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디어 10화 달성했습니다.
엔딩까지는 생각해둔게 있어서 그 방향을 따라가고 있지만
이번작은 좀 길게 끌 예정입니다
많이?는 모르겠고, 손 가는데 까지는 끌어볼 생각입니다
소사매는 사랑입니다.
이 소설은 개인 사심가득한 팬픽이며, 2차창작입니다.
루리웹에서만 연재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제 밤에 갑자기 이뤄진 당문 외성에서의 일 분배는 의외로 순조롭게 이뤄졌다. 당문 주변의 위험을 피해 무너진 외성에서 몸을 보호받던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 각각 의료담당, 조리담당, 창고담당, 삼사형의 간호담당 등, 여러가지 일을 분배했지만 분배해야 할 양이 그리많지 않으니 부담도 덜 했다. 어스러진 외성 주변을 정리하고 당문 본원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나니 하루가 지나 아침이 밝았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늘 하던 명상과 함께 본원 밖을 나서려는 묵령의 모습과 그녀를 보필하는 조운."정말 혼자 나가도 되겠어요? 아무리 언니가 강하다고 해도 이건 좀...""충분히 생각하고 고심한 끝에 결정한 일이야. 지금 외성엔 딸린 식구들이 많아. 입이 많지. 식량은 한정적이고, 필요한 물품들은 금방 떨어져. 자급자족이되는 의전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그곳의 상황도 모르겠고... 의원님도 약품이 필요해. 연단방의 약품도 있지만 거의 당문 독약 위주라 의원님이 사용하는 약품이 턱없이 부족해.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것은, 보름 혹은 그 이상의 기간동안 버틸 수 있는 물자들을 빼오기 위해 빼앗긴 마을을 잠시나마 되찾는 거야. 확실치는 않지만 만에 하나, 저번에 본 도적 무리들이 점령했다면 그들이 또 다시 모여 움직이기 전에 지금 당장 움직여야해. 어제 그런 일이 있고는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리라 생각되지 않아. 그러니 그들이 모이기전에 최대한 마을의 물품들을 조달해야해. 이 방법밖에 없어."조운은 그저 걱정이었다. 제 아무리 당문 무공의 고수라지만 그녀의 체격은 작았고, 혼자였다. 얼마만큼 그녀가 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묵령이 어제 보여줬던 무림인으로서의 모습은, 오늘의 여린 모습과 함께 새벽녘의 이슬처럼 잊혀진지 오래였다. 조운의 눈에는 무공의 고수들은 하나같이 무모해 보인다. 강함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나아가야만 하기에 무리하는 것인지, 일반인인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묵령의 여려보이는 얼굴 빛이 더욱 안쓰러워 보였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묵령은 각갑의 비뚫어진 모습을 좀 더 고쳐 잡았고, 암기를 주머니에 넣고, 검을 허리춤에 놓고는 크게 심호흡을 할 뿐이었다. 오로지 묵령의 문제는 눈 앞에 있을 뿐이었다."금방 다녀올게.""어, 언니 잠깐만...!"묵령은 더 지체할 수 없었고, 조운에게 그 한 마디 말만 남겨놓은 채 경공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그녀의 형체없는 궤적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으니 가슴 한 켠이 마치 억울한 듯, 분 할 뿐이었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그저 무사히 돌아오길 바랄 뿐인 마음만이 공기 중에 흩날려 자리 잡고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었다.묵령은 도착한 마을 주변에서 가장 높은 나무 위로 사뿐히 걸터 앉아 주변을 살폈다. 마을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지만 정체모를 사람들이 그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눈빛이 선해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대로 넘겨짚기도 애매하다. 괜한 추측은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법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해석해 정체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의전에서는 수확이 좀 있다고 하나?""수확물은 좀 있다지? 씨앗도 보관량도 좀 되고, 배 곯을 일은 당분간 없겠구만.""근데 이렇게 죽치고 마을을 무단점거해도 되는거야?""너. 다시 가난해지고 싶은거냐? 가난이 그리 좋으면 그냥 당문외성으로 달려가지 그래? 그 쪽은 이제 당문이 멸문한 뒤로 관리자들이 없어서 얼마 못 버틸 거라고 하더만.""...뭐, 지금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약한자들은 강한자들의 먹잇감일 뿐인거지. 혹시아냐? 우리가 그들을 다스릴지?""솔깃하구만?"첫 번째 해석이 끝났다. 단순한, 생각없는 무뢰배 집단. 문제는 그들의 정확한 소속이 무엇이느냐 였다. 묵령의 머리 속에는 얼마전 마주한 집단의 수장이 문득 떠올랐다.' 당신네들이 니교를 어찌 보는지는 매우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마교가 아니오. 당신네들이 먼저 편협한 시선으로보니 답답하긴 하지만 어쩌겠소. 우리끼리 만든 세력이니 눈초리는 당연히 받을 수 밖에. '그가 당시에 무슨 이유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단순히 그때 자리를 피하고자 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의 눈매는 한없이 가벼웠지만 그 눈빛 속에 잠든 분노는 아마도 무림을 향한 원망일 것이라. 하지만 그들은 순순히 길을 비켜주었으니, 이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를 향한 배려였을까? 아니면 그들의 어두운 과거는 이미 청산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을까? 묵령은 눈앞의 적을 두고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복잡하기만 했다. 그녀의 머리 속으로 순식간에 많은 추측이 들어오니 집중이 흐릿해져 갈때 즈음 자신의 양 볼을 두 손으로 짝 하고 때리고는 눈 앞의 무리들을 다시 공평한 눈높이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들이 니교라고 결정난 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억측은 오해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편협한 시선은 쓸데없는 억압만 만들리라.' 그들은 니교일까...? '그때 멀리서 어디선가 익숙하게 본 적 있는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묵령은 왠지 모를 익숙함에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옮겨 그 장면을 확인 할 수 있었으니, 사람을 괘팍하게 잡아오는 광경이었다. 가슴 속으로는 불꽃이 다시금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머리 속으로는 그녀를 진정시키느라 고생 중 이었다. 판단을 흐려선 안된다.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으니 그 사람을 끌고가는 것을 그저 눈으로만 봐야 했다. 묵령은 끓어오르는 열을 가까스로 줄이고 그들을 따라가면서 숫자를 읊었다."...여섯...일곱...여덟..."마을은 그다지 크진 않았지만 그 곳을 점령하던 도적무리들의 수는 거의 서른이 넘어갔다. 그리고 묵령의 시야에 들어온 시체더미. 그 모습을 본 순간 더 이상 그들이 니교던 아니던 중요하지 않았다. 힘없는 자들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이들에게 더 이상 소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마을 정중앙에 도착할 때 쯤, 모여있는 무리까지 확인했을 때는 정확히 오십둘이 되었다. 숫자가 생각이상으로 많았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묵령은 이 이상 기다릴 인내심이 바닥났다. 붙잡아온 사람을 끌고와서는 그를 상대로 패악질을 시작하려하니 묵령의 손은 무의식이 지배한지 오래였다. 숫자는 파악했다. 그들에게 공포가 무엇인지를 새겨넣을 시간이 다가왔다. 손을 들어 끌려온 사람에게 해를 끼치려 하는 순간.휙! 푹!"으, 으악!! 뭐, 뭐야?? 내 손!!"독이 발린 암기 하나가 그의 손을 관통했고, 이사형의 극독의 위력이 단숨에 발휘되었다. 손부터 시작하여 팔, 가슴, 목 순서로 마비가 옮겨가는 고통이 세포 하나하나에 깊게 새겨진다. 죽음이라는 공포가 서서히 머리 속을 잠식한다. 어찌저찌 살겠다고 손을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지만 그저 소리만 가득한 죽어가는 외침이었다. 그 일대는 갑작스러운 암습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적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식은 땀을 흘리며 무기를 붙잡고는 주변을 살폈다.스윽. 푹!어두운 응달에 혼자 있으면 위험하다. 그림자가 그림자속에 숨어있으면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목숨이 떨어져나간 뒤에나 깨닫는 법이다. 소리없이 다가와 입을 틀어막을 필요도 없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칼날이 성대부터 빠르게 비집고 들어와 다급한 목소리를 차단한다. 아무리 소리를 내려해도 뜨거운 피가 쏟아져나와 울리는 성대를 적시니 그저 바람새는 소리만 가득하다. 칼날에는 극독이 묻혀있었으니 말로 형용 할 수 없는 고통이 그의 사지를 마비시켰고 그렇게 소리없이 하등 쓸데없는 생명이 꺼져갔다.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레 움직이지만 사신은 인내심이 좋지 않다. 한 발짝을 더 움직이니 작은 여성의 모습이 눈 앞에 들어찰 무렵, 시선은 어느 덧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떨어지는 소리를 어쩌다가 들은 괴한이 부리나케 뛰어왔고, 그 모습을 본 그는 늦을세라 모두를 부르려고 다급히 소리를 질렀지만 날아든 차가운 날붙이가 똑같이 그의 목을 관통하니 이곳에 있었던 일은 순식간에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나, 나와!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이냐!! 우, 우, 우리는 인원이 많다고!!"......."그 인원들은 그저 소리소문없이 하나, 하나 사라질 것이고, 그 곳에 있던 적이 없게 될 것이니 너무 염려 마세요.""여, 여자...! 으읍!!"빠드득! 우득! 우득!암살자는 그의 고개를 강하게 돌렸고,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시체를 안아들고는 천천히 바닥에 뉘였다. 그녀가 행하는 암살은 지극히 원초적인 행동이다. 자신의 내력을 활성화시켜 온 몸에 뿌리내리는 일종의 강화술. 삼초식 낭아지세(狼牙之勢)를 극한으로 운용하여 사용하면 그 어떤 먹잇감도 감히 늑대의 이빨을 피해갈 수 없다. 이것 이외의 다른 무공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직접 몸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녀의 너무나 큰 분노로 인해, 그들에게 직접 공포를 직접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한 명, 한 명 암살 될 수록 바닥에 버려지는 이름없는 쓰레기처럼 사라져가는 심리적 공포는, 아무도 알아주지 못 하는 그들의 죽음을 더욱 가치없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그녀가 용서할 수 없는 그들에 대한 분노. 가차없는 잔혹함. 제발 그들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겁에 질려 삼라만상이 불타고 있는 지옥에 부디 도달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다, 다들 모여!! 적은 한 명씩을 노리니, 서둘러 모여서 암살하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다!!"그녀가 미소지었다. 가장 바라고 바라던 순간이 온 것이었다. 가뜩이나 머리굴려 한 명씩 행하는 암살을 피하고자 모이는 것은 과연, 좋은 의미의 재간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아주 나빴다. 그들은 감히 당문의 피를 요동치게 건드린 것이다. 묵령은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입안에 머금고 씹어내 무색무취의 무언가를 아주 천천히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의 의도대로 서서히 퍼지고 퍼져 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갔다. 무색무취이기에 그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폐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알리 없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묵령은 더 이상 숨어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담담히 걸어나가 그들의 앞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니 그들은 고작 저리 작은 여성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머리 속으로 부인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그들은 알리 없었다. 자신들의 몸은 서서히 마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고, 고작 저리 작은 여자에게 우리 모두가 당한 거라고? 말도 안돼... 그럴리 없잖아?""......바람이 아주 좋은 방향으로 불고 있습니다.""뭐, 뭐라는 거야??"......" ......다들, 무릎을 꿇으실 시간입니다."독이 서서히 그들의 몸 속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순간 다리 끝자락부터 시작해서 점점 목 끝까지 타고들어오는 저릿저릿한 감각에 온몸이 지배당하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릎부터 꿇으면서 앞으로 고꾸라져갔다. 독의 영향인지 속은 메스껍고 머리 속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정신줄을 붙잡으려 애를 썼지만 그녀가 사용한 독의 양은 적어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사용한 최소한의 치사량에 가까운 양이었다. 하지만 약한자는 죽을 것이고, 강한 자는 버틸 것이었다. 묵령은 서둘러 그들에게 막 붙잡혀온 사람에게 다가가 해독제를 먹였고 그를 데리고는 독연이 닿지 않는 공기 맑은 곳으로 데려가 뉘었다."미안해요. 조금만 참고 계세요. 상대도 많고 한꺼번에 잡으려면 휘말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소녀의 불찰입니다.""고, 고맙습니다. 목숨을 구해주셔서..."그에게 미소를 짓고는 다시 그들에게 갔다. 그 장소는 말 그대로 옳지 못한 자들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독에 당해 기절한 자, 이미 죽은 자, 아직 끈덕진 정신으로 버티고 있지만 죽기를 희망하는 자. 가지가지의 모습들이 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살인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자신의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졌지만, 동시에 당문의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행한 행동이었기에 어떻게든 마음 속으로 정당화 하였다. 당문의 주변을 건든 것은 장문인에게 있어서도 확실하게 끊어야할 실이었을 것. 그런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장문인과 다른 사형들의 그간의 노고를 고스란히 알 수 있었다."묻겠습니다. 그대들은 어디서 오셨습니까?""마, 말해주면... 사, 살려주기라도 할 거냐...?""당신들이 들이 마신 것은 당문의 날수상공께서 만든 독 중에 가장 강한 독인 망혼향(忘魂香)입니다. 저는 당신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으니 불지 않겠다면 그 점은 제가 직접 알아내면 그만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끄으으윽... 당... 문..."무언가 말을 하려한 것 같았지만 망혼향(忘魂香)의 독이 결국은 그의 영혼을 잊게 만들었으니 더 이상 이자리에서 알아낼 정보는 없어졌다. 묵령은 부디 그들이 영원히 불타오르는 지옥으로 떨어졌기를 빌면서 시체들을 정리하고 마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과연 그들이 마을에 저질러놓은 참상은 이로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 떠나간 이들의 넋을 잠시라도 기리고자 짧게 합장했다. 묵령은 정리가 어느정도 끝난 것을 확인하고는 짧게 한 숨 쉬었다.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무언가 한 발짝을 걷고 앞으로 나아갈수록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되는 것 같아 두려웠다. 평소의 나는 무엇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난다. 그녀들이 당문을 떠난지 이제 하루 지났다. 사 사형은 아홉일 남았다. 그들은 나를 알고 있을 지언데 나는 나를 잘 모르니 누군가가 이야기해주었으면 했다. 부디 자신을 잃지 않도록. 하지만 지금은 혼자 남았다.앞으로 걸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묵령은 부군의 검을 뽑아들어 다시한번 천천히 살펴보았다. 아직도 남겨져 있는 그날의 흔적. 피로 묻은 그의 손 자국이 아직도 이렇게 선명하게 남았는데 이제는 곁에 없다.' 손을 꼭 잡자. 헤어지지 말자. '' 무슨 일이든 내가 너와 함께 할게. '...' 평생. '지나간 일이 잊혀지기를 바랬건만,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어리광마저 받아줄 그가 없구나. 아버지가 나타나 그를 꾸짖기를 바라지만 아버지도 없구나. 아직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홀로 서 있는 이 장소에는, 마치 자기자신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망부석과도 같이 느껴졌다. 오로지 눈에서부터 뿌옇게 흐르는 이슬같은 눈물만이 눈가에 맺혀 하염없이 바닥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묵령의 홀로서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어! 언니가 왔어요!"외성 망루 위에서 하염없이 묵령을 기다리던 조운이 입구로 다가오는 그녀를 보고는 헐레벌떡 뛰어가 외성 문을 활짝 열어 맞이했다. 묵령이 당문을 떠나간지 두 시진이 지나고 난 뒤였다. 그녀가 떠나간 후, 그저 걱정만 가득했었지만 아침과 다르게 크게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에 마냥 다행이다 여겼다."당 언니, 별일 없었어요?""응. 마을은 정리해두었어. 지금 당장은 무리들이 없으니 안심해도 돼. 언제 다시 올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없을거야. 사람들을 불러서 물자를 가지러 가자.""네!"외성사람들과 그녀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을과는 그렇게 거리가 멀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는 묵령이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의전도 발견했으니 그곳에 비축해놓은 식량과 씨앗들도 가져올 수 있었다. 이로서 외성 안에 있는, 비록 작지만 존재했던 밭을 일굴 재료들이 모여 한시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마을에서는 간만에 집을 찾은 사람들이 울며 겨우 돌아왔지만 다시 돌아가야하는 실정에 가슴만 먹먹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기에 최대한 필요한 물건과 식량, 약품을 위주로 챙겨 마을에 남아있던 수레에 옮겨담아 외성과 마을을 왔다갔다 하기를 여러번 반복하니, 약 이틀의 시간이 지나간 이후에야 외성 문을 굳게 걸어 잠글 수 있었다.필요한 물자는 어느정도 갖췄다. 문제는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묵령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마을의 습격 소식을 들은 것일까? 주변에 돌아다니는 무리들이 제법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외성 근처까지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이쪽의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듯 해보였다. 계속해서 숨 죽이고 주변을 탐색했다. 당문 주변을 둘러본 결과. 생각 이상으로 그들의 활동으로 하여금, 주변이 오염되었다고 판단되어 다시 움직일 필요성을 느낀 그녀는 주변의 가장 심각한 곳을 추려 청소할 만반의 준비를 하며 명상에 들어갔다."령 언...니?""?"조운이 들어왔다. 명상은 자연스레 끝이났고 걱정어린 눈빛으로 묵령을 바라보았다."운아. 왜 그래?""그... 꼭 나가야 되요? 안색이 많이 안 좋아보이는데."묵령이 외성에 도착하고 난 뒤, 주변 청소를 하고 다닌지 어느 덧 구일이 지나있었다. 그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굴과 옷 상태를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의원에게 가서 상태를 확인해보면 겉으로는 문제가 그리 크지 않다고는 진단되어지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이 보였다. 조운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 종종 머리가 쭈뼛거리며 머리 칼이 바짝 서는 기분을 느끼는데 그녀의 확 달라진 눈빛에 이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걱정이 매우 들었다. 하지만 무언가 그녀를 붙잡기에는 자신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함부로 다가가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니, 더 그러기 전에 오늘만큼은 그녀를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한 참이었다."오늘은 쉬는 게 어때요? 혼자서 나갔다 오는데만 벌써 구일째에요. 세수는 하고 다니는 거에요?""벌써... 그렇게 됐어? ......전혀 몰랐어...""령 언니..."슬슬 외성 물자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고, 방울소리마저 조용히 울리고 있던 것을 옆에 있던 조운이 알아차릴 정도 였으니, 사태의 심각성이 확실하게 부각된 상황이었다. 그녀가 청소를 다니면서도 그들의 물자들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구해온 사람들마저 슬슬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늘어날 것 까지는 생각지도 못 한 상황이었기에 묵령도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마냥 바깥에 두고 돌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다고 놓고 돌아가면 그것은 의협인으로서, 당문인으로서 그릇됨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감히 혼자 결정하기가 부담이되기도 했다. 이는 그녀 혼자 짊어지기 벅찬 일이었다는 것이었고, 조운도 그녀의 벼랑 끝의 심정을 놓치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었다. 역시... 그녀를 잠시나마 붙잡아야 했다."언니. 잠시 쉬어요. 내일이면 열흘 째니까 사 사형도 오실거고 무언가 대책이 생기지 않겠어요? 다들 아직까지는 문제삼는 것이 없으니 령 언니는 충분히 할 일을 했어요. 그러니까... 오늘만큼은 쉬어요. 세수도 좀 하고. 언니 안색이 좋지 않아요.""운아..."바람이 고요히 불어와 그녀의 얼굴을 사뿐히 어루만지고 갔다. 눈은 뜨고 몸은 멀쩡한데 가슴의 구멍은 점점 커져만 가니 공허함만 가득했다."내가 밖에서 본게 뭔지 알아?""그, 글쎄요. 늘 도적잡배만 잡으러 가니 그놈들만 보지 않나요?"묵령은 고개를 저었다."사람이... 사람들이 그들의 심심풀이로 죽어간 시체의 산을 간혹 보게돼. 그걸보면 가슴이 무너지지만 그렇기에 그들이 활개 못 하도록 견제해야 했어. 그러다가 세수를 하려고 냇가에 가서 그 곳에 비친 내 얼굴을 봤어. 어느 덧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내 얼굴을 보게 된거야. 물론 그런 만행을 저지른 그들을 거두는 것이야말로 내가 비로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냇가에 비친 얼굴을 본 순간 내가, 내가 맞는지가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내 이전의 얼굴은 어땠지? 나는 물에 비친 그 모습이 정녕 내가 맞는 거라면 그것마저 잊지 않기 위해서 세수하는 것을 멈췄어... 못 하겠어. 그 모습마저도 잊을까봐... 나를 잊을까봐...""령 언니..."묵령은 검을 빼어들고 그것에 남겨진 손자국을 쳐다봤다. 그리운 느낌이 드는 자국이다. 온기가 느껴져야 할 것 같지만 이제는 다 식어버린 여운이었다. 이렇게나 선명한데 차가운 날붙이의 온도만이 남겨져 그리움만 가득하다."내 부군께서는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있지만, 이제는 그가 없어. 그러니 그가 하던 일을 내가 하는 거야. 이정도로 약해질 순 없어. 그러니까..."..."어? 언니, 혼인했었어요?? 혹시 의원님이 말씀하셨던 조씨 사형요??""아... 으, 응""정말로?? 이거야 말로 조씨 가문의 경사네요!"조운은 그녀의 처음듣는 이야기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천진난만하게 묵령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고 묵령은 그녀의 눈빛을 피해다니기 바빴다. 그리고는 그녀의 작고 고운 머리를 이리저리 살펴보았고 그간 눈에 보이지 않았던 비녀도 보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짤랑짤랑.그녀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지자 묵령은 그간 볼 수 없었던 긴장에 가득찬 얼굴표정을 보였다. 조운도 그 모습을 보고는 살짝 놀랐지만 그녀의 모르던 모습을 보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줄곧 냉정한 얼굴만을 고수하던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아하니 더욱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갔다. 하지만 순간 무언가 깨달은 부분이 있었기에 그런 그녀의 설레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검의 주인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순간 말 실수를 한 것이라 여겼으니 미안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아... 그런데 검의 주인이 부군이시라면... 설마...""그, 그렇...지... 결국 난 이 사람 덕에 살았으니까... 그래서 지금 이 곳에 혼자 남겨진 당문 사람으로서 내가 할 일을 다 할거야. 그러니 내가 어떻게든 움직여야 하는 것이고... 아버지의 이름을 먹칠 할 수 없고, 떠나간 그이의 역할도 내가 해야해."
조운은 계속된 그녀의 다짐에 결국 진절머리가 났다.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딱 잡고는 놀란 눈빛과 눈빛을 억지로 마주했다."그래도 안돼요! 오늘은 좀 쉬고 세수 좀 하세요! 언니 몰골이 말이 아니에요. 물론 당문의 핏줄로서 책임감이 무겁다는 것은 알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신체적 건강함만이 강함을 결정한다 보기에는 어려워요. 정신적인 건강도 돌아볼 줄 알아야 다음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안 되요! 세수하고 깨끗해진 얼굴을 다시 머리 속에 새기세요! 그 깨끗한 얼굴이야 말로 언니의 진짜 얼굴이니까! 이전 얼굴을 잊었다면 다시 새기면 되죠!""......"시간이 구일이나 지났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몸에 무리가 최대한 가지않는 선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마음이 황폐화 되었다는 것을 조운에 의해서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으니 내심 오늘같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지 얼마였는지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였다. 공동파 일행들이 돌아가고 나서도 제대로 쉴 시간도 없이 달려왔다. 역시 혼자로서는 어려울 것이란 것을 그녀들도 알고 자신도 알고 있었지만, 단지 책임감과 의무감에 사로잡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소홀히 한 것이 문제였다. 묵령은 조운의 걱정에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참으로... 오래간만의 웃음이었다."와... 웃는 것도 처음보는 거 같은데, 웃으니 더 예쁘네요! 역시... 내가 눈이 나쁜게 아니었어!""......"그녀의 끊임없는 칭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누군가가 자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군 이외에는 역시 익숙치 않다. 부끄럽지만 그녀의 말들은 듣기 좋으니 부끄러워도 들을 만 했다. 묵령은 미소가 자그맣게 지어졌다. 간만에 느끼는 해방감이랄까. 바람이 산뜻하고 시원한 것을 보니,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덕분에 개운해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외성의 물자는 부족한 상황이니 그쪽은 여전히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계속되는 재롱과 권유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묵령은 오랜만에 뻥 뚫린 하늘과 상쾌한 바람을 느끼고자 드러누웠다. 묵령의 눈에 비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날아다니는 새도 하나 없는 그저 새파란 것만이 눈에 비쳐졌으니, 이 곳은 그야말로 무아(無我)의 세상이었다. 혼자 공중 혹은 물 속에 붕 떠있는 느낌이 이 곳은 비록 혼자여도, 혼자이길 잘 한 선택이라 느껴졌다. 두 눈을 감고 맑은 공기로 가득한 숨을 한 가득 깊게 들이 마시고 내쉬었다........"오늘은 맑은 날이구나...""그렇죠?"
월영전(月鍈傳) (10)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