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뭐라구요?”
고진아가 물었다.
잘못 들었으니 다시 말해달라는 말이 아니었다.
도대체 그런 개소리를 어디 뻔뻔시러운 쌍판떼기 끼고서 말하는게 제정신이냐고 묻는 의미였다.
“못 들었으면 내 다시 한 번 말하지.”
“리앤을 우리에게 넘겨. 그럼 우리는 연방에 대한 그 어떠한 터치도 참견도 하지 않겠다.”
“굳이 우리가 리앤 씨를 넘겨야 하는 이유가 뭐죠?”
“리앤은 우리 펙스가 만들어낸 역작 중의 역작이다. 다시 만들려고 해도 유전자 지도가 현재로서 우리에게 없는 이상, 재생산은 불가능하지.”
“그 비상한 두뇌와 지능은 우리 중 그 어느 누구도 따라갈 자가 없네. 하물며 내 비서도, 나 조차도 그 녀석의 통찰력은 도저히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지.”
“지금의 펙스의 영역을 보존하고 통치하기 위해서라면 그 녀석의 통찰력과 지능은 가히 필수적이야. 그러니, 그 녀석만 내놓는다고 약속만 해준다면 자네들 영역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고 우린 이 자리에서 조용히 떠나도록 하겠네.”
펙스가 만들어낸 역작 중의 역장인 자비로운 리앤.
그 비상한 머리를 탐내는 레모네이드 오메가 때문에 리앤은 자신의 몸을 가상현실 속으로 숨길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오드리스콜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언컨대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펙소 콘소시엄 휘하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레모네이드 비서들을 제외하곤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지를 알고 있기에(노예 만도 못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펙스가 멸망한 인류를 재건하는 대신 펙스를 위한 제국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오드리스콜 회장은 이것도 나름 선심 많이 써준 것이라는 냥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이 상태로 진짜 연방을 상대로 한 바탕 뒤짚어 엎을 생각이었으니깐. 연방이고 나발이고 간에, 감히 수백 년 동안 쌓아올리려 하였던 자신의 제국의 건설을 방해하려는 자가 있으니, 얼마나 눈엣가시란 말인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간섭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자신들도 간섭 당하지 않는 것을 대가로 내건 조건이라기에는 굉장히 싼 거래 조건이 아닐 것이다.
오드리스콜 회장은 눈 앞에 두 바이오로이드 년들은 몰라도 라자르 대장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지금의 그가 미쳤다 하더라도 멸망 전에는 나름대로 같은 기업 출신이었고, 또 연합전쟁 때에는 자신들 기업의 군대를 이끌었던 사람이었으니, 분명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이 분명했...
“거절하겠습니다.”
“?!?!?!”
라자르 대장이 말했다.
그리고 라자르 대장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에 오드리스콜 회장은 라자르가 자신의 예상 범위 밖에 굉장히 멍청한 대답을 한 것에 당황하였다.
그리고 당혹감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라자르의 멍청하기 그지 없는 대답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지만, 오드리스콜 회장은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물었다.
“... 왜지?”
“그녀의 선택으로 여기에 온 거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줘야만 합니다. 그녀가 직접 펙소 콘소시엄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는 리앤 양을 보낼 수 없습니다.”
“말했잖나. 바이오로이드는 사람이 아니라ㄱ...!”
“말했잖습니까, 바이오로이드는 원래부터 사람이었다고.”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하물며 당신 옆에 있는 저 사람. 레모네이드 오메가 씨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제가 한 번 물어볼까요, 오메가 씨?”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물건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라자르의 물음에 당혹스러운 듯한 표정을 내지어보였다.
그럴 수 밖에, 회장이 바로 옆에 있는데, 저런 질문을 받았으니.
오메가 본인의 성격상 자신을 물건이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옆의 회장이 듣고 있었기에 라자르의 대답이 곤혹스럽다 못해 부화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다. 이대로 무시해도 되겠지만, 회장은 은근 자신에게 대답을 바라는 것 같은 눈치였다.
라자르의 물음에 잠시 당황했던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비웃듯 입꼬리를 씨익 올려 웃으며 말하였다.
“...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물건도 아니죠.”
“우리야말로 더 우월한 존재죠. 물론...”
“... 저를 만들어주신 회장님을 포함해서요. 장난감 따위에게 감정이입이나 하는 당신들보다야 말이죠. 그렇지 않나요, 회장님?”
“...”
훨씬 더 우월한 존재라고 말하는 레모네이드 오메가.
그 의미가 살짝 미묘하게 들렸지만, 요는 하여튼 라자르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였다.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오드리스콜 회장에게 능청스럽게 묻자, 연방의 멍청함에 화가난 듯 오드리스콜 회장은 다 들리는 목소리로 라자르 대장을 면전에 대고 씹었다.
“소꿉장난도 어지간히 해야지. 정말 유치해서 못봐주겠군.”
“키덜트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정 이해가 안 되면 그렇게 생각하시오.”
“...”
“...”
침묵.
또 침묵.
10초가 마치 10분, 아니 1시간 같이 느껴질 정도로 긴 침묵이 이어졌다.
불편함, 불쾌함, 언짢고 성가신 감정들이 양가의 침묵이 흐르는 동안 흘러갔다.
이윽고 침묵을 깨고 먼저 말한 것은 오드리스콜 회장이었다.
“회담은 파토난 듯 하네만.”
“예, 저희도 그렇게 보이네요.”
“그렇다면 전쟁일세.”
“바라던 바입니다.”
“피차, 양측 모두 공멸할 걸세.”
“아뇨, 공멸하지 않을 겁니다.”
“연방은 승리할 겁니다. 그리고 펙스 휘하에 고통 받는 수 많은 민간인들을 해방시킬 겁니다.”
“자넨 분명히 기업인이었을 터...”
“그런데도 저런 살덩이 장난감들한테 이입을 한다고????”
“그 장난감들 덕분에 사람의 온기가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지난 날의 제 과오가 얼마나 잘못된 일이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전, 그 때의 제 과오를 참회하고, 이를 만회하고 말 겁니다.”
“설마... 그 장난감들이랑 가족까지 이루었다고 말하는 건가, 자네 지금...?!”
“아이만 여섯입니다, 이제. 막내 애는 아직 태어날려면 멀었구요.”
“미친 놈... 차라리 곱게라도 미쳤으면 몰라...”
“이렇게까지 정신 나간 놈인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 때 그냥 니 부모랑 함께 싸그리 죽여버리는 거였는데...!!!”
“아, 하나만 물어봅시다. 나보다도 나이가 훨씬 많던데, 어떻게 그 세월을 살아오신 겁니까??”
“자네한테 해줄 말은 아닐세. 딱히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뭐, 저도 딱히 궁금하진 않았습니다. 보나마나 분명 어디서 불법적인 시술을 받으셨었을 테지요.”
한치의 양보 없는 접점.
오드리스콜 회장은 비서 레모네이드 오메가에게 말하였다.
“... 오메가.”
“예, 회장님.”
“혹시 할 말이 있나?”
“없습니다. 저도 회장님과 똑같은 생각입니다.”
“그럼 이만 일어나지.”
“그리고 돌아가는 즉시 전쟁을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자네들과의 회담은 없던 걸로 하지. 내 여기서 더 이야기를 하다가 속을 다 버려버릴 것 같아서 말이야.”
“아니, 대체 누가 할 소리예요?!?!”
“총리님.”
오드리스콜의 말에 누가 할 소리냐며 따지려드는 고진아 총리를 라자르 제독이 막아섰다.
오드리스콜 회장은 그 모습을 보고는 지들끼리 유치하게 참 잘도 논다며, 진심으로 속에서부터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한 시라도 빨리 이 유치한 장소를 떠나, 저 머저리들에게 누가 진짜 진리고 세상의 정의인지를 가르쳐주려고 교회를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가지, 오메가.”
“예, 회장님.”
“어, Just moment pleaes, Mr.오드리스콜?? And Miss.오메가?”
“??”
“Conference가 파토난 것과 별개로 제 개인적인 부탁이 있는데, 혹시 들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뭔가요? 시간 없으니 빨리 말하시죠.”
“레모네이드 델타에게, 이 오드리 드림위버가 전했다고 말해주세요.”
“나는 아주 잘 살아있고...”
“... 곧 조만간 얼굴 한 번 보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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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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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가선 나라 내놓으라고 할 새끼... | 24.03.17 18:30 | |