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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
마이크로소프트의 웹TV 개발팀과 엑스박스 개발팀이 소니를 공격할 주도권을 두고 빌 게이츠 앞에서 논전을 벌이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딘 다카하시의 저서 [엑스박스 들여다보기: 엔터테인먼트 혁명을 끌어내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계획]의 9장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
빌 게이츠가 참석한 게임전략 회의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의 8 빌딩-이 건물을 조감(鳥瞰)하면 몇 개의 소문자 t를 연결시켜 놓은 형태이다-에서 열렸다. 회의실은 화려하지 않았다. 80년대에서 유행했을 법한 커다란 원목 테이블과 족히 20명의 사람은 앉을 수 있는 푹신한 쿠션의 커다란 검은 색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외부에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 열리는 간부 회의가 새어나갈 염려는 없었다. 한쪽 벽은 유리로 만들어 졌으며 이는 게이츠의 사무실로 향하는 복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출입구 밖에는 문서들이 높게 쌓여 있었다. 빌 게이츠의 비서진 몇몇이 대기실에 들어서는 것을 통제하고 있었다.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회의는 일종의 미인대회였다. 엑스박스 진영에는 사총사[시머스 블랙리, 케빈 바커스, 오토 벅스, 테드 헤이스]를 비롯해 낫 브라운, 에드 프라이즈, 릭 톰슨(하드웨어 담당 부사장), 데이빗 콜(윈도우즈 소매 담당 부사장), 제이 토버그(멀티미디어 부문 이사), 릭 라시드(개발 부사장)가 포진해 있었다. 낫 브라운이 엑스박스 쪽 발표자로 예정되어 있었다.
다른 편 웹TV 진영에는 데이빗 리올라, 팀 버커, 브루스 릭을 비롯해, 부사장인 크레이그 먼들과 존 디반, 그리고 윈도우 CE 부문 소속의 테드 커머트, 크리스 필립스, 하렐 코데쉬가 포함되어 있었다. 중립인사로 에릭 러더(빌게이츠의 기술자문)를 비롯해 다양한 임원진이 참석하였다. 회의가 개최된 시기는 괜찮았다. 반독점 재판의 휴정기간은 예정된 5주에서 석 달 이상으로 지연되고 있었다. 게이츠가 신경 써야 할 당면한 문제는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장 스티브 발머가 참여하지 않는 것이 다소 이채로웠다.
PS2가 일반 가정에서의 PC사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으로 크레이드 머들이 포문을 열었다. 당면한 과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를 통해서 "PC에 기반하여" PS2와 싸울 것인가, 아니면 웹TV를 통해 "사무용 PC의 세계를 탈피하여" 싸울 것인지의 문제였다.
우선 블랙리와 바커스를 양 옆에 포진시킨 낫 브라운이 엑스박스에 대해 발표하였다. 헤이스는 조용히 남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경청하면서 다른 모든 사람의 입장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역할은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누가 흥미 있어 하고 없어 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나중에 모두에게 말해주는 것이었다. 브라운은 PC에서 얻은 노우하우를 활용한다는 취지가 포함된 "기본 원칙들"을 열거하며 발표를 시작하였다. 그에 따르면, 엑스박스는 그 OS로 윈도우를 활용한다. 엑스박스는 게임 개발자들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데에 현존하는 기술들을 활용한다. 2000년 가을, PC 제조업체들을 통해 생산될 엑스박스에는 PC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엔비디아 혹은 3Dfx의 그래픽칩, 네트워크 접속기능, DVD플레이어, 64메가바이트 D램, 그리고 가장 논란이 많았던, 하드 디스크가 장착된다. PC게임과 엑스박스 게임 모두를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엑스박스는 초당 5천만 폴리곤의 그래픽 처리능력을 가지며, 이는 PS2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년마다 업데이트를 실시함으로써 PS2를 능가하는 새로운 그래픽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브라운에 따르면 엑스박스 프로젝트의 목표는 수익을 내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을 거실로 확대하며, 가전제품의 전환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대중의 인식을 창출하는 것이다. 엑스박스의 초기 부품비용은 303불로 예상되었다. 엑스박스는 2000년 가을에 출시되며 AMD가 공급하게 될 20불짜리 350 Mhz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엑스박스는 또한 55불짜리 2GB 하드 디스크, 영화를 플레이하기 위한 27불짜리 DVD 드라이브, 25불짜리 램, 그리고 마더보드, 파워 서플라이 등의 여러 표준 장비들을 장착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품가격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웹TV 진영은 또 한번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하드 디스크는 불필요하고 너무 비싸다. 이에 대해 브라운은 하드 디스크의 가격은 하락하고 있으며 35불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크리스 필립스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오 대단하군요. 당신은 이베이[역주-미국의 유명한 경매사이트] 에서 값싼 하드 디스크를 찾을 수 있겠지요. 그 가격이 하드 디스크의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군요."
추가 장비로서 하드 디스크가 고려되기는 했지만, PS2에는 하드 디스크가 없었다. 웹TV팀은 닌텐도가 N64의 추가 장비로 하드 디스크를 도입하려고 시도했지만 그 가격이 본체 만큼이 비싸게 되어 포기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에드 프라이즈는 온라인 게임에서 하드 디스크는 필수품이라는 점, 그리고 게임기 하드웨어에서 하드 디스크가 차세대의 경향이 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정면으로 반박하였다.
"결국 하드 드라이브가 온라인 게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스탠드얼론 싱글 플레이 게임도 더욱 흥미로워지게 되죠. 제가 보기에 이는 콘솔 하드웨어의 차세대 경향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프라이즈의 주장은 게이츠의 관심을 끌었다. 프라이즈의 상사인 로비 바크처럼, 게이츠 역시 게임 사업에서 많은 성과를 이뤄낸 프라이즈의 의견에 동조하였다. 하드 드라이브는 64M D램 혹은 PS2의 40M D램 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 그 자체로서, 이를 통해 휠씬 풍부한 그래픽적인 세부묘사가 가능하게 된다. 하드 드라이브는 데이터 전송에 있어서 DVD 디스크보다 100배는 빠르다. 따라서, 게임 개발자들은 매우 정교한 모델링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동영상이 돌아가고 있는 동안 데이터를 DVD 디스크에서 하드로 옮겨 플레이어는 로딩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통해서 현재의 게임들 보다 휠씬 더 인터액티브하고 유연한 게임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드 디스크의 나머지 용량은 세이브 공간으로 활용되어, 유저들은 메모리 카드를 꼽지 않아도 바로 게임을 세이브할 수 있게 된다. 엑스박스에 장착된 이더넷 접속을 통해 인터넷에서 새로운 추가 요소를 다운로드하여 하드 디스크에 저장할 수도 있다.
게이츠는 하드 디스크를 통해 다른 콘솔과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드 디스크를 장착하는 대신 64M에서 128M로 메모리를 늘여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대해서 약간의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게이츠는 프라이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랙리는 PC에서 PS 게임을 돌릴 수 있는 블림의 데모를 시연하여, 엑스박스에 활용될 PC기술을 통해 게임기의 프로그램 또한 돌릴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였다.
웹TV 팀은 엑스박스의 OS가 시간에 맞춰 만들어질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엑스박스팀은 윈도우98 OS의 신버젼인 넵튠에 기반해 게임에 필요한 부분만을 추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드웨어가 정해져 있고 이미 사용중인 PC 툴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오작동될 염려 또한 휠씬 적었다. 엑스박스가 겨냥한 유저층은 게임이 큰 관심을 가진 16세에서 26세 사이의 남성 2천 9백만명이었다.
당시 엑스박스팀은 프로젝트에 5억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이러한 예상치를 납득시켜 줄 만한 적당한 근거가 없었다. 발표된 "비즈니스 모델" 계획안에 따르면, 2000년에 180만대 판매를 달성하고, 매년 판매량이 신장되어 2005년에는 3천 20만대의 판매량에 이르게 될 예정이었다. 기기를 제조하는 데 초래되는 비용을 제외하고 첫해에 2억 2천 6백만 달러의 지출이 예상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들에게 로열티를 요구하지 않을 예정이었고 이를 통해 게임당 7달러를 받고 있는 소니에 대한 개발자들의 이탈을 유도할 계획이었다. 첫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누적 손실은 1억 6천 9백만 달러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2005년에 이르러, 마이크로소프트의 5년간 누적 수익은 9억 1천 3백만 달러에 이르게 된다. 게임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은 2000년의 10%에서 2005년 35%로 성장하게 된다.
초기 계획은 그다지 야심적이지는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작업의 대부분을 라이센싱하고 하청할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50명의 인원이 동원될 예정이었다. 이 수치는 오늘날의 게임업계에서 성공을 거두려는 계획치고는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수치는 전투를 개시하기 전 엑스박스 팀의 초기 예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마치 1차대전에 참전한 군대 같았다. 별다른 저항은 없을 것이고 장기에 걸친 참호전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제군들 걱정마라. 우리는 승리할 것이고 크리스마스 때는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다.
회의 전반에 걸쳐, 게이츠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그는 PC에서 엑스박스로 혹은 엑스박스에서 PC로 게임을 이식하는 것이 어느 정도나 용의한지 물었다. 블랙리는 공통의 DirectX 아키텍쳐 덕분에 PC와 엑스박스 게임 간에는 이식이 쉽다고 밝혔다. 게임 개발자들은 엑스박스 게임 제작에 활용될 DirectX에 이미 익숙해 있으며 따라서 지루한 학습 과정은 불필요하다. 엑스박스 팀은 엑스박스의 OS에 정확히 무엇을 포함시킬지 그리고 엑스박스에서 어떤 PC 어플리이케이션을 돌아가게 만들지를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엑스박스 팀은 결국 그렇게 되지는 않을지라도 엑스박스가 PC와 호환되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일부 팀원들은 엑스박스에서 윈도우가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게이츠에게 차마 이 사실을 말하지는 못했다.
블랙리에 따르면, "엑스박스가 PC와 호환된다고 말했고, 이는 빌게이츠에 대한 모종의 두려움에서 나온 말이었다."
윈도우 CE의 책임자인 테드 커머트, 그리고 웹TV의 데이브 리올라는 다른 측면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발언을 시작했을 때, 회의 시간은 거의 끝나나고 있었다.
리올라에 따르면, "우리는 소니와 맞설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본받아야 한다."
웹TV 팀은 초기에 183불 가량, 일년 후 150불까지 가격이 떨어질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용의 일부를 떠 맡는 콘솔이라는 구상을 선보였다. 하드 디스크는 없으며, 따라서 다른 게임기들과 가격 면에서 경쟁할 수 있다. 오직 이러한 콘솔만이 소니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PC의 부품을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는 이전의 제안과는 달리, 이 콘솔에는 20불짜리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 30불짜리 엔비디아 그래픽 칩이 장착된다. 부품중 가장 비싼 품목은 40불짜리 램이었다. 케이블이 2.14불, 나사에 4.85불에 이르기까지 세부 항목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리올라에 따르면, “소니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도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신경을 썼다.”
웹TV 박스는 인텔-호환 칩을 사용하지만, 웹TV를 비롯해 게임기 및 다양한 용도에 활용될 어플리케이션 및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그래픽칩도 장착될 예정이었다. 웹TV 인터넷 서비스, 고속 인터넷 접속, 디지털 비디오 레코딩과 같은 부가적인 기능을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콘솔의 설계에 3억불, 마케팅에 5억불, 게임기 제조에 2억불이 투입된다. 세가, EA와 공동사업을 펼치는 것이 가능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혼자서 추진하게 될 수도 있다.
리올라는, PC 부품 업체들의 기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세계적 수준의 웹TV 칩설계 팀의 개발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콘솔 세계에서 필요치 않은 PC 아키텍쳐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이 성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커머트에 따르면, 콘솔에는 세가가 사용중인 윈도우 CE OS의 드래곤 버전이 활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CE에 기반한 세가 게임들에 대해 지원을 추가적으로 늘이고, 웹TV를 통해 미국에서의 드림캐스트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윈도우 CE는 OS중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춘 유일한 환경이다."
이 새로운 윈도우 CE에서 DirectX 7.0 이후 벅스가 개발중이었던 DirectX 8.0이 포함될 예정이다. 벅스와 낫 브라운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들은 동일한 불쾌감을 느꼈다[역자-둘은 엑스박스 진영이다].
빌 게이츠가 문제를 지적하였다. 윈도우CE는 앞으로 출시될 DirectX 8.0과 호환이 되도록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는 발표를 중단시키고 이 프로젝트를 누가 수행할지 질문하였다. DirectX 최신 버전의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벅스는 자신은 윈도우 CE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둘 간의 호환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휠씬 더 많은 프로그래밍이 필요했고, 설령 가능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윈도우CE가 DirectX와 빠른 시일 내에 조율된다는 것은 "믿을만한 주장이 못 된다"고 벅스는 밝혔다. 엑스박스 팀도 한때 윈도우 CE의 사용을 고려하였다. 하지만, CE 프로그램의 파일크기가 32M 바이트로 제한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곧장 이를 취소하였다. 윈도우 CE를 돌리기 위해서는 하드 디스크를 수천 개로 조각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따라서, 웹TV 팀은 그럴듯한 소프트웨어적인 감각이 없었다. 그들은 윈도우CE가 DirectX 신버젼과 함께 돌아가는 것을 시연할 데모 정도는 만들어냈어야 한다는 감각도 갖추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게이츠는 세가 드림캐스트에 활용된 윈도우CE의 실패 또한 꼬집어 지적하였다.
"드림캐스트 게임에서 윈도우CE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말할 사람 없나?" 빌 게이츠가 요구하였다.
커머트는 매우 소수의 프로그래머가 CE를 활용한다고 대답해야 했다. 그와 핍립스는 그 이유에 대해서 마지 못해 답변하였지만, 게이츠는 이미 그 문제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엑스박스 팀은 그래픽 칩을 처음부터 설계한다는 웹TV 팀의 계획을 맞받아 쳤다. 출시 기간이 임박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벅스의 상사인 제이 토보그는 이 부분이 웹TV 팀의 가장 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토보그는 칩의 설계가 계획보다 엄청나게 늦어져 좌초된 수년전의 탈리스만 프로젝트를 언급하여 독자적인 그래픽 칩 설계라는 구상을 실랄하게 파고 들었다. 같은 논조로, 웹TV 팀은 엑스박스 팀이 2000년 출시에 맞춰 전용 OS를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드웨어 부문의 릭 톰슨은 자신이 "꼭대기 층"이라고 부른 중립적인 위치에서 가만히 논의를 지켜보았다. 그는 모두의 출신을 찬찬히 살폈다. 크리스 필립스, 데이브 리올라, 테드 커머트는 게임 시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 엑스박스 팀이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먼디와 디반은 톰슨에게 다소간 호의적인 간부진이었다. 웹 TV 팀의 리더인 스티브 펄만은 논의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엑스박스 쪽의 블랙리와 그의 지지자들은 윈도우 소매 부문의 데이빗 콜과 그의 상사인 빌 버트와 같은 기술 신봉자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톰슨이 갑자기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개입하였다. "이 사람들은 뻔해요. 테드 커머트 진영은 확고한 기반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는 검증된 리더가 없어요."
테드 헤이즈의 전략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그는 엄청난 권위를 가진 인물들과 손을 잡음으로써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반적으로, 게이츠는 엑스박스 팀에 보다 호의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우리가 PC에 기반한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뭔가를 하게 된다면, 엑스박스에 휠씬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다."
게이츠는 엑스박스가 웹TV 박스에 비해 교육용 소프트웨어나 사무용 소프트웨어 같은 휠씬 많은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돌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좋아하였다. 게이츠는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먹혀들 것인지를 궁금해 했고 팀에게 좀더 세밀한 계획을 짜보라고 지시하였다.
"나는 소니에 대해 양동작전을 펼치고 싶습니다만, 정말 두 계획을 모두 실행할 수 있을까요?" 게이츠가 말했다.
그는, 게임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취하는 "입장의 연속성이 없게 될 것이므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고 염려하였다. 개발담당인 릭 라시드 역시 양동작전이 혼란스러울 것이며 게임 개발자들을 여러 진영으로 갈리게 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였다.
블랙리는 게이츠가 자신의 제안에 그토록 열중하는 데 놀랬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분할하고자 시도하는 정부의 반독점 소송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걸려있음에도 게이츠가 그 정도로 관심을 가져주는 데 안도하였다. 게이츠는 다른 걱정거리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는 AOL이 게임 업계에 뛰어들 계획이 있는지 몹시 궁금해 하였다. AOL은 이제 곧 인수하게 될 타임워너와 같은 케이블 TV 회사들과 함께 개시할 계획인 AOL TV 서비스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블랙리는 게이츠가 엑스박스를 맘에 들어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고, 웹TV 대표들 역시 게이츠가 이미 마음을 기울였다는 데 동의하였다.
게이츠는 후에 말했다. "엑스박스 팀이 옳았다. 엄청난 작품을 가능하게 할 플랫폼을 예술가들에게 쥐어주자고."
게이츠가 던진 질문을 통해서 블랙리는 2000년에 엑스박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들이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바커스는 게이츠의 번개같은 전설적인 결단력을 보지 못해서 다소 실망하였다. 후에 바커스는 "그 예전의 빌 게이츠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엑스박스 팀은 분명히 많은 점들을 갖추었다. 바커스의 회고에 따르면, 자신들의 "논의는 이 회사의 가장 강한 지점, 즉 PC 기술과 PC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에서 출발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S2 라는 위협에 직면하였고, 소니가 열성 게이머들을 빼앗아가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뭔가를 해야 했다. 이에 실패하게 된다면, 상당히 곤란한 입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웹TV 박스에 다양한 기능을 포함시키는 데 시간을 소모할 동안, 게임 쪽에는 충분히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게이츠에 따르면, "우리의 목표는 소니를 붙잡아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이츠는 웹TV 팀에 일말의 희망을 남겨두었다. 그는 PC, 엑스박스, 웹TV 간의 "공통된 그래픽 아키텍쳐"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가정용 기기들은 고대역 인터넷 접속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결정적인 제안은 기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과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기는 꼴이었고, 엑스박스의 출범을 또다시 지연시키게 된다.
DirectX의 개발에 참여하였고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여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기 전까지 일부 프로젝트에 가담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문제아" 에릭 엥스트롬은 회상한다. "그 전략적인 부담은 매우 실제적인 것이었습니다. 언제 책임 추궁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죠. 절반쯤은 어떻게 해 볼 수 있었지만 결국 목표를 채울 수는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