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날 때까지 다같이 이 섬에서 쉬자! 섬 주변 경비는 모두 AGS들이 수행할 거야!"
사령관의 공식적인 선언이었다. 잠깐의 침묵. 이내 그 자리의 공기가 크게 떨렸다.
그야말로 모든 대원(특히 브라우니)들의 환호 속에서, 오르카 전원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알프레드, 아니 Mr. 알프레드는 합류와 동시에 두둑한 선물을 가져온 셈이 되었다.
섬의 AGS들이 경비 임무를 전담하려면 명령을 입력하기 위해 시스템을 조정해야 했다.
그런데 Mr. 알프레드가 로버트의 자리를 계승한 꼴이 되면서 일괄적 처리가 가능해졌고,
'오르카 공순이 자매들'이 나사 하나 돌릴 필요도 없이 순식간에 작업은 끝났다.
수영 대회의 '상품 수령 기간'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쿠후후, 저 같은 신사에겐 쉬운 일이지요. 답례로 여러분의 머리카락을 하나씩만... 히약!?"
무수히 많은 갈색 머리카락들이 들이닥친 뒤, 알프레드는 컬렉션 정리를 하겠다며 틀어박혔다.
참고로, 알프레드를 부를 때 'Mr'를 생략한 브라우니는 단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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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섬 외곽의, 모래가 고운 해변.
사령관은 파라솔을 곁들인 의자에 기대앉아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멀리엔 하늘과 맞닿은 푸른 바다의 잔잔한 지평선이 시야를 채웠고
가까이엔 대원들이 만드는 잔물결과 즐거워하는 소음들이 사령관을 감싸 간지럽혔다.
모래를 가지고 노는 코코, LRL, 아쿠아와 보호자 노릇을 하는 마리아와 샬럿(점잖은 비키니).
두 의자에 느긋하게 누운 채 담소를 나누는 블러디 팬서와 로얄 아스널.
사령관은 휴가를 결정한 것에 만족을 느끼며 계속 주변을 찬찬히 살폈다.
그물이 달린 사족 보행 로봇을 조종해 물 속으로 넣는 포츈과 그렘린.
모래가 평평한 곳에서 팀을 나눠 족구를 하는 브라우니들과 심판 네오딤.
그리고... 사령관으로부터 좀 떨어진 모래밭에, 홀로 앉아 바다를 보는 한 사람.
'누구지?'
금발임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일렁이는 물살에 흩어진 햇빛이 어지러이 반짝여 시야를 방해했다.
호기심이 동한 사령관은 직접 가보기로 했다. 일어서서 기지개를 쭉 펴고 파라솔을 벗어나자
피부로 돌진하는 직사광선들의 열기가 온몸에서 느껴졌다.
브라우니들 곁을 지나는 동안 네오딤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파 팀 득점. 9 대 6~"
멍한 듯한 네오딤과 대조적으로 브라우니들은 승부욕에 한창 불타고 있었다.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준 사령관은 콘스탄챠와 상의했던 이번 휴가의 중요한 목적을 다시 떠올렸다.
'여름이라는 분위기와 가벼워진 옷차림 때문에 모두들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기 쉬워.
이 시기를 기회삼아 여러 대원들과 대화하고 교감하려고. 적어도 작년 여름보다 더 많이.'
물론, 여기에 남자의 흑심이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바다를 향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눈앞에 앉은 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다.
화사한 연두빛을 띤 얇은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꽤나 의외의 인물이었다.
사령관은 일부러 모래를 소리나게 밟아 인기척을 낸 뒤에 이름을 불러주었다.
"레이시."
무릎을 살짝 끌어모아 앉은 레이시가 사령관을 돌아보았다.
"사령관님."
부드럽게 대답하는 레이시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있었다.
사령관은 마주 웃어주며 조금 가까이 다가갔다.
"잠깐 옆에 머물러도 괜찮겠니?"
레이시의 얼굴이 기쁨으로 옅게 물들어갔다.
"물론이죠, 사령관님."
사령관은 그녀의 오른편에서 느긋하게 몸을 구부려 앉았다.
다리를 땅에 붙이는 짧은 시간 동안 사령관의 머릿속에 지난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머리에 인간의... 잔인함이 박힌 채로 구조되던 날, 그녀는 심신이 매우 약해진 상태였다.
당시 오르카는 그녀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는 있었지만, 머리의 금속을 떼낼 기술은 없었다.
잠잘 때 돌아눕지도 못하게 하는 흉물의 존재는 끊임없이 레이시를 짓눌렀고,
그녀는 인간인 사령관을 경계하는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어휘를 주로 구사했다.
하지만 사령관은 오르카의 일원이 된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쉴 곳을 주고, 편의를 물어주고, 필요한 만큼의 시간적 여유를 준 끝에
마침내 레이시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령관은 함께 분노해주고 슬퍼해주었다. 위로해주었다. 이젠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기쁨을 모르던 여인은 웃는 법을 알게 되었고 그 미소는 사령관의 막연하던 희망을 증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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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지점을 바라보는 레이시의 눈은 그 풍경만큼이나 잔잔했다.
나란히 앉은 남녀의 사이에 어색하지 않은 침묵이 흘렀다.
파도가 두 사람의 발을 네댓 번쯤 적셨을까, 사령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임무를 수행할 때 빼곤 오르카를 전혀 떠나지 않는 줄 알았어."
레이시는 살짝 웃음지었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표정은 조금 슬퍼 보였다.
설마 첫 마디부터 꽝인건가 싶은 사령관이 당황스러움을 느끼며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는 찰나,
"이 섬의 이름이 무엇인지 사령관님도 알고 계시죠?"
"...괌, 이었지 분명. 관광지로 꽤나 이름있었다던데."
레이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계속 이야기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득함과 그리움이 묻어나왔다.
"저의... '부모님'은 괌에서 신혼 여행을 즐겼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가족들이 다같이 이 섬으로 놀러오자고도 하셨죠.
연구실에서 실험당하는 동안 저의 버팀목이 되어준 기억 중 하나에요.
물론 저의 기억 전부가 가짜인 걸 알지만, 실제로 여기 왔으니... 직접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한눈에 알겠더라고요. 이 섬이 부모님 말씀대로 정말 아름다운 곳이란 걸."
놀란 사령관은 입을 벌린 채 듣기만 했다. 레이시가 사령관에게 과거를 털어놓은 날 이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레이시는 주저하는 듯 두어 번 입술을 달싹였다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오르카에서 외출하지 않는다고 하셨죠. 맞아요. 밖에 있을 땐, 때때로 불쾌한 기억들이
떠오르곤 하거든요. 연구소에서 탈출해 하루하루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던 날들과...
머리에 '그게' 달린 채 미숙한 능력을 쥐어짜느라 겪던 통증도요..."
레이시는 평온하게 말했지만 사령관은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히 입술에 침을 바른 후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동안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 레이시. 그런 불편함을 겪는 줄은 몰랐어.
오르카에는 이제 내부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그러니 혹시-"
레이시의 고개를 돌려 사령관을 마주보았다. 사령관은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우아하게 고개를 가로저었고, 사령관의 어깨에 오른손을 얹었다.
"여러 자매들이 조언해주었어요. 결국엔 스스로 마주해야만 완전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그리고 사령관님은, 제가 절대 갖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희망을 몇 번이나 저에게 주셨어요.
그것만으로도 제가 받은 은혜는 너무나도 큰 걸요.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요.
그러니 도움이 되고 싶어요, 사령관님.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이 생각은 오래 전부터 조금도 변함이 없어요."
사령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그 말이 오로지 진심임을 증명하듯 맑게 반짝였다.
사령관은 어깨에 얹힌 레이시의 손을 감싸쥐고 말했다.
"잘 알겠어. 그렇게 말해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너를 존중하고 응원한다는 걸 알아줘.
그래도... '저번처럼' 너무 의욕부터 앞세우면 안 된다?"
사령관은 레이시의 머리의 한 지점을 손바닥으로 덮듯이 차분하게 쓰다듬었다.
레이시는 사령관이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쑥쓰러워하며 발그레진 고개를 살짝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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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초코 여왕의 성에 찾아갔을 때의 이야기다.
특수 대체 코어를 새로 확보하는 데 성공하여 닥터가 시험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었다.
그전까지 손에 넣은 코어들과 동시에 활성화하여 여러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결과는 놀라웠다.
오리진 더스트로 레이시를 전체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머리 금속의 완전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
포츈과 그렘린이 만든 수술용 기계에 닥터가 특수 대체 코어들의 연산보조능력을 총동원했고...
극도로 섬세하게 진행된 수술 끝에 코어 하나가 완전히 망가지긴 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마취에서 깨어난 레이시는 가장 먼저 머리를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다. 손에 닿는 것은
그녀 자신의 머리만을 감싼 붕대. 다른 부속품은 일절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을 평생 짓눌러온 감옥이 사라졌음을 깨닫자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온 흐느낌에
그녀는 아무 저항 없이 몸을 내맡겼다.
함께 펑펑 울면서 머리를 쓸어주는 네오딤의 품에 안긴 채, 고맙다는 말만을 수없이 되풀이하며.
그리고 그날 밤을 수복실에서 보낸 레이시는 처음으로 두 가지를 한꺼번에 경험했다.
돌아누운 채 늦잠자기.
이후 초코 여왕의 AGS들과 싸울 때가 되자 레이시는 전투에 자원하겠다고 힘차게 선언했다.
사령관은 흔쾌히 수락했고 A급 전투능력을 갖게 된 그녀를 중심으로 삼은 스쿼드를 조직했다.
그리고 레이시 팀을 전투 임무에 투입했는데...
레이시의 출력은 상상을 몇 번이나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처음 조우한 AGS 순찰조에 그녀가 공격을 가하자, 그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에키드나가 뱀으로 상시 보호하는 덕에 아군 피해는 없었지만
적 AGS의 잔해는 사방에 깊숙히 박혀있었고, 전기가 떨어진 곳은 땅이 약간 녹아있었다.
레이시를 포함해 그 장면을 본 모두가 경악 속에서 말을 잃었다.
가장 먼저 냉정을 되찾은 건 역시 아르망이었다. 아르망은 서둘러 계산을 수정했고
현재 출력이 유지된다면 영지 최심부의 정예 경호팀마저 일격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여 모두를 다시 충격에 빠뜨렸다.
사령관은 레이시의 상태를 염려하여 이상이 느껴지는지 물어봄과 동시에
만약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즉시 오르카로 귀환할 것을 명령했다.
아무런 두통도, 불편함도 없음을 보고한 레이시는 얼떨떨해하면서도 전투를 재개했다.
말도 안 되는 파괴를 몇 번이나 행사하면서도 그녀는 거짓말처럼 멀쩡할 뿐이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과 희열을 느끼는 듯했고 표정은 점점 밝아졌다.
영지 최심부의 로열 가드는 확실히 강력했지만, 산산조각나지 않았을 뿐
정신을 집중한 레이시의 번개에 장갑이 어그러지고 무력화되었다.
파괴의 꿈 같은 시간을 무사히 끝마친 스쿼드는 대원들의 환호 속에서 귀환했다.
그리고 레이시는 발렌타인의 일등 전투원으로 당당히 기록되었다.
그렇다면 레이시의 그 어처구니없는 출력은 대체 무엇이었는가.
비구름 속에서 벼락을 뿌리는 레아조차도 그 정도의 파괴력은 어림도 없다.
순수한 힘을 번개로 구현한 듯한 힘을 아무런 리스크 없이 사용하는 것은
분명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다행히(?) 비밀은 금방 밝혀졌다. 바로 오르카였다.
오리진 더스트를 이용한 업그레이드로 전기를 끌어오는 능력 또한 강화되었던
레이시는 자신도 모르게 오르카 그 자체에서 전기를 잔뜩 가져와 사용했던 것이었다.
비정상적인 출력을 한두 번도 아니고 적을 만나는 족족 사용했으니
오르카 호에도 당연히 이상이 생겼다. ...하필이면 식재료 냉장고에.
결국 오르카의 전원이 며칠동안 초콜릿을 주식으로 삼아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가을에 수확했던 대량의 곡물과 견과류엔 별 문제가 없어
초콜릿이 질리지 않도록 고소함을 더해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주방 팀 그리고 메이드 팀이 노력해주기도 했고 오르카의 대원들도
전장의 총알비보단 초콜릿에 파묻히는 게 수백 배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으며, 이 일은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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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초콜릿 맛이 나는 것 같아."
"정마알... 놀리지 마세요오..."
히죽 웃으며 말하는 사령관과 더욱 빨개진 얼굴이 빨개진 레이시.
이내 둘의 시선이 마주치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진지하던 분위기는 그렇게 온데간데 없어졌지만 둘 사이엔 편안한 공기만이 돌았다.
웃음이 잦아들고 사령관과 레이시는 다시 바다로 시선을 향했다.
몇 분쯤 흘렀을까, 아무 말 없이 레이시는 사령관의 어깨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사령관도 자연스럽게 레이시의 몸을 왼팔로 감싸둘렀다.
파도 소리와 둘의 숨결 속에서 이번에는 레이시가 먼저 말했다.
"정말로 감사해요."
그 말에 대답하듯 사령관은 레이시를 좀더 가까이 끌어안으며 그녀의 머리에 뺨을 댔다.
바닷바람 사이에 달콤한 샴푸향이 퍼져 사령관의 머릿속에 스몄다.
"저 혼자서는 해내지 못했을 수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건 사령관님 덕분이에요.
그리고 자매들도요."
그렇게 말하며 레이시는 순서대로 사령관의 가슴께와 대원들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사령관도 대원들 쪽으로 고개를 잠시 돌렸다.
코코가 모래로 완성한 작은 화이트셸을 보며 주변의 모두가 감탄하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굉장한 손재주였다. 블러디 팬서도 화이트셸을 흥미롭다는 듯이 보는 동안
옆의 아스널은... 탈론 페더의 사령관 화보집을 맹렬히 읽는 중이었다.
포츈과 그렘린은 물 밖으로 나온 로봇의 묵직해진 그물을 보며 불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령관은 그 사족보행 로봇이 라인리터임을 그제야 알아챘다.
브라우니들은 네오딤과 함께 둘러앉아 그녀에게 새로운 노래를 가르쳐주는 듯했는데,
그 가사에는 신화 속 영웅의 이름 대신 Mr. 알프레드가 있었다.
사령관의 옆구리에서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온 가족이... 이 섬으로 놀러오게 되었네요. 만들어진 기억 속의 인물이 아니라,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소중한 가족들이 다함께 말이에요."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슬쩍, 레이시의 몸이 사령관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령관의 가슴에 귀를 대고 눈을 감은 그녀는 사령관의 오른손을 잡고
그대로 자신의 왼쪽 가슴에 가져다댔다.
부드럽고 말랑거려 기분좋은 감촉. 하지만 사령관은 잠시 그런 생각을 미뤄두었다.
대신 레이시와 마찬가지로 눈을 감고 그녀의 심장 박동을 손가락으로 차분히 느꼈다.
두근, 두근... 레이시의 심장은 자신의 주인이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레이시는 꿈꾸듯, 그리고 선언하듯 말했다.
"저를 만든 인간들에겐, 기억도 존재도 만들어진 가짜인 제가 유령이나 다름없었겠죠.
제 이름이 레이시인 것도 그래서일까요... 하지만, 전 더는 제가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에게 사령관님과 자매들이 있듯이 사령관님과 자매들에게도 제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요.
그리고 지금 저를 안아주는 이 품이, 이 기쁨이, 제 심장이 모두 순수한 진짜라고 확고히 믿어요."
그녀는 기대던 상체를 일으켜 눈앞의 남자에게로 얼굴을 향했다.
그 표정은 진지했고 의식은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었다.
사령관도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똑바로 응시해주었다.
"사령관님..."
여인을 감싼 왼팔을 더욱 당기며, 남자는 오른손으로 여인의 왼손을 잡았다.
다섯 쌍의 손가락이 서로를 놓기 싫어하는 덩굴처럼 얽혀갔다.
여인의 눈에는 단 하나의 감정만이 빛나고 있었다.
"...당신을 사랑해요."
혀를 섞지 않는, 그저 입술을 오래 맞닿을 뿐인 입맞춤.
그 순간 두 남녀에겐 그것만으로 충분했고, 둘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파도만이 둘의 발을 몇 번이나 적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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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씨! 레이시도 이쁜 스킨 줘! 웃는 얼굴 보고싶단 말야!
여름대회 소식을 듣고 찾아와 가입후 첫글로 참가했습니다.
상품에 눈이 먼 자의 레이시 이야기, 재미있게 읽으셨길 바라요.
머릿속의 이상에 비해 현실의 필력은 왜이리 기어다니는지... 주말에 등산하다 본 이름모를 애벌레가 떠오르는군요. 하하하...
그래도 초코여왕 이벤트 때의 레이시에 대해서 쓰는 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남은 여름동안
덥지 않게 아프지 않게 보내셨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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