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011 프롤로그 『홍련의 검희』
016 제 1화 『두근거림과 좋아함과』
053 막간 『홍련의 검희②』
059 제 2화 『약속의 행방』
095 막간 『홍련의 검희③』
101 제 3화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133 막간 『홍련의 검희④』
141 제 4화 『Nyan×3☆Days』
177 막간 『홍련의 검희⑤』
185 제 5화 『이어짐의 그 너머에』
231 막간 『홍련의 검희⑥』
241 제 6화 『좋아함과 두근거림과』
300 에필로그 『무지개가 내리는 장소』
프롤로그
『홍련의 검희①』
암흑 속에 적색의 섬광이 한 줄기 번쩍였다.
아니, 적색이 아닌 ――――― 홍색.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홍색의 빛이, 마치 밤의 장막을 찢어발겨 가는 것처럼 여러 가닥의 선명한 궤적을 그려나간다.
"더 이상은 도망칠 수 없습니다."
목소리가 울렸다.
결코 크지는 않지만 늠름하고 종소리처럼 잘 울리는 목소리.
"이곳은 당신들이 있어야 할 세계가 아닙니다. 붉은 불꽃에 정화되어 얌전히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세요."
소녀였다.
나이대는 10대 정도. 교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아마도 학생일 거라 짐작할 수 있다. 허나 그 눈동자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강인한 붉은 빛은 소녀를 나이 이상으로 어른스러워 보이게 했다.
"GRRRRRRR……"
어둠 속에서 대답해온 것은 짐승 같기도 하고 무언가의 배기음 같기도 한, 땅속에서 울려 퍼지는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그 모습은 비유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머리가 없는 무기질의 원숭이…… 라는 것이 가장 가까운 표현일까.
"레테……"
작게 중얼거린 그 이름이, 눈 앞의 괴이한 형체를 가리키는 것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소녀의 모습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옷차림은 그야말로 평범한 학생.
허나 밤의 어둠 속에서 마치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 보석 같은 붉은 눈, 강한 의지가 그곳에 피어난 듯한 하얀 머리장식, 그리고 그 손에 쥐고 있는, 신장에 맞지 않는 붉은 색의 진검 같아 보이는 것.
그것들 이외의 요소가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에 그 선명한 붉은 색이 소녀의 이질감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갑니다."
조용한 울림과 함께 소녀가 지면을 박찼다. 순간, 괴이한 형체도 튕기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금속끼리 부딪치는 듯한 둔탁한 격돌음.
암흑 속에서 춤추며 흩날리는 불꽃이 마치 피안화처럼 주변을 비춘다.
얼마 동안 그것이 반복되었을까.
마침내 그 붉은 검격은 싱겁게 끝을 맞이했다.
"『홍련일섬』……!"
공기를 가르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휘두른, 소녀의 칼날의 일격.
홍색의 불꽃을 도신에 나선형으로 두른 그것은, 막으려 하는 괴이한 형체의 양손을 쉽게 절단하고, 그대로 괴이한 형체의 몸통도 두 동강을 냈다.
"G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
두 개로 나뉘어졌음에도 뱃속에까지 울리는 듯한 비명.
허나 그것도 최후의 발버둥에 불과했다.
베인 자리에서 번지기 시작한 불꽃은 그대로 퍼져나가 괴이한 형체의 전신을 뒤덮어 간다.
마침내 그 전신을 붉은 불꽃이 감싸고…… 괴이한 형체는 단말마의 소리와 함께 완전히 타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끝났네요."
작게 숨을 내쉬면서 소녀가 중얼거린다.
그 모습은 검은 머리칼에 약간 회색빛이 도는 눈동자로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 돌아가죠. ……응?"
그 때였다.
바스락…….
소녀의 배후에서 어떤 소리가 조그맣게 울렸다.
"?"
고양이인가 싶어서 소녀가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 있던 것은……
"……힉……"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은…… 그녀와 같은 교복을 입은 소녀의 모습이었다.
제 1화 『두근거림과 좋아함과』
1
"자, 컷!"
튕기는 듯한 목소리가 푸른 하늘 아래에 울려 퍼졌다.
바다와 인공물이 뒤섞인 오다이바의 독특한 풍경을 배경으로, 옥상 중앙에서 어깨를 상하로 들썩이는 여학생을 향해 트윈테일이 인상적인 여학생 ――――― 타카사키 유우가 비디오 카메라를 한손에 들고 기세 좋게 달려간다.
"엄청 좋았어, 세츠나!"
"저, 정말인가요?"
"응, 당당하고 멋있어서 비디오 카메라 너머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두근거렸다구!"
"가, 감사합니다, 유우 씨!"
세츠나라고 불린 학생이 만면의 미소로 답한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온몸에서 기운이 넘쳐흐르는 듯한 활기찬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치, 다들 그렇게 생각했지?"
유우의 부름에 주변에 있던 학생들도 모여든다.
"네. 정말로 거기에 아카히메가 있는 것 같았어요. 멋진 연기에요, 세츠나 씨!"
"무무무…… 분하지만 세츠나 선배, 멋있어요……. 시오코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네, 저도 모르게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굉장했어. 리나 보드 『두근두근』"
오사카 시즈쿠, 나카스 카스미, 미후네 시오리코, 텐노지 리나.
"역시나네. 아직 촬영 시작한 참인데 벌써 연기가 딱 들어맞잖아, 세츠나."
"응, 엄청 감동 돋았어, 세츠나."
"늠름해서 카나타, 잠자는 것도 잊어버렸어~"
"뭐, 나쁘지는 않았잖아?"
아사카 카린, 엠마 베르데, 코노에 카나타, 미아 테일러.
"셋츠, 연기인데도 승부욕이 강했던'건희', '검희'라서? 아하하하!"
"본격적인 연기는 처음인데 이렇게 할 수 있다니. 세츠나, 굉장하구나……"
"꺄핫, 굉장했어! 빨리 란쥬도 해보고 싶어!"
미야시타 아이, 우에하라 아유무, 쇼우 란쥬.
학년도, 재적하고 있는 학과도 다른, 언뜻 보기에 제각각인 모임. 허나 거기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었다.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
니지가사키 학원 내에서 스쿨 아이돌로서 라이브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호회.
부원은 전부 합해서 13명으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다.
스쿨 아이돌로서는 드물게 각자가 다들 솔로 아이돌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개성적이고 다채로운 그녀들은 다들 그 멤버인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이것도 여러분이 여러 가지로 도와주시고 계시는 덕분이에요! 하지만 다음은 여러분 차례니까요!"
"으으, 그랬지~."
세츠나의 말에 카나타가 눈썹을 팔자로 만든다.
"우리들도 세츠나처럼 잘 할 수 있을까~……?"
"연기 같은 걸 제대로 해본 적 있는 건 시즈코 정도지?"
"응. 하지만 나도 영화는 그다지 경험이 없으니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은 라이브나 다음 이벤트의 화제가 아니었다.
그런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동호회 활동에 대한 것이 아니라……
"1개월 후…… 네요, '문화 교류회'"
시즈쿠가 세츠나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네, 그렇게 됐네요. 다음 달 첫 주니까요……"
"의외로…… 시간이 없네"
카린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문다.
1개월 후에 개최된다고 하는, 미나토구 부근의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오다이바에서 행해지는 "문화교류회".
거기서 행해지는 이벤트의 하나로 동호회가 나가게 되었기 때문에 멤버 전원이서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치만 그 땐 깜짝 놀랐어. 세츠나가 커다란 목소리로 갑자기 부실에 뛰어 들어왔으니까."
조금 정체된 분위기를 움직이듯이 아유무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죄, 죄송해요. 그 때는 무심코 흥분해버렸어요……."
"아냐,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니까 말야. 세츠나가 기뻐진 마음도 이해해."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부끄러운 듯이 작게 말하는 세츠나.
애초의 발단.
그것은 며칠인가 전의 방과 후의 일―――――
"크, 큰일이에요, 여러분!"
드르륵!
그런 커다란 소리와 함께 동호회 부실의 문이 열리고 문 저편에서 세츠나가 넘어질 듯이 뛰어 들어왔다.
어지간히도 허둥대고 있었는지 평소 부실에 올 때의 "유키 세츠나"로서의 모습이 아닌, 학생회장인 "나카가와 나나"의 모습이다.
"무, 무슨 일인가요, 세츠나 선배?"
"그, 그렇게 숨을 가빠하는데 괜찮아? 애플 티 마실래?"
"지, 진정해~."
달려오는 카스미와 엠마와 카나타에게 세츠나는 숨이 끊어질 듯이 말했다.
"호, 홍련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이세계에서 저희들을 감싸려 지금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어요……!"
"엥, 화, 화재인가요……?"
카스미가 당황한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크, 큰일이에요! 그러면 빨리 신고해야……! 보자, 으음, 110번…… 어, 어라, 시즈코, 화재 때는 몇 번이었지……!?"
"1, 117이야, 카스미 씨!"
"그것도 틀렸어. 119번."
허둥지둥 거리는 카스미와 시즈쿠에게 냉정하게 태클을 거는 리나.
"하지만 화재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태에요……! 다른 학생들의 피난도 포함해서 바로 대처해야만 합니다!"
시오리코가 스마트폰을 한손에 들고 부실을 나가려 한다.
그걸 본 세츠나가 급한 듯이 머리를 가로로 젓는다.
"아, 자, 잠깐만요! 그건 아니에요!"
"네……?"
"그게, 화재가 아니라……."
"……?"
고개를 떨구며 세츠나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3분 후.
"보자, 『홍련의 검희』……인 건가요?"
"네, 네……."
거북한 듯이 목소리를 낮추고 세츠나가 작게 끄덕였다.
"거기에 대해서 모두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부실에 왔는데, 빨리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서 무심코 입 밖으로 내버렸어요……. 죄송합니다! 시오리코 씨, 여러분, 소란을 피워버렸어요……!"
"아뇨, 진짜 화재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리나 보드 『휴』."
"뭐, 뭐 카스미는 알고 있었지만 말이죠?"
"그러게 허둥댔으면서 말은 잘 하네, 강아지는……."
"미, 미아코는 조용히 해!"
그런 대화와 함께 부실 안에 평소와 같은 화목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돌아온다. 그렇다고는 해도 모든 의문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세츠나, 그 『홍련의 검희』말인데……."
"아, 네!"
유우의 말에 세츠나가 기세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우리들 '스쿨 아이돌 동호회'에서 영화로 만든다…… 진짜야?"
1개월 후에 행해지는 오다이바의 문화 교류회에서 동호회에 의해 『홍련의 검희』의 미니 필름을 공개한다.
그것이 세츠나가 말한 내용이었다.
"네, 네……."
"그런 건 원래대로라면 영상 연구부나 연극부 같은 데 의뢰할 일 아닐까? 그렇지, 시즈쿠?"
"아, 네. 그런 제안이 오면 부로서는 받아들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이번엔 우리들이 하게 됐다는 거네? 어째서?"
"그건……."
세츠나가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홍련의 검희』. 전격 문고에서 발매되고 있는 라이트 노벨."
" ! "
"현재 7권까지 간행되고 있는 왕도적이고 선 굵은 작풍이 연령층을 불문하고 인기. 이제 곧 TV 애니메이션도 시작."
"마, 맞아요!"
리나의 해설에 세츠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홍련의 검희』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제 1권이 발매된 대인기 라이트 노벨이자 발매되자마자 인터넷에서 입소문이 퍼져서 순식간에 불이 붙었어요! 문자 그대로 불타오르는 듯한 왕도적인 전개이면서 모에도, 눈물도 겸비하고 게다가 고찰을 불러일으킬 만한 장치도 가득 담긴 그야말로 완전무결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명작으로 코미컬라이즈나 각종 미디어 전개는 물론이고, 다음 분기부터 시작되는 애니메이션은 벌써부터 패권작이라고 평판이 자자해요! 특히 제가 기대하고 있는 건 3권의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인 아카히메가 한 번 적에게 패한 후에 재기하는 장면이 어떻게 재현될 것인가인데……"
"……아, 으음, 잘 알았어, 세츠나."
"세츠나, 정말 좋아하는구나~."
"아하하, 정말 잘 전달됐어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점점 열기를 높이는 세츠나에게 카린이 쓴웃음을 지으며, 카나타와 시즈쿠가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을 건넨다.
"보자, 즉 세츠나 선배의 최애 작품이라는 거네요?"
"아, 네, 넷."
카스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세츠나.
"물론 영화 연구부나 연극부에 맞는 일이긴 하지만 학생회 경유로 이야기를 가져와주신 부회장도 그걸 알고 계셔서……."
"세츠나가 "홍련의 검희"를 엄청 좋아한다는 건 세츠나 팬 사이에서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에요! 그래서 제일 먼저 세츠나와 "스쿨 아이돌 동호회"를 제일 추천해뒀습니다! 세츠나 러브!"
"……라는 거였어요."
"아하하, 그 부회장님이라면 그렇게 말하실 것 같네."
"후후, 사랑받고 있네, 세츠나."
아이와 엠마가 즐겁게 얼굴을 마주본다.
허나 세츠나는 약간만 목소리를 낮추고
"저, 저기, 역시 안 될까요……?"
"응?"
"정말 좋아하는 『홍련의 검희』라서, 저 개인으로서는 굉장히 하고 싶습니다만…… 다들 스쿨 아이돌로서의 활동도 있으니 도저히 그럴 여유가 없겠네요……."
고개를 떨구며 그렇게 말한다.
일순간의 정적.
하지만 곧바로.
"그럴 리가 없잖아요."
"네?"
"세츠나 선배가 하고 싶은 거라면 다들 협력하고 싶을 거에요!"
"네, 저로서는 반대할 이유 같은 건 없습니다."
"영화를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거, 흥미 있어요."
"리나 보드 『반짝반짝』."
"세츠나의 "좋아해"라는 마음을 우리 다 같이 최선을 다해 전하자!"
저마다 그렇게 소리를 높이는 카스미, 시오리코, 시즈쿠, 리나, 유우.
"하, 하지만 여러분에게도 폐를 끼쳐버릴지도 모르는데 제 멋대로 그런……."
"엥, 재밌을 것 같잖아. 아이 씨는 해보고 싶어!"
"나도 찬성이야. 하자, 세츠나."
"란쥬의 연기, 너희도 보고 싶지?"
"괜찮지 않아? 재밌을 것 같으니."
"카나타는 언제라도 세츠나의 편이라구~."
"나도 세츠나의 힘이 되고 싶어. 그치, 카린."
"……나도 딱히 반대하려는 건 아니야. 세츠나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신경 쓰였던 것뿐이야."
아이, 아유무, 란쥬, 미아, 카나타, 엠마, 카린도 세츠나를 상냥하게 세츠나를 둘러싸며 그렇게 잇는다.
"여러분……."
건네지는 따뜻한 말에 눈을 깜빡거리는 세츠나.
하지만 금세 표정이 밝아진다.
"가,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말씀해주신 이상, 전력으로 임하겠습니다! 하기로 한 이상 최고의 작품을 만들죠!"
"파이팅!!"
부실 내에 13인의 목소리가 드높이 울려퍼졌다.
2
그 이후의 이야기는 빨랐다.
그 날 안에 바로 학생회에 답장을 하여 『스쿨 아이돌 동호회』로 이 안건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카메라를 시작으로 촬영 기재 등은 리나가 갖고 있던 것이나 영상 연구부에서 빌려온 것을 쓰는 걸로 정해졌다.
의상이나 잡화 등은 복식 동호회에서, 소도구 등은 연극부에서.
그 외의 세세하게 필요한 것들을 포함해서 시오리코가 리더십을 발휘해 순식간에 수배를 완료해주었다.
"시오리코, 굉장하네! 살았어!"
"아뇨, 그렇지는. 저는 그저 자신의 적성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입니다."
유우의 칭찬에 시오리코 본인은 황송한 듯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의 힘이 컸다는 것은 명확했다.
결과적으로 『홍련의 검희』의 미니 필름을 만드는 것을 정하고 나서 거의 텀을 두지 않고 촬영을 개시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진 것이었다.
"그럼 아직 시간도 있으니 학원 씬을 좀 더 찍어둘까?"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며 유우가 말했다.
"그러게요. 아카히메가 전날에 "레테"라며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인 상대, 모에기와 복도에서 재회하는 장면과 교실 안에서 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은 오늘 중에 찍어두고 싶네요."
시즈쿠가 손에 쥐고 있는 대본에 눈을 떨어드리며 그렇게 말한다.
의논한 결과, 각본 및 감독은 연극부이면서 경험이 있는 시즈쿠가 담당하게 되었다.
"오케이, 시즈코! 자 그럼 의상은 모에기네가 다니는 학원의 교복이죠? 어떤가요, 유우 선배, 이 교복 귀엽지 않나요?"
"응, 굉장히 귀엽다고 생각해, 카스미."
"그쵸? 잔뜩 있던 교복 의상 중에서 카스밍이 제일 귀여운 걸 골랐어요! 에헤♪"
손가락을 자신의 양쪽 뺨에 대면서 카스밍은 활기차게 웃는다.
추가로 의상 선정은 귀여운 것을 엄청 좋아하는 카스미가 담당, 카메라 및 세세한 연출 등은 유우가 담당했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 자신들의 특기 분야를 분담하면서 동시에 유우 이외에는 다들 등장인물로서 영화 내에 출연하게 되어 있다.
문자 그대로 『스쿨 아이돌 동호회』13인 전원이서 임하는 일대 이벤트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보자, 우선은 복도에서의 첫 장면부터. 세츠나와 카스미와 카나타 씨, 부탁해도 될까?"
"네, 맡겨주세요!"
"카스밍은 언제라도 준비 오케이에요!"
"카나타는 일단 교실에서 대기하면 좋은 거지~?"
삼인 삼색의 답변.
그렇게 이어지는 촬영이 시작되었다.
『홍련의 검희』는 소위 말하는 이능력 배틀물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아카히메는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이고, 같은 이세계에서 온 불청객인 "레테"라고 불리는, 사람을 먹는 괴물을 쓰러뜨리는 것이 목적으로 하고 있다.
평소에는 평범한 고교생으로서 살고 있지만 "레테" 토벌 시에는 붉은 머리칼이 되어 불꽃을 다루는 것에서, 그 모습에 본따 『홍련의 검희』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었다.
"당신은…… 어제의."
아카히메 역의 세츠나가 카스미가 연기하는 모에기에 그렇게 말한다.
"응? 아…… 골목에서 불장난 하고 있던 사람이잖아요!"
"불장난……? 그, 그게 아니에요! "레테"를 토벌하고 있어서……."
"레테?"
"앗, 아, 아뇨, 그건……."
"분명 불장난인거죠. 새빨간 불꽃이 보였는걸요. 불량해요!"
"저, 저는 불량 학생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에요!"
"엥, 진짜인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쇼우 선배?"
카스미가 교실 안에 있는 쇼우 선배, 카나타를 부른다.
"……."
"쇼우 선배?"
"……."
"응? 카나타 선배, 차례라구요?"
대답이 없었던지라 카스미가 교실을 들여다본다.
"……휴~…… 휴~…… 새근……."
"잠깐만요, 카나타 선배, 왜 자고 있는 건가요!"
애용하는 줄무니의 베개에 파묻히듯 한채 기분 좋게 숨소리를 내고 있던 카나타에게 카스미가 소리를 높인다.
"일어나세요! 카나타 선배의 차례에요."
"자자, 카스미. 카나타, 자고 있잖아. 잠깐만 자게 두자? 응?"
"엠마 선배…… 참, 무르다니깐요."
"후후, 그럼 다른 장면을 먼저 찍어둘까?"
"그러게요. 교실의 일상 장면이라면 카나타 씨가 이대로라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우의 말에 시즈쿠가 끄덕인다.
"어쩔 수 없네요. 카나타 선배는 놔두고 계속하죠."
"그렇게 말하면서 겉옷을 덮어주네, 카스미."
"카린 선배! 이, 이건 카나타 선배가 감기라도 걸리면 부장으로서 곤란하니까……."
"그래그래."
"착하다, 착해, 카스미 씨."
"저, 정말, 시즈코까지!"
카스미가 볼을 부풀리면서 소리를 높인다.
그런 식으로 따뜻한 웃음소리에 둘러싸인 채 촬영은 진행되었다.
"음, 오늘은 이 정도려나.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그 날의 할당된 대강의 장면의 촬영을 마치고 부실로 돌아온 유우가 말했다.
"내일부터는 학원 이외의 장면도 찍으러 가려고 해. 야외 촬영이 되는데 괜찮으려나? 우선은 란쥬와 시오리코와 미아인데……."
"모만타이라. 학원 밖에서 촬영하는 거, 두근두근거려!"
"네, 괜찮습니다."
"우리들에게 맡기라고, 베이비."
흔쾌히 대답한다.
거기에 미소 지으며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하며 유우는 스마트폰으로 내일의 스케줄을 확인한다.
"그럼 저희들은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내일도 잘 부탁드려요, 유우 선배♪"
"또 봐, 유우 씨."
"아, 응, 내일 봐, 시즈쿠, 카스미, 리나."
사이좋게 나란히 부실을 나가는 1학년들에게 손을 흔든다.
"유우유, 먼저 갈게~!"
"하루카가 기다리고 있으니 카나타, 돌아갈래~."
"수고했어, 유우."
"유우도 너무 늦게까지 남아있지 말고 빨리 돌아가라구. 할 일이 있는 건 알겠지만 눈을 떼면 언제까지고 작업하고 있으니까."
"아하하, 주의할게요……."
배려의 말을 해주는 카린 일행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답한다.
"미안해, 유우. 사실은 유우를 돕고 싶은데 오늘은 어머니에게 저녁 재료 장보는 걸 부탁받아서 빨리 돌아가야 돼서……."
"괜찮아. 아유무도 조심히 가."
"으, 응, 내일 또 봐."
그리고는 몇 번이고 힐끔힐끔 뒤돌아보며 돌아가는 아유무를 배웅했다.
"자, 이쪽도 빨리 작업을 마쳐야겠다."
저지의 소매를 걷으면서 기합을 넣는다.
능숙하게 하지 않으면 카린이 말하는 대로 언제까지고 남아있게 되어 버린다. 효율 좋은 순서를 생각하면서 작업에 착수하려는데…… 문득 부실 구석에 아직 남아있는 멤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세츠나? 안 돌아가?"
"아, 유우 씨. 네, 아직 아카히메의 인물상을 붙잡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만 더 확인해볼까 싶어서요."
"그랬구나. 세츠나의 오늘 연기, 엄청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아뇨, 저 같은 건 아직 멀었어요! 아카히메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연구해야만 해요……!"
꼬옥 손을 움켜쥐면서 그렇게 말한다.
올곧고 타협하지 않는 그 자세를 보면 정말로 성실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세츠나에게 유우는 말했다.
"그러면 나도 돕게 해줘."
"네?"
"아직 정리랑 작업이 조금 남았으니까. 부실 청소를 하면서 세츠나의 연습을 들어도 괜찮을까?"
"유우 씨……."
방긋하고 웃는 유우.
그걸 본 세츠나는 기쁜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 그럼 아카히메가 학원에서 처음으로 "레테"와 싸우는 이쪽 장면을 확인하고 싶은데 부탁드려도 될까요?"
"응, 맡겨줘!"
세츠나의 말에 유우는 힘차게 답했다.
3
니지가사키 학원은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고등학교다. 진로에 맞춰 다양한 학과나 코스가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사립 고교로, 총 학생 수는 다른 학교에 비해 꽤나 많다.
그만큼의 대규모 인원에 걸맞게 부지는 어지간한 이벤트 회장만큼 넓다.
또한 학생의 자주성을 중시하는 교육 방침이나 부활동이나 과외 활동이 각 방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내부만에서만이 아니라 전국에서도 유수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어 각지에서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드는 것으로 유명했다.
"후우, 완전히 어두워졌네."
"그렇네요. 하교 시각 아슬아슬했어요."
연습과 뒷정리를 마친 유우와 세츠나가 학원의 교사를 나올 때에는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학원에서 『니지가사키 학원 앞 역』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같은 간격으로 배치된 가로등에 비춰져 희미하게 드러나 있다.
시간이 늦은 탓도 있어서 두 사람 외에 학생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늘어선 건물들 사이사이로는 호안에 부딪치는 파도의 소리가 살짝 들려오다가, 지나가는 유리카모메의 소리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오늘은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유우 씨. 이런 시간까지 같이 해주셔서……."
"아냐, 세츠나야말로 늦게까지 수고했어."
"아뇨, 정말 좋아하는 아카히메를 이 세계에 재현하기 위해서니까 저는 완전 힘이 넘쳐요!"
웃는 얼굴로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세츠나.
그것은 빛나는 것처럼 눈부셔서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자연스레 기운이 나게 하는 듯한 미소였다.
'세츠나는 변하지 않는구나…….'
그 전신에서 넘쳐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에너지는 만났던 때부터 계속해서 유우를 사로잡고 있다.
유우에게 있어 세츠나는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해도 좋은 존재였다.
지금부터 반년 이상 전의 어느 날.
평소처럼 소꿉친구인 아유무와 둘이서 무심히 지내고 있던 방과 후.
즐겁고 평온하고 잔잔한 나날이었지만, 변하지 않는 일상에 조금씩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그런 때에 유우가 만났던 것은…… 세츠나였다.
사소한 우연으로 봐버리고 만 그녀의 스쿨 아이돌로서의 퍼포먼스.
충격이었다.
두근거림의 불꽃으로 화상을 입은 건가 싶었다.
이렇게나 반짝거리고, 뜨겁고,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니, 지금까지의 가치관이 완전히 뒤집힌 것 같았다.
'진짜 그 때는 감동했지…….'
그것이 자신과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는 걸 알게 된 때에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무지개처럼 샘솟아 오르는 두근거림에 몸을 맡기고 분주하게 뛰어다녀, 한 번은 폐부되어 버리고 말았던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의 재시동에 관여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그런 세츠나와 유우는 지금,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있다.
그 때는 동경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길을 걷는 사이다.
"왜 그러시나요, 유우 씨?"
"응? 아, 아냐, 아무 것도 아냐. 잠깐 옛날 일이 떠올라서."
"그런가요? 아, 그러고 보니 『홍련의 검희』의 스토리, 유우 씨는 보시고 어떠셨나요?"
"응, 아직 도중이지만 엄청 재밌었어. 다음 얘기가 어떻게 될지 엄청 궁금해."
"그쵸! 각본에 써있는 건 원작의 2권까지지만 그 뒤부터가 더 흥미로워져요! 괜찮으시면 다음 권을 빌려드릴테니 꼭 읽어 봐주세요!"
유우를 향해 기세 좋게 몸을 내밀면서 정말로 기쁜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해오는 세츠나.
유우의 얼굴에서 무심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세츠나, 진짜 『홍련의 검희』를 엄청 좋아하는구나."
"네, 당연하죠!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번에 이런 기회를 얻게 된 게 정말 기뻐요……."
"후후, 잘 됐네. 세츠나의 사랑이 실현될 수 있도록 나도 힘내야겠네."
세츠나의 미소 앞에 결의를 새롭게 한다.
동호회 멤버들을 응원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유우는 생각하고 있다.
그녀들이, 스쿨 아이돌 동호회의 멤버들이, 무대나 그 외의 장소에서 빛나는 모습을 할 수 있는 한 전력으로 돕는다.
그러기 위한 노력이라면 조금도 아낄 생각은 없었다.
"……."
"세츠나?"
그러다 거기서 옆에 있던 세츠나가 무언가를 생각에 잠겨있는 듯이 멈춰서 있는 것을 눈치 챘다.
"왜 그래? 뭔가 놓고 왔어?"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 ? "
"저기……."
약간 망설이다가 세츠나는 유우의 얼굴을 봤다.
"정말로……. 제가 주역으로 괜찮았던 걸까요?"
"응?"
"정말 좋아하는 『홍련의 검희』라서 충동적으로 그만 손을 들고 말았어요. 하지만 연기라면 역시 시즈쿠 씨가 적임이었지 않을까라든지, 애초에 연극부에게 맡기면 좋지 않았을까라든지, 그런 생각을 해버려서요……."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살짝 고개를 숙인다.
"물론 동호회 여러분이 흔쾌히 승낙해 주신 건 감사한 일이고, 굉장히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좋아하니까…… 좋아하니까 더더욱 조금 생각하게 되어버려요. 정말로 이게 베스트일까 하고……."
"세츠나……."
세츠나가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유우는 이해했다.
정말 좋아하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기에 들어버리는 사소한 위화감.
책임감이 강한 세츠나이기에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학생회에서의 요청이라는 것도 신경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하하…… 왠지 유우 씨에게는 이런 식으로 고민하고 있는 모습만 보여드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조금 우스꽝스럽다는 듯이 세츠나는 웃었다.
"기억하시나요? 이전에 음악실에서 유우 씨와 이야기했을 때의 일. 그 때의 저도 자신의 존재 의의를 고민해서 스쿨 아이돌을 계속하는 걸 포기해버렸어요……."
잊어버릴 리가 없다.
음악실에서 세츠나와 우연히 만난 그 날.
그 때는 아직 스쿨 아이돌이라는 것의 존재를 막 알게 된 참이라 애초에 세츠나의 정체가 학생회장인 나카가와 나나라는 것도 몰랐지만, 그래도 이야기했던 것은 제대로 유우의 가슴 안에 새겨져 있다.
그 날에 쳤던…… 서투른 『CHASE』의 멜로디와 함께.
"죄송해요, 곤란한 말을 해버렸네요. 신경 쓰지 마세요. 유우 씨 앞에서는 조금 나약한 제가 나와 버리는 것 같아요."
어딘가 곤란한 듯한 웃는 얼굴.
유우에겐 그마저도 그 때의 표정과 겹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유우가 할 수 있는 건…….
"……세츠나."
"네, 뭔가요?"
"좋아해!"
세츠나의 손을 강하게 꼬옥 잡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네, 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세츠나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높인다.
"자, 잠깐만요,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유우 씨……!?"
"그치만 지금 말하고 싶어졌으니까! 나, 엄청 좋아해! 일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고 할까, 떼고 싶지 않다고 할까,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계속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정말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그, 그런…… 그, 그건 저도, 유우 씨가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건, 기, 기쁘지만요……."
머뭇머뭇 고개를 숙이면서 목소리를 낮추는 세츠나.
"진짜? 그럼 그렇게 해도 돼? 세츠나의 곁에 있어도 돼?"
"아, 네, 네. 저, 저 같은 걸로 괜찮으시다면……."
얼굴을 붉히며 세츠나가 그렇게 말한다.
"다행이다! 앞으로도 제일 가까이서 바라볼게."
"세츠나의 아카히메를!"
"………………………네?"
"나, 세츠나의 아카히메가 정말 좋아! 엄청 멋있는데 귀여운 점도 있어서 세츠나에게 이미지가 딱이라 진짜 처음 봤을 때부터 계속 두근거렸어! 계속 쫓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어!"
"아, 그, 그렇군요……."
어딘가 지친 듯이 숨을 내쉬면서 세츠나가 그렇게 말했다.
" ? "
"아,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왜 갑자기……?"
그런 말을……? 이라고 세츠나가 묻는다.
거기에 유우는 이렇게 답했다.
"응. 세츠나는 자신이 주역으로 괜찮은지 싶다고 말했지만 나는 역시 아카히메는 세츠나가 하게 되어서 좋았다고 생각해. 세츠나도, 세츠나의 아카히메도, 정말 좋다고 생각해. 그건 분명해."
그 때도, 지금도, 유우는 세츠나가 정말 좋았다.
진지하고 올곧아서 언제라도 최선을 다하고, 하지만 때로는 어린 아이 같은 표정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열광적으로 이야기하는 "세츠나"가.
오히려 그 때보다도 지금 쪽이 그 마음은 한층 강해져 있다고 말해도 좋다.
그러니까…….
"세츠나는 아카히메를 정말 좋아하고, 나는 그런 세츠나의 아카히메가 정말 좋아! 좋아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이 이어져서 더욱 커다란 좋아하는 마음이 된다. 그것만으로는 안 될까?"
"유우 씨……."
"게다가 세츠나는 약간 아카히메를 닮은 느낌이 드는걸."
"제가, 말인가요?"
의외인 듯한 표정을 짓는 세츠나가 고개를 갸웃한다.
"응, 자, 아카히메는 평소에는 평범한 고교생인데 "레테"와 싸울 때는 불꽃을 다루는 이세계의 능력자게 되잖아? 그건 평소에는 성실하고 차분한 학생회장인 '나카가와 나나'이지만, 스쿨 아이돌로서 활약할 때는 '유키 세츠나'가 되어서 불타오르는 듯한 라이브를 하는 세츠나와 닮았다 싶어."
"'나카가와 나나'와 '유키 세츠나'로……."
"그래서 아카히메는 처음 만난 것 같지가 않아. 그런 점도 세츠나가 딱이라고 느낀 이유일지도."
유우의 그 말에 세츠나는 조금씩 당황하는 듯 했다.
무언가를 확인하듯이 몇 번이고 말을 되새긴다.
하지만 결국은 고개를 든다.
"그렇… 네요."
올곧게 유우의 눈을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저…… 너무 어렵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좋아하는 것이기에 저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은 아닐까 하고, 좀 더 좋은 선택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렇게 믿어버렸어요."
가슴 앞에서 꼬옥 손을 쥔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좋아한다고 외친다", 그저 그것만으로 좋은 거에요. 감사합니다! 저, 그 때와 같은 걸로 고민해버렸네요. 유우 씨는 항상 저에게 좋아한다고 외치는 길을 보여주시네요!"
"아냐, 분명 세츠나의 안에 처음부터 답은 있었어. 나는 그저 그걸 도와줬을 뿐."
세츠나는 머리가 좋은 아이다.
이렇게 고민은 하지만 분명 유우의 말이 없어도 최종적으로는 자신만으로도 납득할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비록 정말 사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녀의 "좋아하는 마음"을 도울 수 있다면 정말로 기쁘겠다고 유우는 생각한다.
"그렇네요. 시작했다면 계속 밀고 나갈 뿐… 인 거네요……!"
다시 꼬옥 가슴 앞에서 손을 쥐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세츠나.
아직 완전히 평소대로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세츠나의 표정에서는 어딘가 고민이 옅어지는 것처럼 보여서, 그것을 본 유우는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
다만…… 생각한다.
비록 망설임은 없어졌다고 해도 중요한 책임은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밀고 나가는 것을 정했다고는 해도, 책임이 따르는 안건을 맡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뭔가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세츠나의 미소와 좋아하는 마음을, 응원하고 싶다.
똑바로 앞을 향하는 세츠나의 옆모습을 보면서, 유우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4
그 날 밤.
침대 위에서 엎드린 채로, 스마트폰을 앞에 두고 유우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으~음……."
역시 신경 쓰인다.
어렴풋이 마음에 걸린다.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물론 오늘 돌아올 때의 일이다. 세츠나를 위해서 조금 더 유우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뭔가 정말 조금이라도 괜찮다.
분명 앞으로도 여러 가지 장면에서 책임을 느낄 세츠나.
그런 그녀를 위해서, 그 "좋아하는 마음"을 밀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으~음, 그치만 어렵네……."
아무렇게나 누워서 뒤척인다.
정면으로 무언가를 돕겠다는 제안을 하려고 해도, 성실한 세츠나는 분명 사양할 것이다.
이전보다는 꽤나 유우나 다른 멤버들을 의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해도, 세츠나는 비교적 일을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좀 더 자연스러운 형태로, 뭔가 서프라이즈스럽게 세츠나를 응원할 수 있을 법한 것이 있다면…….
등을 대고 누워서 다시 한 번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조사해 본다.
그 때였다.
"이건……?"
무심코 열어본 페이지에서, 문득 눈에 띤 앱에 관한 정보. 그걸 보고 유우는 벌떡 일어났다.
진지한 표정으로 그 페이지를 구석구석 꼼꼼히 읽다가 마침내 크게 끄덕인다.
"……응, 이거다!"
딱이라고 생각했다.
이거라면 유우가 생각하고 있던 세츠나에 대한 도움의 형태로…… 딱이다.
"바로 모두에게도 전해둬야지!"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고는 바로 멤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막간
"어째서……? 저,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거, 기억이 나지 않아요……."
완전히 불타버린 "레테"의 붉은 잔화만이 남아 있는, 아무도 없는 신사에서 킨센카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그렇게 목소리를 떨었다.
"미도리와 시로가네…… 그런 이름의 친구들, 저는 몰라요……."
"'레테'에게 먹힌 사람은…… 그 존재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립니다."
고개를 숙인 킨센카로부터 눈을 돌리며 아카히메는 말했다.
"이름도, 모습도, 추억도, 전부 세계에서 잊혀져 버려요.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그럴 수가……."
킨센카가 힘이 빠진 듯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린다.
"레테"는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선에서 온, 특이한 존재다.
그 세계에 있어서 모순되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기에 그것에 먹힌 사람 또한 세계에서 거절당한다.
거절이라는 것은 그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만이 아니다.
그 존재를…… 근본부터 부정 당한다.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었던 것으로 치부된다.
그것이 "레테"의 가장 두려운 특성이었다.
"하지만 저, 기억하고 있어요……!"
"……?"
"두 사람에 대한 건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나누었던 '약속'……같이 매일을 보내고, 서로 웃고, 여기서 셋이서 또 석양을 보자고 맹세했던 '약속'은 기억하고 있어요……!"
지면을 붙잡으면서 킨센카가 목소리를 높인다.
그것은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듯한 믿음직스럽지 못한 잔재를, 필사적으로 건져올리고자 하는 것 같았다.
"……예외가 있습니다."
"예외……?"
"잊혀진 상대에 대해 강한 마음이나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는…… 극히 드물게 그 마음의 조각이 남아있는 일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뢰', 예를 들어 '애정', 그리고 지금의 당신처럼……."
거기서 아카히메는 한 번 말을 끊는다.
그리고 올곧게 킨센카의 얼굴을 바라본다.
"예를 들어…… '약속'이라는 형태로."
"'약속'……?"
"맞습니다. 깊은 마음이나 감정을 근원으로 주고받은 '약속'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 조용한 등불이 되어, 그것만이 잉걸불처럼 남아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구원인가, 아니면 잔혹한 선물인가.
소중한 상대의 기억이 사라지고 그저 "약속"만이 남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전부 잊어버리고 마는 것보다도 괴로운 일일지도 몰랐다.
"……."
넋이 나간 듯이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는 킨센카. 그런 그녀를 아카히메는 그저 말없이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고, 이 일을 알렸을 때 상대방의 얼굴에는 익숙해지지를 않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레테"를 전부 토벌만 한다면, "레테의 왕"을 쓰러뜨리기만 한다면, 세계의 수정하려는 힘으로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갈 거예요.'
'…….'
'……하지만 그 대신에…….'
'…….'
'……아뇨, 지금은 사명을 다하는 것만을 생각해야 해요.'
제 2화 『약속의 행방』
1
쇼우 란쥬에게 있어 "약속"이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인 동시에 굉장히 미덥지 않은 실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몇 번이나 그것을 주고받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루어지지 않고 그대로 닿을 수 없는 하늘 저편으로 녹아 사라져 버렸다.
"란쥬와 함께 있으면 즐거워."
"역시 란쥬는 굉장해!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자."
"란쥬라면 계속 따라가고 싶어져."
그런 말을 몇 번이나 들었던가.
처음에야 모두 다 같이 따라오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분위기가 달라진다.
변함없이 계속해서 꿈을 좇는 것은 란쥬뿐으로, 아무도 그 속도와 열량에는 따라오지 않는다.
정신 차리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언제나 그녀만이 새장 속에 갇혀 있고 멀찌감치서 둘러싸고 있는 듯이 혼자였다.
약속이라는 이름의 사상누각과 함께, 그저 허무함과 쓸쓸함이 남을 뿐이었다.
어느덧 란쥬는 약속이라는 것에 체념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란쥬가, 새롭게 나누고 싶은 약속이 있다.
마음을 나누고 싶은 상대가,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하고 싶은 동료가 있다.
그 때, 밤의 공항에서 나누었던 말.
처음으로 자신을 받아들여준 소중한 장소.
그 등불만큼은 아직껏 사라지는 일 없이 보다 강하게 란쥬의 안에서 계속해서 빛나고 있다.
"저기, 지금부터 오랜만에 시오리코의 집에 가보고 싶어!"
신사에서의 『홍련의 검희』의 촬영이 종료.
그대로 현지 해산이 된 후에 교복으로 갈아입은 란쥬가 시오리코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저희 집… 말인가요?"
"으응, 맞아! 그러고 보니 아직 이쪽에 돌아오고 나서 한 번도 안 갔다 싶어서. 여기서라면 가까우니 괜찮지?"
"오늘은 일본 무용의 가르침을 받는 날도 아니니 그건 상관없습니다만……."
어째서 갑자기……? 라고 조금 신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치만 하굣길에 친구네 집에 가는 거 계속 동경하고 있었어! 엄청 즐거울 것 같잖아!"
"그런 건가요?"
"그런 거야! 게다가 란쥬가 놀러오는 거, 기쁘지 않아? 저기, 너희들은 어때?"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귀가 준비를 하고 있던 세츠나, 유우, 카스미, 시즈쿠에게도 말을 건다.
"죄송해요, 저는 지금부터 학원으로 돌아가서 학생회 일을 해야만 해서……."
"미안해, 나도 편집 작업이 있어."
"네네, 카스밍은 심심해요!"
"카스미 씨, 오늘은 같이 시험공부 하자고 약속했었지? 또 냥냥하게 된다?"
"으으, 시즈코, 잊지 않았던 건가……."
카스미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시즈쿠를 올려본다.
다른 멤버는 각자 사정이 있어서 갈 수 없는 듯 했다.
란쥬가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아, 미아는 갈 거지?"
"엇, 나도 사양할게."
갑자기 지명을 받고 미아가 당혹스러운 듯이 말한다.
"왜? 미아는 딱히 이 뒤엔 아무 것도 예정이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왜 내가―――――"
"그럼 괜찮잖아. 괜찮으니 가자. 자, 빨리!"
"우왓. 잡아당기지 말라고……!"
미아의 손을 잡고 반쯤 질질 끌면서 웃는 얼굴의 란쥬가 달려간다.
그런 두 사람을 쓴웃음으로 바라보며, 시오리코도 그 뒤를 따라갔다.
시오리코의 집은 촬영을 한 장소에서 전철을 15분 정도 갈아탄 곳에 있었다.
예전에는 수많은 무가의 저택이 즐비한 유서 깊은 땅이었지만, 지금은 주로 고층 빌딩이나 호텔, 대학 캠퍼스 등이 즐비한 오피스 빌딩 거리가 되어 있다.
그런 번잡함에서 벗어난 듯이, 미후네의 저택은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꺄핫! 그립네!"
문을 통해 부지 내로 발을 들여놓자 란쥬가 환희의 목소리를 올린다.
"변함없이 넓은 정원이네! 옛날엔 숨바꼭질을 하면서 이런저런 장소에 숨거나 했지!"
"그러게요. 란쥬와는 언니와 함께 곧잘 놀았었죠."
"우리가 어디에 숨어도 반드시 카오루코가 찾아냈지. 신기했어."
"그건 야생의 감 같은 거려나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시오리코가 그렇게 말한다.
그런 두 사람의 옆에서 미아가 정원의 구석에 놓여 있던 어떤 것을 흥미 깊게 보고 있었다.
"이거 굉장하네. 대나무가 물로 움직이며 소리를 내고 있어. 뭐라고 불러?"
"그건 시시오도시네요. 옛날부터 있던 일본의 정원용 장식입니다. 본래는 작물을 훼손하는 조수를 놀래게 해서 쫓아내기 위한 거였다고 해요."
"그렇구나. 좋은 소리. 곡에 쓸 수 없으려나."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면서 정원의 여기저기에 눈을 돌리는 미아.
미후네 저택의 옛날 그대로의 일본식 풍경이 진귀해 보이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런 식으로 정원을 둘러보고 나서 시오리코가 재촉하여 저택의 안으로 안내받는다.
두 사람이 통과한 것은 손님용 문이었다.
"헤에, 집 안도 Unique하네. 꽤나 역사가 있는 것 같은데……."
"그렇네요. 개보수 등은 되어 있지만 지어진 것은 백년 이상 전이라고 합니다."
"Great! 그렇게 전부터!?"
"여기도 변하지 않았네."
"여기도 변하지 않았네. 차분해져."
내어온 차를 마시며 꽃꽂이나 족자로 장식된 방을 돌아보고, 란쥬가 즐거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촬영, 생각한 이상으로 힘들었네요."
라고 두 사람의 찻잔에 차를 한 잔 더 부으며 시오리코가 말한다.
"연기는 물론입니다만 『홍련의 검희』의 해석도 꽤나 복잡해서 어렵네요."
"그래? 시오리코는 잘 했어. 란쥬도 굉장히 즐거웠어. 연기는 해본 적이 없으니까 전부 신선해."
"네, 란쥬는 굉장히 능숙했어요."
"란쥬는 뻔뻔하니까 말야. 잘 맞는 거 아냐?"
"미아는 좀 더 큰 목소리로 대사를 읽는 쪽이 좋지 않을까?"
"……시끄럽네. 나는 누군가와는 다르게 섬세하다구."
농담을 나누면서도 세 사람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세 사람이 그만큼 속마음을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애들도 굉장했지! 그 중에서도 세츠나는 역시나야! 완벽하게 아카히메가 되어 있었어!"
눈을 빛내면서 란쥬가 자기 일처럼 기쁜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네. 굉장히 훌륭했습니다."
"그러게. 정말 그 캐릭터가 거기에 있는 것 같았어."
그렇게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세 사람.
각각의 연기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세츠나의 연기가 진짜 같았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세츠나만이 아냐. 카스미는 귀엽고, 카나타는 분위기가 있고, 아유무는 지켜주고 싶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고, 다들 엄청 굉장했으니까!"
한층 목소리의 톤을 올리며 란쥬가 흥분한 기색으로 말한다.
그걸 본 시오리코가 눈을 가늘게 떴다.
"란쥬는 정말로 동호회 여러분을 좋아하네요."
"좋아해, 너무 좋아! 그도 그럴 게 다들 처음으로 란쥬를 받아들여줬는걸!"
란쥬에게 있어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와 그 멤버들은 특별했다.
어디에 있어도, 누구와 있어도 혼자였던 자신을, 이루어지지 않는 약속에 체념하고 있던 자신을,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준 유일한 동료들.
원래는 동경하던 존재였다.
동경해서, 서로의 마음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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