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이즈 DLC 강스포 후기입니다. 엔딩은 출시하고 그 다음주 주말에 휴가까지 써가면서 봤는데 만족도가 참 별로여서 이제서야 후기글 올려보네요.
저는 게임을 하면 대부분 2회차까지 진행하는 타입입니다.
1회차에 천천히 성장하면서 스토리를 즐기고 2회차에선 인계 데이터로 처음부터 강한 상태로 고전했던 몹들을 부수며 파고들기 요소를 즐기거든요.
그래서 재미있게 한 게임은 대부분 2회차, 많으면 3회차까지도 합니다. 정말 재미있게 한 어라이즈 본편도 마장비 작을 한 다음 2회차 플레이를 즐겼죠.
그런데 DLC는 그럴 생각이 안 들었어요. 해보려고 해도 시작점인 니즈를 못 벗어나고 꺼버리게 되더라고요.
일단 DLC 자체는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의 알펜과 시온, 다른 동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본편과 다르게 다소 긴장감이 옅어지고 친근함이 강해진 동료들의 관계가 보기 좋았습니다.
메인인 나자밀의 스토리도 망했다 정도까진 아니었어요. 만족감이 절반 정도에서 멈춘 건 아마 DLC의 스토리가 제가 한 달 전부터 기다리면서 상상하던 스토리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DLC는 어라이즈의 후일담입니다. 알펜과 동료들의 후일담이죠. 그래서 저는 후일담도 알펜과 동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나자밀이란 캐릭터는 새로운 사건을 발생시킬 트리거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메인으로 나올 줄 알았죠.
그런데 DLC는 갑자기 나온 나자밀의 과거사가 중심이 되어버렸습니다. 알펜과 동료들은 그 서사를 진행시키기 위한 조연이 되어버렸죠.
이 1년간 신세계가 어떻게 되었고 그 속에서 알펜과 동료들이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성장을 이뤘는지가 중심이 되어야하는데 그건 그냥 1년간 영웅취급하며 도와줄 것을 강요받아서 힘들었다. 그래서 한 번 폭주했다. 이걸로 퉁쳐버리곤 나자밀은 성장환경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한테 학대당하고 다나와 레나의 혼혈이라 어디도 못 섞이고 이물질 취급받았다 하며 길게 과거사를 풀어버립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나자밀한테 그렇게 관심 많은 사람 있나요? 적어도 제가 DLC를 4만원이나 주고 사고 날마다 기다린 건 본편을 함께 하면서 애정을 가진 알펜, 시온, 린웰, 로우, 키사라, 듀오할림 때문입니다.
같이 모험한 얘네들이 메인으로 나온다 그래서 기다린거라고요. 근데 내용물을 까보니 얘들 이야긴 부흥퀘스트 같은 걸로 다 빼고 갑툭튀한 나자밀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를 다 차지해버리니 어이가 없죠.
어차피 이렇게 할 거 스토리나 잘 풀어냈으면 괜찮았을 겁니다.
안 좋은 환경에서 학대받던 애가 처음으로 다정하게 대해주는 어른을 만나서 임프린팅 같은 현상을 겪는 건 납득합니다. 그래서 알펜이 부당한 취급받는 걸 보고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죠.
근데 그렇다고 뜬금없이 알펜이 1년을 돌아다녀도 못 찾은 추간을 덜컥 찾고 헬가임킬의 기술을 바로 이해해 써먹는 게 말이 됩니까? 심지어 얘 니즈랑 메난시아만 봤어요. 4개 있는 도시 중에서 절반 보고, 추가로 메난시아에선 아무 일도 없었는데 니즈에서 벌어진 일만 보고는 여기 사람은 다 똑같아! 그러니 내가 전부 올바르게 바꿔주겠어! 이러곤 뛰쳐나갑니다.
차라리 4개 도시 전부에서 알펜이 편리한 도구취급 당했으면 이해라도 해요. 근데 달랑 니즈 하나만 보고는 저러니 어이가 없죠. 4개 도시를 다 돌아봤다면 알펜들이 나자밀과도 정이 많이 쌓여서 저렇게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겠죠.
엔딩도 그래요. 중간엔 나자밀이 트라우마가 깊어서 어떤 말도 닫지 않는 것 마냥 독불장군 식으로 일을 진행시키더니 최종 결전에선 알펜들이 그냥 몇 마디 해줬다고 바로 생각을 고쳐먹는 것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해결되는 트라우마면 그냥 처음부터 말로 풀면 됐잖아......
차라리 예? 신세계에 불만 가진 레나인이 나자밀을 이용하는 스토리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레나인이 계급사회인 거지 멍청이는 아니잖아요.
다나랑 혼혈이라 해도 지들이 물고빠는 영장의 딸, 심지어 6속성 다쓰는 애를 다나인의 피가 섞였다고 저렇게 쫒아내는 것도 어이가 없죠. 그렇지 않아도 알펜이란 공포의 대상이 있는데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속으론 더럽다 생각할 지라도 일단 나자밀을 이용하고 봐야할 거 아닙니까.
나자밀을 이용해서 알펜을 죽이고 신세계의 주도권을 빼앗을 음모를 짜다가 우연찮게 추간을 발견했고, 그걸로 다나인을 전부 생각 못하는 노예로 만드는 계획을 수립 중에 나자밀이 무단 이탈, 그 과정에서 알펜들을 만나 함께 지내며 레나인과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의문을 갖게 되고 그걸 알아챈 레나인이 철가면을 이용해 나자밀을 조종, 알펜들이 그걸 구하며 레나인의 음모도 막는다. 이런 스토리 라인이면 알펜들 주역에 나자밀의 존재감도 살리고 신세계의 레나와 다나의 대립도 표현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왕도적이지만 만족스러운 이 쉬운 길을 놔두고 왜 저런 이상한 길로 갔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진짜 그나마 재밌게 플레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은 상황에서 바뀌어서 나오는 애들 상호작용 보이스랑 스킷 덕분이었습니다. 하다못해 클리어 데이터 인계라도 가능했으면 노가다 작업한 마장비 가져가서 다 때려패는 시원함이라도 느꼈을텐데.
그리고 솔직히 이게 가장 불만이었습니다.
아니, 알펜이랑 시온 너네 본편에서 마지막에 키스하고 끝냈잖아. 근데 왜 1년 지난 시점에서도 썸이야? 다나랑 레나는 썸 관계에서도 키스하고 그래? 일단 키스 갈겼으면 적어도 사귀는 단계까지는 갔어야할 거 아니야! 내가 DLC에서 니들 연인무브를 얼마나 기대했는데!
알펜의 결혼식 공부 퀘스트라거나, 마지막에 시온에게 할 말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그건 진짜 좋았는데! 키스하고 1년 뒤면 일단 사귀자 부터 밖고 프러포즈를 고민하고 있어야 하는 타이밍이어야 할 거 아냐!!!!
너무 큰 기대를 하며 한 달을 기다려서 그런지 그만큼 실망도 큰 DLC였습니다.
테일즈가 스토리 날림이 심한 건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4만원이나 받아먹은 DLC에서 이건 좀.....
솔직히 2회차까지 바로 달리겠다고 휴가 쓴 게 좀 후회될 정도였어요.
어라이즈2가 나올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나온다고 해도 어지간히 맘에드는 캐릭터 모델링이 아니면 안 할 것 같네요. 제 안에서 어라이즈는 알펜과 신온의 본편 이야기로 완결 시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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