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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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캄뮤 대위는 용병단장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다 보고했다.
“그래서 아직 해가 떠 있는 시간에 그 지역을 탈환하지도 못하고 복귀한 건가?”
“예 그렇습니다.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신형 기종이었습니다. 저희 쪽 병력의 피로나 소모가 꽤 심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입니다.”
그는 용병단장이 무슨 말을 할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그의 상태를 살펴봤다. 평소 그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재떨이가 날아들거나, 아니면 직접 찾아가서 주먹으로 몇 대 후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용병단장은 평소와 다르게 너무 느긋한 모습을 보이며, 오늘 캄뮤 대위의 실패를 아무것도 추궁하지 않았다.
“뭐 전장에서 항상 이기거나 공을 세워서 돌아올 수만은 없지. 결국 전쟁이 끝났을 때 우리한테 플러스가 되느냐 마이너스가 되냐만 남는 거니까.”
캄뮤 대위는 용병단장이 주먹 대신 생뚱맞은 말이 나오자마자, 재떨이를 집어 들 때보다 더욱 바짝 얼어붙고 긴장했다.
‘뭐지 ㅆㅂ 저 미친 새끼? 저 새끼가 고상한 척을 하면 분명 뒤에서 뭔가 구린 짓을 했다는 건데?’
하지만 캄뮤 대위는 일단 용병단장의 말에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아 예 아무렴요 그렇죠.”
동시에 계속 마음에 들지 않던 부머 03을 깎아내리기 위해 한마디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부머 03 그 녀석 매우 수상합니다.”
그때 캄뮤 대위는 용병단장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번득인 것을 눈치챘다. 그는 확실히 먹히고 있다고 생각하며 오늘 있었던 이상한 일을 전부 다 세세하게 늘어놓았다.
캄뮤 대위는 잔뜩 열이 올라, 자기가 했던 일을 쏙 빼고 부머와 다른 분대원들이 뭘 잘못했는지. 그리고 부머의 이상 행동을 ‘스파이’로 몰아가며 이야기했다.
“난생 처음 보는 적의 신형 바이오로이드를 보고서 ‘레이시’라고 말하며 최대한 죽이지 않고 생포하려고 했습니다.”
“분명 적 진영하고 뭔가 맞닿아 있는 게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부머 03의 편을 드는 거 보면 전부 다 이중첩자일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이때 캄뮤 대위는 용병단장의 표정 변화를 아주 잠깐이라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확인했다.
‘분명 레이시라는 말이 나올 때 반응이 달라졌어. 그리고 부머 그 녀석과 레이시로 보이는 바이오로이드가 조우했을 때에도 놀란 모습 같았고.’
캄뮤 대위는 용병단장의 신경이 다른 곳에 쏠려 있는 걸 눈치채고, 그에게 슬그머니 비비듯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부머 녀석을 심문합니까? AGS를 심문하는 방법 정도는 여러 가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심문이나 고문이 전문인 녀석도 있고 말이죠.”
이에 용병단장은 화들짝 놀라면서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그만둬! 그런 짓을 해서 손상이라도 생기면 안 그래도 열세인 전력이 어떻게 되라고? 지금 황국군 병력의 양과 질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캄뮤 대위는 용병단장이 윽박지르자 바짝 쪼그라들며 눈썹을 마구 일그러트렸다.
“아,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부머가 조금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건 맞지 않습니까?”
용병단장은 캄뮤 대위가 내뱉은 말을 뭉개버리듯, 눈을 날카롭게 치뜬 채 책상을 내리쳤다.
“그냥 조용히 지켜보고 하루하루 무슨 일을 했는지만 잘 보고해. 알겠냐?”
그의 지시에 캄뮤 대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용병단장은 더 이상 캄뮤 대위에게 뭔가 따지려고 하거나, 추가로 뭔가 더 말할 기색 같은 건 없다는 듯. 바로 등을 돌려 담배를 피웠다.
캄뮤 대위는 영 시원치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고, 용병단장의 귀에는 캄뮤 대위가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용병단장이 캄뮤 대위를 보내자, 캄뮤 대위는 역시나 싶은 표정을 드러내며 기분 나쁜 미소를 띠었다.
“역시 그 부머 녀석한테 뭔가가 있다는 얘기로군. 좋아 뭐가 될지는 몰라도 잘만 털어내면 나도 이 용병단을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겠지.”
그리고 캄뮤 대위는 몰래 도청기를 용병단장의 문 옆에 꽂아놓고, 그가 하는 이야기를 엿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캄뮤 대위가 헛된 욕심을 품고 있을 때, 용병단장은 바로 블랙 리버 측에 통신을 넣었다.
“여기는 어셈블 X9 블랙 리버는 응답 바란다.”
잠시 후 용병단장의 책상 위에, 블랙 리버 제복을 입은 간부의 상반신이 홀로그램 그래픽으로 떠올랐다.
‘여기는 블랙 리버의 파견 관리원 로빈. 무슨 일이지 단장? 뭔가 특별한 일이라도 발생했나? 아니면 이제야 실험체의 조우가 발생한 건가?’
용병단장은 블랙 리버의 간부 로빈에게 잔뜩 엎드리는 투로 대답했다.
“실험체 02가 03으로 추정되는 실험체와 조우했습니다. 부하의 보고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단장은 바로 블랙 리버의 간부 로빈에게 실험체가 서로 대면한 것을 보고하며, 캄뮤 대위가 찍어온 사진들을 블랙 리버에 전송했다.
‘그래서 실험기끼리의 행동에 대한 보고도 들어뒀나?’
로빈의 질문에 용병단장은 캄뮤 대위가 전달했던 사항을 그대로 읊었다.
“예 그렇습니다. 실험체 03은 02를 극도로 증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02는 실험체 03을 01로 착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실험체 02가 03을 사살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흥미로운 결과군. 나중에 그녀가 01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똑같이 행동할지 궁금해지는데.’
로빈은 용병단장이 전달한 이야기들을 전부 다 녹음하고 메모까지 하며 낱낱이 기록했다. 그리고 용병단장은 로빈에게 조심스러운 투로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도 실험체 02을 관찰하고 그걸 보고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 그분께서 가장 관심을 주고 있는 실험체는 어디까지나 02다. 다른 실험체들은 어디까지나 02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보조 역할이다.’
용병단장은 그런 것 치고 로빈이 실험체 02에 굉장히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로빈은 용병단장에게 더 이상 쳐다보지 말라는 식으로 한마디 던졌다.
‘뭔가 더 질문이라도 있는가?’
“아니 없습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실험체 02에게 개입하지 말고, 계속 관찰만 하도록.’
“알겠습니다.”
이렇게 블랙 리버와 용병단 어셈블X9의 비밀 통신이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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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업 쪽 일에 더 재미를 들린 AGS 시리즈의 작가 아니 그냥 취미로 글 올리는 사람입니다. 사실 이쯤 오면 글은 반쯤 손놓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구요. 물론 그런 이유로 AGS시리즈를 그만둔다거나 대충 막 올릴 생각은 없습니다. 요리도 기분이 좋지 않다거나 그런 이유로 대충 하면 그건 그냥 실격이니까요. AGS시리즈를 하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 한 작품을 올릴 생각이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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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홀드를 따로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생각중입니다. 그쪽도 기다려주세요. | 21.03.18 20: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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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질 벌이는 군인들이 진짜 이상하게 잘 안 죽긴 하죠. | 21.03.18 20: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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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꼴을 많이 보긴 할 것 같네요 역시. | 21.03.18 23: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