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패트릭 J.드닌
역자 - 이재만
출판사 - 민들레
쪽수 - 312쪽
가격 - 19,000원 (정가)
* 개정판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내 앞가림이나 해야지….’ 개인주의 시대에 어울릴 법한 독백이다. 재산권을 옹호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자유주의가 성공할수록 양극화가 심화된다. 오늘날 교육은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소비 대중을 길러내는 쪽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책임론’이 횡행한다. 성적이 나쁜 것도 공부를 게을리한 자기책임이고, 좋은 대학에 못 가는 것도 자기책임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개인의 역량 탓으로 돌린다. 능력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능력이 노력에 비례한다고 믿지만, 타고나는 재능과 가정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자기책임론은 모두를 고립시키고 결국 각자도생 사회를 만든다.
드닌은 개인주의가 심화될수록 국가주의 또한 강화되는 구조가 자유주의에 내장된 버그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주의도 생태주의도 병증을 완화하는 정도에 그칠 뿐 백신 기능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성공할수록 실패하게 되어 있는 자유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으로 드닌은 작은 규모 공동체의 활성화를 제시하는데, 세계경제가 점점 긴밀하게 엮이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에 지역 공동체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자연과 문화의 제약으로부터 해방을 약속하는 자유주의에서 자유교육을 구출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어쩌면 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길을 교육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유주의는 성공할수록 실패한다
20세기를 지배한 이데올로기였던 자유주의와 파시즘, 공산주의 가운데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은 것이 자유주의다. 파시즘은 오른편에서, 공산주의는 왼편에서 자유주의를 공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세기 가까이 더 분투한 공산주의는 20세기 말에 이르러 판정패를 당한 뒤 자본주의 아류가 되어 변신을 시도 중이다. 파시즘은 일찌감치 KO패를 당한 뒤에도 제3세계에서 명맥을 이어오다 21세기 들어 재도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형제당이 제1당이 되고, 독일대안당은 제2당이 되었으며 프랑스에서도 극우 정당이 약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극우와 중도우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21세기에 인류는 다시금 파시즘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유주의의 성공을 자축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성공의 이면을 들추는 작업은 더욱 필요해 보인다. 이 책에서 드닌은 자유주의는 성공할수록 실패할 운명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자율성을 추구할수록 국가주의 또한 강화되는 본질적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시즘의 부활은 자유주의의 성공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일지 모른다.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되던 날 정부효율부를 맡은 일론 머스크가 연단에서 나치식 경례를 해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파시즘에 동조해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깨인 시민들이 파시즘의 부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고 이민자들로 인한 사회불안이 가중되면서 극우 세력이 점점 득세하고 있다.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숨은 함정
한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자유와 평등의 긴장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가진 자들의 자유를 옹호하며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는 경제적 자유주의로 이해되면서 보수의 이데올로기로 간주되고, 민주와 정의를 주장하면 좌파로 규정되는 실정이다. 단체나 조직 이름에 ‘자유’가 있는지 ‘민주’가 있는지를 보면 대충 정치적 색채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저마다 맹점을 갖고 있어, 앉은뱅이를 업고 가는 장님처럼 서로에게 눈과 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오히려 서로의 맹점이 부각되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반공주의에 사로잡혀 반국가세력 척결을 외치며 친위 쿠데타를 벌인 이가 누구보다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은 것처럼.
고대 로마인들이 규율을 훈련함으로써 갖게 되는 자제력을 자유의 토대로 보았던 것과 달리 근대인들은 개인의 선택을 중요시하는 자유관을 갖고 있다. 개인의 자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간주하는 개인주의는 모든 인간이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속하고 살면서 맺게 되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 의해 선택을 제약당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외면한다. 개인의 성적 자율성이 좋은 삶을 보장하지 않듯이 자율성이란 가치를 절대시하는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의 기본 전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자율에 기초한 자유교육이 실패하게 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의 빛과 그늘
경전에 기초한 율법이 공동체의 유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헌법에 기초한 법률은 개인의 권리 보호에 초점을 맞춘다. 권리는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근대법의 발전은 개인주의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인이 공동체를 위해 살던 시대가 가고 자신을 위해 살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해야 했던 시대, 가문을 위해 청상과부가 수절하고 처녀가 가족들에게 명예살인을 당하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호주제 폐지는 개인주의의 승리다.
전통과 공동체의 구속에서 개인을 해방시켜준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인류에게 비춘 빛과 함께 그늘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빛이 밝은 만큼 그늘도 짙은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지역사회, 공동체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을 꿈꾸지만, 전통적인 공동체가 해체되고 사회보다 개인이 더 중요해지면서 개인은 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자유교육을 자유주의에서 구출해야 하는 이유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내 앞가림이나 해야지….’ 개인주의 시대에 어울릴 법한 독백이다. 재산권을 옹호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자유주의가 성공할수록 양극화가 심화된다. 오늘날 교육은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소비 대중을 길러내는 쪽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책임론’이 횡행한다. 성적이 나쁜 것도 공부를 게을리한 자기책임이고, 좋은 대학에 못 가는 것도 자기책임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개인의 역량 탓으로 돌린다. 능력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능력이 노력에 비례한다고 믿지만, 타고나는 재능과 가정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자기책임론은 모두를 고립시키고 결국 각자도생 사회를 만든다.
드닌은 개인주의가 심화될수록 국가주의 또한 강화되는 구조가 자유주의에 내장된 버그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주의도 생태주의도 병증을 완화하는 정도에 그칠 뿐 백신 기능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성공할수록 실패하게 되어 있는 자유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으로 드닌은 작은 규모 공동체의 활성화를 제시하는데, 세계경제가 점점 긴밀하게 엮이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에 지역 공동체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자연과 문화의 제약으로부터 해방을 약속하는 자유주의에서 자유교육을 구출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어쩌면 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길을 교육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목 차
- 한국어판 펴낸이의 말 3
자유교육을 자유주의로부터 구출해야 하는 이유
서론 자유주의의 종말 17
1장 지속 불가능한 자유주의 43
2장 개인주의와 국가주의 통합하기 71
3장 반문화로서의 자유주의 99
4장 기술과 자유 상실 133
5장 자유학예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157
6장 새로운 귀족정 185
7장 시민권의 퇴화 215
결론 자유주의 이후의 자유 245
후기 270
역자 후기 274
후주 280
참고문헌 296
찾아보기 305
추 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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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이 심화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지난 수백 년간 알아온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환상이 깨져나가는 오늘날, 이 책은 새로운 사유를 자극한다. 서구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의미와 공동체의 상실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위험을 무릅쓰면서 무시하는 이 쟁점에 대해 설득력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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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닌의 책이 귀중한 이유는 오늘날의 핵심 쟁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논쟁의 주제는 정책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 질서의 기본적인 가치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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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감하고 시의적절한 책은 트럼프 시대의 낭패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자유주의의 실패에 계속 매여 있을 경우 더 심한 불평등과 억압, 정신적 공허함이 우리를 기다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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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우파의 신심에 시원한 해독제를 제공하는 이 책은 피폐하고 초당파적인 자유관이 어떻게 공적 생활을 자유롭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실은 구속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의 고갈된 정치 담론을 풍성하게 하는 데 이보다 더 시의적절한 책, 또는 더 필요한 책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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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자유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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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소장 중인 책인데 해당 '민들레'란 출판사가 기존의 출판사인 '책과함께'의 임프린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 책은 내용 개정이라기 보다는 출판사 판권 만료로 인한 표지 갈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 25.06.14 19:0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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