨어들이 호평을 받으며 해외에도 발매되고 있고, 신형 기기도 발매되어 하드웨어 시장의 활기를 불어 넣어줄 것이고, 기기 100만대(추산)시대를 맞이하야, 소프트웨어 내수시장의 회복도 기대해볼 수 있는 중대한 기점을 넘어선 셈이다...라고 SCEK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 상황은 어떨까요?
정영삼 YBM 시사닷컴[057030] 대표는 16일 "애초 올해 매출액과 순이익을 350억원과 100억원으로 예측했으나 전망치에 비해 10% 정도 모자랄 것 같다"고 말했다. YBM 시사닷컴은 지난해 매출액 209억원에 56억5천만원의 순이익을 올렸기 때문에 회사측의 수정 전망치는 작년보다 매출액은 50%, 순이익은 60% 가량 늘어난 실적이다. |
상기의 글은 최근 떠돌고 있는 YBM 시사닷컴(주)의 콘솔사업 철수에 관한 기사입니다. 아직 정확하게 발표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정도의 내용은 아닙니다 만은, 거의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입니다. 이 기사는 수많은 유저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YBM이라고 하면 충실한 로컬라이징을 통해 수많은 명작들을 퍼블리싱 하였고, 몇몇 수작들은 일본을 뛰어넘는 호응도를 얻기도 하는 등 성공적인 퍼블리싱 업체로서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유저들의 신뢰도 두터운 이른바 한국 게임시장에서는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해온 효자회사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시장의 현실은 이런 효자마저 내칠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다행히도 이후 퍼블리싱 스탭들이 별도의 사업체로 적을 옮겨 퍼블리싱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나와서 많은 유저들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했습니다).
네, 아무리 하드웨어 100만대 시대, 신형기기 발표 등의 호재를 맞아 활성화된다고 해도, 소프트웨어 시장은? 죽을 쑤다 못해 쏟아 붙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실속을 차리며 사업을 하는 업체 중의 하나인 YBM이 사업철수를 용단할 만큼 현재의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은 암울한 암흑의 앞길입니다. 어두운 길을 헤쳐 나가던 선구자 하나가 떨어져 나가려고 버둥대고 있고, 유저들은 그저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요.
충분한 하드웨어 보급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도 소프트웨어 시장불황이 이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도대체 무엇이 한국 소프트웨어시장을 가로막고 발을 걸고 있는 걸까요. 소프트웨어 시장의 겉모습과 속모습을 통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YBM의 간판 타이틀 [아머드 코어] 시리즈. |
정식발매 초기 시절 견인차 역할을 했던 [철권] 시리즈. |
#귤껍질
지금 소프트웨어 시장의 상황은 어느 정도일까요? PS2 콘솔 개방 이후, 소프트웨어의 히트작 판매량은 1만장을 쉽게 넘어서고 2~3만장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히트작의 기준은 5천장 내외 정도로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PS2 최대 히트작중 하나인 [철권 4]의 경우 10만장(추산)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PS2 발매 당시의 간판 타이틀인데다가,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에 꾸준한 롱런을 유지할 수 있는 장르인 격투액션 게임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사실 [철권 4] 이후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는 작품은 거의 나오지를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위닝 일레븐]과 [SSX], [스맥 다운!] 시리즈 같은 롱런 소프트들이 예외).
PS2방의 필수 타이틀. [위닝 일레븐] 시리즈(좌)와 [스맥 다운!] 시리즈(우). |
소프트의 판매량은 단시간에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건이 팔려 나가는 것은 적절한 기간을 두고 이루어집니다. 식품 같은 일반 생필품이 아니라, 여가생활에 소비되는 비용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때문에, 당장이라도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소비되는 패턴을 지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인터벌이 크게 긴 것 또한 아닙니다. 게임이란 매체는 유행을 타는 경향이 강합니다. 또한 신작이 끊임 없이 발매되고 소비자의 기호도 금세 변화하는 시장이니 만큼,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는 수개월 이내에 판매량의 대부분이 정해집니다.
여기에서 생각해보면, 기본적인 소프트 판매량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2~3개월 정도는 꾸준히 팔려줘야지 어느 정도 수지타산이 맞는 판매량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신작소프트가 발매되었을 때 그 소프트를 구입하려 하는 유저는 적어도 1~2주 내에는 모두 구입을 마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입소문을 타던지 넷에서 퍼져 나가는 식으로 조금씩 판매량을 늘려 나가죠. 하지만 그 등락폭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것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처음에는 굉장히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어느 수준부터는 아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상승하게 됩니다.<1-1> 그리고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때부터 다시 약간 가파르게 떨어지게 됩니다만, 어느 수준부터는 아주 서서히 판매량이 줄 게 되지만 어느 정도의 판매량은 유지해 줍니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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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1 |
하지만 지금의 소프트 판매량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일정 기간 이후의 판매량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인데, 기본적으로 팔릴 물량만 초반에 잠깐 팔리고는 그 이후의 판매량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아예 한정물량-<1-1>까지만 팔릴거라고 예상되는 물량-만 찍어내고는 더 이상 시장에 소프트를 내놓지 않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쓰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무엇이 이렇게 변칙적인 상황을 만들어냈을까요? 이는 다름 아닌 \'중고 소프트\'에서 그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정식발매 이전부터 이미 형성된 중고 소프트 시장은 정식발매 이후에도 그 기세는 꺽이지 않고 활성화되어 신작 판매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해 갔습니다. 2번 그래프를 보면, 최초 판매량 <2-1>에서 가파르게 상승한 그래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판매량은 갑자기 하락합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일정기간이 지난 후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중고 소프트가 기존 신작 판매의 물량을 잡아먹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소프트의 구매자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확정\' 구매자와 \'예상\' 구매자. 확정구매자는 그 소프트를 구입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지닌 소비자들로, <그래프 1-1>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자입니다. 예상구매자는 구매의사는 확실하지 않으나, 구매가 예상되는 소비자들로 <그래프1-1>에서 <1-2> 사이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기업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예상소비자입니다. 물론 \'확정\'된 소비자가 중요치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소프트 판매량에 있어서 이변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예상\'소비자입니다. <그래프 1-2>부분의 성과에 따라 기대 이상의 판매량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고시장은 바로 이 예상소비자를 주 타킷으로 합니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자연스레 형성되는 중고시장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소프트 발매 이후 약간의 소문이나 주변인의 추천 등의 정보를 얻은 후 소프트를 구입하는 유저들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적당한 가격과 수량으로 무장된 중고시장이 이 예상소비자를 잠식하기 때문에 결국은 <그래프-2>의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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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2 |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많은 차이점을 보입니다. 메모리 타입 카트리지 체계에서 CD타입의 미디어로 넘어온 이후, 중고시장은 많은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기본적으로 CD매체의 경우 기기와의 직접적인 마찰이 적은 탓에, 단기간 내의 품질 유지는 카트리지보다 월등한 상태를 보여주었습니다(물론 중-장기 면에서 볼 때 카트리지 매체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만은). 또한, 기본적인 소양으로 소프트웨어를 깔끔히 관리하는 유저들이 많은 탓에 흡사 \'신품\'과 같은 상태의 소프트들이 중고시장에 깔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성능의 하드웨어는 게임의 성향을 좀더 감각적이고 자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과거의 카트리지 시절 떨어지는 기기 스펙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기 자기한 아이디어로 게임을 치장했던 것과는 달리, 높은 성능을 이용한 CG 동영상과 실시간 폴리곤 영상을 통한 감각적인 연출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고성능의 사운드 프로세서를 이용해 CD 원음에 가까운 음악을 선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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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C 시절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5]. |
PS2로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10]. |
때문에 유저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영상과 한눈에 쉽게 알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중요시하는 게임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유저의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성을 지닌 게임이 많이 발매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현재의 게임 성향은 카트리지 시대와는 다르게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소프트웨어의 교체 시기를 더욱 짧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소비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유저들은 좀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체주기를 감당할 만큼 소프트웨어 가격이 낮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유저들은 교환과 중고 매매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중고시장의 확대를 불러왔습니다. 물론 게임매장에서의 중고 판매 역시 이것을 부추겨 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중고 시장의 확대는 신작 판매주기를 짧게 하고, 신작 판매량을 급격히 줄이고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초기 출하분 이후의 판매량은 중고 거래가 잡아먹고 있고 때문에 퍼블리셔와 도매상 역시 초기 출하분 이외에는 거의 판매를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시장에 풀렸던 수많은 덤핑 소프트들은 바로 이런 사태의 전주곡이었던 것입니다. 게임시장 초기의 달콤함만을 믿고 초기 출하분과 후기 출하분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과도한 생산을 해 버리는 바람에 결국은 판매하지 못하고 남은 수많은 재고들을 시장에 내다 푼 것입니다.
하지만 재고 소프트만큼 처리하기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신작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에 발맞춰 중고 소프트 역시 쏟아져 나오고 있지요. 때문에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의거하여 재고 소프트는 가격이 땅을 향해 곤두박질 치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재고 소프트를 창고에서 잠재워 두느니 차라리 현금 마련을 위해 덤핑을 쳐서라도 해결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 전만 해도 수많은 우량 소프트들이 시장에 중고로 쏟아져 나왔고 그 와중에 수많은 퍼블리셔 들이 쓰러지고 사업을 철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YBM같은 대표적인 거대 퍼블리셔 들도 시장철수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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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RESALE=중고거래를 하지 마세요. |
썩어버린 귤 속
하지만 이런 점들을 제쳐두고서라도 한국에서의 소프트웨어 시장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불법 복제소프트입니다. 한국의 게임시장이 형성된 것은 불과 10년이 되지 않는 세월입니다. 과거 IBM-PC 게임들을 유통하기 시작했던 때를 기원해 불과 십년이 조금 넘는 세월동안 구축해져온 시장이지요. 최초 한국의 소프트웨어 시장의 시작은 바로 이 \'불법복제\'를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PC보급 초기 시절, 해외에서 발매된 수종의 유력 소프트들을 여러 PC 매장에서 불법복제하여 유저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던 것이 게임유통의 시초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여하튼 지금도 한국에서는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구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만연해 있습니다.
최근 들어 강력한 단속에 힘입어 관공서와 대기업의 경우 자사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정품으로 모두 구입하는 것을 필수로 하고 있습니다만, 그 외에 개인과 소규모 사업체의 경우 여전히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아무런 거부감이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애초부터 정식으로 발매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지 못하고 복제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관례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 그 원초적인 이유가 되겠습니다. 해외의 경우 정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여 사용한다는 것이 수십 년을 거쳐 시장을 통해 형성된 것입니다만, 한국의 경우 아직 그 주기가 얼마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시작부터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잘못된 관례가 그대로 고착되어 버린 것이지요. 더불어 그만큼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곳 또한 거의 찾아볼 수도 없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법복제 시장은 PC 게임시장을 거의 잡아먹어 버렸습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한글화 타이틀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PC게임을 유통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복제 소프트와 덤핑, 그리고 PC 잡지 간의 공격적인 번들 경쟁 등으로 인한 피폐함이 극에 달해 거의 모든 사업자가 PC 게임시장에서 철수해 버렸습니다.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아야 할 유저들은 스스로 해외의 것을 구입하거나, 복제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몇몇 동호회에서 스스로 한글화 패치를 제작하여 유저들에게 제공하기도 하는 기현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시장은 아직 시기 상조인 걸까요? 게임기 시장에서의 복제 소프트웨어는 아직 그리 심한 편은 아닙니다. 단속과 더불어 DVD 미디어라는 이제서야 퍼지기 시작한 스토리지를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복제 소프트웨어를 위한 개조 역시 감수해야 하지요. 하지만 게임기 시장 역시 PC 시장과 마찬가지로 아주 나쁜 선례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보다 한 세대 전의 게임기 시대입니다.
그 당시엔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온 게임뿐이었다. |
정식발매 타이틀도 있었지만 처절할 정도. |
과거 PS(플레이스테이션)와 SS(세가 새턴) 발매시절, 철저하게 봉쇄된 수출입 시장은 게임기나 소프트웨어 수입을 전격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에 유저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본판 밀수입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6~7만원 대에 달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여 플레이하는 것은 유저들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불법복제 소프트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던 시절이었습니다. CD-ROM이라는 복제가 간편한 매체에, 낮아진 기기 가격과 수리 기술을 바탕으로 복제시장은 그 영역을 넓혀가 후에는 거의 모든 시장을 잠식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수입을 금지했었고, 유저들의 수요는 이를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밀수 소프트웨어는 한계가 있습니다. 높은 가격과 불분명한 공급, 때문에 손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복제 소프트웨어가 발을 넓힌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차세대기 발매 이후 기존 머신에 비해 복제가 힘들어지고, 몇 년 후 정식발매가 이루어지자 복제 소프트웨어는 힘을 잃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DVD 라이터기의 대대적인 보급과 초고속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에 힘입어 다시금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과거 게임매장의 주도로 복제시장이 넓어졌던 것과는 다르게, 유저들이 직접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서 레코딩하는 것이 과거와 현재의 복제시장의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이것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일까요...?
불과 몇 달 사이에 DVD 라이터의 가격이 곤두박질 쳤다. |
민간 한글화팀의 주도로 한글화된 [이스 6]. |
그럼 과연 해결책은?
앞서 몇 가지 이유를 들어 간단히 소프트웨어 판매 부진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중고시장, 그리고 한국에서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 그리고 불법복제등. 이런한 약점들을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습니다만,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요? 전과 같이 활성화된 게임시장으로 되돌려 놓을 수는 없는 것일까요?
암울한 이야기이지만, 그다지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불법복제 소프트와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의 결함을 제쳐두고서라도 지금의 게임시장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 또한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노화\'입니다.
과거의 선례에 비추어 볼 때, 가장 게임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새로운 기기 발매 후 초,중반입니다. 새로운 게임기가 나오고 그에 맞추어 과감한 신작들과 시대를 앞서 나가는 실험작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는 유저들에게 놀람과 만족을 안겨주고, 빠르게 보급되는 하드웨어에 맞추어 소프트웨어 판매량도 탄력을 받습니다. 수많은 유저들이 느끼는 새로운 즐거움은 들불과 같이 순식간에 번져나가고 시장은 새로운 활기와 새로움에 가득 차게 됩니다.
하지만 PS2와 X-BOX등 이른 바 차세대(구) 하드웨어 발매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미 새로움도 신선함도 모두 뽑아낼 대로 뽑아 내버린 상황입니다. 시장은 수백 종의 소프트웨어를 뿜어내었고 수없는 소프트웨어들이 울고 웃으며 사라져 갔습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전부 늙어 호호백발이 된 할아버지 들입니다. PS 말기에 PSone이 발매된 것과 똑같은 상황이 지금의 상황이지요. 아직 차새대기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만, 분명히 개발은 진행하고 있겠지요.
PSone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PStwo. |
이런 스탠드를 기만원에 파는 건 솔직히 이해불가. |
이미 시장이 활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중고문제와 불법복제 문제는 이렇게 게임시장이 늙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질병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세대 전 시절, 불법복제 때문에 중고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뿐이지, 그때 정식발매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을 것입니다. 이미 시장은 활력을 잃었습니다. 물론 신작들이 왕성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 기폭제가 될 만한 작품들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몇몇 유력 소프트웨어들이 눈에 띄는 활약을 하면서 판매고를 유지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시장에 활력을 주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가격을 인하한다고 해서 중고시장이 위축되지도 않습니다. 물론 지금의 소프트웨어 가격이 다소 높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4~5만원대인 가격을 인하하여 2~3만원대로 진입시킨다 하더라도 전혀 바뀔 것은 없습니다. 2~3만원대인 중고시장이 1~2만원대로 낮추어지는 것뿐입니다. 유저들은 소프트웨어가 너무 비싸서 중고시장을 선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품\' 보다 가격이 낮기 때문에 중고 소프트웨어를 선호하는 것입니다.
발매를 앞둔 초대작 [메탈기어 솔리드 3]. |
마스터 치프가 활약하기엔 아쉽게도 국내시장이 너무 좁다.. |
중고 소프트웨어 단속 역시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중고 소프트웨어 판매 금지를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샵들이 중고 소프트웨어 판매로 매출액을 올리는 상태이고, 정부와 기업의 단속만으로는 난잡한 게임시장을 일일이 돌보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지요. 무엇보다도, 유저들의 수요가 만만찮은 이상 단속 역시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금 소프트웨어 시장은 힘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슬슬 새로운 하드웨어가 등장하여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줘야 합니다. 과거의 환상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히어로가 나타나야 하는 법이지요. 새로운 차세대기 PS3와 Xbox2가 빨리 시장에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PSP와 DS를 간과하는 것은 아니나, 어디까지나 휴대용 콘솔의 경우 그다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하는 것이라는 게 제 예상입니다. 휴대용 기기와 거치형 콘솔은 시장에서의 입지가 많이 다릅니다).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기업과 유저들, 그리고 게임샵들도 뽀족히 간구할 만한 타개책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바랄 수 있는 것은 유저 주도의 인식 변화를 꾀하는 정도라던가, 조금이나마 중고 거래를 제한하여 신작 판매량에 숨통을 틔워주는 정도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죽지 않고 버텨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다는 무책임한 말 밖에는 되지 않는지라 안타까울 나름입니다.
새로운 도전자 PSP. |
GBA의 아성을 이어 나갈 것인가! NDS. |
#3. PART 2을 마치며.
앞서 기술한 것 같이 현재의 시장상황은 수많은 악재가 겹친 탓입니다. PART 1.에서 언급했듯이 경제불황에 따른 판매량 하락에도 그 이유가 있지만, 중고시장과 불법복제, 그리고 유저들의 인식이 더할 나위 없이 큰 이유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경제활동이라는 것은 단순히 몇 가지 악재가 있다고 해서 그 여파가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요소가 복합되어 잠복기를 거쳐 서서히 나타나서 인식을 할 때쯤이면 이미 넓게 퍼져 손쓸 방도가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리곤 합니다.
지금이 그런 상황입니다. 소프트 판매량 하락은 몇 개월 전부터 서서히 이루어졌고 어느 순간 바닥을 치게 되자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런 것에는 전반적으로 깔리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지요. 중요한 것은 이미 이루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는 가입니다만,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문제들이라 손쓸 방도가 없다. 는 점일까요.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유통구조상의 문제점이 가져온 폐해들과 국가적 차원에서의 인식문제 등이 어우러진 밑바탕이라 서툴게 손을 써봐도 조금도 꿈쩍 하지 않을 문제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우리 나라 같은 고속 네트워크와 활성화된 P2P, 그리고 광범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지닌 이상에서야 수많은 데이터 이동을 간섭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때문에 유일한 노림수는 강력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자성을 꾀하는 방안이 있겠습니다만, 아직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게임시장 대부분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힘은 가지지 못합니다. 실제로 판매량을 지지하는 것은 매니아층 뿐만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가볍게 취미 삼아 게임을 즐기는 일반층도 많다는것을 간과해서는 안되지요. 때문에 커뮤니티를 통한 강구책도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할뿐더러 기업에게 있어서는 부담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그마한 반성정도가 아닐까요?
게임시장은 거대한 생명체와 같습니다. 기업과 게임샵, 그리고 유저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거대한 경제생물체입니다. 하지만 너무 늙어 버린 이상, 바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물결입니다. 더 이상 늙고 썩지 않게 조금이나마, 자성의 노력을 통해 자멸 해버리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 합니다. 막연히 바라만 보는 것이 다는 아닙니다. 조금이나마, 조금씩 힘을 모아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탱함으로서 이미 늙어 버린 게임시장이 쓰러지는 것만 막는다면, 이후는 새로운 물결이 시장을 맑고 젊게 만들어 해결해 줄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중고 소프트나 복제 소프트웨어를 무조건 배척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복제 소프트웨어는 사라져야 할 것임은 확실하나 복제 소프트웨어에서 완벽히 죄를 면할 자는 거의 없습니다. 손 쓸 수 없는 것, 그것이 변명거리라고 해도 이미 해 버린 것은 후회해도 소용없는 노릇입니다. 단지 한번 저지른 잘못을 또다시 저지르는 것이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 되는 것이겠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그마한 노력이 모여, 한 사람 한 사람의 조그마한 반성이 모여, 쓰러져가는 소프트웨어 시장에게 목발 하나라도 쥐어줬으면 합니다.
이상입니다.
저도 반성하는 의미에서 간만에 소프트 한 장 샀습니다. |
게임샵에서 발견! 거대 고구마!! |
예상외로 너무나 길어진, 적는대도 너무나 길어진 글이었습니다. 본 칼럼의 모든 내용은 저의 머리 속에서 나온 내용으로, 실제의 상황과 다를 수도 있고, 틀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반박하시거나, 뭔가 틀리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다고 한다면, 서슴치 마시고 반박글을 쪽지로 주시기 바랍니다. 향후 내용은 다음에 있을 PART 3. 유통업계의 괴리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물어가는 밤에,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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