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기나긴 택배 기사의 일이 끝이 났군요. 간만에 정말 플레이하는 동안 재미있었습니다. 2019년 최고의 게임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엔딩에서 밝혀지는 사실이 상당히 놀라운 것이라 비밀 유지가 잘 되었다는게 다행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엔딩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않아서 다행이예요. 보통 이정도면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 한번쯤 볼만도 한데... 제가 1회차로 플레티넘 따고 싶어서 많은 팁과 공략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정보는 접하지 못했죠. 뭐 그게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게 아니니 별게이긴 하지만요.
엔딩을 보고 나니 왜 하이힐이 문제가 되는지, 운전하는데 통신오면 짜증나는지, 오징어랑 고래가 싫어지는지, 비가 오는 날은 왜 싫은지 이해가 갑니다. 게임을 하는 내낸 세계관에 푹 빠져 그 전에 오랫동안 시간을 투자해 플레이 했던 파판15가 이런 방식의 게임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질 않더군요. 뭐 물론 파이널 판타지는 초코보도 나와야하고 섹시한 시바 누님이랑 거대한 베히모스도 나와야 하니까 이렇게는 만들 수 없다고 쳐도... 훌륭하게 세계관 설정이 잘 되었고 게임도 잘 뽑혔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중간 컷신... 그것도 매번 반복되는거, 예를 들어 물건 넣고 물건 빼고 그런것들을 켜고 끌 수 있는 기능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입니다. 뭐 로딩시간으로 활용하고 그러면 효율적인 중간 휴식처(게임 입장에서)가 되지만 배송처 한번 갈 때마다 수십번씩 쳐 보는 영상들은 굳이 이걸 내가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매번 들더군요. 넘기는 것도 지겨워지거든요.
전투야... 뭐 호불호가 있으니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꼭 몹이 나와서 전투를 하고 때려 잡고 이런 것들이 게임을 구성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데스 스트랜딩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투하기 싫으면 피해다녀도 되고 실제로 전투 없이 엥간히 깰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되죠. 오히려 제가 아쉬워 하는 부분은 하드 SF의 형식을 더 따랐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과거 생과 사로 구분되어 사후세계에 무엇이 있을까 종교적인 해결 접근 방법이 많이 있었지만 데스 스트랜딩으로 인해 이러한 것들이 과학적으로 해결이 되었고 실제로 고도화된 기술력을 토대로 사후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다라는 내용이 좀 빈약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전반적인 세계관 설정이야 사후세계가 '기술적으로 확인되었다'라는 점이지만 거기에 접근하기 위한 서술이 부족한 편입니다. 물론 스토리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숨겨진 것도 있겠지만 그래비티나 미션투 마스처럼 하드 SF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파이널 판타지를 언급한 것도 극장판 파이널 판타지 : 더 스피리트 위드인과 내용이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서도 BT와 비슷한 영혼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죠. 물론 인류는 그들과 격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 베리어를 치고 멸망을 막는데 주력합니다.
게임 내에 인터뷰도 거의 다 읽었는데... 상당히 방대한 량임에도 불구하고 설명이 그렇게 친절하진 못합니다. 물론 감독이 관객의 상상력에 맡긴다라는 부분이 어느정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끝까지 봐도 모르겠는게 상당히 많습니다. 데스 스트랜딩 사건 이후 역사에 남을 보이드아웃은 2건인가 1건인가(맨하튼 보이드 아웃이 샘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아닌가)부터 시작해서 클리프의 탈출 사건 때는 보이드아웃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BT는 왜 물구나무 서는가(-_-;), 샘은 왜 몸을 박박 씻지 못하나, 손자국이 안지워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틸마더의 정체는 무엇인가, 공중에 떠다니는 BT와 오징어, 고래, 사자는 왜 생기는 것인가, 인간형 거대 BT의 정체는 무엇인가, 데드맨은 멸종 대상에서 제외되는가, 클리프는 왜 1차, 2차, 베트남 전쟁에 참여도 하지 않았는데 왜 해변을 공유하는가, 건설한 국도의 주변의 돌들은 왜 하늘로 올라가는가 등등 의문점이 끝이 없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별에별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역무지게를 보고 그럼 무지게가 바르게 뜨는 세상과의 조우가 아닌가(영화 어나더 어스처럼), 사실 샘이 만나는 모든 인물들은 실존하지 않는 허구의 것이 아닌가(죄다 홀로그램이니까, 게다가 샘을 아예 접촉 포비아로 설정해서 더 애매하게 만듬) 등등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듭니다. 이런 것들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러가지 궁금한 것들이 많지만 정!말!로 궁금한 것들이 있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리플로 달아주세요.
1. 과연 맨하튼 보이드아웃의 시작은 샘의 아내 루시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일으킨 것인가?
- 인터뷰 내용을 읽을 때 너무 많기도 하고 해서 속독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충 들어맞는 이야기 같은데, 이게 시간이 맞질 않아요. 우선 샘이 심리치료사 루시를 만나 사랑에(사랑은 무슨 x살 협박, 아니 자x하고 해변에서 돌아오는거 보여줘가지고 믿게 만들었으면서..)빠져 임신도 시키고(문제의 그 사진도 같이 찍고), 하지만 보이드아웃이 일어나 루시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죽고, 샘만 살아남아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고 잠적하죠. 이건 엥간히 사실인 것 같은데, 문제는 시점에 있습니다. 다른 인터뷰를 보면 산부인과 의사가 제왕절개를 하고 탯줄에 손을 대는 순간 "x팔 누구야"하면서 보이드아웃이 일었다고 보고 있죠. 그 이후 BB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때의 사건 기록으로 BB를 연구하게 되는데, 그 첫번째 BB를 클리프 엉거가 기증합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30~40년전에 맨하튼 보이드 아웃이 있었다는 것인데, 데드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샘의 기록 파일엔 10년전에 아내를 잃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보이드 아웃도 10년전 사건이구요.
더더욱 해깔리는건 루시의 첫번째 인터뷰의 제목이 UCA-01-002 사건을 고려해 봤을 때 인데, 글 내용은 UCA-01-032에서 보이드 아웃이 일어나 다 말아먹었다로 시작합니다. 오타가 아니라면 데스 스트랜딩과 BB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되는 역사상으로 중요한 보이드아웃이 두개라는 것이예요. 아무리봐도 맨하튼 보이드아웃과 루시의 사망으로 촉발된 보이드아웃은 같은거 같은데 말이지요. 왜냐면 두 군데 모두 임신 7개월의 산모라고 나옵니다. 음... 그러고보니 클리프 엉거의 아내도 임신한 상태에서 뇌사 상태에 빠졌네요.(저는... 이 게임이 처음에 클리프 엉거가 아내를 살리는... 인류 보완 계획.... 쩝... 에바를 너무 많이 봤군요...)
2. 두번째도 샘과 루시의 보이드아웃에 관련된 것인데, 과연 그 보이드아웃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인지, 의도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이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일단 아멜리가 멸종체로 각성하고 나서 자신의 첫번째 목표(멸종을 막는거)를 위해서는 강력한 파워가 필요하다 = 대통령이 되어야 겠다로 이어져 대통령이 BB 연구가 있는 맨하튼에 방문해 있을 때 일부러 (해변에서 만큼은) 전지전능한 아밀로 보이드아웃을 일으켜 대통령(과 그 주변에 수만명...)을 없애는 짓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라는 해설이 있어요. 그리고 해외 레딧에 있는 분석에 따르면 BB-28은 스틸 마더에서 나온 영혼 없는 도구에 불과하고 나중에 여기에 아멜리가 오랫동안 해변에 있던(물론 시간은 다르게 흐르지만) 루시와 샘의 아이, 즉 루이스(샘은 원래 아이가 태어나면 남자면 루, 여자면 루이스라고 이름을 지으려고 했습니다.)의 영혼 ka를 넣어준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설이 있습니다. 즉, 결국 BB-28은 샘의 아이라는 것이죠. 물론 해설에 불과하고 실제로 그렇게 밝혀진 바는 없으니까 모두 믿으면 안되는데 처음에 루라고 불렀다가 루이스로 바꾸게 된 점, 루시가 샘이 아들이라고 하지만 자기는 딸이 확실하다고 느낀다는 인터뷰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대충 이렇게 엮입니다. 아밀리가 그렇게 해준 까닭은 보이드아웃 사건으로 인해 아내와 아이를 잃은 샘에게 속죄하는 마음에서 그랬다는 얘기와 더불어서요....
3. 게임 내의 많은 내용들이 데스 스트랜딩은 필연적이며 6번째 멸종을 막을 수 없고 샘의 노력으로 포스폰드, 연기 시킨 것 뿐이다라는 내용이 지배적이예요. 아밀리는 자신이 암으로 사망했을 때 카와 하가 분리되면서 해변에 남게 된 카, 즉 아밀리가 멸종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데스 스트랜딩의 시작은 아밀리가 샘을 다시 살려 돌려보냈을 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시한 자연의 섬리를 깨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죠. 그렇다면 멸종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이것도 명확히 나온 것은 없습니다.
아멜리는 처음에 자신이 멸종체임을 인지하고 이것을 막기위해 박빙으로 노력합니다. 대통령이 되어 BB를 연구하고 멸종을 막을 연구를 하죠. 하지만 결국 인류는 멸종 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영겁에 세월에(심심해서) 라스트 스트랜딩을 일으켜 인류의 멸종을 끌어내려고 합니다. 힉스에게 파워를 주면서까지 말이죠. 하지만 마지막에 샘의 따뜻한 포응으로 이를 뒤집고 라스트 스트랜딩을 포기합니다. 이게 전반적인 스토리의 내용인데, 그렇다면 애시당초 라스트 스트랜딩을 위한 모두를 하나의 해변으로 엮는 카이럴 네트워크는 멸종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필요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BB의 역할이 필요치 않음으로 굳이 BB를 연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모든 궁금점이 다 과거에 집중되어 있군요. 어떻게 사건이 흘러갔는지는 정확히 엔딩에서 보여주지만 이야기를 서로 엮어주는 "왜"가 부족합니다. 즉, 당위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죠. 물론 제가 못 찾았다고 보는게 더 옳을 것입니다. 솔직히 200시간이 넘는 플레이 타임동안 졸기도 했었고 비몽사몽 배달한 것도 꽤 되거든요. 언젠가는 능력자분이 나타나 장문의 글로 모든 세계관을 이해시켜주는 글이 올라오겠지만 게임 다 깨고 CD까지 친구 빌려준 마당에 이러한 궁금증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 계속 플레이 영상을 유튜브로 보고 있군요... -_-; 그만큼 여운도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하아.. 글이 길어지게 되었네요. 이만 줄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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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음... 2회차가 땡기긴 한데... 저 미칠듯한 컨테이너와 집라인 설치하느랴 고생한거 생각하니까 다시 잡기가 힘들군요.. | 22.03.14 21: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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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 플레 검색 후에 축하 댓글을 적었습니다. 늦은 축하 댓글 양해 바랍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 22.08.22 14: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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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3년 지난 글에 댓글을~ 감사합니다. 디렉터스 컷도 나오고 해서 2회차를 하고 싶긴 한데요, 아직도 고속도로 설치하느랴 짐 옮기는 짓 생각하면 후덜덜 합니다. 하지만 PS5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PC에서의 4K HDR은 정말 그래픽이 주금이더군요. 앞부분만 해봤는데... 정말 멋집니다. | 22.08.22 17: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