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소 퍼즐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정확하게 위 퍼즐 제품을 한 2~3번 정도? 맞춰본 기억이 납니다. 심심해서 샀던 퍼즐을 안 맞추고 서랍에 놔뒀다가 돈 아까워서 시간 내서 맞춰본 게 제 퍼즐 경험의 끝입니다. 진지한 취미로서 퍼즐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직소 퍼즐이 갖고 있는 몇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요.
1. 맞추다가 중간에 그만 두기가 매우 애매합니다.
퍼즐이 차지하는 공간이 생각보다 넓습니다. 제가 맞췄던 300피스 퍼즐도 책상에 두면 꽤 자리를 먹었습니다. 진지하게 퍼즐을 한다고 하면 보통 500 ~ 1,000피스 이상으로 구매하게 되는데 얘네들 크기가 절대 무시할 정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하루 날 잡고 다 맞추면 모르겠다만 중간에 그만두면 보관하는 게 진짜 애매합니다.
2. 다 맞추고 나서 어떻게 처리하지?
퍼즐을 다 맞추고 나면 위에 접착제를 발라서 굳게 만든 뒤에 액자에 거는 식으로 보관하는 게 가능합니다만 이것도 한두 번이지 퍼즐 하나 맞출 때마다 그러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 맞추고 나서 다시 보관한답시고 퍼즐을 다 부숴버리는 건 뭔가 또 아까운 기분이 듭니다.
3. 직소 퍼즐이 생각보다 비쌉니다.
퍼즐이 1,000 피스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의외로 비쌉니다. 온라인에서 사는 퍼즐도 이정도 가격대이고 오프라인에서 사면 "퍼즐이 이렇게 비싸?"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이 나갑니다. 만약, 본인이 퍼즐을 좀 맞춘다 싶은 사람이면 피스가 적은 퍼즐은 하루에도 뚝딱 맞추실테니 계속 퍼즐을 구매하는 건 부담이겠죠.
이런 문제 때문에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으로 퍼즐을 즐기는 유저층이 있습니다. 가상의 퍼즐을 맞춘다면 위의 단점이 전부 해결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앱으로 즐기는 퍼즐은 뭔가 맛이 떨어집니다. 전자책(e북)이라는 게 요즘 정말 잘 되어 있는데 굳이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거 처럼, 직소 퍼즐도 앱으로 맞추는 건 직접 손으로 맞추는 거랑은 느낌이 확 다릅니다.
그런데 VR이라면 어떨까요?
퍼즐링 플레이스 (Puzzling Places)
VR 퍼즐 게임 퍼즐링 플레이스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퍼즐 게임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퍼즐 요소가 있는' 게임으로 생각하실텐데 이 퍼즐 게임은 진짜 그 퍼즐입니다.
현실의 직소 퍼즐의 질감이나 특유의 종이향을 느낄 수는 없지만 역시 VR의 이름에 걸맞게 스마트폰 앱으로 하는 퍼즐보다는 훨씬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 듭니다. 조각을 "들어서" 맞춘다는 느낌이 살아있거든요.
그리고 현실 직소 퍼즐에는 없는 퍼즐 분위기에 맞는 음악도 흘러나오죠. 현실 직소 퍼즐 맞출 때 음악 틀고 맞추면 똑같겠지만(...) 아무튼 '모뉴먼트 밸리'의 느낌이 가득나는 BGM이 흘러나오는데 VR기기가 조금만 더 간소화 되어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할 수 있었다면 힐링을 한 껏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퍼즐링 플레이스의 메인 화면 입니다. 많은 종류의 퍼즐이 준비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퍼즐들이 있고
추가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퍼즐들이 DLC 처럼 판매되고 있습니다.
판매되고 있는 상품을 살펴보면 퍼즐 1개당 1,000원에 판매되는 수준의 가격입니다. 실제 직소 퍼즐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한 가격입니다.
처음 게임을 켜도 특별한 튜토리얼이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메뉴에 도움말 탭이 있으니 읽어보고 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퍼즐 맞추는 거야 알맞은 홈에 끼워서 맞추면 되겠지만 최소한 가상 세계에서 퍼즐을 어떻게 집는지는 알아야 할테니까요.
또 현실 퍼즐에는 없는 장점으로 한 개의 퍼즐을 여러 피스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일종의 게임 난이도 개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퍼즐을 잘 맞추는 사람들이나 끈기가 뒷받침 되는 사람들이야 수 천 피스를 해도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초보자는 너무 많이 쪼개진 피스를 보면 일단 머리부터 어지러운데 이렇게 같은 퍼즐이라도 피스를 정할 수 있게 만든 건 진입 장벽에 있어서 아주 긍정적인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퍼즐을 맞춰볼까 싶었더니 퍼즐 첫 인상이 제가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달라서 놀랬습니다.
[▲ 이렇게 되어 있는 게 퍼즐 국룰인데]
일단은 퍼즐이라고 해서 이렇게 흔히 아는 패턴으로 쪼개진 피스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닙니다.
누가 막 찢은 종이처럼 피스가 쪼개져있고 아래에 있는 건 완성된 퍼즐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거 같은데 어째서 여러 개가 있는 걸까요? 퍼즐 완성 그림은 정면에서 찍은 한 장만 보여주는 거 아니었나요?
그렇습니다.
이 퍼즐 게임은 3차원 퍼즐이었습니다.
현실 직소 퍼즐이 평면의 '그림'을 재완성 시키는 것이라면 퍼즐링 플레이스는 '공간'을 재완성 시키는 퍼즐 게임입니다. 25피스 같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적은 피스의 난이도가 있길래 뭔가 했더니 일반 직소 퍼즐이랑은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VR이기에 실현될 수 있는 퍼즐 시스템이라 참신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단순히 가상 현실의 퍼즐이 진짜 현실의 퍼즐의 맛을 얼마나 따라갔을지를 중점적으로 보려고만 했지, 현실 퍼즐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입니다.
퍼즐이라는 게 사람마다 취향을 크게 타는 것 중 하나라, 누구에게나 추천을 하는 건 어려움이 있지만 퍼즐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해볼만한 좋은 VR 게임이라고 봅니다. 가상현실 퍼즐답게 현실의 직소 퍼즐이 갖고 있는 단점이 모두 해결되어 있기도 하고 여타 다른 VR 게임처럼 멀미를 느낄 그럴 게임도 아니고요.
무엇보다 제 기준에서 가장 좋았던 건, 앉아서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VR 게임이었다는 겁니다.
VR 게임에 앉아서 플레이 할 수 있다고 적힌 건 많은데 적혀있는 게임들 대부분이 진짜 앉아서 하면 불편한 게임들 투성입니다. 하지만 퍼즐링 플레이스는 가만히 앉은 상태에서 편안하게 VR만의 입체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줄만하다고 봅니다.
[▲ 실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