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작진이 완전히 갈렸군요. 자잘한 노하우 같은 게 전혀 인수인계가 안됐어요.
전체적인 느낌은 와랜은 빈약하고 깔끔하다면 브포는 살집있고 끈적합니다. 아마 이런 느낌엔 뭔가 조작감이나 모션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사실 와랜도 FPS에 비하면 캐릭터의 반응이 느린 편이라 내 능력만큼 반응하지 못한단 느낌이 있는데 브포는 더 느립니다. 근데 스킬로 캐릭터의 반응속도를 10% 올릴 수 있군요... 이게 조작감을 스킬로 올려야 할까요...??
와랜의 세이프하우스는 좀 썰렁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있는 거라곤 건물 한 채, 무기상자 하나, 저항군 몇명... 좀 아쉽긴 했죠.
그러나 브포의 에레혼은 다릅니다. 불편하죠. 도보로 동굴 안으로 들어가야하는데 그게 다 지루한 동선입니다. 에레혼에 가는 것 자체가 싫습니다. 와랜은 동선을 단축한만큼 플레이는 쾌적했죠. 다시 보니 와랜이 선녀네 ㅠ_ㅠ
사바이벌 요소도 문제입다. 뭔가 해야할 게 늘었는데 피로감만큼 재미를 주진 않아요. 특히 야영지 애니메이션 지루합니다.
와랜은 세이프하우스로 빠른 이동 후 하늘에서 내려오는 카메라 앵글이 금방이었는데 브포는 시간이 기네요! 무기 바꿀 때마다 봐야해서 많이 봐야하는데!!
인터페이스도 적응이 힘들군요. 인벤토리가 2중으로 되서 무기 세팅을 바꾸려면 I를 누르고 ESC를 눌러야 된다던가, 무기의 성능을 비교할 때 무기의 업글된 수치가 반영이 안되서 제대로 된 비교를 할 수 없다던가, 와랜은 M키로 맵을 호출하고 M키로 치웠는데 여기선 맵에서 M을 누르면 마더랜드 작전을 할지 물어보네요.
인터페이스가 콘솔에 더 적합해 PC유저 입장에선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달리기 모션의 경우도 좀 이상합니다. 사람은 원래 달리면서 골반이 좌우로 움직입니다. 딛는 다리가 중앙으로 오죠.
와랜에선 카메라가 달릴 때 무게중심의 위치를 기준으로 있는데, 브포는 그냥 엉덩이에 기준점을 잡아버립니다. 흔히 3D모델프로그램들의 인체모델 기준점을 그대로 가져왔네요.
그 결과 브포는 달릴 때 보면 몸이 좌우로 심하게 움직여서 우스꽝스럽고, 그 가운데 엉덩이는 흔들리지 않는 불편함을 유지합니다. -_-
이런 기본적인 노하우가 전달되지 않은 걸 보면 제작진이 깨끗이 갈렸고 인수인계 안됐구나 싶죠.
와랜은 게임을 만드는 기본기는 있는 사람들이 만들었지만 모자른 점이 있었다면,
브포는 와랜이 부족하단 부분을 의식해서 만들었는데 정작 기본기가 없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던 "와랜의 장점이 브포의 단점이고, 와랜의 단점이 브포의 장점"이란 말을 체감하게 되네요.
구작의 답습을 피하려고 제작진을 갈았을지 모르겠는데, 이래서야 구작의 장점이 퇴색되는군요.
브포에 마음에 드는 점을 말하라면 가장 큰 부분은 권총의 조준입니다. 권총의 조준방식은 3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제법 멀리까지 권총을 쓰기 때문에 좌측 방식으로 조준하면 목표물이 안보입니다.
근데 와랜에선 한결같이 좌측 방식으로 조준되죠. 근데 브포는 우측방식으로 조준합니다. 예외적으로 HD IS HDG는 좌측인데 가늠자가 가늠쇠보다 낮게 되어있어서 시야확보는 한결 좋습니다.
HD IS HDG는 가늠쇠(가운데)의 녹색점에 총알이 박힙니다.
그 외에 와랜은 지형이 너무 거칠어서 외각 지대로 돌아다니다 잘못하면 뾰족하게 파여진 곳에 빠지면 벗어나지 못한다던가 항공기가 격추되거나 해서 오지에 떨어지면 너무 많이 걸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을 개선해서인지 적의 랜덤배치 빈도가 많이 늘었고, 지형도 거친 곳이 보이지 않습니다.
와랜에서 외딴 초소의 무기고에서 고가의 저격총도 마음껏 꺼내는 게 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브포에선 야영지에서만 바꿀 수 있는 게 그럴듯해졌습... 지만 너무 불편하니 이건 개악이군요. 무기 바꿀 때마다 야영지에 들러야하고 하늘에서 땅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카메라 워킹 지겨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